우붓 - 아... 나이 들어 꼭 여기 와서 살아야겠어요
(2013년 4월 2일 / 세계일주여행 594일차)
심각집에서 심각하지 않게 하루를 푹~ 쉬면서 24시간 이동의 피로를 완전히 풀었네요... 넓은 침대에서 8시간 이상 푹 자본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붓 워킹투어 Walking Tour 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워킹 투어 지도입니다.
제이님께서 몽키 포레스트 들어가는 쪽까지 데려다 주셔서 워킹투어는 몽키 포레스트에서 시작했네요.. 우붓의 번화가인 잘란 하누만 Jalan Hanuman 에서 몽키포레스트로 가는 길인데요.. 길 양편으로 늘어선 상점 뿐 아니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서양인이 많아서인지 마치 유럽의 어느 거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몽키 포레스트 입구입니다.
입장료를 2만 루피아를 받고 있는데요.. 원숭이야 인도에서, 심지어 클락에서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어요. 매표소 밖에도 이미 많던걸요.
매표소 입구 조금 지나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목에 이 녀석들도 진을 치고 있습니다. 얻어 먹을게 많은 걸 아는게죠.
이제 잘란 몽키포레스트 Jalan Monkey Forest 를 따라 올라갑니다. 발리에서는 이렇게 생긴 차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요... 손으로 뚝딱 뚝딱 만든 차입니다. 근데 필리핀에서 보던 수제(?) 차량보다는 더 예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나네요.
중심가라 할 수 있는 몽키포레스트 길은 양편으로 갖가지 상점들과 식당, 커피숖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식 거리장식에, 가게 지붕에 올라가 있는 사원들이 서양식 상가풍경과 합쳐져서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발리식 탈춤놀이를 하고 있네요.
이게 바로 사원인데요. 공간이 없으면 이렇게 지붕 위에, 그리고 공간이 있으면 마당으로 쓰일 곳을 사원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발리에는 모든 집마다 크던 작던 이런 사원이 있답니다. 어떤 마을은 사원 반 집 반인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들도 있어요.
왕궁앞 도로인 Jalan Raya Ubud 조금 못 미쳐서 'Coffee &' 라는 커피숖이 있습니다. "발리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라고 써 붙여 놓은 작은 커피숖입니다. 여기서 점심시간까지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1층은 에어컨이 있지만 공간이 작고 2층으로 올라가니 확 트인 공간이 나왔어요. 이 공간을 저 혼자 독차지 했습니다.
점심시간까지 인터넷도 하고, 못 챙겨 본 런닝맨도 다 보고(제가 런닝맨 애청자입니다. 하하..) 정말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왕궁을 지나 네카미술관이 있는 생깅안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우붓 곳곳에는 골목 입구마다 이런 표지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골목마다 특색있는 표지판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지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지나가면서 보이는 작은 사원들도 여기저기 많은데 하나같이 다 예쁘고 특이했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등의 건물들도 다들 발리 특유의 모습으로 군데군데 서 있었고요. 이 우붓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 같은 느낌이었어요.
여기가 블랑코 뮤지움입니다. 생깅안 입구에 있는데요.. 제가 지금 가려고 하는 네카 미술관이랑, 우붓 동남쪽 초입에 자리한 아궁라이 미술관과 함께 우붓에서 제일 유명한 3대 미술관 중 하나예요. 작은 시내를 지나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왼편에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이곳을 생깅안 Sanggingan 이라고 부릅니다. 발리에서는 20세기 전까지 대부분 상깅 Sangging 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주로 회화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생깅안 지역은 특히 미술관이 많고 발리 장기 체류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입니다. 그래서인지 생깅안 초입 조금 지나면 빈땅수퍼라는 큰 수퍼마켓이 자리잡고 있어요. 채소나 과일뿐 아니라 한국 라면 등도 파는 우붓지역에서는 제일 큰 수퍼마켓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네카 미술관까지는 1km 정도의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데 올라가는 길에 자그마한 갤러리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네카 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입장료는 자그마치 5만 루피아네요. 그래도 한번 들어가 봅니다.
미술관은 19~20세기의 인도네시아 회화와 현대 회화작품들, 그리고 사진 자료들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요... 흠. 저야 뭐.. 그냥 빨리 빨리 돌았습니다. 저에게는 생각보다 크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이런 것들이 더 와 닿았다고 할까요?
네카 미술관 입구의 나무 조각이나....
정교하고 복잡한 힌두식 문 장식 같은 것들...
이 아저씨가 바로 네카 아저씨인데요.. 유럽여행을 하던 도중 깨달음을 얻어 여기 이곳을 세웠다고 하네요. 시크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생겼던데...
미술관을 나와 택시 호객 아저씨들을 뿌리치고 터덜터덜 먼길을 걸어서 왕궁까지 왔습니다. 왕궁을 살짝 들어가서 구경해 봤습니다.
여긴 왕궁 바깥뜰이고요..
여긴 안뜰인데... 이거 말고는 없는 아주 소박한 곳입니다.
여긴 왕궁 옆에 있는 스타벅스입니다. 입구가 아주 특이하죠.
내부도 아주 안락하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커피 값은 우리나라보다 10% 정도 싼 수준이네요.
그런데 입구나 내부만 특이한게 아니라 스타벅스가 자리한 'Cafe Lotus'라는 곳은 이렇게 넓은 연못이 있는 힌두식 정원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연못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저기.. 중앙에 탑(대문)을 양쪽으로 호위하고 있는 나무들을 보세요. 완벽한 대칭형태입니다. 놀랍죠?
이렇게 해서 대략 9km 정도를 걸어서 워킹 투어를 마쳤네요. 우붓을 한바퀴 돌아본 소감은 이렇습니다.
"동남아 여러곳을 가 봤지만 여기처럼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습니다. 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은 루앙프라방 정도였지만 우붓은 그보다는 10배 정도는 더 강렬하게 다가오네요. 여기는 특이한 발리의 힌두문화와 외국인들의 오랜 정착으로 인한 서양문화가 합쳐져서 아주 다양한 다문화 Multi-Culture 적인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사랑스러운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