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6일, 너무나도 차디찬 남극의 바다에서 스물일곱 살 청년 전재규 세종기지 대원이 숨을 거두었다.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나라 남극 탐험의 교두보인 세종기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1년 내내 매서운 혹한의 바람으로 뒤덮인 곳, 사방을 둘러보아도 끝없이 펼쳐진 얼음만 보이는 그 곳에서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은 극지 환경 연구 및 지구 환경 변화 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상에서의 다양한 열 순환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태양 복사 에너지를 넉넉하게 받지 못한 소외된 땅이 바로 남극과 북극이다. 이 두 지역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남극은 면적이 1,360㎢(한반도의 60배)에 이르는 거대한 대륙으로 지구상의 7대 대륙 중 다섯 번째로 크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눈이 자체 압력으로 단단하게 굳어져 생긴 두께 2㎞에 이르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남극 대륙 표면의 98%가량을 덮고 있다. 남극 대륙에서 오래된 운석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는 오래전 지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천연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북극은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북극해를 말한다. 북극해는 면적이 1,400만㎢로 지중해의 6배이며, 전세계 바다의 3%를 차지한다. 북극은 이 북극해 주변의 바닷물이 얼어서 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해수면 위로 보이는 빙하는 전체 얼음덩어리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적 특징은 두 지역의 기후 조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극과 북극 가운데 어디가 더 추울까? 남극이 훨씬 춥다. 북극은 주변에 있는 바다와 저위도에서 흘러 들어오는 따뜻한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
얼음 덩어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바다에서 상승하는 따뜻한 공기의 흐름으로 겨울에는 최저 영하 30~40℃까지 내려가지만, 여름에는 영상 10℃ 정도로 비교적 따뜻한 편이다. 한편, 남극은 가열과 냉각이 쉽게 이루어지는 지각이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한겨울에 해당하는 8월 말 무렵이면 내륙의 고원 지대에서는 기온이 영하 70℃ 가까이 내려간다고 한다.
역사상 최저 기온은 영하 89℃였다. 또한 북극에는 이뉴잇인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남극에는 연구를 목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들 외에는 원주민이 없다. 남극의 혹한을 견뎌 내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펭귄은 남극에서 볼 수 있고 북극곰은 북극에서만 산다. 왜 펭귄은 남극에서만 살까? 펭귄은 여러 종이 있으며 대부분 남극을 비롯한 남반구에서 살고 있다. 주로 해안가에서 구멍을 파고 사는 펭귄들은 작은 돌 조각들을 이용하여 둥지를 만든다. 빙원에서 구할 수 있는 돌 조각은 태양열을 흡수하거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다.
펭귄이 주로 남극에 살고 있는 이유는 남극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분리되기 전에 서식하던 조류의 일부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현재의 펭귄으로 진화하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북극곰이 북극에만 살게 된 것은 북극이 북반구의 대륙에서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대륙에 살던 곰이 넘어가 살게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유빙을 타고 이동하는 북극곰이 있다고 하니 북극해 주변의 얼음 덩어리는 북극곰의 이동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곰이 얼음 덩어리를 타고 남극 대륙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펭귄 같은 조류는 육지를 따라 이동하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극 대륙으로 이동하기가 더 쉬웠다. 그래서 북극곰은 있지만 남극곰은 없고, 남극 펭귄은 있지만 북극 펭귄은 없는 것이다. 보통 100m 두께의 얼음이 만들어지려면, 1,000년의 긴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남극의 얼음이 되기까지 약 10만 년이 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남극 대륙의 얼음은 전 지구상의 얼음 중 9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두꺼운 얼음층은 지구 기록에 대한 냉동 창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
1988년 서남극의 킹조지 섬에 세운 연구 기관으로 극지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곳에 상주하는 연구원들은 대기·생물·우주·지구·물리·지질·해양 과학 분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