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크루즈. 이전 모델명 라세티 프리미어의 예전 CF를 볼 때면 아쉬움이 들곤 했다. 디자인을 상징하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CF로만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CF를 통해 이 차가 가진 특징을 읽어낼 소비자는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디자인이란 개개인의 취향이 엇갈릴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이를 통해 상품의 특징을 부각하기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어떤 차인가? 동급 모델로서 가장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자랑하는 준중형 세단이다. 물론 최근 CF를 보면 성능 부분을 일부 포함한 CF로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다.
반면 올란도의 CF를 봤을 때는 차의 컨셉이 정확히 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가족 중심의 차량인 미니밴을 구입하며 가족들에게 생색 낸 뒤 혼자 드라이빙을 즐기는 아버지의 모습은 웃음마저 만들어 줬다. 참고로 초기 올란도의 CF와 현재 방영되는 CF 사이에는 작은 변화가 있다. 바로 자막이다. 초기 CF에서는 가족들에게 생색낸 뒤 아버지가 드라이빙을 하는 장면에서 ‘가족은 핑계일 뿐’이라는 자막으로 방영됐다. 현재는 ‘가족은 기본’이라는 자막으로 변경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기 CF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니아적인 성향을 가진 우리네 가장들의 솔직함이 잘 묻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 가장들은 2도어 쿠페 및 스포츠 세단 등을 갈망하면서도 가족을 감안해 일반적인 세단 또는 SUV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가족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모델이 있다면 마니아 적인 성향을 가진 소비자에게 정말 이상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가족은 기본’이라는 자막으로 바뀌면서 다소 뻔한 CF로 변모했지만 올란도의 초기 CF는 정말 신선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적어도 타사 모델과 다른 올란도의 컨셉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올란도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미니밴이긴 하지만 최근 한국GM의 타 상품 대비 우월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이 된 크루즈의 일부 요소들이 가미되긴 했지만 다소 밋밋한 헤드램프 등의 영향으로 전면부 인상이 평이해진 느낌이다. 반면 투톤이 적용된 범퍼 등의 구성은 마음에 든다.
측면부에 대한 불만은 없다. 사이드 미러의 디자인을 비롯해 바디 및 루프라인의 설정 등에서 아쉬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봐왔던 다른 미니밴과 비교한다면 볼륨감은 부족해도 다이내믹한 미니밴으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후면부는 직선을 강조해 다소 투박한 느낌을 보여준다. 램프의 디자인이 아쉽긴 하지만 구성 면에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디자인은 취향에 따른 부분인 만큼 직접적인 평가는 소비자에 의해 내려질 것이다.
인테리어 구성도 한국GM의 다른 차들과 유사하다.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판 등의 느낌은 크루즈와 유사하다. 물론 패널 등의 구성 때문에 조금 다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서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센터페시아 역시 다른 모델들과 유사하다. 사운드 시스템의 디자인 등도 이미 경험한 크루즈와 큰 차이가 없다.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헤드 유닛이 오픈되며 수납공간이 나타난다는 점인데 아이팟 등의 MP3를 연결시킨 뒤 보관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최근 많이 쓰이는 애플의 아이폰(아이팟) 등이 시스템과 연동된다는 점이 좋다. 반면 내비게이션은 한국GM이 빨리 풀어야 할 숙제다.
시트에 대한 불만도 없다. 타 미니밴과는 많이 다른 구성이지만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준다는 측면서 본다면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코너링 등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서 승객을 잘 잡아주고 착석감 또한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2열 공간의 시트도 무난하지만 레그룸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아무래도 주어진 차체 사이즈에서 3열까지 감안한 것이 원인으로 부각된다. 슬라이딩 기능 등을 통해 레그룸 확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만족감이 조금 더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3열은 역시나 형식적인 공간이다. 승하차 역시 쉽지 않다. 타사의 미니밴들과 비교한다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며 이는 3열 공간을 갖춘 일부 SUV들의 구성과 다르지 않다. 평상시 3열 공간은 트렁크로 쓰이게 되는데 화물 적재 공간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
기본적인 구성을 살펴 봤다면 이제 올란도와 함께 달려보자. CF만큼 드라이빙에 대한 만족감을 보여줄지 여부가 관건이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디젤 특유의 엔진 사운드가 실내로 유입된다. 아이들링시 정숙성은 분명 아쉽다. 반면 준중형 세단인 크루즈보다는 정숙성에서 다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보차져 엔진의 영향으로 가속 페달이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조금 두텁게 페달을 터치하면 원하는 만큼의 가속력이 나온다. 서울 시내를 주행하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고 디젤 특유의 두터운 토크의 영향으로 운전이 편했다. 거친 노면서의 반응은 다소 아쉽다. 타사의 미니밴과 달리 서스펜션이 하드한 것이 원인이다. 한국GM은 이차의 컨셉을 일반적인 미니밴이 아닌 다이내믹한 성향을 보여주는 미니밴으로 설정한 것 같다. 이런 셋업이라면 20~30대의 젊은 운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겠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기존 국산차 소비자들은 승차감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지적할 것 같다.
고속화 도로에 오르며 속도를 올린다. 80km/h를 정속주행 하며 느껴지는 정숙성이 만족스럽다. 계측기에서도 이런 장점이 부각되었는데 60dBA 수준이라면 일반적인 세단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크루즈 디젤 대비 약 2dBA 가량 조용한 수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고속 영역으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일정하게 유지되는 토크의 영향으로 부드럽지만 안정적인 가속이 연장된다. 160km/h 이상으로의 도약서는 한계가 느껴지지만 일반적인 주행환경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고속서의 안정감이 마음에 든다. 기존 미니밴들은 출렁거리는 하체의 영향으로 고속 주행시 불안감이 큰 경우가 많다. 고속 도로 주행시 주행 연비는 약 17~18km/L 부근으로 경제성 부분서도 아쉬움을 주지 않았다. 주행시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수치적으로 확인해도 일반적인 세단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본격 테스트를 위해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미니밴과 와인딩 로드…
기본기 확인을 위해 주행안전장치를 해제한 뒤 변속기 모드를 수동으로 전환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시내 주행서도 느꼈지만 가속력 부분에 대한 만족감은 높은 편이다. 계측기를 통해 확인한 0-100km/h 가속 시간도 9.9초 정도로 나타나 성능 좋다는 크루즈 디젤과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입증됐다.
속도계 바늘이 꾸준히 오를 무렵 코너가 다가온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기어 단수를 내리며 코너를 맞을 준비를 한다. 제동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초반 응답성부터 후반까지 일정하게 비례제어 되는 시스템은 역시나 한국GM 모델들의 자랑거리다.
반면 변속기의 반응은 아쉽다. 운전자의 요청 대비 지연 시간이 길다는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동력 전달 부분서 완벽하다는 느낌이 크지 않다는 점도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변속에 의한 쇼크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코너에 들어선다. 바디롤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탄탄한 서스펜션의 성능 덕에 매끄럽게 코너를 돌아나가고 있다. 출력 등을 감안했을 때 서스펜션의 성능은 최상이다.
미니밴으로 이런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니…
물론 승차감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차의 성능 자체를 논한다면 스포츠 세단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235mm급 타이어는 사이즈 대비 아쉬움을 주지만 차의 컨셉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시승차에 적용된 KH25 패턴의 타이어는 성능보다는 4계절에 대한 대응 능력과 내구성을 중시하는 타이어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재가속에 들어간다. 변속 시간이 지루하긴 하지만 가속력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다. 다시금 코너가 다가오고 설레임이 커진다. 과장을 하자면 밸런스 좋은 스포츠카를 타고 있을 때나 생기는 기대감이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기어비가 타이트한 편이지만 운전자 중심의 환경서는 최상의 만족감을 전해준다. 이 부분서 성능 좋다는 크루즈 디젤과 비교해도 아쉬움이 없다. 오리혀 공간 활용성 등을 감안한다면 올란도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무엇보다 최상의 감각이 나온다는 점이 좋다. 이 차를 과연 미니밴이라 불러야 할까?
올란도 CF는 과장이 아니었다. 운전자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드라이빙 성능 좋은 차를 구입하고 싶지만 가족들 때문에 미니밴 또는 SUV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단연 올란도를 추천하고 싶다.
모든 차가 그렇듯 장점과 단점이 교차하지만 올란도는 분명 평균 이상의 점수가 주어져도 부족함이 없다. 반면 다수의 승객을 감안한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스펜션을 조금만 부드럽게 설정해도 좋을 듯 싶다. 조금 부드러워 진다고 해도 올란도의 기본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격 부분서도 큰 불만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차 값이 싸다는 것은 아니지만 높아지고 있는 타모델들의 가격과 비교 시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주행서 10km/L 이상을 무난히 볼 수 있으며 정체구간서도 7km/L 이상을 보여주는 연비 등 경제성에서도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올란도는 최근 젊은 운전자들의 취향과 타협하면서도 경제성을 살려낸 한국GM의 최신 모델이다. 이를 통해 한국GM의 차량 개발 능력에 대한 잠재력을 한번 더 엿봤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한국GM(전 GM대우)의 차량 개발 능력이 그룹 내 회사들 보다 높다는 사실. 특히 섀시 부분의 개발 능력은 유럽산 명차들과 견줘도 아쉽지 않다고 평하고 싶다. 일부 파트에 대한 개선점은 있지만 이런 능력으로 꾸준히 차량을 개발해 나간다면 수년 내 세계적으로도 최상으로 꼽힐 모델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경쟁력 떨어지는 모델 들여와 엠블럼 바꿔 팔기보다 한국GM이 개발한 차량들이 더 많이 출시되기를 희망한다.
오토뷰=김기태 PD (kitaepd@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