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음주례(鄕飮酒禮)
해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술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누구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절주와 단주를 계획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키기는 어렵다.
술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 신입생환영회 때, 직장의 송년회자리등에서 무분별한 음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음주 연령은 점점 낮아져 심각한 청소년 문제가 되고 있으며 여성의 음주 또한 늘어나고, 무분별한 음주문화로 인해 알콜중독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 마라토너들에게도 술은 술은 불가분의 음식이다. 모든 오프라인 모임은 술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번개모임은 (요오기~ 밑에도 있지만) 대부분 술마시자는 모임이다.
술 어떻게 마시고 어떻게 즐겨야 할 것인가?
물론 칼 같이 절제할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차제에 우리 조상들이 음주예절인 향음주례를 살펴보자.
향음주례(鄕飮酒禮)란 향촌의 선지, 유생(儒生)들이 향교나 서원에 모여서 예(禮)로써 주연
(酒宴)을 함께 즐기는 향촌의례(鄕村儀禮)이다. 향음주례는 그 고을 관아의 수령(首領)이 주인이 되고, 학덕과 연륜이 높은 이를 큰 손님으로, 그 밖의 유생(儒生)들을 손님으로 모시고 이루어졌다. 주연을 마치면 사회자가 마을사람들 앞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화목하며, 이웃간에 서로 잘 어울리기를 권장하는 글을 읽었다.
향음주례의 목적은 주인(主人)과 손님 사이의 예절바른 주연(酒宴)을 통하여 연장자를 존중하고, 유덕자를 높이며, 예법(禮法)과 같은 풍속을 일으키는 데 있었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의하면, 해마다 맹동(孟冬)의 길진(吉辰)을 택하여 한성부와 모든 도(道), 주(州), 부(府), 현(縣)의 학당에서 향음주례(鄕飮酒禮)를 행하도록 기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해마다 한차례씩 향사례(鄕謝禮)와 함께 향음주례(鄕飮酒禮)를 행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향교의 큰 공역이 마무리되었을 때, 향촌의 유림을 모아서 향음주례를 베풀었다.
그래서 향음주례는 주로 향교에서 행해지기 마련이었지만, 시기와 지역에 따라서는 향사당(鄕舍堂), 관아(官衙), 서원(書院) 등에서도 행하여졌다.
옛 조상들의 주법의 기본은
첫째, 의복을 단정히 입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마라톤대회 후 흐트러진 복장으로 술을 마시면 이미 주법에 어긋난 것이다. 목욕 혹은 세면이라도 한 후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고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음식을 정갈하게 요리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셋째, 행동이 분명하여 활발하게 걷고 의젓하게 서고 조용히 침묵하는 절도가 있을 것.
넷째, 존경하거나 사양하거나 감사 할 때마다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여 절을 하거나 말을 할 것 등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절도 있는 이런 주볍은 오늘날에도 절실하다. 절주란 몸에 해롭지 않은 주량만큼만 마시자는 것이며 원하지 않는 음주를 강요하지 말고 나 스스로 원치 않는 음주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향음주례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헌빈례(獻賓禮) - 주인이 초대한 손님에게 술을 대접하는 禮
2) 악빈례(樂賓禮) - 초대한 분에게 음악을 들려드리므로 흥취를 더했던 예법
3) 여수례(旅酬禮)-상차림을 준비했던 사람들에게 노고를 위로하고 손님을 배웅하는 예를 갖춤, 여럿이 차례로 잔을 돌리는 예
참고로 술의 나라인 중국에서의 향음주례는 다음과 같다. 음주가 생활화 되어 있는 나라이지만 음주문화는 예상외로 엄격하다. 주사에 대해 관대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술의 도수가 높고 외식할 때 예외없이 술을 마시는 그들의 습관에도 불구하고 만취한 사람은 쉽게 보기 힘들며 대체로 식사 때 큰소리로 떠드는 정도로 그친다. 중국인에는 “술을 마실 때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술에 취해 실수하는 것을 몹시 싫어해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중국의 술 중에는(특히 백주) 50도 이상의 술이 많으므로 한국의 소주 마시듯이 마시면 술이 취하기 쉽다. 그들은 작은 술잔임에도 단숨에 들이켜는 법은 없다. 항음주례에는 여덟번을 나눠 마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로는 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술은 그들에게 목적이 아니라, 말을 끌어내고 말을 열게 하며, 생의 애환을 흥겨움 속에 삭이고자 하는 도구이다.
중국인은 만(滿)을 좋아하여, 술잔이 다 비기 전에 술을 첨잔을 하며, 우리처럼 잔을 돌리는 습관은 없다. 술고래라는 뜻으로 하이량(海量 : 좋은 의미의 술고래)과 지우꾸이(酒鬼 : 나쁜 의미의 술고래)가 있다.
대개의 경우는 쒜이(隨)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술을 마시지만 친한 친구 사이나 호기를 부릴 때는 깐(幹)을 요구하기도 한다. 중국인이 깐! 깐!(乾)을 외치며 술을 권해올 때는 한 번에 다 들이키는 건배의 의미로 중도에 내려 놓으면 실례가 되며 술이 약한 사람의 경우 음주 전 양해를 구해놓는 것이 좋다. 중국인 집을 방문했을 때 일반적으로 차를 대접하나 만약 술을 대접하면 주객의 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의미한다.
연령이 비교적 적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주령(酒令 : 일종의 가위 바위 보 놀이인데 질 경우에는 벌주를 마신다)을 하면서 흥을 돋구어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굉장히 소란스럽다. 술의 소비는 기후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북부지역에서는 도수가 높은 백주가, 남쪽에서는 황주가 많이 소비된다. 추운 동북지역 사람들은 '말술'로 통하기도 한다. 서민들이 많이 마시는 술은 이과두주(二鍋頭, 알콜도수 65도)와 공부가주인데 공부가주는 중국시장 점유율 1위와 가짜가 가장 많은 술 1위를 겸하고 있다.(가상중국체험에서 발췌)
술 많이 마시는 말톤 동무들이 많은데 스스로 하이량(海量 : 좋은 의미의 술고래)인지 지우꾸이(酒鬼 : 나쁜 의미의 술고래)인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글쓴이 정병선 (bschung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