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전남 신안 저수지를 찾은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김종범 소장이 저수지 물가에서 찾아낸 황소개구리는 5~6마리 수준이었다. 1년 전인 2007년 7월엔 수십 마리의 황소개구리가 우글대던 곳이었다. 그물을 던져보니 까맣게 걸려들었던 황소개구리 올챙이 숫자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10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김 소장 등이 연구원으로 참여한 전국 '생태계 교란종 조사' 결과, 전남 신안 저수지의 황소개구리 숫자는 2007년 대비 93%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태계 교란종이란 외국에서 유입돼 생태계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는 야생동식물을 말한다.
토종개구리는 물론 천적인 뱀까지 잡아먹어 생태계를 파괴하던 황소개구리가 왜 신안 저수지에선 전멸에 가깝게 줄었을까. 토종 육식 어종인 가물치가 그 원인이었다고 김 소장은 분석했다. 김 소장은 "그물을 던져 저수지에 사는 어류 등을 파악해보니 10번 그물을 던지면 2번 정도 가물치가 나오더라"며 "가물치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잡아먹어 황소개구리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종민 연구관도 "지난해 신안 저수지에서 총 4차에 걸쳐 시기를 달리해 조사를 했는데 가물치가 함께 그물에 걸려든 것은 가물치가 황소개구리의 천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주민들도 '저수지에 가물치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환경과학원은 전국 다른 하천·저수지에 가물치를 풀어 생태계 교란종을 제거하는 계획엔 신중한 입장이다. 과학원 김명진 생태평가과장은 "육식어종인 가물치는 문제가 되는 황소개구리나 물고기만 골라 잡아먹는 게 아니라 토착어종도 같이 잡아먹어 또 다른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