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12시부터 3시.
1주일 중에서 이처럼 한가롭고 따분한 시간은 없다고 안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12시부터는 어느 집에서나 일요일의 맛있는 점심 식사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끝낸 후, 다음은 낮잠 자는 시간.
아이들도 나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길에서 공을 차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 호된 꾸중을 듣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 때 안톤이 타고 내려온 엘리베이터는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길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차조차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안톤은 망토를 담은 봉지를 흔들면서 도로 끝의 돌 위를 걸어갔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손을 흔들기 위해서 발코니에 서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안톤은 일부러 똑바로 앞만 보고 갔습니다.
'기다리라지. 언제까지나 그렇게 하고 기다리라지! 내가 두 번 다시 살아서는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도 묘지에서 자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조금 불안해졌습니다.
'한 낮에 어떻게 망토를 가지고 공동묘지에 들어가면 좋을까? 또 어떻게 루디거를 초대하면 좋을까? 편지로?'
만일을 위해서 메모지와 연필은 넣어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공동묘지 앞에는 우체통 따위가 있을리 없습니다.
그래도 만일 공동묘지 속에 내려가서 편지를 루디거의 관에 놓는다면, 다른 흡혈귀들이 눈을 뜰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톤의 발걸음은 묘지가 가까워지자, 점점 느려졌습니다.
안톤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꼭 감고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야, 안톤!"
그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구나!"
안톤은 놀라서 눈이 휘둥글해졌습니다.
눈 앞에 우드가 서 있었습니다.
'수다쟁이 아줌마'라는 별명을 가진, 5학년 남자 아이입니다.
"이런 곳에서 물 하고 있니?"
우드는 이렇게 물하며 발을 벌리고 팔짱을 끼고 탁 버티고 섰습니다.
"나는......그냥 여기를 걷고 있었어."
안톤은 중얼거렸습니다.
물론, 이것은 참으로 얼빠진 대답이었습니다.
우드가 이것으로 납득할 리 없었습니다.
'사실을 말해 버릴까? 어쨌거나 우드는 믿지 않을 거야. 믿기는커녕 바보취급을 했다고 생각하고 빨리 종적을 감출지도 모르지.'
"나는......그냥 여기를 걷고 있었어."
우드가 안톤의 말을 흉내내며 심술궂게 싱긋 웃었습니다.
"좀 더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할 수 없겠니? 응?"
"할 수 있지. 이 곳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간다."
안톤은 태연히 말했습니다.
"나도 알고 있는 애니?"
우드가 살피는 듯한 표정으로 무었습니다.
"모를 거야, 너 혹시 흡혈귀를 알고 있니?"
안톤은 빙긋 웃었습니다.
한순간, 우드는 놀란 나머지 대답이 막혔지만 곧 경멸 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흡혈귀라고? 웃기지 마. 영화에 나오는 것 말이지?"
우드는 고개를 흔들며, 환자라도 보는 것처럼 안톤을 가엽다는 듯 뚫어지게 보았습니다.
"냉큼 사라져라."
별안간 우드가 짜증스럽고 화가 난 듯이 소리쳤습니다.
"이 곳에 두 번 다시 오지 마!"
"알았어, 알았으니까 큰 소리 치는 것만은 그만 둬!"
안톤은 말했습니다.
봉지를 흔들고 휘파람을 불면서 안톤은 느긋하게 걸어갔습니다.
우드가 두 살 위지만, 우드에게 자기가 겁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안톤은 묘지의 울타리까지 왔습니다.
울타리가 높았기 때문에, 안톤에게는 저 넘어져 있는 단풍나무의 뾰족한 끝부분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서, 안톤은 멈춰서서 힐끗 뒤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2, 3분이 지났는데도, 역시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톤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묘지의 조용함이 안톤을 감쌌습니다.
흙과 꽃냄새가 납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구나 하고 안톤은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기분나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안심하고 안톤은 자꾸자꾸 걸어갔습니다.
<편안히 잠드소서>라는 색다른 말이 새겨진 십자가나 묘석이 없었다면, 공원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아무와도 만나지 않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렇지만 일요일 낮시간은, 성묘에 딱 알맞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안톤에게는 좋았습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에게 방해밨지 않고 행동할 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안톤은 한가운데 길을 걸어갔습니다.
엄마가 묘지에서 벌초를 할 때에 가끔 따라왔던 곳입니다.
그래서 그 길 끝에 있는 예배당 뒤에서부터는 무덤이 있다는 것을 안톤은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예배당을 보면 언제나 오싹 소름이 끼칩니다.
예배당은 보통 집처럼 지었지만, 창문이 없고 굉장히 큰 철문이 하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건물은 오래되고 낡아 보이지만, 문에는 낡지 않은, 자주 사용된 자물쇠가 달려 있습니다.
사실은, 그것이 가장 기분 나빴습니다.
아무튼 안톤은 그곳을 들어가거나 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한번도 발견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안톤은 싫은 느낌을 가지면서, 예배당을 지나갔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물쇠조차 똑같이 태양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예배당은 텅 비어 있는 걸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도데체 이 곳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틀림없이, 좋지 않은 것들 일거야.'
별안가 안톤은 언젠가 읽은 영안실의 밤 이야기를 생각해 냈습니다.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 어떤 남자가 하룻밤 영안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그 남자는 자기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달빛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갑자기 남자 바로 옆에 있던 관 뚜껑이 움직이며, 그 곳에서......
안톤은 관에서 나오는 장면을 생각하자, 해가 떠 있는데도 등줄기가 섬뜩했습니다.
일초라도 빨리 망토를 건네 주고 묘지를 떠나야겠다고 안톤은 서둘렀습니다.
'이 곳에는 무엇이 방황하고 있을까?'
안톤의 책에서는 흡혈귀뿐만 아니라......흡혈귀는 차라리 해를 끼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반 죽음 상태의 시체같은 것이 나왔습니다.
며칠이나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며 관 뚜껑을 두드렸으나 결국은 힘이 다해 죽은 여자 일을, 안톤은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안톤은 발을 빨리 움직였습니다.
누군가 쿵쿵 두드리며 저쪽으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가능한 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속력을 다해서 달릴 뿐입니다.
어젯밤의 드로테 숙모의 일을, 또다시 안톤은 생각해 냈습니다.
묘지의 길이 깨끗하게 정돈되었고, 울타리는 말쑥하게 손질되어진 곳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예배당 뒤쪽인 이 근처는 풀이 무릎까지 자라 있었고, 안톤은 잡초나 나무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야만 했습니다.
저 먼 곳에 묘지의 울타리가 보였습니다.
저 부근에 그 단풍나무가......
다시 말해서 공동묘지의 입구가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데, 문득 뒤쪽의 자갈길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안톤은 덜컥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쫓아오는 것일까? 예배당에서 나온 그 누구일까?'
그렇지만 다음 순간, 다시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안톤은 결심을 하고 뒤돌아봤습니다.
묘지는 여전히 인기척이 없이 조용했습니다.
'발소리가 들린 건 착각이었나? 어쨌든 이 곳은 너무나 적적해. 그러니까 간단히 이상하게 믿어버리는 거야.'
안톤은 아슬아슬하게 풀에 파묻혀 있던 묘석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습니다.
하트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읽어낼 수 없는 장식적인 문자로, 그 곳에는
<루드비히 폰 슈뢰데슈타인 1803-1850>
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안톤은 놀랐습니다.
만일 이 날짜가 정말이라면, 루디거의 아버지가 죽은지는 백 년이 훨씬 넘은 것입니다.
두세 걸음 앞에, 똑같이 하트모양을 한 돌이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에는
<힐데가르트 폰 슈뢰데슈타인 1804-1894>
라고 씌어 있었고 그 옆에
<빌헬름 폰 슈뢰데슈타인 1780-1848>, <자비네 폰 슈뢰데슈타인 1781-1848>
이라고 씌어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조금 앞에
<드로테 폰 자이펜슈바인 슈뢰데슈타인 1807-1851>
이라고 숙모의 묘석과
<데오도르 폰 슈뢰데슈타인 1790-1852>
이라고 씌어진 숙부의 묘석이 있었습니다.
어느 묘석이나 모두 하트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면 누구라도 놀라겠지라고 안톤은 생각했습니다.
'하트 모양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사랑......'
안톤은 킥킥 웃었습니다.
'게다가, 피...... 하트(심장)가 몸에 피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연호를 비교해 보았을 때, 안톤은 흡혈귀들이 어떤 정해진 순서로, 반드시 1년 사이를 두고 죽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먼저 빌헬름, 자비네, 힐데가르트, 루드비히, 드로테 그리고 데오도르.
'이것은 부부의 한쪽이, 반드시 다른 한쪽을......그렇다면 아이들은? 아이들은 누가? 그리고 아이들의 묘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안톤이 아무리 찾아봐도 보통의 쥐색 돌밖에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른 흡혈귀들의 무덤 옆에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꼬마 흡혈귀와 그의 형제들은, 묘석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슈뢰데슈타인 가(家)는 그들로서 끊어졌기 때문에, 그들에게 정돈된 흡혈귀의 무덤 따위를 만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에 틀림없을 거야.'
안톤이 계속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바로 옆의 수풀 속에서 바삭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뒤돌아본 순간, 우드의 히죽히죽 웃고 있는 얼굴과 딱 마주쳤습니다.
"너구나!"
잠깐 사이여서 안톤에게는 그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때, 놀랐지?"
우드가 자신만만한 듯한 웃음을 띠며, 수풀 속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그처럼 물끄러미 쳐다보는 거니? 내가 유령 같아?"
"저, 나는, 나는 그냥......"
"유령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렇지?"
우드가 소리치며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습니다.
"아냐, 친군가 하고 생각했어.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오지 않아서."
'우드가 이 말을 믿을까?'
당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톤에게는 이 이상 훌륭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흐응, 그렇겠군! 그것을 나에게 믿으라고 말하는 거야? 너 나를 무시하는 거지, 그렇지?"
우드는 안톤의 턱을 붙잡더니 천천히 밀어 버렸습니다.
"아파!"
안톤은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우드는 더욱 힘을 주어서 밀 뿐이었습니다.
"알았겠지? 이게 벌이다. 자, 자백해봐! 여기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었지?"
우드가 심술궂게 웃었습니다.
"나, 나는 거짓말 따윈 하지 않아. 정말로 여기서 친구와 만나기로 했단 말야."
"그렇다면 그 친구 이름이 뭐냐?"
"루디거야, 루디거 폰 슈뢰데슈타인."
우드의 얼굴에 또다시 안타까운 듯한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 너희들 둘이 묘지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지?"
안톤은 당황하며 생각했습니다.
'공동 묘지에 대해서는 죽더라도 말할 수 없어. 우드라면 전부 폭로해 버릴 꺼야. 그렇게 되면 흡혈귀들은 끝장이다!'
"둘이, 둘이서 흡혈귀의 무덤을 찾아보려고 했어."
결국 안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흡혈귀의 무덤이라고! 에이, 시시해!"
우드가 말하며 하품을 해 보였습니다.
"그런 얘기가 아니고, 옛날에 루디거의 집에는 흡혈귀가 있었다는 거야."
"뭐라고?"
우드가 큰소리를 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도 재미있어하지 않았습니다.
"흡혈귀의 무덤은 어떤 표시로 알 수 있대."
안톤이 말했습니다.
이 말에는 우드도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표시로?"
우드가 표정을 바꾸며 물었습니다.
"그건 묘석이야."
"어떻게 묘석으로 알 수 있다는 거니?"
"그것은 말야...... 흡혈귀의 묘석이 하트 모양을 하고 있으니까."
안톤은 소리를 죽이고, 의미 있는 것처럼 주위를 빙 둘러보았습니다.
"하트 모양?"
"잘 모르겠니? 심장......다시 말하면 피라는 얘기야."
우드가 불쾌한 듯이 입 언저리를 삐죽거렸습니다.
"바보같은 소리. 온 묘지를 다 찾아봐도, 하트 모양의 무덤 같은 것은 찾아낼 수 없어."
안톤은 우스워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습니다.
"모르겠어, 그런 것은. 그리고 찾는 것도 그저......"
안톤은 킥킥 웃었습니다.
"그럼 너는 왜 혼자서 찾는 거지?"
우드가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단 말야."
일단은 성공. 안톤은 우드의 흥미를 묘석 쪽으로 돌리게 할 수 있었습니다.
우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어쩐지 불안하게 걷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어쨌든 우드는 그 쪽에 완전히 정신을 뺏겨 버린 것 같았습니다.
"둘이서 내기 할까?"
갑자기 우드가 물었습니다.
"흡혈귀의 묘석을 발견하면 너에게 3마르크, 발견하지 못한다면 내게 4마르크 주는 거다."
"왜 너는 4마르크이고, 나는 3마르크 밖에 받지 못한다는 거야?"
안톤은 화가 울컥 치밀어서 외쳤습니다.
우드가 5학년인 것을 내세우는 듯이 거만하게 웃었습니다.
"왜냐고? 네 3마르크는 내 4마르크에 해당되니까 그렇지."
"그건 너무해. 내가 진다면 4마르크를 줘야 하잖아."
"너는 질 거라고 말하는 거지?"
"저, 잘 모르지만......"
안톤은 저도 모르게 자신만만한 웃음을 띠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시작하자. 지금부터 찾는 거다. 너는 그 쪽이고, 나는 이 쪽이다."
우드가 명령했습니다.
안톤이 예배당 쪽으로 아직 두세 걸음밖에 가지 않았는데, 우드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톤, 빨리 와 봐. 찾았다!"
"정말?"
안톤은 깜짝 놀란 얼굴을 해 보였습니다.
우드는 완전히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찾았다!'라고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릅니다.
"하트 모양의 묘석이야. 봐, 여기에 뭔가 씌여있어. 루드비히 폰 슈뢰데슈타인 1803-1850, 힐데가르트 폰 슈뢰데슈타인 1804-1849."
"야, 네 친구도 슈뢰데슈타인이라고 하지 않았니?"
안톤은 될 수 있는 한 ,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래."
라고 말하며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우드가 그 때, 또다시 남은 흡혈귀의 묘석을 발견했습니다.
"여기도!"
우드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습니다.
"자비네, 빌헬름...... 그리고 저 쪽에, 아니! 드로테 폰 슈뢰데슈타인(부서진 돌) 자이펜슈바인(비누돼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름 들어 본 적 있니?"
우드가 웃었습니다.
안톤도 함께 웃었습니다.
그런 뒤, 우드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훨씬 전에 죽었잖아. 너는 아직도 이 사람들이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는 거니?"
"너는 흡혈귀에 대해서 믿지 않는 것 같은데?"
안톤은 빙긋 웃었습니다.
"그래, 흡혈귀 그 자체. 하지만 묘석은......"
우드가 중얼거리고 나서 한숨을 돌렸습니다.
"야, 너는 네 친구도 흡혈귀라고 말했지? 어때, 정말 그렇니?"
안톤은 킥킥 웃었습니다.
"네가 흡혈귀에 대해서 믿지 않으면 얘기는 귀찮아져."
"믿을지도 모르지만, 만일 믿지 않는다면, 네 친구를 나에게 보여서 납득시켜주면 좋겠어."
"지금? 흡혈귀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진 일어나지 않아. 지금은 자고 있어."
안톤은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그렇면 왜, 그 녀석과 만나기로 했다고 그랬지?"
"아무렇게나 말해 본 거야."
안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습니다.
우드는 기가 막혔는지, 한동안 멍하니 안톤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분노에 찬 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너...... 이 바보 녀석! 너 흡혈귀와 함께 빨리 꺼져버려! 아휴, 시시해."
"그렇지만 너는 흡혈귀를 믿지 않았잖아."
안톤은 웃었습니다.
"내가? 나도 믿어!"
우드가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안톤은 싱글싱글 웃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이제 간다!"
우드는 큰 소리로 외치며 휙 방향을 바꾸어 모습을 감췄습니다.
그 순간, 안톤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수요일에 루디거가 아니라 우드를 부른다면......그것도 우드가 아닌 루디거로서 말야......참으로 훌륭한 생각이다. 아빠와 엄마는 눈치채지 못할 거야. 둘다, 아직 루디거와는 만난 적이 없으니까!'
"우드!"
안톤은 힘껏 외치며 우드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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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1st 꼬마 흡혈귀의 비밀 데이트 [6] -상급생 우드와 하트 모양의 묘석-
피브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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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5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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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