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산 전체가 불붙는듯 단풍으로 가득한 곳, 옛부터 산삼이 많이 나는곳이며 부정한 사람이 출입하면 화를 입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산이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골이 깊고 산세가 자뭇 웅장하다. 만만히 보고 다가갔다 흠씬 비지땀을 흘려야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보령호가 담수를 시작하면서 산 끝자락이 잠겼고, 만산홍엽의 그림자가 비친 호수와 어울린 모습이 황홀경에 빠져들도록 아름답다.
미산면 용수리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도화담에서 부터 솟아오른 봉우리가 풍계리와 용수리에 걸쳐 있다. 북쪽은 부여군 외산면과 지경을 이룬다. 아미산에는 백제때 창건된 중대암이 있고 인근에는 영천이라는 약수가 있다.
산행 길잡이
아미산은 충남 보령시 미산면과 부여군 내산면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보령시 관광명소로 떠오른 보령호 동쪽에 위치한 아미산은 아직은 이 지역 등산인들만 찾고 있을 뿐 외지인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산은 지난 98년 보령댐 완공과 함께 보령호반을 한 바퀴 도는 도로가 생기면서 등산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부정한 사람이 오르면 화를 입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산 아래 용수리에는 충남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용암영당과 수현사가 있다. 본래 있었던 자리가 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윗자락으로 옮겨진 용암영당은 고려 말 명신 이제현을 모신 사당이다. 용암영당은 약 250년 전에 건립됐는데, 이 때 마당에 심었다는 밑둥 둘레 5m나 되는 은행나무도 볼거리다. 수현사도 고려 말 명신 염제신과 염국보를 봉안한 사당이다.
이외에 산길에서는 고찰인 중대암과 상대암의 마애불, 도화담약수와 함께 보령 2대 약수로 치는 영천약수와 만나게 된다. 중대암과 상대암은 신라 헌강왕 4년(879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이 중대암을 창건하면서 산이름을 아미산으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후 고려 숙종 21년에 중수하면서 남쪽과 서쪽에다 지장암과 미타암을 더 지었으나,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침입으로 모두 전소됐다고 한다. 이때 인근 주민들이 중대암 계곡으로 피난했는데, 사찰이 불타면서 왜군들로부터 피해를 보아 계곡 이름을 적시골이라 지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조 중종 17년(1522년)에 김기, 최삼오 등 두 선사가 중건했고, 1988년 전통 보존 사찰로 지정된 중대암과 상대암의 현재 건물들은 지난 1996년에 새로 지은 것들이다.
아미산 산행 기점은 미산파출소가 있는 도화담리(40번 국도 상)에서 617번 지방도를 따라 약 4km 남하한 지점의 중대교를 건너기 전 중대암 입구다. 중대교 앞에서 왼쪽 적시골로 들어가 5분 거리에 이르면 주차장 차단기가 있다. 주차장을 지나 13분 올라가면 산세에 비해 수량이 많음을 말해주듯 4m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에서 10분 올라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 7~8분 더 올라가면 중대암에 닿는다.
중대암에서는 수차례 재건축되며 단청까지 칠한 대웅전보다는 아래쪽 옛 농가 같은 요사채 건물이 더 운치 있다. 중대암이 오래 전에 생긴 사찰임을 증명하는 것은 남쪽 40m 거리에 있는 이끼 낀 부도 3기가 말해줄 뿐이다. 중대암에서 숲속 가파른 길을 따라 계곡을 뒤덮은 너덜 같은 돌밭길로 25분 오르면 10m 절벽 아래 석간수인 영천약수에 닿는다. 약수가 나오는 바위벽 아래에 수백 년 전에 세운 '영천(靈泉)' 비석이 세워져 있다.
영천약수에서 가파른 바윗길로 15분 더 오르면 상대암이다. 상대암서부터 서쪽 아래로 보령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상대암에서 남쪽 사면을 횡단하듯 이어지는 길로 법당 앞을 지나면 정면으로 높이 20m 절벽면에 조각된 마애불상이 마주보인다. 조각 높이가 4m 가량 되는 마애불은 수백 년 전 작품으로 여겨질 뿐, 확실한 연대는 알 길이 없다.
마애불 아래에서 남족 지능선으로 발길을 옮겨 8분 올라가면 아미산 주능선인 남릉 안부 공터에 닿는다. 공터에서 정상 방면 남릉을 타고 약 100m 올라가면 기암괴석들이 석문처럼 도열한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기도터인 듯 너럭바위도 있는 기암지대를 지나 10분 더 오르면 공터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장군봉을 밟는다. 장군봉에서 내리막 능선길로 25분 거리인 숲에 덮인 581.4m봉을 지나 5분 더 내려서면 거문골 상단부인 안부에 닿는다. 유난히 엄나무가 많이 보이는 오르막 능선을 타고 20분 더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터지는 정상이다.
허리 높이 케언이 있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북서쪽으로는 도화담리 분지 뒤로 옥마산이 보이고, 북으로는 만수산과 성수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북동으로는 청양 방면 감봉산(465.5m), 월하산(425.5m), 축융봉(455.4m)이 파도인 듯 일렁이고, 멀리로 칠갑산이 가물거린다. 동으로는 반교리 분지 너머로 부여 방면인 내산면 야산들이 겹겹이 보이고, 남동으로는 월명산(544m) 줄기 뒤로 홍산 방면 야산 능선들이 너울거린다. 남으로는 장군봉 오른쪽 아래로 거울 같은 보령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보령호 오른쪽으로는 금강암을 품고 있는 양각산(464.9m)이 하늘금을 이룬다.
하산은 북서릉을 타고 내린다. 15분 내려서면 보령호 건너 풍계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가 있다.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숲속 능선길을 따라 35분 거리에 이르면 뱀그물이 나온다. 이어 3분 더 내려가면 무덤 앞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계속 북서릉을 타고 40분 내려서면 도화담교에 닿는다. 또는 북서릉 무덤 앞 삼거리에서 왼쪽 지계곡으로 내려가 617번 지방도 변인 새뜸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다.
중대교를 출발해 적시골~중대암~상대암~장군봉~581.4m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북서릉~무덤 삼거리를 경유해 도화담교, 또는 새뜸으로 하산하는 산행거리는 약 7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