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 둘러앉아 정신없이 굴을 까먹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굴을 다른 한 손에 작은 굴까기용 칼을 들고 굴을 까먹기 시작하는데 능숙한 요리사들의 손놀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놀림이 느린 나는 요리사들이 세개 까먹을 때 한 개밖에 못 까먹고 있었다. 이런 억울할 데가.
장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굴 마을이 있다. 정남진(서울에서 정남쪽에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으로 불리는 이 마을은 주민 전체가 굴로 한철을 생활한다. 굴 구이집에서 만난 주인아저씨에게 “양식 굴이 참 좋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아저씨는 굴 꾸러미를 풀면서 목소리를 깔았다.
“우리 동네서 그런 소리하면 맞아죽지라~.” 자세히 살펴봤더니 자연산 굴이었다. 이렇게 큰 자연산 굴은 듣도 보도 못했다. 주인아저씨는 박정희 시절 뻘에 갖다 놓은 콘크리트 축조물에서 굴들이 붙어 자생하게 되었다며 이 마을 자연산 굴의 유래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다.
썰물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허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굴을 캐러 가는데 그 구역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
이 마을은 굴구이가 유명하다. 겨우내 캔 자연산 굴을 가지고 굴구이 영업을 하는데 흙으로 쌓은 화덕에 참나무 장작을 넣어 굴을 굽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자연산 굴만 먹어도 맛있을진대 참나무로 구우니 굴에 참나무 향이 배어 감칠맛을 더했다. 둥그렇게 마련된 화덕에 참나무를 넣고 불을 붙인 다음 그 위에 쇠망을 놓고 굴을 올려놓으면 굴껍데기가 불에 달아 탁탁 하는 소리를 내며 익는다. 깜짝깜짝 놀라면서 굴을 까먹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소주를 곁들이면 술술 넘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editor’s note 자연산 굴은 씨알이 작아 보통 껍데기를 깐 상태로 거래가 되는데 이토록 씨알이 굵은 자연산 굴이 채취된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굴의 크기가 양식산과 버금갈 정도로 크기 때문에 석화로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
chef’s advice “정남진 자연산 굴은 크기가 크고 맛이 좋은 편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훌륭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일정한 크기의 선별과 안전한 유통이다. 레스토랑에서 손님에게 내려면 일정한 크기의 석화가 필요하다.” 레오 강
best spot 정남진 남포 석화구이 자연산 굴을 구이로 먹을 수 있는 집. 커다란 자연산 굴을 참나무에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2만원이면 그물망으로 한가득 자연산 굴을 가져다준다. 택배로 서울까지 배달도 가능하다. 061-863-6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