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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하공고 이야기 시즌1] #6 일진
주) 일진 : 인도 간디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의 비폭력 평화주의에 입각하여 브하공고에서는
싸움실력과는 상관없이 대식가, 즉 가장 잘먹는 학생이 일진이다.
$ 브하 공업고등학교 - 6. $
무더운 여름날 금요일 아침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막이 집에서는 아침마다 시끌 벅적이다.
밤늦게까지 '보글보글' 오락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자는 두막이를 깨우는 엄마 소다여사의 속은 '부글부글' 이다.
초등학생 여동생 대야공주는 이미 아침을 먹은후 학교에 갔건만, 공고생인 두막이는 이제야 옷을 부랴부랴
갈아입고 씻는둥 마는둥 하고 가방을 메고 나선다. 배가 살짝 고파오기 시작했지만 아침 먹을 시간도 없고
이미 식탁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이다. 뭔가 아쉬운 두막이는 주방을 살피다가 식탁 아래 큰 그릇에 있는
콘푸레이크를 발견한 후 기쁜 마음으로 그것들을 싹 주머니에 털어 넣는다. 원래 늦잠을 자는 두막에게 아침을
절대 챙겨주지 않는 엄마였지만 오늘은 왠지 자기를 위해 간식을 챙겨주었다는 생각에 두막은 기분이 마냥
좋았다. 집 밖에 나서자 마자 한 웅큼을 입안에 털어넣고 2층에서 청소하고 있는 소다엄마를 향해 두 손으로
큼지막한 하트를 날려드렸다. 그걸 본 소다 여사는 두막이 또 돈을 달라는 얘기인 줄 알고 창문을 힘껏 닫아
버린다. 언제나 그랬듯 시스템처럼 창문을 통해 이뤄지는 일이기에 ' 시스템 창호 ' 라고 불리운다.
집 근처에 사는 공구 잘하는 술뱅이도 오늘은 왠일로 늦잠을 잤던건지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쳤다. 두막이는
냉큼 주머니에서 한 주먹 콘푸레이크를 술뱅이에게 건넨다. " 어... 이거 새로운 맛이네. 고기맛도 난다. 와 ~ "
술뱅이도 아침을 안 먹은지라 오도독 오도독 입이 마냥 행복했다. " 거봐. 내가 말했지. 너네 엄마가 널 미워
하는게 아니라니깐...울 엄마처럼... 하하하" 라는 술뱅이 얘기에 두막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둘은 버스에 올라탄 후 학교를 향해 가뿐한 마음으로 금요일의 오전 등교길에 나섰다.
그 시간 소다 여사는 미싱방에서 정리를 하던 중 1층에서 고양이 나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내려왔다.
나미가 밥그릇 앞에서 계속 울고 있던 것이었다. 소다 여사는 " 아니... 얘가 밥을 다먹고 또 달라하는건가 ?
밥그릇을 바꿔줬더니 잘 먹는건가? " 의아해 하며 할 수 없이 사료푸대에서 사료를 한 줌 빈 그릇에 내려놓았다.
오두막. 브하공고 3학년 일진 No. 1. 대식가로서 공고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모친 소다여사는 2학년때 육성회장
출신으로 학교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며, 현재는 단여사(단짝)에게 자리를 내어준 상태이다. 두막이와 이슬이의
엄마들이 서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것은 사연이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두막이가 중학교 시절 옆 동네에
사는 이슬이의 남동생 이룰이가 미용실을 혼자 가던 길에 두막이의 꼬드김에 넘어가 달고나에 미용실 갈 돈을 탕진한후
이룰이 집 앞 놀이터에서 두막이가 가위로 머리를 잘라 주었고, 그 이후로 이룰이의 머리는 항상 불규칙하게만 자라서
더벅머리 상태로 되어버렸던 일이 발생하였다, 그 일이 있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막이 집에 놀러온 이슬이가 화로에
불을 피우다가 바닥 잔디를 홀라당 태워먹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래는 최근 육성회 어머니 모임 식사자리에서 이슬이의 성적이 계속 중위권에 머무르는걸 속상해 하던
단여사와 소다여사의 실제 대화이다.
단여사 :
" 이슬이 성적이 어중띠네요..
잘하든가 아예 못하든가..
그래야 포기를 하던가 관심을 쏟던가 할텐데..
교장선생님 좀
찾아가야겠어요~~~!!
봉투 좀 들이밀며
요즘 하위권 오땡땡과 자주어울리는거 같아 성적이 안좋은거 같다고.. "
소다여사 :
"어머나. 이슬이 어머니!
지금 우리 두막이를 디스하신건가요??
공구 좀 못한다고 이렇게
무시하심 안되죠!!! "
단여사 :
" 두막이 어머니..
사실..말이야 바른
말이죠~~~
두막이가 하위권 맞잖아요!
제가 틀린말 했어요?
물론 큰입이랑 닉만큼 최하위권은 아니지만
다 거기서 거기
아니에요?
우리 이슬이는 노력을 안해서 그렇지 타고난 천재라구요!
조금만 하면 빌더 제치는건 일도 아니죠~~~~ "
이때 맨 끝에 조용히 앉아있던 매들란 이모가 한숨쉬며 혼잣말로 내뱉는다.
" 공구 좀 못해도 애들이 학교나 나오니 얼마나 다행예요 우리애는 학교를 안나와요 "
그 옆자리에 학교근처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보석여사(보석어뭉)도 비틀이(비틀매니아)를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비틀이는 송해선생님 팬클럽 회장으로 전국노래자랑 투어를 따라 다니느라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3년 개근상이라도 받기위해 열심히 학교다니는 닉과는 달리 르느와르여사는 오늘도 육성회에 나오지 않았다.
닉이 꼴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이유였고, 집에서 커튼을 만드느라 바쁘기도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일이 커지기전에 겨우 반장엄마 젬마리 여사의 중재로 진정은 되었지만 그 갈등의 끝은 결코 짧지않을듯 하다.
여기서 잠깐 육성회 어머니회의 주요 간부들을 살펴본다. 전 육성회장이자 Cafe Soda를 운영하는 소다여사,
유명 의상 디자이너 출신인 대형 의류샾 대표 부회장 젬마리 여사, 현 육성회장으로 토마토,도토리 농장과 초대형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 단여사, 강원도 교육청 장학사 박비체여사, 광명 두부공장 사장 두부맘여사(전학생 복탱의 모친),
벌목 & 텃밭 사업가인 모험가 여사 (제하의 모친) , 국내에서 블럭을 대량 생산,공급하고 있는 블럭공장 대표 옐 여사
(강이(깡)의 모친) 등등으로 사회에서 쟁쟁한 역할과 사업체 운영을 하고 있는 어머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은기.(은하성아빠 *기) 브하공고 3학년 일진 No.2. 밤늦게까지 쉬지않고 먹는 대식가이다.
은기는 요즘에도 거울을 보면 속상해한다. 어릴적 부터 친구들보다 얼굴이 훨씬 나이 들어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얼굴을 어려보이게 하기 위해 머리를 쭉쭉 내리던 중 문득 가방속에
담배가 떨어졌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 아~~차, 오늘 담배사는 날이구나' 라고 생각한 은기는 다시 머리에 젤을 바른후 정확히 2 :8 가르마를 나눈후 포마드
기름을 바르기 시작했다. ' 이럴때 만큼은 얼굴이 쓸만하군' 속으로 위안을 얻은 은기는 거실로 나가다가 엄마 은하성
여사와 마주친다. 순간 은하성 여사는 뒷걸음질을 쳤다. ' 누구세요 ?' 라고 물어볼 뻔 했기 때문이다. " 엄마, 왜
그래요 ? 학교 다녀올께요 " 라고 은기가 인사하자 "아... 네에" 라고 대답했다. " 아니, 엄마. 아들한테 네.. 가 무슨
말이에요 ? 엄마마저 그럼 어떻하라구... 히잉 " 은기는 투덜거리며 대문밖으로 나섰다. 그렇다. 은하성여사와 은기가
마트에서나 외출 했을때 주위 사람들이 정확하게 콕 찝어서 은기가 8살 많아보인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던 것이다.
은하성 여사는 공고 어머니 육성회에서 가장 젊은 미모의 3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더욱 은기와 어색한 모자사이가
되었으며, 지난 번 송어낚시터에서는 르느와르여사를 쏙 빼닮은 한 꼬마 여자아이가 은기한테 " He is Old " 라는
말까지 들어서 큰 충격을 받았던 터였다. 하지만, 은기는 반 학생들 중 미성년자로서는 유일하게 자신만이
담배를 살 수 있다는 기분에 절로 휘파람을 불며 동네 친구들 다온이, 강이와 함께 학교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 중에서 강이는 모친의 회사를 물려받아서 경영할 계획으로 지금도 옐 여사와 함께 어려운 친구들 집에 블럭을 저가에
공급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강이의 집안은 온통 레고 블럭 타일로 뒤덮혀 있다고 한다. 옐 여사가 브하공고의
증축 공사때에 블럭과 토사 공급을 원활하게 도와주어서 강이는 문선생의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걸 조금도 부러워하진 않는다고 한다.
다온이 모친의 성함은 다온가 자유의 여신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자녀 여사 (다온가 안주인)라고 부른다.
1학기가 끝나가던 어느 날, 진학 상담 이실장에게서 연락을 받고 학교에 방문한 다자녀 여사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다온이가 목공, 조경등에서는 그다지 성적이 좋진 않아서 목공 전문 공대에는 진학을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실장은 다온이가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한 한 과목이 있다고 한다. 진학 상담을 맡은 20년 동안 이런 학생은
처음이라는 얘기를 들려주며 결국 진로를 이 쪽을 택해야만 하지 않겠냐고 설명을 하였다. 다자녀 여사는 조심히 물었다.
" 저 그런데 그건 무슨 과목인가요 ? " 이실장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쓰윽 밀어 올리면서 대답하길 " 아~네. 그건...
도배 과목입니다. 이렇게 도배 한 과목에서만 두각을 나타낸건 쫌 놀랍네요. 하하하 " " 네? 도배요 ? 아... 네..."
" 그럼 어느 대학을 갈 수 있을까요? " 여사가 걱정스레 물었다. " 전국에 도배학과는 단 한 군데밖에 없어요. 물론...
수도권에는 없구요. 저 부산 바닷가에 있는 해운대 도배학과 하나뿐입니다. 송지효씨가 여길 졸업한후 성공한 케이스에
속하지요. 다행히 다온이는 바다를 좋아해서 거기라도 진학을 하겠다는 군요. 한 번 다온이와 잘 의논해보시지요. "
이실장이 말했다. 다자녀 여사는 아들을 집에서 먼 곳으로 보내야만 한다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아들의 적성에 가장
맞는다는 얘기에 긴 한숨만을 내쉬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보자. 일. 진. 여느 학교와는 다르게 브하 공고의 일진은 주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순수하게
많이 먹는 아이가 일진이었던 것이다. 다들 눈치를 채셨겠지만 일진 3인방 중 한 명이 남았으니 바로 .........................
7편에서 만나보실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