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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은하계의 관측의 역사
솔직히 필자처럼 주로 도시에서만 산 사람들은 하늘위로 펼쳐진 은하수를 잘 볼수가 없다. 그러나 어쩌다가 은하수를 볼때면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곤 한다. 은하수는 육안으로도 워낙 잘 보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많은 신화의 대상이었다.
(은하수의 360도 파노라마 사진, 이렇게 보면 정말 강 같기도 하다. 출처 : http://www.digitalskyllc.com
저자 : Digital Sky LLC, CCL 에 따라 복사, 저자 명시, 동일 조건하 복사 허용)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한 은하계. 2007년 올해의 사진 후보였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우리 나라에서 은하수는 미리내 혹은 한자로 銀河水 라고 불렀는데 하늘의 강이란 뜻이다. (天江, 天河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밤하늘을 강처럼 흐른다는 뜻에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하늘을 흐르는 별의 강이라니 옛날 사람들도 꽤나 운치가 있었던 것 같다. 비록 그 실체는 잘 몰랐겠지만 말이다.
우리 나라의 옛 신화에서는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는 하늘의 강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들의 딱한 사랑을 안타깝게 여긴 까마귀들이 일년에 한번, 7월 7일 오작교란 다리를 놓아 이들이 회포를 풀수 있게 해준다는 낭만적인 전설이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 은하수의 정체가 모유라고 한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알크메네 사이에서 아들 헤라클레스를 얻었다. 그런데 제우스는 이 아이에게 아내 헤라의 젖을 먹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아이가 신과 같은 힘을 얻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헤라가 잠든 사이 모유를 몰래 먹이는데, 당연히 이 기색을 눈치채고 헤라가 깜짝놀라게 된다. 왠 처음보는 아기가 자신의 젖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감짝 놀란 헤라는 이 아이를 밀쳐내고 그 순간 헤라의 젖이 하늘에 뿌려지니 이것이 Milky way 라는 것이다.
(Jacopo Tintoretto 의 은하수의 탄생 : The work of art depicted in this image and the reproduction thereof are in the public domain worldwide)
이렇듯 오래전부터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는 여러가지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이 발전하면서 은하수는 영원히 신화의 영역에만 머물수는 없었다.
사실 은하수가 작은 별들의 집합이라는 생각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문헌상의 기록에 의하면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투스 (Democritus : BC 450 - 370) 는 이 은하수가 멀리 떨어진 별들의 집합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은하수가 상층 대기에서의 별들의 연소가 이 은하수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관측 결과에서 나온 이론이 아니라 그의 다른 과학 이론 처럼 단지 생각에서 나온 이론일 뿐이었다.
은하수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이론 중 하나는 아랍의 천문학자 알하젠 (Alhazen : 965-1037 A.D. ) 에 의해 나왔는데, 그는 은하수의 연주 시차가 없는 것을 보고 이 은하수가 지구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가 육안 관측으로는 한계였을 것이다. 비록 일부 눈이 좋은 아랍 천문학자들 역시 이 은하수가 무수한 별들의 집합체라는 주장을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은하수가 별들의 바다라는 망원경 관측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1610년 갈릴레이에 의해 최초로 이루어졌다. 이후 한동안 천문학에서 관측은 답보 상태이긴 했지만 꾸준히 발전하기 시작해서 18세기에는 더 좋은 망원경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관측 결과들을 토대로 1750년에는 영국의 토마스 라이트 (Thomas Wright) 가 은하계는 거대한 별들의 회전하는 집합체이며 이들이 중력에 의해 서로 묶여있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1755년에는 철학자 칸트가 이 이론을 좀더 보강했다.
1785년에는 당시의 가장 뛰어난 천문학자인 윌리엄 허셜 (William Herschel) 이 아마 최초의 은하지도라고 할 만한 것을 완성했다. 그는 당시의 초보적인 망원경을 이용해 최대한 상세히 관측한 다음 하나하나씩 별의 숫자를 세고 은하계의 지도를 그렸다.
그가 뛰어난 관측자임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망원경의 성능 때문에 은하계는 수천개에 불과한 별로 이루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지구를 중심으로 관측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태양계가 한가운데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우물안의 개구리가 머리 위로 보이는 것이 하늘의 전부라 생각하듯, 지구 근처의 별들이 은하계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윌리엄 허셜의 최초의 은하지도, This image (or other media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s copyright has expired)
이후 망원경의 성능이 계속해서 진보됨에 따라 천문학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18-19세기 이후의 산업혁명은 기계의 성능을 크게 진보시켰기 때문에 이 시기를 거치면서 천문학은 극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 은하계의 모습이 어떠한지 알기는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바로 우리 은하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서 멀리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의 경우에는 나선 은하의 모습을 오래전 부터 쉽게 관측하여 확인할 수 있었지만, 우리 은하의 경우 우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전체의 모습을 알수가 없었다. 마치 우리가 달이나 태양의 모습은 쉽게 구형이란 것을 알아도 우리가 사는 지구는 오랬동안 평평한지 알았던 것과 유사하다.
심지어 1920년 천문학자 캅테인 (Kapteyn) 이 발표한 우리 은하의 모습은 마치 구형의 은하이면서 그 중심 가까이엔 태양계가 있었다. 사실 우리 은하의 모습이 현재와 같은 나선은하라는 것은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확실해 졌다.
한편 1920년대에는 앞서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설명했듯이 대논쟁이 있었다. 그것은 안드로메다를 비롯한 천체들이 우리 은하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는냐의 논쟁이었다. 여기서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내고, 적어도 그 거리가 90만 광년임을 밝히므로써 논쟁은 끝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관측들의 결과로 우리 은하는 우주 존재하는 수많은 나선 은하 중 하나로 밝혀지게 된다.
2. 우리 은하계의 일반적 특징
우리 은하계의 분류
우리 은하는 막대 나선은하로 일단 허블의 은하 분류에 의하면 SBb/c 형의 은하에 속한다. (중심에 막대가 존재하고 나선팔이 느슨히 감긴 형태의 은하임)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1990년대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 이후 일종의 막대 나선 은하라는 것이 의심되었으며, 2005년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 은하 중심이 공모양의 구조가 아니라 막대모양으로 이전에 생각하는 것 보다 크다는 것이 확실시 되었다. (막대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공처럼 보일 수도 있음)
즉 과거에는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정상 나선 은하로 Sb 형으로 생각하여 중심부가 공모양이고 나선처럼 휘감긴 모양으로 생각했으나 지금은 SBb/c 형으로 생각된 것이다. (SBb 형이나 SBbc 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음 )이 일화는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의 모습을 알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구의 경우 구조가 그냥 구형인데다, 우주 공간에서 사진을 찍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은하계는 그게 안되고, 은하에 비해 우리가 너무 작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 구조를 알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옛날 책에는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Sb 형으로 잘못 기술된 경우들이 있다)
(허블에 의한 은하 분류표 (Hubble sequence) :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 Sb 형의 정상 나선 은하라는 것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우리 은하계 : Milky Way Galaxy) 의 컨셉 아트. 중심부가 막대 모양으로 생긴 막대 나선 은하라는 점을 주목하자. 2005년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로 보다 확실해진 사실이다. 지구에서 보면 이 막대는 약 44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원형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우리 은하계의 크기
일단 우리 은하계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 사실 이건 매우 쉬워 보이는 질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10만 광년 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그러나 실제로는 이건 매우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일단 은하계의 별들이 있는 원판 부분 (Stellar disk) 의 크기는 대략 10만 광년 (9.5×1017km) 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일단 눈에 보이는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면 우리 은하계 중심의 막대 부분은 (과거 책에는 지름 1만 6천 광년 크기의 구형이라고 되어 있다) 이전에 생각하는 것 보다 더 큰 크기로 약 2만 7천 광년의 길이를 가진 굵은 막대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약 7 - 10만 광년 크기의 지름을 가진 별들이 모인 원판 부분인 Stellar disk 가 존재한다. 원판의 별들이 주로 있는 부위의 두께는 약 1000광년 정도인데, 이 지름 10만 광년, 두께 1000 광년의에 몰려 있는 별들은 위에서 보면 꼬인 나선처럼 분포하고 있다. 이 나선팔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한다.
그러나 이 1000 광년 두께 원판이란 눈에 보이는 별이 몰려 있는 부위를 뜻하고 실제 가스 등이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부분의 두께는 약 12000 광년에 달할 것으로 최근 관측 결과 예측된다. 이는 과거 예상되던 수치의 2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은하의 크기를 말할 때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중심핵과 나선팔 같이 주로 눈으로 보이는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헤일로의 문제이다. 이 헤일로는 늙은 별들이 원형으로 모인 구상성단이나 가스 성분, 그리고 암흑 물질 헤일로 (Dark matter halo) 등으로 은하계를 둘러싸고 있다.
최근까지 이 헤일로는 약 20만 광년 지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헤일로가 둘러싸고 있는 구상 성단 중 일부가 이 이상 거리에서도 발견되는 점. 그리고 이웃인 안드로메다 은하의 헤일로의 크기가 최근 40만 광년으로 밝혀진 점을 볼 때 실제로는 40만 광년 떨어져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은하계의 질량
그렇다면 우리 은하계의 질량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 역시 그렇게 간단한 질문은 아니다. 최근 전파 망원경인 VLBA (Very Long Baseline Array) 를 이용한 연구는 우리 은하계가 보기 보다 꽤 무겁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관측결과에 우리는 우리의 거대한 이웃인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더 무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은하계의 물질들의 질량은 대략 태양의 5.8 × 1011 (즉 5800억) 배이다. 이는 은하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2000 - 4000 억개의 항성과 가스, 성운들을 합친 결과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회전 속도를 계산하고서 은하계가 분해 되지 않으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상당량의 암흑 물질이 있어서 그 중력으로 붙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전 안드로메다의 포스트에서 우리 은하계의 질량이 암흑 물질을 합쳐서 1조 9천억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09년 VLBA 의 관측 결과에 의하면 이는 수정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새로 관측된 은하 회전 속도는 약 91만 km/hr로서 기존 계산값인 79만 km/hr 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필요한 암흑 물질의 양이 늘어난 것이다. 암흑물질의 양은 최대 태양 질량의 3조배로 생각된다.
만약 이 관측 결과가 확실하다면 우리 은하는 우리 은하계가 속한 국부 은하계에서 가장 무거운 초대형 은하로 안드로메다 은하와 맞먹는 대형 은하로 생각된다. 아마 좀더 정확한 관측 결과가 나오면 또 이야기가 바뀔 수도 있으니 이건 참고로만 아시기 바란다. 눈에 보이는 물질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은 아직 우리의 지식이 완전하지 않아서 추정치가 자꾸 바뀌는 듯 하다.
출처 : Wiki/NASA
(다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