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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의 학명(學名) 중‘ 히비스커스(Hibiscus)’라는 말이 있는데, ‘히비스’란 이집트의 아름다운 여신(女神)이며, ‘커스’란 닮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무궁화는 ‘아름다운 신(神)을 닮은 꽃’이 된다. 또한 무궁화를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고도 하는데, 샤론이란 성경에 나오는 성스러운 땅을 일컫는 것으로, ‘신에게 바치고 싶은 꽃’ 또는 ‘성스러운 땅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뜻이다. 단군시대(檀君時代)에는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제천단(祭天壇)을 만들어, 이 신성(神聖)한 자리의 둘레에 무궁화를 심었다는 기록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무궁화를 신성시(神聖視)한 예는 여러 문학 작품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무궁화의 명칭으로 부상(扶桑)을 사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당(唐)나라 양경(楊烱)의 시(詩)에 다음의 구절이 있다. |
사기(絲琪)라는 것을 기화(琪花)로 생각한다면, 기화는 신선(神仙)이 사는 곳에 피는 아름다운 꽃을 말하는 것이므로 실제 존재하는 꽃은 아니다. 이와 대립(對立)하여 무궁화를 사철 피는 꽃이라 하였다. 신선이 산다는 선경(仙境)의 아름다운 꽃인 기화에 무궁화를 비유한 것은 그만큼 무궁화를 신성시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동일한 예를 더 들어 보면《광주기(廣州記)》에, 平興縣有樹似槿又似桑四時有花此蕣木也 평흥현유수사근우사상사시유화차순목야 평흥현에 무궁화 비슷한 나무가 있는데 마치 뽕나무 같기도 하다. 사철 피어 있으니 이것이 순이라는 나무다.라고 하였고,
《장자(莊子)》에는 또 다음과 같은 고사(古事)가 있다. 上古有椿者以八千歲爲春八千歲爲秋 상고유춘자이팔천세위춘팔천세위추 옛적에 춘(참죽나무)이 있어 팔천년을 봄으로 하고, 팔천년을 가을로 한다. 위의 고사에 대하여 사마표(司,馬彪)는 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木槿也以萬六千歲一年一名蕣椿 목근야이만육천세일년일명순춘 무궁화는 만육천 해를 일년으로 하니 그 이름 순춘이라. 예로부터 춘(椿:참죽나무, 대추나무)은 장수(長壽)하는 나무로 전하여지고 있어 오늘날 친구의 부친이나 남의 부친을 춘부장(椿府丈)이라고 한다. 봄이 팔천 세요, 가을이 팔천 세면 춘추(春秋) 합하여 만육천 세이다. 춘추는 곧, 일년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마표가 만육천 세로 일년을 삼는다 하는 말은 춘(椿)의 춘추를 설명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고대부터 춘(椿)은 오래 사는 나무라는 전설(傳說)이 있는 것을 장자(莊子)는 이를 구체화하여 말한 것이고 사마표는 이것을 더욱 구체화하여 만육천세(萬六千歲)로 일년을 삼는다 하였다. 그러나 사마표가 춘(椿)은 목근(무궁화)으로 달리 한 것을 보면 춘보다는 목근 곧, 무궁화를 신성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무궁화가 당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애호(愛護)와 존경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사마표는 그 시대 사람들의 심리를 대표하여 무궁화를 춘과 동일한 것으로 하였으나, 무궁화를 춘과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는 하지 못하고 애매한 명사(名詞)를 하나 지었다. 즉, 무궁화의 이명(異名)인 순(蕣)과 춘(椿)을 합하여 ‘순춘(蕣椿)’이라고 한 것이다. 세상에 만육천년 동안 사는 나무는 없다. 그러나 그 시대(時代)의 사람들이 무궁화를 지극히 사랑하였으며, 얼마나 신성시하였는가는 넉넉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또,《본초강목》의 부상조(扶桑條)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佛桑朱佛槿赤槿日及時珍曰東海日出處有扶桑樹此花불상주근적근일급시진왈동해일출처유부상수차화 光 照日其葉似桑因以此之後人訛爲佛桑乃木槿別 광염조일기엽사상인이차지후인와위불상내목근별種故日及諸名亦與之同時珍曰扶桑産高方乃木槿別종고일급제명역여지동시진왈부상산고방내목근별種wwwwww種정정저其枝柯柔弱葉深綠微 如桑其化有紅黃白三色紅종기지가유약엽심록미색여상기화유홍황백삼색홍者尤貴呼爲朱槿 含草木狀云朱槿一名赤槿一名日자우귀호위주근혜함초목장운주근일명적근일명일 及及出高 郡花莖葉皆如桑其葉光而厚木高四五尺而 급출고량군화경엽개여상기엽광이후목고사오척이 枝葉婆娑其花深紅色五出大如蜀葵重敷柔澤有 一 지엽파사기화심홍색오출대여촉규중부유택유예일 條長於花葉上綴金日光所 疑若焰生一叢之上日開 조장어화엽상철금일광소삭의약염생일총지상일개 數百朶朝開暮落自五月始至中冬乃歇揷樹卽活 수백타조개모락자오월시지중동내헐삽수즉활
불상, 주근, 적근, 일급, 시진이 말하기를, 동해의 해 돋는 곳에 부상(扶桑)나무가 있는데, 이 꽃은 햇빛이 비치면 곱게 빛난다. 그 잎이 뽕나무와 비슷하여 후세 사람들은 불상(佛桑)이라 했다. |
▲<본초강목>부상조 |
이것은 목근(木槿:무궁화)의 다른 종자이기 때문에 일급(日及)의 모든 명칭 또한 같은 무리이다. 시진이 말하기를, 부상은 높은 땅에 자라고 목근의 다른 종자인데 그 가지는 부드럽고 약하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뽕잎같이 약간 꺼칠하다. 꽃은 홍, 황, 백 3색이 있는데 붉은〔紅〕것이 더욱 귀하며, 주근(朱槿)이라 부른다. 혜함의 《초목장》에 이르기를 주근은 일명(一名) 적근(赤槿)·일급(日及)이며, 높고 서늘한 고을에 난다. 꽃대와 잎은 모두 뽕나무와 같다. 잎은 빛나고 두꺼우며, 나무 높이는 4∼5척(尺)된다. 가지는 잎이 많이 떨어져 성기다. 꽃은 짙은 붉은 색으로 다섯 가지가 나타나는데 큰 철쭉꽃 같고, 부드럽고 윤이 나고 겹쳐서 무성하다. 꽃잎보다 긴 꽃술이 한 줄기 있는데, 위에는 금가루를 뿌린 듯하고 햇빛을 받으면 꼭 불꽃이 일어나는 것 같다. 한 떨기 위에 매일 수백 송이의 꽃을 피운다. 5월부터 시작하여 아침에 피고 저녁에 떨어지는데 겨울에는 그친다. 꺾꽂이로 심으면 산다. 여기서 부상은 무궁화의 별종(別種)이며 불상, 주근, 적근, 일급 등으로 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상에 대하여 좀더 알아보면, 陽谷上有扶桑十日所浴在黑齒北居水中有大木九日 양곡상유부상십일소욕재흑치북거수중유대목구일 居下枝一日居上枝 거하지일일거상지 양곡의 위에는 부상이 있는데, 이곳은 열 개의 태양이 목욕하는 곳으로 흑치의 북쪽에 있 다. 물 가운데에 큰 나무가 있는데, 아홉 개의 태양이 아랫 가지에 있고 한 개의 태양이 윗 가지에 있다. 위의 글은《산해경》의 〈해외동경〉에 실려 있는 것이다. 또, 이 글 중 부상에 대한《십주기(十州記)》 의 주(註)는 葉似桑樹長數千丈大二十圍兩兩同根生更相依倚是 엽사상수장수천장대이십위양양동근생경상의기시 以名之扶桑 이명지부상 잎은 뽕잎 비슷하고 키가 수천 장(丈), 둘레가 스무 아름인데, 두 그루씩 한 뿌리에서 나 와 서로 기대고 있기 때문에 부상이라고 한다.
라고 하였고, 부목(扶木) 혹은 약목(若木)이라고도 하는 신목(神木)이라 덧붙이고 있다. 또,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우국지사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 수록된 작품 중〈이소경(離騷經)〉이라는 장편의 시(詩)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飮余馬於咸池兮總余 乎扶桑 음여마어함지혜총여비호부상 折若木以拂日兮聊逍遙而相羊 절약목이불일혜요소요이상양 함지(咸池)서 내 말에 물을 먹이고 부상(扶桑)나무에 고삐를 매어 두고, 약목(若木)을 끊어 해를 쫓아 보내고 잠깐 소요하며 다시 노니네. 위시에서 함지(咸池)는 태양이 목욕하는 곳, 즉 해가 들어가는 연못을 말하고 말(馬)은 뿔 없는 용(龍)을 가리킨다. 부상은 동극(東極)의 신목이며 태양이 이 나무 밑에서 나오고, 약목은 서극(西極)에 있다는 신목(神木)의 이름으로 그 꽃이 대지(大地)를 비춘다고 한다. 곧 위의 2행은 동쪽 끝의 들을 거쳐 서쪽 끝의 들로 가서 서산(西山)에 지려는 해를 약목을 꺾어 한 번 쳐서 도로 돌려 보내고 다시 배회(徘徊)한다는 말이다.
또, 1914년에 김교헌(金敎獻 1868∼1923)이 지은 《신단실기(神壇實記)》에 조선 후기의 정두경(鄭斗卿 1597∼1673)이 지었다는 시가(詩歌)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 다음의 구절이 있다.
扶桑賓白日이오, 檀木上靑雲이라.
부상빈백일 단목상청운 부상나무에 흰 태양이 오르고, 박달나무에 푸른 구름 일어났네.
▲단재 신채호 |
또《단재 신채호 전집(丹齋申采浩全集)》을 보면 조선 고대 신화(神話)인 〈구미호(九尾狐)와 오제(五帝)〉라는 것이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수긍과 그의 스승 태화 선인(仙人)사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수긍이 어느 날 어떤 이인(異人)과 만나 그의 박학(博學)에 경탄하여 스승보다 능가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작품은 시작한다. 그 이인은 곧 구미호가 둔갑한 것이었는데 이를 깨우치기 위해 태화 선인은 거대한 무궁화나무 가지를 꺽어 조화(造化)를 부려 싸움을 하여 이를 물리치고 수긍의 의혹을 깨친다는 내용이다. 주문(呪文)이 끝나자 수긍과 태화 선인은 몸도 가벼이 둥둥 떠서 구름 밖으로 날아 동쪽으로 7일 동안 가다가 한 곳에 이르렀다. 그곳은 네모가 반듯한 섬이었는데, 사방(四方)이 각각 사백 리(里)씩 되고 그 중간에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
나무의 둘레는 수천 척(數千尺)이나 되는데, 동쪽으로 벋은 가지는 고르고, 남쪽으로 벋은 가지는 붉고, 북쪽으로 벋은 가지는 검고, 서쪽으로 벋은 가지는 희고, 가운데 가지는 누른 빛인데, 그늘이 온 섬을 덮고도 남음이 있었다.…〈중략〉… 수긍이 묻기를 “오제(五帝)는 천신(天神)의 조력자(助力者)인데 어떻게 선생(先生)이 이를 부렸으며, 오색(五色) 나무는 무슨 나무이기에 신(神)이 이 나무에 의거(依據)합니까?” “이 나무 이름은 부상(扶桑)이라 한다. 또 일명 무궁화나무라고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부상을 뽕나무의 일종(一種)으로 아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무궁화는 부여(扶餘)의 신성한 나무인데 그 잎이 뽕나무 비슷하다 하여 부상이라 일컫는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부상은 우선 오색(五色)이 나지 않고 오직 무궁화만 오색이 나나니, 천지간(天地間)에 나서 천궁(天宮) 아래서만 자라난다. 바람, 비, 눈, 서리, 벌레, 새, 짐승 또는 사람들의 침략도 받지 않으므로 다섯 가지 정기(精氣)를 독차지하였으니, 능(能)히 오색을 갖추어 변치 않는 것이다. 오제의 신(神)이 이를 사랑하여 늘 여기 와 노는데 실로 신을 공경하지 않는 자(者)는 그 자리를 알지 못하며, 비록 안다 해도 그 신을 능히 부릴 수 없나니, 그 신을 이미 알고 그 신을 능히 부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이 글을 통해서 볼 때 부상은 곧 무궁화로서 신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이 쓰여지던 일제 강점기에는 부상이 일본의 이칭(異稱)으로 쓰여지기도 하였다. 다음은 한일합방 전야(前夜)에 함녕전(咸寧殿)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모리 오노리〔森大來〕, 마스야 아라스케〔曾彌荒助〕, 이완용(李完用)등 합방의 주역들이 연회를 가졌을 때 이들이 지 은 합작시(合作詩)이다. 甘雨初來霑萬人(伊 ) 감우초래점만인 이등 扶桑槿域何論態(曾彌) 부상근역하론태 증미 咸寧殿上露華新(森) 함녕전상로화신 삼 兩地一家天下春(李) 양지일가천하춘 이 단비가 처음 내려 만사람을 적셔주니, 부상과 근역을 어찌 다르다 논하리오. |
함녕전 위에 이슬 빛이 새로워지니, 두 땅이 한집되어 천하가 봄이로다. 이 시에서 부상은 일본을 지칭하고, 근역(槿域)은 우리 나라를 일컫는 대명사(代名詞)로 쓰이고 있다. 이를 볼 때 부상은 신목 이외에 나라 명칭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는데, 전술했듯이 부상은 우리 나라의 명칭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일본을 지칭하는 명칭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상에서 부상이 무궁화이고, 신성한 신목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오늘날 우리가 무궁화를 겨레 꽃으로 삼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릇된 인식(認識)으로 이를 잘 보살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무궁화는 ‘신의 꽃’이요, 신목(神木)인 부상(扶桑)이다. 소중히 다루고 가꾸는 정신을 길러야 하겠다.
출처 : 무궁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