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자가 현대차그룹의 미래경쟁력요인인가?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대차그룹의 미래경쟁력요인인가?

-불법파견의 실태분석과 정규직화방안을 중심으로-

이상호 전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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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현 금속노조 미비국장)이 2008년에 제출한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에 대해 “제조업체의 사내하청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내림. 이번 판결은 그동안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해온 것에 대해 대법원이 오랜 고심 끝에 이런 방식이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고 규정한 것임

□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표적인 자동차회사이자, 제조업 사내하청인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은 도급이 아니라, 파견(곧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확인함. 따라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회사의 정규직 지위에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음.

□ 한편 이번 판결로 불법파견 판정(2004년 9월)을 받은 1만여명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중 2년 이상 근무자가 1차 구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외 자동차 회사를 비롯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자, 2008년 기준 노동부 조사(간접고용 사내하청 노동자 실태 조사)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자는 물론, 해고자, 퇴사자도 구제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됨.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잠정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업종에서 약 5만명, 금속산업 전체로 추산할 경우 약 10만명이 이번 판결에 따른 구제대상이 될 수 있음.

□ 한국자동차산업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의 비정규직, 특히 사내하청의 규모는 현재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장과 미조직사업장을 중심으로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9년 말 현재 종업원 대비 사내하청 비율이 기아차가 7.89%, 현대차가 13.76%인데 비해, 현대모비스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43.69%로 전체 종업원 6,143명의 절반에 가까운 2,684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됨. 현대모비스는 연구직, 사무직, 판매직 등을 제외한 순수한 생산직 노동자 대비 사내하청 비율은 현대(25.26%), 기아(11.32%), 한라공조(17.73%)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인 139.93%에 이름.

□ 즉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 중에서 현대모비스는 대표적인 ‘사내하청 공장’으로 평가할 수 있음. 현대모비스 전국 12개 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사내하청) 비율을 확인한 결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 대비 14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됨. 12개 공장 중에서 울산수출물류, 광주, 창원, 진천 등 4개 공장을 제외한 8개 공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최소 287%에서 최대 1,989%까지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음. 특히 울산, 이화, 아산, 서산공장 등은 정규직은 관리직이고, 사실상 비정규직만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공장’임. 이러한 현대모비스의 고용에 대한 무책임성은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경영성과를 보면 더욱 비교됨. 현대모비스는 2000년부터 10년 사이 매출액은 무려 5배, 매출총이익은 6배, 영업이익은 7배, 당기순이익은 20배가 늘어남.

□ 현대차그룹 산하 계열사들의 지난 10년간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의 신규채용은 일부 연구개발직과 사무직위주로 해옴으로써, 종업원의 수는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생산직의 필요인력은 주로 비정규직의 투입으로 대체함으로써, 정규직 생산직의 수는 노동자의 고령화추세에 따라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임.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2002년에 24조 5600억원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31조 8600억원으로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은 동 기간 1조 4400억원에서 2조 9600억원으로 무려 105.5% 증가함. 하지만 생산직 종업원의 수는 2만 9400명에서 3만 1600명으로 고작 7.5% 증가에 그치고 있음.

□ 현대차그룹의 고용에 대한 무책임성은 이미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음. 매출액 10억당 몇 명이 고용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고용계수에 대한 변동추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규모와 범위를 아우르는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줌. 1인당 매출액은 2000년 3억 9300만원에서 2008년 7억 5300만원으로 약 2배가 늘어난 반면, 고용계수는 오히려 반으로 줄어듬.

□ 한편 이번 대법원판결로 인해 2년 이상 불법파견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가능성이 열림. 하지만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로 인한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상황임. 하지만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현대차그룹의 자금여력과 영업실적으로 볼 때, 충분한 것으로 확인됨.

□ 2008년 2월 기준으로 현대차의 4.3년 근속 정규직의 월급여는 311만9117원이고 동일근속의 비정규직의 월급여는 214만 1762원임.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dir 68.7%에 해당됨. 현재 약 1만명으로 추산되는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계산식에 의해 비용을 추산할 수 있음. 근속년수 4.3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할 때, 월급여의 차이는 약 97만 7355원이기에 이를 연봉으로 추산하면, 약 1172만 8260원의 차이가 남. 즉 약 1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회사측의 추가인건비 부담은 매년 약 1173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됨. 지난 2년 사이 임금인상율을 일정하게 고려하더라도 정규직전환에 들어가는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은 1300억원 미만임. 회사측은 추가인건비가 큰 부담이 된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현재 현대차의 경영성과로 볼 때, 자금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됨. 현대자동차가 매년 약 2조 5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할 때, 당기순이익의 약 5%를 정규직 전환비용으로 소요하기만 한다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지금이라도 당장 가능함.

□ 이제라도 현대차그룹은 산업기반의 부실과 고용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2010년 한국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주체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국내투자방안을 제시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함. 그 첫걸음이 바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임. 더욱이 현대차그룹의 사상최대의 경영실적이 상당부분 소속 노동자의 장시간고혈노동,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와 불공정한 원하청관계,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투입 등에 의해서 이루어진 ‘사회적 희생’의 결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함. 이러한 점에서 금속노조가 2010년 교섭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난 3년간 순이익 평균치 대비 2009년 순이익 증가분에 해당하는 만큼 청년노동자를 신규채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는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화두가 되고 있는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책무를 촉구하는 정당한 요구라고 할 수 있음. 더 욱이 현대차그룹 정몽구회장이 2007년 글로비스 비자금사건으로 정치적 사면을 받으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7년간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내기만 한다면,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는 물론, 협력업체의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지역사회의 사회문화복지시설에 대한 사회연대기금 등을 충분히 조성할 수 있음.

□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질 좋은 일자리만들기’라는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사회적 책임

으로 인식하고 국내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을 위해 ‘금고에 돈만 쌓아두지 말고 곳간을 열어 달라’는 사회적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