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놀이터에 대한 놀이밥 삼촌 편해문의 생각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이밥’을 먹고 자랍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한계와 만나고 간섭과 제지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보다 놀이터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더 많이 깨우칩니다. 놀이터를 만들 때 가장 힘이 약한 아이 생각을 귀담아듣고 놀이터를 만들면 그곳은 모두를 위한 곳이 됩니다. 놀이터 입구에 자신의 이름표를 걸려는 개인과 집단을 경계합니다. 아이들은 시혜를 바라지 않습니다. 논다는 것은 아이가 주인이 될 때 가능합니다. 아... 더보기 놀이와 놀이터에 대한 놀이밥 삼촌 편해문의 생각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이밥’을 먹고 자랍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한계와 만나고 간섭과 제지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보다 놀이터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더 많이 깨우칩니다.
놀이터를 만들 때 가장 힘이 약한 아이 생각을 귀담아듣고 놀이터를 만들면 그곳은 모두를 위한 곳이 됩니다.
놀이터 입구에 자신의 이름표를 걸려는 개인과 집단을 경계합니다.
아이들은 시혜를 바라지 않습니다.
논다는 것은 아이가 주인이 될 때 가능합니다.
아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것, 놀고 싶을 때 노는 것, 그것이 놀이입니다.
아이들에게 온갖 Play를 안겨주기보다 그들이 서 있는 Ground를 친구들과 가꿔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들이 위험에 도전하다 다치고, 놀다가 더러워지고, 노는 소리가 담장을 넘는, 그곳이 놀이터입니다.
안전한 놀이터, 지루한 놀이터가 위험하다
도전이나 모험에 대해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한국 사회는 무조건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다들 펄쩍 뛴다. 안전불감증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독소라고 이구동성이다. 하지만 이처럼 매사에 안전을 강조하다 보니 한국의 놀이터는 지루하고 재미없고, 도전할 것도 없는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놀이터가 지루하면 상대적으로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놀이터나 놀이 기구가 재미없고 흥미가 없어지면, 아이들은 본디 용도와 기능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놀이터와 놀이 기구를 쓰려는 강렬한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금 놀이터에 가서 보라.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거꾸로 타고 있지 않은지. 그래도 재미없으면 놀이 기구를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안전이 위험을 부른다.
〈어린이 놀이시설 시설기준 및 기술수준〉에 따라 놀이 기구가 안전검사에 합격을 받은 것과, 그것이 아이들이 놀기에 안전하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시설과 관리의 측면에서 합격이라는 것이지,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안전만을 강조하면 놀이터의 재미는 현저히 떨어진다. 놀이터는 재미있어야 하고 흥미진진해야 한다. 그래야 가고 싶고, 일단 놀이터에 왔으면 집에 가기 싫은 놀이터가 된다. 뭔가 도전할 수 있고 모험을 해볼 수 있어야 재미가 있다. 안전은 아이들을 에어백 같은 것으로 감싸 키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위험을 다룰 수 있어야 안전해진다. 그래서 할 수 없었던 것을 조금씩 도전하여 나가는 것이 놀이의 참모습이고, 그런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진짜 놀이터이다.
초등생들이 놀라고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 가보자.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는 놀이터는 유아 수준의 놀이터이다. 유아 수준의 놀이터를 만들어 놓고 안전하다고 자만하는 것은 아이들을 잘 모르고 하는 일일뿐더러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일이다. 그래서 놀이터에 도전과 위험이 없다면, 그곳은 놀이터가 아니다.
아이들은 놀다가 다칠 권리가 있다
조금 위험해 보이고 다소 도전적으로 보이는 놀이터에서 놀 때 아이들은 스스로 안전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오히려 덜 다친다.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은 이 대목을 놀이터 논의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끌어내려 한다. 위험을 스스로 겪지 않고, 그리고 그것을 넘어 보지 않고는 아이들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 세상은 우리가 살아온 것보다 더 복잡다단한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위험을 다룰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과잉보호는 아이를 위험에 빠뜨린다. 편해문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어른과 사회에 안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다음과 같은 공식을 제시한다.
(Play + Ground + Risk) - Hazard = Safety : 〈(P+G+R)-H=S〉
Risk는 부상당할 가능성은 있으나 그것을 피하고 극복하는 주체의 자주의지와 도전 성격이 들어 있으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알 수 있는 위험이다. 즉 도전과 맥락을 같이하는 긍정적 능동태를 의미한다. Hazard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의 근원으로 아이들이 도무지 헤아리기 어려운 ‘위험요인’이라는 뜻으로 부정적 수동태의 의미가 강하다.
아이들이 넘어야 할 Risk가 놀이터에서 모두 제거된다면 놀이터는 무미건조해질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마저도 Risk를 만날 수 없다면, 놀이터 밖 세상에서 만나는 것이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가 오히려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역설이 가능한 것이다. 위험은 놀이를 가치 있고 진지하게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놀이터 밖에서 놀이터를 이야기하다
이 책은 한국에서의 놀이와 놀이터를 직접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일과 덴마크에 직접 가서 놀이터 디자이너들과 만나 대담하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어떻게 노는지를 사진을 곁들여 보여준다. 또한 모험놀이터로 놀이 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일본의 아이들은 어떻게 노는지도 취재하여, 한국 아이들의 놀이 현실을 환기시킨다.
귄터의 나라, 독일의 놀이터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는 자신의 집 뒷산에 20년간 놀이터를 가꾸어왔다. 동네 아이들이 와서 마음껏 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 놀이터에는 놀랍게도 놀이 기구가 하나도 없다. 한국에서 놀이운동을 해오면서 놀이 스승을 갈망해 오던 편해문은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귄터를 만났다. 그 만남을 통해, 아이들의 놀 공간에 앞서 시간과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간과 장소에 앞서 놀 동무를 성찰할 때 놀이터는 제대로 출발할 수 있다는 서로의 놀이철학을 확인한다. 귄터가 만든 놀이터와 놀이 기구를 살펴보면서, 어떤 놀이터가 잘 만들어진 놀이터인가, 장애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어떤 것인가, 누가 놀이터를 만들어야 하는가 등 귄터의 놀이철학을 알려준다. 더불어, 다시 가고 싶은 베를린 놀이터 다섯 곳을 소개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놀이터
덴마크 코펜하겐의 ‘사람이 상주하는 놀이터(Manned Playground)’를 방문한 편해문은 ‘플레이리더’가 아닌 ‘Playground Pedagogy’들의 풍부한 경험을 듣는다. 코펜하겐에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놀이터 장면 셋(1. 아이는 모래놀이터에 내려놓고 엄마가 유모차에 올라 앉아 책을 읽는 모습 2. 경사진 놀이 기구를 내려오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 모습 3. 놀이터에 세대를 초월해 여러 가족이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놀이터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편해문은 바란다. 더불어, 주제가 있는 코펜하겐의 놀이터 다섯 곳을 소개한다.
일본의 모험놀이터
2007년 도쿄에 세워진 후지유치원을 설계한 데즈카 다카하루, 데즈카 유이 부부를 만나 유치원을 설계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국의 강남에 해당하는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하네기 공원 플레이파크를 직접 가보고 일본의 모험놀이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간판을 소개하며, 안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험과 도전이 아이들에게 중요함을 보여준다.
미래 세대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 디자인 11
· 아이는 놀이터에 갈 수 있어야 합니다.
· 아이는 놀이터에서 위험(Risk)과 만나고 위험을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 놀이터의 주인은 아이이지 놀이 기구가 아닙니다.
· 놀이터는 감시와 간섭과 제지와 금지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 이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담긴 놀이터를 고민할 때입니다.
· 평면에서 벗어나 지형지물을 수용할 때 놀이터는 생기를 얻습니다.
· 또 가고 싶고, 오면 가고 싶지 않은 놀이터라면 더 좋습니다.
· 놀이터에 오면 아이가 스스로 책임지고 신나게 놀면 됩니다.
· 놀이터는 유행이나 어른의 취향에 저항해야 합니다.
· 몸과 마음이 불편한 아이들만을 위한 전용 놀이터를 따로 짓는 것은 차별입니다(치료와 재활기관은 제외). 모든 놀이터는 처음부터 모든 아이가 놀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 놀이터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 때 마침내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