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쓰촨 더잉, 상청
한국서 꿈도 못 꾸는 송이버섯을 실컷 먹다
새벽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 시간 그 높은 고지에서
아스팔트 공사를 하고 있다.
일어난 김에 급한 볼일을 보려고 마땅한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저 멀리 초원 위에 무지개가
희미하게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지개? 이건 뭔 시츄에이션?
새벽 4시에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공사차량들의 불빛 때문에 생겼을까?
아니면 초원 뒤에 알 수없는 빛이 존재하고 있어 생겼을까?
내가 4300고지의 초원에서 비박을 할 확률과 바로 그 날 비가 오는 그 고지에서 아스팔트 공사를 하는 확률,
그리고 그 순간 무지개를 볼 수 있는 확률을 팩토리얼 공식을 대입해보면 도대체 얼마가 나올까?
아마도 나에게 무지개를 보여주기 위해서 아스팔트 공사의 굉음은 그렇게 시끄러웠나 보다.
이제 여행의 시작인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무지개를 보았으니 이번 여행에 많은 행운이 올 징조인 것 같다.
오늘은 2008년 진도 8.0의 강진이 발생해 3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아픔을 겪었던 쓰촨 성(사천 성)으로 들어가는 첫 날이다.
천년지향 형이 지도를 한참 뚫어지게 보더니 샹그리라까지 가지 않고 그 쪽으로 가다 쓰촨으로 넘어 가는 길이 있을 법도 하다고 한다.
야영지에서 샹그리라 쪽으로 가다 ‘분자란’ 이란 곳의 경찰서에서 쓰촨 가는 길을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허룽치아오(河橋)라는 다리에서 왼 쪽으로 가면 쓰촨 성의 더잉이라는 작은 산골 마을이 나온다고 한다.
그 쪽으로 가면 샹그리라를 넘는 것보다 반나절이 단축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더잉으로 가다 보니 이틀 전 전망대에서 보았던 금사강 제1만이 나오고 전망대 위에서 보았던 그 도로를 지나간다.
더잉에 도착해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려 한 음식점이 들어가니 현지인들이 가득 앉아 한 상에 10가지가 넘는 반찬을 놓고 푸짐한 식사를 한다.
아마 잔치 중인 듯하다.
산 속에서 초근목피를 먹으며 풍요롭지 못한 삶을 사는 그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웃고 마시고 떠드는 게 무척 행복해 보인다.
‘부와 지식, 편리한 생활 그런 것이 행복의 척도는 아닐진대 저 사람들의 행복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부탄이라는 가난한 나라의 행복만족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쓰촨으로 넘어와도 여전히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길이다. 아니 오히려 윈난(운남)보다 길이 더 험하다. 곡예 하듯 이리저리 운전대를 돌리느라 정신없다.
저 멀리 트럭이 거북이걸음으로 낑낑거리며 올라간다.
그 모습이 이젠 정겹다.
저녁 7시가 넘어 도착한 샹청(향성)은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요새 같은 지역이다. 오늘은 샹청의 빈관에서 1박 하기로 한다.
출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산사람이 된 것 같은 몸을 씻으니 개운하고 날아갈 것 같다. 더불어 배낭 속에 땀 냄새나는 옷도 꺼내 빨래를 한다.
하지만 이곳 숙소도 역시 인터넷은 할 수 없다.
한국에서 날아온 인터넷 전화도 무용지물이고 중국 TV나 신문을 봐도 거의 못 알아듣거나 읽지 못하니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이 근절된 것과 같다.
벌써부터 세상의 소식이 궁금하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도시인인가 보다.
샹청에 도착하니 송이버섯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길거리, 주차장, 식당, 작은 공터 등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영락없이 송이버섯을 다듬고 말린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꿈도 못 꾸는 송이버섯이 여기서는 한국보다 몇 배 싼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따리(대리)에서의 가격보다도 훨씬 싸다.
천년지향 형은 한국에서 아주 비싼 A급 송이버섯을 많이 먹어 보았다며 너무나도 싼 가격에 흥분해서
송이버섯을 사 꼬치구이 집에 가져가더니 그 곳에서 직접 요리를 해 가져온다.
송이버섯의 은은한 향과 맛은 입안에서 늦은 밤까지 오랫동안 맴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4E20F4C255A5671)
도로는 곳곳에 낙석이 떨어져 있다.
바로 옆은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조심스레 운전을 해야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34E20F4C255A5672)
분자란의 경찰서에 들어가 쓰촨 성으로 넘어가는 길을 물어본다.
다행이 샹그리라까지 가지 않고 지름길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예상보다 반 나절의 시간을 버는 셈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4E20F4C255A5773)
왼쪽 길로 가야할까? 오른쪽 길로 가야할까?
결국은 내려 다시 길을 물어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4E20F4C255A5774)
진사지앙(금사강) 제1만 바로 앞에서 전망대를 향해 사진을 담는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다가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34E20F4C255A5775)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4E20F4C255A5776)
저기 조그맣게 보이는 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왔다.
산과 구름은 이제 친근한 벗이 되어 버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4E20F4C255A5877)
![](https://t1.daumcdn.net/cfile/cafe/1134E20F4C255A5878)
주변에 인가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걸어왔던 것일까?
손을 흔들어 주는 그들을 보고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4E20F4C255A5879)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4E20F4C255A587A)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4E20F4C255A597B)
해발 4,000미터를 넘나들며 바라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만들게 한다.
잠시나마이지만 속세를 벗어난 자유인들은 무한의 황홀경에 빠져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34E20F4C255A597C)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4E20F4C255A597D)
샹청(향성) 마을이 서서히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곳은 송이버섯의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4E20F4C255A597E)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4E20F4C255A597F)
![](https://t1.daumcdn.net/cfile/cafe/1334E20F4C255A5A80)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4E20F4C255A5A81)
입구에 있는 티벳풍의 어느 절에서 몇 장의 사진을 담았다.
한국의 절과는 많이도 다른 모습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4E20F4C255A5A82)
송이버섯의 천국 샹청, 어느 곳이든 앉을 자리만 있으면 송이버섯을 다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첫댓글 송이버섯... 이번 여름 운남가면 저도 실컷 먹을수 있겠지요._()_
좋은 시기에 오시는군요.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송이를....
무공해 지역에서 눈도 씻고 마음도 씻고,
그리고 겸하여 송이 버섯 많이 많이 몸도 보신했으니
오늘은 여기서 쉬려 합니다.
후후후 보신을 하셨다니 기쁜 마음 그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