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에 매달려 사내놈은 목청을 다해 구애를 한다
봄부터 기다려 온 성충의 울음 거처를 찾지 못한 채 쇠붙이 얼기설기 붙은 방충망 한켠에서 대답하지 않는 창을 흔들고 있다
긴 목젖 파닥이며 살아야할 짧은 세월 네 안의 문 닫히질 않고 파리한 기억 속으로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한낮의 열기에 온몸을 태우고 난 저녁 너를 향한 더듬이가 상실되고 여름이 다가도록 아직 숲은 너무 멀다
풀숲사이로 낮달 하나가 뜨고 나서도 나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매미소리 따라 고개 자꾸 돌린다
<시작노트 >
거실에 누워 책을 읽다가 서럽게 울어 대는 매미를 보았다. 작은 덩치에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바스락거리는 날개가 유난히도 검은 광채를 내며 제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듯 파닥이며 방충망을 붙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광채와 우는 소리가 어우러져 더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가장 소중한 시간 중 하나인 책읽기를 방해한 매미는 내게 다른 사유의 시간을 내어 주었다. 나의 거처는 늘 일정하다. 나침반의 바늘이 움직이지 않으면 늘 같은 쪽을 가리키듯. 매미의 거처 또한 일정한 나무숲사이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아늑하고 시원한 자신의 거처를 두고 그는 왜 햇살 따가운 도시로 왔을까?
창가에 붙어 울어대는 목젖이 아프지도 않을까? 방충망 가까이에 다가가 숨을 죽이고 가만히 매미를 쳐다보았다. 모든 매미들이 다 저리 제 마음대로 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것은 수놈 뿐이다. 또한 모든 매미들이 번데기에서 매미가 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아니다.
간혹 제 껍질에 갇혀 옷을 벗지 못하는 번데기들도 있다. 자신의 안에 갇혀 탈출하지 못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아픈 사랑도 있다. 과거를 다 털어내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자신의 허울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는 그 고통을 알아 달라는 듯 목이 터져라 울어재낀다.
매미는 본래 밤에는 울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도시로 날아온 놈들은 밤에도 간혹 울어댄다. 바보처럼 빛의 조명에 속아 그 긴 밤을 울어대기도 한다. 산다는 건 때론 치열하게 자신을 알리는 시도를 끝도 없이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에 속아 넘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에 가슴 설레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을 인내한 끝에 매미는 길게는 열흘에서 보름동안 울고 제 일생을 마감해야 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제 짝을 찾아 자신의 2세를 만들어야 한다. 얼마나 그의 사랑은 애절할까?
가슴에 붙은 울대가 왜 저리도 길고 서러운지 알 것도 같다. 어쩌면 매미는 제 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떤 불가항력적인 어려움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악을 쓰며 큰소리로 제 자신을 알리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낮이 다 지나도록 매미는 나의 창문에서 제 집을 찾아가지 않고 나는 창에 코를 대고 그를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문득, 매미도 나도 자신의 집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방충망 한켠을 툭 쳐본다. 마흔 네 번째 해를 살아오면서 나는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늘 세상이 내게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며 산 것은 아닌지 고뇌해 본다. 온종일 울어대던 매미를 보며 번데기의 껍질처럼 과거를 벗고 목젖이 가려운 내 안의 글자를 세상 밖으로 탈출시키고 싶어졌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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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른 아침이면 저에겐 하루에 한편에 시와 편지가 메일로 들어온답니다.
이 인연을 일반 게시판을 통해 가끔 올려 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