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도 그 맹렬한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다른 지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구는 확실히 아침에 시원한 바람이 창밖에서 불어 들어옵니다. 밤새 더위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입니다. 우리 행복은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지요. 그럭저럭 잘 자고 잘 먹고 잘 배설하는 일만 해도 훌륭한 일입니다. 저는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만 봐도 부모님들은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들 긴 여름 나시느라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땀 많은 저도 긴 여름 잘 지냈습니다. 에어컨 없이요.
지난 1월에 시작한 예비신자 교리반 교리수업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오는 목요일에 세례를 받으시긴 하지만 세례받으시고도 몇 주 교리수업을 더 하셔야 해서 완전히 교리수업을 마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도를 덜 나간 것도 있지만 교리수업을 하다 보면 마지막에 항상 시간에 쫓겨서 대충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태도와 사회 안에서의 삶의 자세와 영적인 생활에 관한 부분들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한 뒷부분의 교리는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례 이후 교리수업을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례를 받고 난 뒤의 신영세자의 삶이 달라져서도 안 되겠거니와 더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신앙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도 새롭게 정립되면 좋겠다는 바램도 있어서입니다.
아무튼 성모님 승천 대축일에 세례를 받으시는 7분의 신영세자님들을 축하해 주시고 기도해 주십시오. 저의 기억으로는 2월 이후에 단 한 분도 중간에 그만두시는 분이 없으셨습니다. 저도 단 한 번도 교리수업을 빼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명절이라 교리수업을 안 한 적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저와 함께 동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참 기뻤습니다. 주일 새벽에 미사 드리고 얼른 아침 먹고 잠시 쉬었다가 교리수업하고 교중미사 들어가면 처음에는 미사 때에 목소리가 잘 안 나와서 애를 먹었는데 그도 나중에는 적응이 됐는지 소리를 내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교리에서 항상 뭔가 아쉽고 모자라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여하튼 앞으로 세 번 더 교리수업을 하고 9월 1일 주일 미사 후에는 소풍 겸 축하 겸 성지순례 겸해서 성모당도 같이 가보고 한티도 같이 가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면 신영세자들을 살피고 동반하는 일은 이제 우리 본당 공동체와 레지오 단원들의 몫으로 조금 더 넘어가야 되지 싶습니다. 결국에는 여러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신앙의 벗이니까요.
갓난 달걀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성당의 모든 일들이 좋아 보이는 때일 수밖에 없으실 것이고 성당 모든 사람을 천사들처럼 보실 수도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들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지요. 다만 하늘을 향해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흠결이 더 많고 더 시기 질투하여 말을 만들고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 힘이 되는 나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그러니 굳이 그런 모습을 감추실 필요도 없지만 굳이 그런 약한 모습을 자랑할 필요도 없지 싶습니다. 단지 갓 태어난, 하느님의 새롭고 연약한 자녀로 그분들을 보듬어드리고 배려해 드리는 일이라도 잘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신영세자분들께 축하드리며 상동성당 공동체와 함께 즐거운 신앙생활 이어나갈 수 있길 기도드립니다.
신부님, 한 분의 낙오자 없이 이끄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김마리나 우리 대모님, 예비자 교리 봉사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일곱분의 신영세자들께 축하드리며
열성으로 가르쳐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한마디로 저는 신영세자들이 부러웠습니다..^^
어른은 어린이의 모범이 되어야 하듯
새로 태어난 신영세자들이 실망스럽지 않도록
신앙의 본보기가 되어야겠습니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시는 신부님을 통해
불가마속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더워도 덥게 살아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큰 연대의 힘이 되어 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7분이라는 많은 영세자가 나오게 된것에 상동성당이 청년기에 접어들었구나 하는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신부님 이하 많은분들이 수고 하셨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례식때 가족들을 일일이
소개하시는 신부님...전교는 이렇게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