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히아 나무에 붉은 꽃이 피었네
양희진
나는 배를 만드는 솜씨 좋은 목수를 사랑했네
나무를 아끼고 다듬을 줄 아는 손길을 사랑했네
파도를 뛰어넘는 호기로 팽팽한 수평선을 잡아당겨
먼 바다로 달려나가는 배를
불에 타버린 슬픔을 가지런히 벗어
잿빛 나무를 꼬아 아름답고 튼튼한 배로 탄생시키는
그 적요를 사랑했네
어느 날 불의 여신 펠레가
목수에게 영원히 살게 해주겠노라 약속했네
나를 깊이 아꼈던 목수는 차라리 죽겠노라 거절했지만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믿었던 펠레의 길고 까만 머리가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
붉은 용암으로 솟구쳤네
목수를 살려달라 간청한 나에게
목수의 나무에 빨간 꽃으로 피게 해주겠다 약속했네
외딴 화산섬 빅아일랜드
당신은 오히아 나무로 나는 레후아로
천년을 넘은 사랑,
붉은 꽃으로 피었네
<<인간과 문학>> 2024겨울_제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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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히아 나무에 붉은 꽃이 피었네 _ 양희진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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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
24.12.16 13:2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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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시군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