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Book/Zwartboek/2006년/네덜란드,영국,독일/134분
감독 Paul Verhoeven
출연 Carice van Houten, Sebastian Koch, Thom Hoffman
2차대전중 나치 독일군에게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유태인 여인이 레지스탕스에 가담하여 스파이활동을 펼치지만
독일군 장교와 비운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가슴 아픈 전쟁실화
무명의 샤론 스톤을 세계적 섹시 스타로 만든 <원초적 본능>
SF 대작 <스타쉽 트루퍼스><할로우 맨>의 폴 버호벤 감독이
헐리우드 진출 20여년만에 고국 네덜란드에서 만든 작품이다
2차대전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블랙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조사를 하던 버호벤 감독이 영화화를 생각하고
시나리오 작가 제라드 소트먼과 함께 7백여개의 서류와 사진
기록을 확인하는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만들어낸 역작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스토리가 구성되었으며 등장하는 캐릭터들
또한 모두 실존 인물들이기 때문에 픽션이 따라갈 수 없는
실화의 감동에 전쟁보다 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가 가미되어
멜로 영화를 뛰어넘는 스펙터클한 로맨스가 완성되었다
200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영시네마상,
네덜란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수상
2차대전이 끝날 무렵, 나치 지배하의 네덜란드에 은둔하던
유태인 가수 레이첼(카리스 반 하우텐 분)은 나치를 피해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으려다가 독일군의 총격을 받는다
물속에 숨어서 가족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레이첼은
레지스탕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이름마저 '앨리스'라 바꾼채 레지스탕스 활동을 시작한다
의사 출신인 레지스탕스 리더 한스(톰 호프먼 분)는
독일군 장교 문츠(세바스티안 코흐 분)에게 접근할 것을
지시하고 독일군에게 복수를 결심한 그녀는 이를 수락한다
문츠의 비서가 되어 독일군 사무실에 잠입한 레이첼은
빼어난 미모와 노래 솜씨로 독일군의 인기를 얻는다
독일군 지휘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정보를 빼내는 등
스파이로서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결국 발각되고 만다
하지만 로맨티스트인 문트는 레이첼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눈감아주고 레이첼 또한 문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독일군에 포로로 잡혀 있는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구출하는
작전이 펼쳐지지만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있던 독일군은
도청장치를 역이용하여 레지스탕스들을 소탕한다
구출작전이 실패하게 되자 도청장치를 설치했던 레이첼은
오히려 모든 공작을 꾸민 이중 스파이로 의심받게 되고
문츠 또한 나치에 의해 배신자로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나치가 물러가자 배신자로 몰려 린치를 당하는 레이첼과
구출작전의 와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영웅이 된 한스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도발적인 소재와 충격적인 영상을 보여주던 폴 버호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전쟁 중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얄팍한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헤집어보인다
노장 감독이 바라보는 전쟁의 본질은 ‘조국’, ‘자유’, ‘해방’ 등
거대한 명분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일 뿐이고, 전쟁의 이면에는
인간의 추악하고 역겨운 탐욕이 자리하고 있음을 폭로한다
독일군의 폭력에 시달렸던 네덜란드인들은 독일군이 물러가자
독일군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이들을 향해 욕설과 구타, 성적인
모욕도 서슴지 않으며 독일군과 같은 추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시간과 공간, 주체가 달라졌을 뿐...
주인공 역을 맡은 카리스 반 하우텐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적과 사랑에 빠지는 가련한 여인의 멜로 연기와 복수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여전사의 액션 연기에 똥물을 뒤집어쓰거나
비밀스러운 체모를 염색하는 장면까지도 무리없이 해낸다
국가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적인 독일군 장교로 출연한
세바스티안 코흐는 다음 영화인 <타인의 삶(2006)>에서도
체제 속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얼굴을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이 영화에서 공연한 하우텐과는 실제 연인 사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