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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
관계 |
7월 13일 am 10~12시 |
7월 14일 pm 7~9시 |
2424는 무슨 전화번호지요? 이삿짐센터지요? 4989는 복덕방이구요. 어르신들은 잘 모르실 텐데요. 3082는 어디죠? 30분 안에 빨리 배달한다는 도미노피자지요. 그럼 한의원 전화번호는 몇 번일까요?
KT에서 정해 놓은 한의원의 1588번호는 '1075'입니다. '한방(韓方)치료'란 의미입니다. 아마도 치과는 '2875'일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과 0이 한방(韓方)이란 의미보다는, 어떤 병이든지 한 방(one touch, one puncture)에 치료한다는 거면 더 좋겠습니다.
한의사들이 쓰는 전화번호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언젠가 한의사 모임에 나갔더니 신입회원이 있어서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습니다. KT의 방침대로 거의 '1075'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8275(빨리치료)'입니다. 이건 의사들의 전화번호로도 많이 쓰이겠지요.
이 두 번호를 구하지 못하면 ‘꿩 대신 닭’ 격으로 '1275(한의치료)'나 '1245(한의사요)', 또는 '1025(한방이오)'를 씁니다. 저는 본디 남들이 다 하는 것은 좀 꺼리는 편이라서 제 번호는 '9124'입니다. '생명을 구하는 한의사'란 나름대로 거창한 의미입니다.
예전에 충북 제천에서 한의원을 할 때입니다. 그 때 후배 한의사 중에 신某 원장이 어느 날 맥주를 빨면서 총평을 내렸습니다.
"형, 괜히 잘난 척 말어~ 9124라구? 구안와사(九一二四)나 걸리지 말어. 형 중풍 전문이야?"
이거 참, 그러더니 옆에 앉은 소백당 원장에게는 이럽니다.
"탁이 형은 일공칠오(1075)니까, O(十)이나 치료해야 될 껴. 형! 부인과 전문이여!"
마침 8275도 있었습니다.
"형, 쟤는 8275라니 파리나 잡으라고 해. 사람 치료가 아니라 곤충 전문이여."
그러는 신 원장은 1025입니다. 저는 속으로 이랬습니다.
- 그래 너는 겸손쿠나 '十이요(1025)' 근데 너 트랜스젠더냐? -
어찌 되었건 우리는 열쒸미 맥주를 빨았습니다. 동료들과 허물없이 지냈던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요즘은 한의사 사회에서 이런 분위기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이 얘기는 2004년에 열심히 블로그를 할 때인데, 이런 내용으로 블로그에 올렸더니, 아침에 덧글이 두 개 달렸습니다.
춘천에서 한의원 하는 동료가,
'8575 : 바로치료. 정확함. 적당함. 신속함', 이렇게.
평소 총명한 학부 후배는
'제 전화번호도 1275더랍니다. 전화번호가 '유기치(료) 한의치료' 라는' 이렇게.
저는 이렇게 답글을 달았습니다.
춘천을 향해서는
'수기법(手技法) 전문? ㅋㅋ', 이렇게. (팔로 치료하니까요.)
총명한 후배한테는
'시비(是非)를 다스리니 법률가시군요? ㅎㅎ', 이렇게 했습니다.
속으로는 '성별(性別)이 헷갈려요!'(十이치료로 읽을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런 내용으로 공개적으로 썼다가 괜한 부스럼이 될 것 같아서 꾹 참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재미있는 전화번호 더 알고 계신 것 있으십니까?
체질학교 첫 시간이었던 지난주에는 ‘다름’에 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자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다름’은 무엇과 같은 의미라고 말씀드렸죠?
예, 모두 잘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오늘 여기 나오신 분들은 모두 훌륭한 학생입니다. 학생들이 훌륭하면 선생은 절로 흥이 나서 덩달아 훌륭해지는 겁니다.
‘시흥’ 처음 始에 흥할 興이더군요. 흥이 시작되는 동네에 와서 저는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여러분들처럼 훌륭하신 분들을 만나 더욱 좋습니다.
자 이렇게 여러분들과 제가 만난 것을 다른 말로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관계를 맺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죠. 더 나가서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시구요.
오늘은 이제 관계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이 체질의 구분이 없이 모두 같은 체질이고, 모두 똑 같다면 구태여 관계를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한번 그림을 그려 보겠습니다.
(네모의 군집을 그린다.)
이렇게 모두 똑 같으면 세상은 아무런 살맛이 없는 겁니다. 네모도 있고, 세모도 있고, 동그라미도 있어야 서로 다른 가운데 서로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살게 되는 겁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산중에서 홀로 생겨서 죽을 때까지 홀로 살아간다면, 뭐 그 사람의 관계를 말할 의미는 별로 없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면서 죽는 날까지 수많은 관계 속에 놓여 있고, 수많은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가족 A와 가족 B, 이렇게 두 가족이 있다고 합시다.
가족 A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1, 아들2, 딸 가정부가 있고
가족 B도 아버지, 어머니, 아들1, 아들2, 딸 가정부가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가족 A와 가족 B는 똑같은 패턴을 가진 가정입니다. 그런데 가족 A는 아버지가 돈을 벌고, 어머니는 밥을 하고, 첫째아들은 자동차를 닦고, 둘째아들은 청소를, 딸은 오락을, 가정부는 빨래를 합니다. 제 3자인 저는 A가정의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밖에서 이렇게 보니까 멀쩡하던 가정이 갑자기 굶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무엇에 문제가 생겨서 밥을 안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온 식구가 굶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밥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밥을 굶는 이유는 ‘어머니가 병이 들었다.’ 어머니가 병이 나서 밥 짓는 일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생기는 현상이 가족들이 배고프다고 저마다 불평을 하는 겁니다. (현상은 증상, 病든 어머니는 병의 원인)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옆집(가족B)에서도 굶기 시작합니다. 그 식구들도 불평을 하기 시작합니다.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아! 여기도 어머니가 문제가 생겼구나!이렇게 추측하고 어머니의 상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 하면, 이집은 아버지가 밥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가족 C가 있다면 그 집은 아버지나 어머니 말고 큰 아들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질 수도 있습니다.
다름 가운데 관계를 함께 생각해 본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일반적으로가정 A는 어머니가 밥을 한다. 굶기 시작했는데 어머니를 살살 달래보니까 밥이 나오기 시작하더라. 어머니가 밥을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정의 차이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것을 가정 B에서도 그대로 적용을 합니다. 그러나 여기는 그런 적용이 먹혀들지를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이 집은 아버지가 밥을 하는 집안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돈을 벌어오는 것을 맡고 있으니까 어머니를 아무리 달래보아야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와 다름이 바로 체질입니다. 가정을 각자의 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 사람의 몸 안에서는 아버지가 돈을 벌지만, 내 몸 안에서는 어머니가 돈을 버는 겁니다. 그러니 다름 가운데서 또 서로 간의 관계도 다른 겁니다. 이 사람한테는 인삼을 쓰면 효과가 있는데, 저 다른 사람에게는 인삼을 쓰면 효과가 안 나고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밥을 하는 것이 어머니의 담당이 아닌데, 어머니가 밥을 하는 줄로 잘못 알고 자꾸 어머니를 귀찮게 하면 어머니가 화를 낼 것이 아닙니까? 화를 내는 것이 바로 부작용입니다. 그렇게 자꾸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을 자꾸 건드리면 나중에는 그것이 쌓여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겁니다. 몸으로 보면 그게 바로 병(病)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머니가 가만히 있는데, 어머니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머니 혼자서 화를 낼 이유가 없습니다. 혼자서 가만히 있다가 화를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입니다. 어머니가 화가 나서 밥을 안 해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자꾸 잔소리를 했다든지, 둘째아들이 속을 썩였다든지 해서 어머니가 화가 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머니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화가 났는데, 어머니한테만 그러지 마라, 그러지 마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태가 해결이 되지를 않습니다. 어머니가 화가 났다면 누가 어머니를 화나게 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찾아서 이것을 해결해 주면 됩니다. 아버지가 돈을 못 벌어서 어머니가 화가 났다면 아버지가 돈을 잘 벌게끔 보조를 해주면 됩니다. 아버지를 보조해주면 아버지가 돈을 가지고 오고 그러면 어머니의 화가 풀립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밥을 잘 준비해서 식구들이 밥을 잘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각 가정마다 저마다 맡은 일이 다 다르다고 하는 것을 반드시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다름」인데 다름이란 구별, 차별, 집합, 유형, 이런 의미를 모두 포괄합니다. 그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요? 바로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가족의 비유처럼 이런 다름이 유형별로 구분됩니다.
자 이제 이런 생각을 한 번 더 해 봅시다. 동일한 평형의 아파트가 있습니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설계에 따라 다양한 평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집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 줍니다. 어떤 집은 온 가족이 안방을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안방에서 잠도 자고, 안방에 모두 모여 TV도 보고, 밥도 같이 먹고, 손님도 접대 하고, 심지어는 제사도 지냅니다.
또 어떤 집은 각자의 방에서는 잠만 잘 뿐이고 거실에서 모든 활동을 합니다. 서재도 거실에 꾸며져 있고, 학생들은 공부도 거실에서 합니다.
또 다른 집은 주부의 권한이 세어서 주방이 확대되고 가족들은 식탁에 주로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손님 접대도 식탁에서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 가족들의 삶을 보면서 이 세 가정이 제각각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체질이란 바로 다름이며 개성입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을 사회 전반으로 확대한다면 안방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유형, 거실 중심의 유형, 주방 중심의 유형 등으로 구별하고 이런 집합을 각각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즉 체질이란 어떤 사람과 다른 사람 사이의 다름인데, 다름이 구별, 차별, 집합, 유형이라고 했다면 이런 다름이 여덟 가지 유형으로 구별되는 것이 체질이고 이것을 「8체질」이라고 합니다.
관계에 대해서 말한다고 하고 왜 계속 다름과 체질이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체질을 계속 베이스에 깔고 가는 겁니다. 체질이란 개념이 잘 서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리고 잘 이해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면역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체질학 강의를 읽어보니.. 저희 상담학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나와 맞지않으면 흔히 틀리다고 비판하고 거부해 버리는데 사실 우린 서로 다른모습인 것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많은 것들을 잃지않지요.... 공감합니다. 체질학에서의 서로다름....
방치했던 나를 돌아볼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네요,
설문지를 주셔서 상세한 기록은 했으나 제 체질을 찾아 음식조절을 한다는 것이 만만치는 않겠죠? 하지만 우리 원장님이
권고하시는 일이면 두 팔 걷어부치고 해보렵니다. (강순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