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카의 그라민뱅크 본사에서 내려다본 시내 정경. 2슈루즈 마을 그라민뱅크의 입구. 3.대출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방글라데시 여인들.4. 대출기록 장부들. 모든 대출 관련 기록은 직접 손으로 쓴다. 5. 은행 내부의 모습. 지점장의 사인까지 받으면 대출 절차가 끝난다. 6. 대출자 중 상환 신용이 좋은 사람은 기업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대출금으로 차린 빵공장 내부. 7. 그라민뱅크에서 대출받아 개업한 식료품점. 8.대출 여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가운데 오른쪽). 이들은 기자에게 ‘이곳 남성과 결혼해 함께 살자’고 했다. 다카=이진 객원기자
“사서 고생할 나이는 지났다. 힘들면 서둘러 돌아와라.” 다카 공항에서 가장 먼저 날 맞은 건 칠순 노모의 문자 메시지였다. 웃음이 팡 터졌다. ‘세계 최빈국이자 행복지수 세계 1위’ 방글라데시. 인구 1억6000만 명, 1인당 GDP 573달러, 국민의 83%가 이슬람교도다. 그라민뱅크가 주관하는 ‘인터내셔널 다이얼로그’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했을 때 노모뿐 아니라 지인 대부분이 반대했다. 그러나 직전 직장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나는 빈민 구제의 성공 사례로 불리는 그라민뱅크를 현장에서 꼭 보고 싶었다. 기아·질병·빈곤, 물 부족 같은 사회적 문제를 정부도 아닌 민간 기업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달 24일 밤. 공항 활주로에서 내려다본 어둠 속 다카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내 충격에 휩싸였다. 숨쉬기 어려운 매연 속에서 호텔로 가는 도로는 움직이는 거대한 폐차장 같았다. 녹슬고, 사방이 찍히거나 찌그러진 버스 안은 말할 것도 없고, 달리는 버스의 지붕 위와 옆, 뒤에도 사람들이 붙어 서 있었다. 귀를 찢듯 하는 경적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댔다.호텔에 도착해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먼저 도착한 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독일인이면서 사립대 총장이라는 쿡 교수와 네팔의 은행 매니저로 일한다는 시즌, 싱가포르의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토와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참가자 한 명이 더 늘었다. 파키스탄인 카림인데 그 역시 NGO에서 일하는 젊은이였다. 연수의 첫 순서는 그라민뱅크 본사 방문. 그곳까지 가는 덴 한 시간쯤 걸렸는데 걸인들이 차창을 두드리며 구걸했다. 안내인이 말했다. “창문을 열거나 돈을 주지 마세요. 한 명에게 주면 열 명이 달려옵니다.”
그라민뱅크의 외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다카에서 가장 높고 잘 지어진 빌딩 중 하나였다. 다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사회적 기업을 하는 곳이라 해서 가난할 것이라는 추측은 잘못이었다. 은행은 빈곤층 중에서 가족이 있는 여자들에게 대출을 해주었는데 4년 전부터는 걸인들에게도 돈을 빌려 주고 있다. 그들이 기부금이나 적선에 의지하지 않고 빌린 돈으로 뭔가 일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라민은행에서 대출을 한 걸인은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라민 뱅크는 시골에서만 운영된다. 1983년 은행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시골 지역의 극빈층에게만 대출을 해주도록 했기 때문에 도시에선 영업을 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총 대출금은 80억 달러, 대출자 수는 800만 명에 이른다.
유누스 그라민뱅크 총재가 일행을 맞았다. 그는 그라민의 역사와 자신이 이 일을 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해 줬다. 그는 은행업 외에 정보기술(IT)·환경 등 40개 분야의 사회적 기업을 꾸려가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전기 공급이 원활치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태양열 에너지를 생각해냈다. ‘그라민 에너지’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초기엔 한 달에 태양열 패널을 100개 팔았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엔 하루 1000개를 판다고 한다. ‘그라민 바이오 가스’는 독가스 없는 연료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사업이다. 방글라데시에선 쇠똥을 주연료로 사용하는데 독가스가 배출되는 게 문제였다. 그라민은 쇠똥을 가스 탱크에 넣어 독가스 없는 연료용 가스로 만들어냈다.
생활 속 불편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윤을 내고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그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방글라데시는 수질 오염이 심각하기로 악명 높다. 발암 성분이 있는 물을 거의 전 국민이 마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라민은 음료 생산업체 비올라(Violea)와 합자회사를 만들어 수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일본의 의류업체 유니클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방글라데시에 의류공장을 짓기로 했다. 여기서 생산된 의류는 시골 사람들과 릭샤(자전거에 수레를 댄 이동수단) 운전수에게만 한정해 최저가로 팔 예정이라고 했다.
왜 이런 일을 하는가. 유누스 총재는 “이 세상의 누구도 가난을 선택해 태어나지 않았다.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죽을 때까지 묻혀 버리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을 이끌어가는 7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기업 목표가 가난을 극복하거나 교육·건강·기술·환경 등 사람들에게 위해가 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 기업은 재정적·경제적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투자자는 자신의 초기 투자액을 환불 받지만 이윤 배당금은 받지 않는다. 넷째, 이윤은 회사의 확장과 발전에 투자된다. 다섯째,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여섯째, 사회적 기업의 직원들은 일반 기업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 일곱째는 이 일을 즐겁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밤 일행은 다카 시내 한국 식당에서 배부르게 저녁식사를 하고 1만6000타카(27만3000원)를 지불했다. 이곳 노동자들이 100%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계의 봉제 공장’이라고 할 정도로 저임금에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이 많은 다카 노동자들의 한 달 최저 임금은 1662타카, 우리 돈으로 2만8370원이었다. 우리가 한 끼 식사비로 쓴 돈이 이들 노동자의 열 달치 임금과 맞먹는다고 생각하니 뒷맛이 씁쓸했다.
둘째 날, 100㎞쯤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 슈루즈로 현장 학습을 떠났다. 슈루즈 마을 그라민뱅크는 1980년 문을 연 이래 현재 대출자가 3800명에 이른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대출자들에게 4000만 타카를 빌려줬다. 무담보 대출인데도 환수율은 99.56%였다고 한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는 160만 타카라고 했다. 이런 이익은 어디에서 발생하고, 환수율은 어떻게 100%에 가까운지 놀라웠다. 궁금해하는 일행에게 은행 측이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우선 은행은 ‘가정이 있는 빈곤층 여성’에게 대출을 해준다. 열심히 일해 가족의 생계를 돌보고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도덕성이 이들에게 매우 강하다는 게 이유였다. 둘째 대출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5명이 한 조가 되는 그룹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친인척끼리 조를 짜면 안 된다. 셋째 대출자는 자신이 빌린 돈으로 어떤 일을 해 수익을 낼 것인지를 미리 밝혀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자들의 대부분은 소를 사거나, 실을 짜는 베틀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린다”고 말했다. 대출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열고, 서로의 활동을 격려한다. 은행 측에 따르면 “대출자들은 자신들이 상환금을 제때 갚지 못할 때 이웃으로부터의 눈치를 가장 큰 압력으로 여긴다”고 했다.
슈루즈에 머무르며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습한 무더위에도 전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점이다. 하루 중 3분의2는 정전 상태인 것 같았다. 이것은 밤이 되면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천장에 달린 팬이 유일하게 바람을 일으키는 구세주 노릇을 했다. 마을을 떠나기 전 우리들에게 밥을 지어주던 한 여인이 통역을 통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것이었다. “아이와 남편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놔두고 혼자 가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한 여인도 자신의 아들이 크면 한국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카로 돌아온 날, 인터넷에서 새마을운동에 관한 글들을 뒤적였다. 이 나라를 보고 있으면 새마을운동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NGO 관계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극빈자들이 밥을 굶지 않게 하는 정도다. 더 근본적인 치료는 국가 지도자들이 해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두 가지, 지도자와 산업화 과정이 없다.”
무더위와 불결한 위생상태, 그리고 빈곤. 우리들은 점점 지쳐 가고 있었다. 모두 말수가 줄었고, 정신적·신체적 피곤감에 휩싸여 있었다. 내 마음속엔 슬그머니 분노가 치밀었다. 만약 이 나라에 정치인과 교육받은 사람, 부유층이 존재하고, 그들이 어딘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청결한 곳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면 그들은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로서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2주 동안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 때처럼 밤이었는데, 아름답다고 여겼던 다카의 불빛이 더이상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빈곤은 아름다울 수 없었다. ‘행복지수 1위’의 국가는 없었다. 나는 빈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경험했다. 빈곤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겸손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했다.
다카(방글라데시)=이진 객원기자 hangondude@naver.com | 제180호 | 20100822 입력
지난4월 미국 메릴랜드주 옥손 힐에서 열린 세계 헬스케어 총회에서 연설하는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뱅크 총재. 유누스 총재는 은행업 외에 정보기술(IT)·환경·의료 등 40개 분야의 사회적 기업을 이끌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방글라데시에 빈민들만을 위한 은행이 문을 열었다. 그라민뱅크(Grameen Bank)다. 당시 방글라데시 서민들은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못해 고리대금업자한테 돈을 빌려 쓰고 있었다. 살인적 고금리에 짓눌린 서민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이자를 갚는 데 써야 했다.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이런 현실을 바꾸자고 나선 사람이 당시 치타공대 경제학 교수이던 무함마드 유누스(70)다. 그는 갖고 있던 27달러를 털어 빚에 쪼들린 사람들의 빚을 갚아줬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을 열게 된 계기다. 극빈자들에게 소액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줬고, 거래 고객의 64%가 최악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라민뱅크와 이 은행의 총재인 유누스는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라민뱅크는 현재 방글라데시 전역에 1175개의 지점을 두고 1600억 다카(270억원)를 대출하는 대형은행으로 컸다. 빈곤문제 해결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으면서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현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미소금융(micro finance)’도 이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돕는 역할 해야 중앙SUNDAY는 지난 2일 빈민 구제에 선도적 역할을 한 사회적 기업 그라민뱅크의 유누스 총재를 인터뷰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은행 본사 4층 집무실에서다. 기자는 또 그라민뱅크가 마련한 ‘인터내셔널 다이얼로그(International Dialogue)’ 연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유누스 총재는 빈곤 문제에 정부보다는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은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기업이 갖고 있는 훌륭한 인력과 기술이 없으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잘 모른다. 정부보다 민간이 더 창조적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민간이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에 대한 기본 서비스에 집중하고 (기업 등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그는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거론하면서 대기업에 CSR 비용의 절반을 사회적 비즈니스에 쓸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사회공헌활동은 대개 돈을 써버리는 것이기 쉬운데, (이 돈의 일부로) 사회적 비즈니스를 하면 원금도 돌려받고 회사도 지속되며 여기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자긍심을 갖게 돼 회사에 대한 충실도도 높아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1976년 27달러를 갖고 그라민뱅크를 시작했다. 그라민뱅크가 가져온 가장 큰 성과는 뭐라고 생각하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은행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다. 오늘날 그라민뱅크와 같은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이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은행 운영으로 비난받은 적 있나. “아주 많이, 좌·우파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았다. 극단적 좌파들은 내가 아주 적은 돈으로 대출자들을 꼬여 그들을 자본주의자들로 만들고 있다고 공격했다. 사회주의 혁명에 장애를 주고 있다는 거다. 일반 은행가와 투자자들은 우리가 대출자들을 헛갈리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하여』란 책을 썼다. 정말 가난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나. “가난은 반드시 극복될 수 있다. 한국의 사례가 증거다. 60년대 방글라데시와 한국은 (경제적으로) 같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다르다.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나라에 어떤 엔진을 다느냐의 문제인데, 이건 정치 지도자들의 과제다.”
-한국의 예를 들었는데, 한국의 성공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한국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교육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방글라데시는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했다. 방글라데시는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경제가 굴러가고 있는 형편이다. 봉제공장이 있는 정도이고, 산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그라민뱅크가 거의 첫 번째 산업이라고 할 정도다. 오랫동안 정치인들에게도 문제가 많았다.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과거를 돌아보며 정쟁을 벌이는 데 시간을 소모했다. 그런 점들이 두 나라를 다른 길로 가게 했다.”
유누스 총재는 드리머(Dreamer)다. 늘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를 꿈꾼다. 그는 미국의 밴더빌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그런 그가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방글라데시에 몰아닥친 대기근(74~75년)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그라민뱅크를 설립했다. ▶150달러 미만의 소액을 ▶담보 없이 ▶장기 ▶저리로 ▶서민에게만 대출해주자는 거였다. 이 은행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지만 대출금 회수율은 98%를 넘는다. 83년과 91~9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월급은 500달러, 배당금은 안 받아 -어떻게 사회적 비즈니스를 생각하게 됐나. “사회적 비즈니스가 고전 경제학에는 들어 있지 않다. 기업은 큰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고전 경제학의 범주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과 기술을 돈 버는 데 쓰도록 훈련돼 왔다. 이 기술을 사회적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면 문제가 풀린다. 기업인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을 ‘돈’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가난·건강·교육·환경 등의 문제가 다 풀리게 된다.”
-사회적 비즈니스는 무엇이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과는 어떻게 다른가. “사회적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비즈니스다. 다만 돈을 보고 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푸는 데 중점을 두는 비즈니스다.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을 남겨야 하지만, 그 이윤을 개인이 가져 가는 게 아니라 (회사에 재투자돼)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여야 한다. CSR 활동은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PR 영역으로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비즈니스에 참여하면 기업엔 종국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나.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한편으로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돼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충실도도 함께 높여준다.”
-그렇다면 빈민구제에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부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힘이 없다. 그들에겐 기업이 갖고 있는 훌륭한 인력과 기술이 없다. 모든 걸 다 하려 하기보다는 정부는 국민에 대한 기본 서비스에 집중하고, 민간이 사회적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협조를 해주는 게 좋다. 그러면 세금도 더 효과적으로 쓰이게 된다.”
-다농그룹과 합자해 요구르트 회사 그라민-다농을 만들었다. “다농그룹은 회사 투자자들에게 사회적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설명한 뒤 그들의 소득 중 일부를 사회적 비즈니스에 펀드로 넣으라는 제안을 했다. 단 한번의 설명회를 했을 뿐인데 투자자들의 98%가 동참을 했다. 연 배당금 중 몇 %만 사회적 비즈니스에 투자해도 원금이 보전되면서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게 되니 투자자들이 만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난 글로벌 대기업들에 제안한다. 그들의 투자자들에게 사회적 비즈니스를 설명하고 한번 의향을 물어보라고. 또 헤지 펀드 사람들에게도 투자액 중에 0.1%만이라도 사회적 비즈니스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개인적으로는 큰 돈이 아니어도 사회적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최근엔 일본 의류회사 유니클로와도 합자회사를 만들었는데. “2005년 다농이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는 요구르트 생산 기술을 방글라데시 빈곤층 어린이의 영양 상태 개선과 연결시켰다. 아디다스는 어린이들에게 신발을 값싸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기로 했고, 비올리에는 좋은 물을 값싸게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최근엔 일본의 유니클로가 그라민과 합자해 사회적 비즈니스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니클로는 방글라데시의 시골 사람들과 학생들, 릭샤 운전사들에게 의류를 매우 싼값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공장이 설립될 것이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들과 협력해 합자 회사를 만들어볼 의향은 없나.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에 가고 싶다. 한국의 CEO들을 만나 사회적 비즈니스가 뭔지, 그 일들이 어떤 사회적 결과를 낳는지 설명하고 싶다.”
그는 사회적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시장(Stock Market)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오직 돈을 버는 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가 기존의 주식시장에 들어가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라며 “별도의 주식시장을 만들어 수익 배분금을 받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회사에 돈을 투자하게 하자”고 말했다.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면서 동시에 가장 행복한 나라’다. 유누스 총재는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있다. 그는 과연 행복할까? 가족들은 어떨까? “난 행복하다. 그러나 가족은 행복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내가 바쁘니까 싫고, 내가 칭찬받으니까 좋아한다. 큰딸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가수(모니카 유누스)다. 둘째 딸은 방글라데시에서 비즈니스 스쿨에 다니고 있다. 딸들은 내가 자기들에게 별로 관심을 안 갖는다고 불평한다.”
-그라민뱅크에서 받는 월급은 얼마인가. “한 달에 500달러를 월급으로 받는다. 자가용과 아파트도 제공받고 있으므로 한 달에 1000달러 정도 받는 셈이다. 방글라데시의 경제 수준에서 볼 때 이건 풍족한 월급이다. 배당은 한 푼도 받지 않는다.”
-2006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전과 이후, 어떤 차이가 있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졌다. 예전에는 소리를 질러도 안 들었는데, 노벨상 이후에는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웃음).”
-향후 계획은. “의료 분야에서 어떻게 소외 계층에 서비스할 것이냐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골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 의료 과학대학 설립도 계획 중이다.” 유누스 총재는 사회적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당신이 세상을 전부 바꿀 필요는 없다. 작게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창조적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이진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를 나와 잡지사 기자로 활동 했다. 미국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블룸버그통신사에서 아시아 마켓 리서처로 일했다. 청와대 행정관·한국화이자제약 전무를 지냈다. 저서로는 '나는 최고의 이진이다''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나는 미국이 절반만 좋다' 등이 있다.
바야흐로 양극화시대다. 양극화시대의 ‘빅 이슈’는 빈곤문제다.
빈곤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배의 문제’가 아닌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노숙인(homeless) 문제가 심각하다. 노숙인은 1997년 IMF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양산됐고,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수가 줄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가 재발하면서 다시 증가세를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대책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 대책은 유명무실하다. 정부가 설정한 사회안전망의 최저기준은 기초생활수급권자에 맞춰져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기초생활수급권에 끼지 못하는, 소위 ‘구조 바깥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노숙인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사이 노숙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있다. 주로 민간부문에서 기획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들은 주로 노숙인의 인권을 보호하고(노숙인의 인권과 복지를 실천하는 사람들, 노숙당사자 모임 등), 생계대책을 마련하는 것(노숙인 쉼터에서 운영하는 자활근로 및 일자리센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울러 전향적 시도도 있다.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강좌’가 대표적인 예다. 실의와 절망감에 빠진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통해 삶에의 의지와 자존감을 회복시키자는 게 노숙인인문학의 취지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자활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2008년 현재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에서 ‘성프란시스대학’을 운영 중에 있으며, 서울시의 위탁을 받은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에서 ‘비전트레이닝센터’와 ‘영등포 보현의 집’, ‘구세군 브릿지’, ‘화엄동산’ 등 노숙인 쉼터에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노숙인을 자활로 이끌 보다 구체적인 방법은 없는 걸까? 정부나 지자체의 일방지원(기초생활비지급, 쉼터운영)이나 종교단체의 Charity(무료배식, 쉼터운영 등), 대학 및 시민사회의 인문학강좌만으로는 노숙인의 자활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결론은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노숙인 대부분이 신용불량상태에 빠져있거나 심지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이다. 건강이 좋지 못하며 가족해체로 인한 상실감으로 삶의 의지 역시 극도로 약화된 상태이다. 기업이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는 이유들이고, 자활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긴 멀쩡한 대학 졸업자의 2/3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로 전락하는 현실이다.
그래서다. 노숙인에게 취업의 부담이나 자격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사회적 기업’의 설립이 필요한 이유다.
성공사례도 있다. 영국의 Big Issue Foundation은 대표적인 노숙인 대상 사회적 기업이다. 빅 이슈 재단 차원에서 노숙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별도의 회사에선 홈리스에게만 판매권을 주는 잡지 ‘빅 이슈’를 통해 그들의 생계와 자활을 돕고 있다. 1991년 창간된 ‘빅 이슈’는 현재 영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남아공 등 세계 28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28개국의 홈리스들이 ‘빅 이슈’ 판매를 통해 자활의 길을 걷고 있다.
‘빅 이슈’ 한국판의 발행을 추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획기적인 사업아이템을 구상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무리다. 빈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은 노숙인 관련 사회적 기업의 모범이자, 거의 유일한 성공사업인 ‘빅 이슈’를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빅 이슈’ 한국판 창간의 의미는 세 가지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노숙인의 생계를 돕기 위함이다. 또한 노숙인들 스스로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깨우치도록 하기 위함이다. 덧붙여 빈곤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기부문화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나날이 각박해지는 사회분위기를 탓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를 탓하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의 각박함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각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보다 따뜻하고 온화하게 순치하는 의미에서도 ‘빅 이슈’ 한국판의 창간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빅이슈(Big Issue)라는 잡지를 아시나요.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창간돼 현재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나미비아 등 28개국에 100만 독자를 확보한 유력지입니다. 그런데 그 잡지의 독특함은 외형에 있지 않습니다. 거리의 노숙자들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는 게 특별하죠. 노숙인들에게 판매를 맡겨 그들의 자활을 돕는, 노숙인 자활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빅이슈 영국판. 이렇게 생겼습니다^^ 폴 매카트니가 표지모델로 섰네요.
잡지 제호 위 Street Trade, Not Street Aid라고 선명히 새겨져 있습니다.
이 의미있는 잡지가 국내에서도 발행될 전망입니다. 빅 이슈의 한국판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은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실천인문학센터 운영위원 최준영(42) 교수. 그는 지난 1월8~14일 빅이슈 컴퍼니 본사가 있는 런던을 방문해 한국판 발행에 관해 논의하고, 노숙인 벤더(판매원)들이 빅이슈를 직접 판매하는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고 합니다.
"몇년전부터 빅이슈란 잡지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게 내 일이 될거란 생각은 못했죠. 주위에 빅이슈에 대해 알고 있느냐며 탐문을 좀 했봤더니 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더라구요. '신기하다' 정도의 인상평가만 하고요. 그래서 런던에 직접 가서 노숙인 스스로가 자기 생계에 책임을 지는 현장을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가 '노숙인들의 자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는 최근까지 대한성공회가 설립한 노숙인 인문학 교육기관인 성프란시스대학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9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 4년차. 그만큼 노숙인들과 스킨십을 많이 했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고 할까요.
"인문학은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는 학문이에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것인가? 실존적 고민을 하게 만들죠. 이같은 상황을 '현실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40여명의 노숙인이 성 프란시스 대학을 졸업했지만, 수료후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일용직으로 일을 하더라구요. 신용불량상태에다가 주민등록까지 말소되고 가족이 해체된 이들을 사회가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노숙인들이 다른 방법으로 자활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들이 사회에서 좌절했던 경험을 귀로 직접 들은 후 더욱 확고해졌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시절, 서울 은평 뉴타운 공사현장에 노숙인을 투입했던 '전시행정'의 뒷얘기를 들은 것이죠.
"여건이 총체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거죠. 투입됐던 노숙인 68%가 튕겨져 나왔다고 합니다. 왜 노숙인 출신이라고 알리고 투입을 하느냐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격을 만들어내고 일도 안시키고, 안보이는데 가 있으라고 하고.. 모멸감을 느끼는 거죠. 동료로서 인정되지 않고 존재감도 없게 되고, 현장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거죠"
이분이 바로 빅 이슈의 한국판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최준영 교수입니다.
그런 상황을 보고 있던 찰나에 최교수의 눈에 들어온 '빅이슈.'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빅이슈의 벤더들은 'Working, Not Begging(구걸이 아니라 일하는 중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ID카드를 목에 걸고 잡지를 팝니다. 잡지 제호 위에도 Street Trade, Not Street Aid라고 새겨져있습니다. 원조를 받는게 아니라 당당히 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인 셈이죠. 최교수는 '이거다'싶었다고 합니다.
"종이매체의 위기 시대에 살고있는데, 인터넷 문화속에서 새 잡지사업을 하는게 옳은가라는 고민은 했죠. 좋은 의도가 깃든 사업이니만큼 캠페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연예인이나 정치인, 명망가와 노숙인이 2인 1조로 조를 짜서 판매에 나서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죠"
빅이슈를 팔고 있는 벤더
그는 이 잡지가 잘 팔리느냐 아니냐가 우리사회가 건강한지 알아보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 '5초에 한명씩,하루에 10만명씩 굶주려 죽는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실 오늘같은 풍요의 시대에 말도 안되는, 있어서는 안되는 이야기이죠. 최교수는 이처럼 빈곤은 개인의 윤리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노숙인 역시 사회구조적 문제의 상징으로, 우리가 더 이상 관심을 닫아놓을 순 없다는 거죠.
"현대인들은 모두 자기속에 갇혀 살잖아요. 관계도 건조하게 파편화되어 있고요. 빅이슈를 구매함으로써 가난은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을 일깨우는 담론이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가난해도 문전걸식으로 굶어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전통문화가 퇴색된 거죠. 담장 너머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니까요. 이웃문제에도 관심갖는 문화, 기부문화도 정착됐으면 하고요. 여기서 기부는 돈만이 아니라 좋은 글(기고), 체력(자원봉사), 소박하게는 빅이슈의 구매가 되겠죠. 나눔문화가 빅이슈를 통해 복원됐으면 좋겠어요"
최교수가 런던에서 만난 빅이슈 벤더라고 합니다. 빅이슈가 쓰여져있는 아이디카드를 목에 걸고 있네요
최교수는 빅이슈 사업을 위해 도메인 bigissue.org와 bigissue.co.kr을 등록했는데 얼마전에 영국에서 'bigissue.org'를 팔라고 이메일을 받았다며 "좋은 징조"라고 좋아했습니다. 그는 촘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권력자들에게 대항할 수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빅이슈를 통해 사람들이 연대하면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사업을 꾸려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노숙인들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이 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라고요. 이것은 제 사업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간사로 활동하고 그들을 서포트 해줄 뿐이에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빅이슈가 노숙인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런던의 벤더와 이야기를 나누는 최준영 교수.
<더하기>*****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처음 발행됐습니다. 친환경 화장품 기업 더 보디숍 창업자 아니타 로딕의 남편 고든 로딕이 영국 런던 지하철에 넘쳐나는 노숙인 문제를 해결해 볼 목적으로 동료 존 버드와 함께 창업한 것이죠. 더 보디숍의 지원을 받아 월간지 '빅이슈'를 발간한 이들은 판매 권한을 노숙자만 가질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권당 판매가 1.50파운드(약 3천원)짜리 잡지를 7.0펜스(약 1천400원)에 공급, 노숙인들이 잡지를 한 권 팔 때마다 8.0펜스(약 1천600원)를 벌도록 가격을 정했구요. 노숙인들이 일을 통해 자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죠. 아울러 잡지 판매원으로 자리를 잡은 노숙인 중 일부를 빅이슈 본부에 취업시켜 잡지 편집이나 취재 활동을 맡겼습니다. 다른 노숙인들에게는 기본적인 취업 교육 및 정보·기술(IT)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들이 근로자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인 셈입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5천여명의 노숙인들이 빅이슈를 거쳐 자활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한국판 역시 3천원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창간되기까지 과정은 험난합니다. 일단 기초자료조사를 위해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았지만, 4월말로 예정된 창간준비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1차펀딩(funding)을 위해 최교수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중입니다. 법인설립을 6월말에 할 예정인데 등록비만 5천만원. 일단 8월말에 창간준비호를 낸 뒤, 빅이슈 1호를 오는 11월에 내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습니다. 1년정도는 수익을 내기 힘든 서정이라 재단화해서 기금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더욱 후원이 절실합니다.
법개정도 시급합니다. 현재 거리판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죠. 또 도시의 거리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만큼 행정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나약한 노숙인이 거리에서 돈을 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이것이 최교수가 "노숙인이 있을 포스트를 지정해서, 경찰과 관청에서 어느 곳에 노숙인 벤더가 있다고 인지하고 지켜봐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안녕하세요?^^
오늘도 30살 이전에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독립이 입니다:D
오늘은 사회적기업 CSR을 실천하고 있는
영국의 더 바디 샵(THE BODY SHOP)을 알아보려고 해요~
지난번 포스팅이었던 TOMS를 연구하면서 알게된 개념이죠?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를 정말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회사인 THE BODY SHOP은
영국 소비자 연합으로 부터 가장 믿을 수 있는 브랜드 2위,
파이넨셜타임즈에 의해 조사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7위에 올라 있습니다.
창업자 아나타 로딕여사는 영국 여왕으로 부터 기사에 준하는
Dame이라는 작위를 받았다고 하네요^^
착한일을 하면 귀족이 됩니다~
바디샵은 5가지의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동물실험 반대 : 동물 실험 반대에만 그치지 않고 컴퓨터 가상실험, 인공스킨을 활용한
실험등의 대체 실험법을 개발하여 8000종 이상의 안전한 원재료를 확보하였다고 합니다.
2.커뮤니티 페어 트레이드 : 가난한 지역에 대한 원조가 아닌 그들이 가진 자원과 노동력에 대한 공정한
댓가를 지불함으로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한다고 합니다. 자선이 아닌 같은 지구에 사는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멋진 일인것 같습니다.
전세계 25,000명의 지역주민과 그들의 가족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20년간 이루어진 화장품 업계에서 세계최대 규모의 공정 무역의 결과라고 합니다.
3. 자아존중 고취 : 영원한 아름다움이라는 허왕된 약속 보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웰빙을 선사하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
(2003~2008)가정폭력 근절 캠페인 전개
4.인권보호 : 고 아나타 로딕 여사가 만든 칠드런 온 디 엣지(childeren on the edge)는
동티모르, 인도네시어, 루마니아등 11개지역에서 아동 보호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디샵에서 판매되고 있는 코튼백인 (Bag for life)는 수익금 전액이 아동보호를 위해 사용된다고 합니다.
5. 지구환경 보호 : 재활용(recycle), 재사용(re-use), 절약(reduce)의 슬로건 하에
그린오피스, 그린스토어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적극 실천한다고 합니다.
아나타 로딕 여사가 창업을 했던 1976년에는
막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반전 환경이 세계적 이슈가 되고있었다고 합니다.
예술품은 사회상을 반영할때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바디샵을 보니 회사나 브랜드도 사회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진보적 운동에 동참할때
진정으로 존경받고 크게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것이 market 3.0일까요?^^
이상 서른살 이전에 독립하고 싶은 독립이였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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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몬드라곤의 기적
◈ 방송일시 : 2011. 3. 27(일) 밤 8시 KBS 1TV
◈ 연 출 : 류지열 PD
◈ 글·구성 : 이진주 작가
"모든 사람이 함께 기업을 운영한다는 건 이론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공동 의식이‘기적’을 불러 일으켰다 볼 수 있죠"
- 스페인 마드리드 주립대 안톤오 퓰리오 교수
몬드라곤, 세계를 놀라게 하다
2008년 다시 금융위기를 맞은 세계경제. 많은 기업이 정리해고를 강행하는 가운데, 단 한 명의 해고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기업(M[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ondragon Corporation)‘. 111개 협동조합, 120개 자회사 등 총 255개 사업체로 구성된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스페인에서 9번째로 큰 기업으로, 세계경제위기로 도산율이 증가하고, 고용율이 20%나 하락했던 지난 2008년에도 오히려 14,938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예술적이고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세운 몬드라곤 건설, 스페인 가전시장 30%를 차지하고 있는 파고르(Fagor)는 모두 몬드라곤 그룹의 협동조합 기업이다. 몬드라곤의 유통그룹 에로스키(Eroski)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19%나 성장하며 164개 신규매장을 열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기업, 몬드라곤 기적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폐허의 광산 마을에서 시작된 호세 마리아 신부의 꿈
몬드라곤의 역사는 한 신부가 스페인 내전으로 폐허가 된 작은 마을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 아리에타 신부는 마을 아이들을 위한 기술학교를 세우고, 그 졸업생들과 함께 1956년 작은 석유난로공장 울고(Ulgor)를 설립한다. 호세 신부가 꿈꾼 기업은 모두가 주인이 되어 즐겁게 일하는 기업이었다. 울고는 같은 규모의 자본금을 출자한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어 출발했고 지금도 8만 명에 달하는 몬드라곤 그룹 조합원들은 1인 1표를 행사해 이사진을 선출하고, 경영진을 임명한다. 40년째 파고르에서 일하고 있는 하비에르 씨는 생산라인 노동자인 동시에 이사다.
"한 명을 위해 일하고 그를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를 위해 일한다는 점이
제가 여기서 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 파고르 이사 하비에르 디나마소르
해고란 없다, 몬드라곤의 비밀은 상생(相生)
얼마 전, 다니던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져 일을 쉬게 된 뻬드로. 하지만 그는 일자리를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될 때까지 임시 휴직 상태로, 월급의 80%를 지원받는다. 실제로 사라는 회사가 파산하자 그룹 내 다른 조합의 비슷한 부서로 재배치 됐다. 몬드라곤에 해고란 없다. 조합원들은 위기가 닥치면 조합원 총회를 통해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한 기업이 어려우면 그룹 내 다른 기업이 돕는다.
"그 어떤 경우에도 회사에서 나갈 이유는 없습니다.
실직을 해도 곧 다시 다른 일자리가 생기니까요"
- 몬드라곤 복지기금 라군아로 관계자 루이스 마리 우가르떼
협동조합기업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FC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축구 클럽이다. 스페인에는 몬드라곤 외에도 약 22,000개의 협동조합 기업이 존재한다. 몬드라곤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몬드라곤을 찾는 사람들. 소수의 대주주가 기업의 경영 전권을 갖는 주식회사와 달리, 동등한 출자금과 동등한 경영권을 지닌 조합원들이 함께 기업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기업. 협동조합 기업은 과연, 노사갈등과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 여러 위기에 부딪힌 주식회사 기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몬드라곤의 비밀은 ‘함께’ 일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노력이 아니라 각자의 생존을 위한 싸움입니다.
바로 이러한 협력심이 우리의 막대한 원동력이 됩니다"
- 후안 마누엘 몬드라곤 노동금고 대표
몬드라곤 가장 성공적인 생협연합체
몬드라곤(스페인의 바스크 지역의 한 마을 이름으로, 이 마을에서 운동이 시작되었음)이라고 알려진 협동조합 그룹은 노동자협동조합의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실험이다. 몬드라곤의 실험은 노동자의 소유와 운영에 기초한 새로운 윤리적인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몬드라곤 그룹은 숫자만으로도 인상적이다. 86개의 노동자 생산협동조합, 46개의 교육협동조합, 15개의 주택협동조합, 8개의 농업협동조합, 6개의 2차 및 지원조직, 4개의 서비스협동조합, 1개의 소매협동조합 등 모두166개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몬드라곤그룹은 2만1천 명의 노동자(이중 1만 6천 명은 노동자생산협동조합에 종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16억 달러(이중 약 12억 달러는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이 차지)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노동인민금고는 18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29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소매협동조합인 에로스키는 연간 3억 6천만 달러의 공급액을 올리고 있다.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은 다섯 가지 산업분야에 걸쳐 있다. 5개 조합은 중금속가공분야에 종사하고, 27개 조합은 공작기계, 유압프레스, 버스, 소형선박 등과 같은 복잡한 제품을 생산하며, 30개 조합은 많은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며, 16개 조합은 냉장고, 가구, 음향 제품, 자전거 등 과 같은 소비재를 제조하며, 16개 조합은 건축업에 종사한다. 8개 농협은 낙농, 양돈, 양의 사육, 사료 생산 등을 담당하며, 250명의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부문 협동조합은 음식업 및 세탁업에서 정보처리에 이르고 있다. 에로스키는 노동자와 소비자가 함께 관리하며, 270개 점포에서 1천6백 명 이상의 종업원이 종사하고 있다. 15개 주택협동조합은 약 1천 동의 아파트를 건설했다.
2차 협동조합은 사회보장과 보험협동조합들이다. 교육협동조합은 육아에서부터 초등학교, 대학 수준의 훈련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바스크 언어를 가르치는 40개 이상의 초등학교가 이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으며 3만 5천 명의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산업디자인, 졸업 후 엔지니어링, 성인교육, 교사훈련, 노동자의 신기술훈련을 담당하는 각 협동조합이 있다. 또한 약 1백 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하이테크기술 연구협동조합과 경영훈련센터가 있다.
협동조합 운동가들이 매우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이러한 모든 것을 달성했는가, 다른 지역에 파급될 수는 없을까 하는 점이다. 몬드라곤의 성공에는 세 가지 중요한 배경이 있다. 첫째는 고도의 공업화. 둘째, 노동운동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 셋째, 바스크 민족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첫째, 이 지역은 19세기 말경에 직인에서 공장생산으로의 급속한 전환을 경험하여 스페인에서 가장 산업화된 지역이 되었다. 공장에서 기초한 숙련된 금속노동의 전통, 기술교육 및 높은 개인저축 수준은 공업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둘째, 협동조합주의에 우호적인 급진론이 견고한 토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1916년 초에 바스크 민족주의자당은 모든 마을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을 설립할 것과 지역연합회, 협동조합은행, 노동자생산협동조합, 농협 및 어업협동조합 등을 설립하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연대노동조합연합회는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고 소비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의 잠재력을 확실히 보여준 것은 노동자 생산협동조합 알파였다. 알파는 당초에 소총을 생산하는 회사였는데, 이를 인수하여 미싱기계의 생산으로 전환했다.셋째, 바스크는 스페인국가로 완전히 통합된 적이 결코 없었으며, 그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에 패배한 이후, 그들은 정치적으로 억압을 받았으며,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경제적 해결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몬드라곤그룹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돈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는내전 기간 중에 바스크군의 종군기자로 활동했는데, 포로로 잡혔다가 가까스로 사형을 면했다. 그는 가톨릭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1941년 몬드라곤에 부임했다. 그 이전의 많은 협동조합 운동가처럼 그는 교육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술훈련학교를 설립했다. 직장민주주의 이념으로 고취된 그의 5명의 제자들이 울고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요리 및 난방용 스토브를 생산했다. 그들은 지역의 저축 및 기업가 전통이라는 도움을 받은 셈이다. 96명의 지역주민이 울고를 설립하는 데 1천1백만 페세타의 자본을 조성하여 빌려주었던 것이다.
아리스멘디는 현행법에 적합하면서도 ‘경제의 모든 분야의 협동조합에 적용이 가능하며, 경제적·기술적·사회적·재정적인 측면에서 협동조합의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모범 정관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물공장과 예초기 제조회사가 설립되었다.
협동조합들이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조합원들은 공식적으로 자기 고용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스페인의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었다. 외부자본은 협동조합으로서는 제공할 수 없는 담보물건 및 자본참여를 요구했기 때문에 사업 확대가 어려웠다. 또한 협동조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전문적 기술이 필요했다. 1959년경에 그들은 자신들의 은행인 노동인민금고를 설립했다. 노동인민금고는 지방저축은행으로서, 저축은 새로운 협동조합에 투자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조합의 발전이 건전하다는 점을 확신해야만 했다. 또한 노동인민금고의 직원들은 협동조합의 추진에 관한 전문성을 획득하고, 노동인민금고와 각 협동조합간의 연합계약을 통하여 협동조합의 진척상태를 점검했다. 각 협동조합들은 노동인민금고로부터 자본을 조달하는 대신에 공동재산의 지분을 제공하고, 노동인민금고의 재정적 점검을 허용하며, 모든 잉여를 노동인민금고에 예치하며, 그룹 전체 속에서의 여러 관계에 대한 노동인민금고의 의사결정 권한을 인정해야만 했다.
연합계약은 각 협동조합의 성격을 규정하게 된다. 조합가입은 자발적이며 개방적이어야만 한다. 신규 가입에는 노동자 소유자로서의 잠재적 적합성에 대한 선별기준이 적용되지만 가입에 금전상의 장벽은 없다. 가입 시의 출자금은 급여가 적은 노동자의 1년 급여에 해당될 정도로 많지만 노동인민금고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잉여에서 차지하는 노동자의 몫은 노동의 기여에 따라 계산되며 개인자본계정에 배분된다. 이것은 조합원의 명의로 보관되며, 조합원이 조합을 탈퇴하거나 은퇴하기 전에는 인출할 수 없다. 다만 조합원의 출자금에 대한 이자는 현금으로 지급될 수 있다. 노동자 연대라는 표현 속에서 최고 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는 당초 3배로 정해졌고, 현재는 6배로 확대되었다. 이는 실제로 임금이 낮은 노동자가 지역의 평균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받고, 중간수준의 노동자는 비슷한 수준을 받으며, 반면에 최고 경영자들은 덜 받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소한 잉여의 30퍼센트는 내부유보금과 사회적 기금에 공동으로 충당하고 70퍼센트는 보통 개인자본계정에 할당된다. 손실이 발생하면 이 역시 내부유보금과 개인자본계정에서 부담한다.
조합의 ‘관리 구조’는 각 협동조합이 모두 같다. 모든 노동자는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비조합원 수는 노동력의 5퍼센트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최고의사결정 권한은 노동자조합원 총회에 있으며, 총회는 관리이사회를 선출하고, 이사회는 경영진을 지명한다. 이것은 경영자를 노동자 전체로부터 일정 정도 격리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경영자와의 계약에는 경영자도 협동조합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명시해놓고 있다. 경영자는 자신들의 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이 비공식 자문기관은 경영진과 이사회에 보고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사회위원회는 인사, 안전, 임금수준, 사회보장 등의 문제에 대한 조합원의 이익을 대표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된다. 마지막으로 3인으로 구성된 회계관리위원회 또는 ‘감독위원회’가 조직 전체의 행동을 감독하고 감사 및 점검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 복잡한 관리구조는 몬드라곤그룹에 잘 기여해왔으며, 계속 개선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그룹의 제2차 수준의 구조가 유사한 산업 및 지리적 영역에 있는 협동조합에 의해서 마련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단위조합과 동일한 관리구조를 지닌 14개의 연합회가 존재했다. 그룹의 제 3차 수준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총평의회와 2년마다 개최하는 협동조합대회를 새로 시작했다.
노동자협동조합의 급속한 확대는 다섯 가지 메커니즘을 통하여 실현되었다. 첫째, 울고와 같이, 창립 멤버가 그룹을 만들고 시장을 조사하고, 노동인민금고의 조언과 융자를 얻어 새로운 기업을 설립했다.둘째, 당초의 사업이 커지게 되면 기존의 협동조합 일부분을 분리하여 독립시켰다. 노동자 3천 명으로 성장했던 울고에서 노동자에 의한 파업을 겪은 후에 협동조합 규모의 자연적 한계는 약 5백 명 정도의 노동자라는 점을 실감했다. 셋째, 노동인민금고에 의해서 사업기회가 확인되고 실현 가능성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나면 새로운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넷째, 독립적인 협동조합이 연합의 이점을 확보하기 위하여 몬드라곤그룹에 참가할 것을 결의했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시기에 기존의 자본제적 기업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몬드라곤 그룹과 지역사회에서 대두된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협동조합의 연합조직을 결성했다. 1966년에는 학생들에게 노동의 경헙을 제공하기 위하여 협동조합 공장 겸 훈련학교로서 알레코프를 설립했다. 1968년에 에로스키 소비자협동조합이 기프스코아 주의 기존 9개 소비자협동조합을 통합하여 설립되었다. 이 소비자협동조합은 활력 있는 사업체로 되었으며, 바스크의 4개 주로 확대되었다. 에로스키는 전통적인 이용고배당을 실행하지 않고 잉여의 10퍼센트를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배당으로 배분할 것을 채택했으며, 한 연구에 의하면 ‘조합원을 확대하고, 조합운영에 조합원이 참여함으로써 탁월한 성공을 거두었다.’ 1970년에는 보건서비스, 작업장에서의 보건과 안전, 장애자 급여, 연금을 제공하기 위하여 우애조합인 라군-아로를 설립했다. 1977년에는 연구개발협동조합인 이켈란을 설립하기 위하여 1천2백만 달러가 투자되었다. 이것은 그룹의 기술적 역량을 높여 외국과의 경쟁이라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1975년 프랑코의 사망 후에 이카스톨라 교육운동이 공식적으로 전개되어 중학교까지 바스크언어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공적인 자금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노동인민금고로부터의 지원은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음식·세탁 협동조합 아우조-라군은 특히 여성들에게 유연한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몬드라곤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주택가격이 높아졌을 때, 주택협동조합은 노동인민금고의 융자를 얻어 설립되기 시작했다. 1987년 불황으로 몇몇 협동조합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을 때, 이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하여 협동조합 간 연대기금이 설립되었다.
몬드라곤은 노동자협동조합이 대규모 형태로 지속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그 창립자들은 로치데일의 선구자와 마찬가지로 확신을 가지면서 시행착오를 통하여 노동자 관리로 경제의 모든 요인을 조절, 완전한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제2장에서 기본적 가치가 때때로 ‘이율배반’일 때,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할 수 없고,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초기의 노동자 관리의 시도와 관련하여 이들 요인 중 하나가 결여되거나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에 미묘한 균형이 파괴되고 협동조합은 실패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몬드라곤이 성공한 것은 밸런스, 또는 모리슨이 말한 ‘균형’을 제도화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노동자에 의한 민주적 관리와 강력한 경영진, 중앙은행에 의한 관리와 각 협동조합의 자립, 다액의 자본투하의 필요성과 노동자의 퇴직 후 생활안정을 위하여 출자금을 반환할 필요성, 대규모 생산을 위한 기술적 필요와 지역사회의 여건 등 이들 상호간의 균형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또한 몬드라곤은 하나의 협동조합경제가 일단 설립되면, 그 자체가 자립하여 성장하게 되고, 주택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보험협동조합과 같은 다른 협동조합을 통하여 조합원의 필요에 대응하여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 원칙이 노동자 관리경제를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것은 고도의 복잡한 사업환경에 있어서도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차입금을 차입한다든지 자본금을 ‘해방’하기 위하여 협동조합을 해산할 필요가 없이, 조합원에게 다액의 경제적 성과를 노동에 대한 배당으로써 지불할 수 있다. 민주적 관리뿐만 아니라 기술교육과 훈련에 대한 강조가 협동조합의 경제적 성공에 핵심이라는 로치데일 선구자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아리스멘디아리에타는 “협동조합주의는 교육을 통한 경제적 운동이다. 또한 우리는 그것이 경제적 활동을 통한 교육운동이라고 정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인민금고를 기반으로 한 몬드라곤의 구조는 협동조합 간 협동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협동조합으로의 다각화와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볼 때, 협동조합 부문이 충분히 커지게 된다면, 보다 넓은 지역사회에도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몬드라곤의 형태를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모방할 수는 없는가라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다. 숙련된 노동력, 높은 수준의 개인저축, 강한 민족주의 전통과 박해받은 언어와 문화 등이 결합된 지역을 찾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웨일스와 같이 유사한 조건을 갖춘 곳에서조차 또 다른 몬드라곤을 창조하기 위한 시도가 아직 성공하지는 않고 있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바다로 표현한다면,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조그만 소도시인 몬드라곤(1940년 당시 인구 8,645명)에 형성되어 있는 협동조합 그룹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M[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ondragon Cooperative Complex)는 이 냉혹한 바다에 떠 있는 매우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섬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종업원 공동소유와 직접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 및 능력에 따른 균등분배를 실현’하고 있는 이 복합체에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크고 작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들이 재생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자본주의적 기업형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업소유와 경영의 비민주성, 노사갈등, 부의 불평등 분배구조 등 온갖 형태의 부정의와 비효율을 제거하고 탄력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산업의 효율적인 발전을 촉진하는 한편, 산업발전의 불가피한 부산물로 생각되어 왔던 부동산 문제나 환경문제 등을 재생산하지 않는 매우 경이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1).
한 마디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비록 지역적인 수준에서이긴 하지만, 인류의 오랜 이상인 ‘갈등 없이 더불어 풍요롭고 실질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가 열릴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상의 이유들 때문에, 체제로서의 사회주의가 대부분 해체된 지금 일부 논의자들에 의해 “체제대안 모델”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구조적 특징과 기업활동 과정에 적용되는 원칙들을 밝힘으로써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유의미성과 한계를 고찰하고자 한다.
2.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성장
몬드라곤은 가파른 언덕과 산으로 둘러싸인 협곡에 자리잡고 있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산업이 발달하거나 인구가 늘어날 만한 여지가 거의 없었던 곳이다. 다만 유일한 가능성은 철 생산지로서의 오랜 공업전통 뿐이었다2).
이런 몬드라곤에서 ‘종업원 공동소유와 직접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 및 능력에 따른 균등분배’를 운영의 원리로 하는 협동조합적 산업발전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 아리에타라는 신부의 선구적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페인 내전(1936~1939)이 종결된 이후 지속적으로 공부와 토론모임을 이끌면서 로버트 오웬의 협동조합적 사상3)과 ‘자본과 노동의 갈등’, ‘사유기업의 개혁’, ‘자주경영’, ‘노동자들의 소유권 참여’를 주장함으로써 협동조합적 사상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을 양성했는 데,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바로 그를 따르는 제자 중 5인4)이 1956년 말 ‘울고(ULGOR)’5)라는 조그만 기업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6).
초기의 울고는 그야말로 문제 투성이였다. 울고가 생산하기 시작한 제품인 석유난로는 당시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불량제품에 가까웠으며, 조합원들은 일주일에 6일 하루에 10~12시간까지 일하면서도 초과노동에 대한 수당은 생각조차 못했다. 심지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작업 중이던 노동자 중 1명이 치명적인 화상을 입기까지 할만큼 공장관리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울고의 설립자들은 설립 초기에 당면했던 기술적 문제, 시장개척문제 등을 열정을 가지고 점차 해결해 나갔으며,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울고는 설립자들조차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성장속도와 규모를 보여 주었으며, 60년대 초반에 이미 스페인 100대 기업의 하나로 될 수 있었다.
울고의 성장과 함께 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공작기계의 수요가 증가하였고, 울고는 이에 대해 민주적 운영원리에 따르는 회원 협동조합들의 설립으로 대응하였다. 울고의 공구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아라사테, 울고의 가스레인지와 석유난로의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코프레시, 사기업이던 주물공장을 인수하여 울고의 주물공장과 합병함으로써 생겨난 에델란, 각 협동조합의 몇 부문을 통합하여 전자부품과 전자설비를 생산하는 파고르 전기회사 등이 그것이며, 이는 곧 ‘종업원 공동소유와 직접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 및 능력에 따른 균등분배’를 운영의 원리로 하는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의 확대재생산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또한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이 방대한 복합체로 성장하는 토대가 형성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물론 울고의 성장과 회원 협동조합의 설립 및 성장이외에도,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이 방대한 복합체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연결고리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협동조합은행 카자(the Caja)의 설립이다.
즉, 1959년 9월에 공식적으로 설립된 이 은행7)이 ‘노동자 생산협동조합 및 기타 협동조직을 창설․확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협동조합들은 성장과 안정적인 재생산에 필요한 자금조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수적․질적 성장에서도 가속도가 붙게 된다.
어쨌든 호세 마리아 신부의 통찰력과 지도력, 울고의 성장과 그룹으로의 발전, 카자의 지원기능, 회원 협동조합의 확충과 성장 등이 어우러지면서, 이후 1980년대에 이르면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은 유통과 농업, 그리고 기술과 교육 및 사회보장 분야를 포괄하는 방대한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
3.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기업 구조적 특징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기업구조는, 특수한 경우인 학생협동조합 알레르코, 소비자협동조합 에로스키 등을 제외하면, ‘해당기업 노동자들에 의한 기업소유와 민주주의적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이다.
즉, 한편으론 해당기업에서 노동하는 기업구성원들의 균등출자를 통해 기업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1인1표주의 원칙과 다수결의를 바탕으로 조합원 총회에서 의사결정, 경영진 선임 및 해임, 그리고 1974년 파업8)을 계기로 강화된 조합평의회(견제와 감시 및 경영진과 일반조합원 사이에서 의사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 구성원의 선임 및 해임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한 마디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선 자본주의적 기업경영이나 사회주의적 기업경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업구성원들에 대한 획일적․폐쇄적․일방적 경영형태가 완전히 지양되고 있으며, 민주적으로 다원화됨과 동시에 개방적이고 피드백(feedback) 흐름이 존재하는 경영형태가 성숙되어 있는 데, 이러한 기업의 기본적 구조 덕분에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산업발전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어쨌든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구조적 독특성은 자본주의 기업의 일반적 형태인 주식회사와 비교할 때 보다 극명해 진다.
1. 소유주체의 비교
자본주의 기업은 개인 또는 주식회사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히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주체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은 소외되고 대주주들이 마치 사기업인 냥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이건희의 삼성, 정몽구의 현대자동차, 구본무의 LG하는 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 소유주체는 기업 구성원인 노동자들이며, 또한 그들은 소유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소유주체의 극명한 차이점을 좀 더 세분하면
첫째, 기업소유자가 되는 방식이 다르다.
자본주의 기업의 일반적인 형태인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자의 일원으로 되는 것은 ‘주식의 구매’만으로 충분하다. 즉, 주식을 구매하는 사람이 단순히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이든, 매우 악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업 탈취자이든 관계없이, 주식을 구매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소유자의 권리가 부여되며 또한 소유자로서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 기업소유자가 되기 위해선 해당기업에서 “노동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하며, 이러한 전제조건하에서 균등한 출자를 통해 기업에 결합함으로써만 소유자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둘째로, 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이 다르다.
자본주의 기업의 일반적인 형태인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자의 권리행사는 “1주1표주의 원칙”에 입각한다. 즉, 주식 1주를 가지고 있다면 단 1표의 권리만이 부여되며, 주식 십만 주를 가지고 있다면 십만 표의 권리가 부여된다.
한 마디로 주식회사에선 주식재산을 누가 더 많이 가졌는가가 권리행사의 기준으로 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준은 곧 권리행사에서 인간의 사회적 불평등을 상징하는 것이다. 특히 주식재산이 곧 권리행사의 기준으로 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싼 소유주체들의 갈등과 담합은 비일비재한 현상으로 되는 데, 예컨대 한국통신, 한국이동통신, 데이콤 등의 민영화에서 소유지분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암투와 담합은 대표적인 사례이며, 최근 한화종금을 둘러싼 대주주들의 힘겨루기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개인이 소유자로서 독재적인 권리를 행사하거나 주식재산을 기준으로 “1주1표주의 원칙”에 입각하는 자본주의 기업과는 달리,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소유주체인 종업원들은 사회적 권리행사를 보장하는 “1인1표주의 원칙”에 따라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모두가 다 대등한 권리행사자이며, 따라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선 누구는 더 많이 행사하고 누구는 소외되는 권리행사의 사회적 불평등과 이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해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소유주체들이 해당기업에 대한 경영정보 습득 수준이 다르다.
주식회사의 경우, 몇몇 대주주를 제외한 주식 소유자 대다수는 자신이 소유자로서 관계 맺고 있는 기업의 실제적인 운영내역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왜냐하면 그들 대다수의 주요한 관심사는 매매차익과 배당금 등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며, 기업의 실제적인 운영내역에 대해선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들이 기업의 실제적인 운영내역에 대해 관심이 있더라도,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기업의 실재적인 운영내역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 참석율이 지극히 저조하고, 심지어 많은 기업에서 소액주주들의 참석율 저조로 정족수 과반수(즉, 대개의 경우 발행주식의 50%)를 채우지 못해 주주총회 자체가 유산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예컨대 증권대체결제)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소유주체들은 기업의 실제적인 경영내역에 대해 아주 정통하다. 그들은 노동을 통해 실제적으로 기업경영의 내용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러한 기업운영의 내용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월급 등의 성과배분’, ‘직무만족’, ‘직업의 안정성’, ‘인사’ 등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경영정보가 비공개 되는 자본주의 기업과는 달리,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경영정보가 완전히 기업구성원들에게 공개되어 있으며, 공개되는 경영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메커니즘을 통해 일반 조합원들의 경영능력을 끊임없이 배가시키고 있다.
해당기업에 대한 정보습득 수준에서의 이러한 차이점은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기업경영상의 실제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기업소유자들의 기업경영의 목적이 다르다.
자본주의적 기업은 이윤추구를 기업경영의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윤의 획득은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번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업의 매각이나 인수․합병, 임금억제나 노동자 통제, 노동시간의 무자비한 연장 등 기업구성원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할 수 있는 정리해고제 등의 독소적인 방책을 통해서도 단기적 이익을 급등시킬 수 있으며, 또한 주식회사인 경우 그룹 내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이나 계열사제품 우선 구매행위, 지배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에 대한 현금, 유가증권 대여 및 담보 제공 등 기업자금의 유용행위, 노골적인 공금횡령이나 유용 및 비자금 조성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방책들을 통해 사적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심지어 기업자금을 부동산 투기 등 각종 투기자금으로 활용함으로써도 사적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한 마디로 자본주의 기업은 기술개발이나 새로운 유형의 자동화설비의 도입 등 생산적 투자를 통해 이윤을 확보하지 않는 모든 경우, 기업경영의 비효율성은 증폭되며, 온갖 형태의 사회적 부정의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기업구성원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게 된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 기업활동의 목표는 이윤추구가 아니라, 자본주의 기업이 등한시하는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인류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관심사인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번영이다. 이것은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의 소유주체가 노동소득을 주 소득원으로 살아가는 기업구성원들이기 때문이며,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번영 없이는 그들의 주 소득원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표 1> 소유주체 사이의 차이점
현재의 주식회사
몬드라곤 협동조합
소유주체
불특정 다수
기업구성원(종업원)
소유자가 되는 방식
주식의 구매
출자자인 동시에 노동자
소유자로서의 권리행사 방식
1주1표주의
1인1표주의
소유자가 되고자 하는 목적
단순한 사적 이익
(특히 투기적인 목적)
경제생활의 지속성과 안정성
기업 운영내역에 대한 정보 습득수준
대다수의 주주들이 해당기업의 사정에 대해 정통하지 못함
해당기업의 사정에 정통
주요 관심사
매매차익과 배당금 및 사적 이익
기업운영의 내용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월급 등의 성과배분’, 직무만족, 직업의 안정성 등등)
2. 경영형태의 비교
자본주의 기업과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의 소유주체의 차이점은 기업경영에도 반영되는 데,
첫째로, 경영구조가 다르다.
주식회사의 기본적인 조직형태를 단순화시켜 지휘, 명령계통을 그려보면, 대개 (그림1)과 같다.
(그림 1) 주식회사의 지휘․통제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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ꠐ 노동조합 ꠐ ꠐ 이사회 ꠐ ꠏꠏꠏꠏꠏ ꠐ 감 사 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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ꠌꠏꠏꠋ 종업원 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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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ꠚꠚꠚꠚꋼ 는 지휘․통제계통
(그림 1)에서 보듯이, 주식회사의 경영구조는 최고의결기관인 주주총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이사회가 종업원들을 일방적으로 지휘․통제하는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영구조하에서 소수의 경영주체가 다수의 기업구성원을 지배하는 지배-피지배의 종속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종업원 주주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도 현재의 주식회사에서는 대개의 경우 이사회에 종속된 어용기관에 불과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경영구조는 다르다.
(그림 2)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지휘․통제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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ꠑꠚꠚꠚꠚꠚꠚꠚꠚꠚꠚꠚꠚꠚꠐ 조합원총회 ꠐꠚꠚꠚꠚꠚꠚꠚꠚꠚꠚꠚꠚ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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ꠐ 조합평의회 ꠐꠏꠏꠏꠏꠏꠏ ꠐ 이사회 ꠐ ꠏꠏꠏꠏꠏ ꠐ 감 사 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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ꠌꠏꠏꠋ 노동자 조합원 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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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ꠚꠚꠚꠚꋼ 는 지휘․통제계통,
* 참조 : ꡔ몬드라곤에서 배우자ꡕ p59 (그림4.1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구조)
(그림 2)에서 보듯이,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경영구조는 해당기업에서 노동하는 전체 기업구성원들에 의해 구성되는 조합원 총회를 최고의결기관으로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피드백 흐름이 형성되어 있다. 즉,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경영구조는 자본주의 기업이 간직한 지휘․통제 상의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을 제거하는 대신에, 피드백 흐름이 존재하는 “상호보완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경영진에 대한 선임 및 해임권 행사에서도 뚜렷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주식회사의 경우, 경영진에 대한 선임 및 해임권은 해당기업의 실제적인 경제활동과는 거의 관계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주주총회에 있다. 특히 주주총회의 결의는 1주1표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돈 많은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장악함으로써 소유주체들 사이의 불평등을 파생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과 판매의 실질적인 주체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독재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이들을 사업의 객체로 전락시킨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 경영진의 선임 및 해임권은 해당기업의 안정과 지속적인 번영을 자신의 생존조건으로 하는 종업원들로 구성된 조합원 총회에 있으며, 그 결의는 소유주체들 사이의 평등한 권리 행사를 보장하는 1인1표주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경영진은 기업구성원들에 대해서 독재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셋째로, 경영노동의 성격이 다르다.
주식회사의 경우, 경영진들은 종업원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기업의 실제적인 경제활동과는 거의 관련 없는 주주들의 일반이익(특히 경영권을 장악하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며, 주주들의 입장에서 기업내의 각종의 의사결정을 집행한다. 이 때문에 주주들의 일반이익(경우에 따라선 대주주의 이익)이 종업원의 이익과 상충되는 지점에서는 주주들의 대변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며, 종종 노사간의 갈등과 분규가 유발된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경영진은 전적으로 소유주체인 종업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며, 종업원의 입장에서 임금, 실업, 복지, 근로조건, 작업환경, 재정 및 투자, 인사 상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어떤 의사결정이 종업원들의 일반이익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조합원 총회에 의해 재검토되고 있다.
<표 2> 경영형태 비교
현재의 주식회사
몬드라곤 협동조합
경영구조의 성격
“획일적 폐쇄적 성격”
(피드백 흐름 없음)
“상호보완적 개방적 성격”
(피드백 흐름 형성)
경영진 선임, 해임권 행사기관
주주총회
조합원 총회
경영진 선임권자
불특정 다수의 주주
(대개의 경우 대주주)
해당기업의 종업원
경영진의 노동
해당기업의 실제적인 경제활동과는 관련 없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총괄기능 수행
해당기업에서 실제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종업원들의 이익을 위해 총괄기능 수행
경영진이 종업원을 지배
종업원이 경영진을 지배
3. 성과배분 비교
현대 사회에서 기업 경제활동의 성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분할되는 데, 하나는 종업원들에게 배분되는 월급(즉, 임금)이고, 다른 하나는 총 이윤으로 이중에서 세금, 이자, 임대료, 기업적립금 등을 빼고 나머지 소득이 소유주체에게 귀속되는 데, 이러한 성과배분에서도 자본주의 기업과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주식회사에서 성과배분은 대개 다음과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업원들에게 분배되는 월급(즉, 임금)인 경우, 경영진과 노동조합의 단체협상을 거쳐 “합의”하에 분배되는 데, 그 최종적인 결정권은 항상 경영진에게 귀속되어 있다. 또한 노동조합이 없는 자본주의 기업인 경우 결정권은 전적으로 경영진에 귀속되어 있으며, 여기에 정부가 제3의 변수로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배당금의 경우, 단지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주식을 가진 것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불평등 분배되고 있으며, 또한 배당금으로 분배되어야 할 기업수익의 일부는 경영권을 장악한 대주주들의 농간(예컨대 관계회사나 위장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한 부의 이동, 기업공금의 횡령이나 유용, 비자금 조성, 경영진에 대한 능력이상의 급여지급 등)으로 중간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임금분배는 경영진과 일반 조합원을 대표하는 조합평의회의 “협의”를 거쳐 분배되며, 임금분배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은 조합원 총회에 귀속되고 있다. 또한 임금의 격차를 막고 경영진에 대한 능력이상의 급여지급을 막기 위해 “연대임금원칙”(예컨대 최초의 원칙은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3배를 초과할 수 없다)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본주의적 기업과는 정반대로 경영진의 능력과 노동에 대해 보수가 저 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까지 하다.
또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 소유주체에게 귀속되는 기업수익은 균등분배의 원칙을 따르며, 분배된 기업수익은 출자금과 더불어 누적된다. 그러므로 종업원들이 자신에게 균등하게 분배되는 기업수익을 최종적으로 취득하는 시점은 이직이나 퇴직 등의 이유로 자신이 속한 협동조합을 탈퇴할 때이며, 이 때까지 적립된 자금은 기업의 재생산을 위해 활용된다.
<표 3> 성과배분의 비교
현재의 주식회사
몬드라곤 협동조합
분배참여자
종업원과 주식소유자
종업원
급여결정
단체협상을 통한 “합의”
“협의”
급여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
경영진
(대개의 경우 대주주)
조합원 총회
급여 격차
크다
적다
(연대임금원칙)
기업수익 분배방식
소유주식 수에 따라
(불평등 분배)
종업원에게 균등분배
(균등분배)
기업수익 분배에서 대주주 횡포유무
있음
없음
기업수익 처분시점
분배 즉시 처분가능
출자금과 더불어 누적
(재생산 자금으로 활용)
4.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원칙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들은 최초 설립시 조합원들이 간직한 희망이나 열정 또는 도덕적 선의와는 무관하게 실패하거나 또는 지극히 영세한 규모로 몇몇의 경제적 구원만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일부 성공한 협동조합들은 신규가입 노동자들의 출자금 증대의 문제, 조합원들에 대한 누적 자산의 처분과 분배에 매료되어, 임금노동자를 새롭게 고용하거나 기업을 처분 또는 주식회사로 전환함으로써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재 전화되는 게 비일비재한 현상이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종업원 공동소유와 직접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 및 능력에 따른 균등분배’의 원리를 끊임없이 성숙시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한 협동조합들이 보여준 몰락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사실 몬드라곤의 성공이 유지되고 발전되고 끊임없이 재생산될 수 있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종업원 공동소유와 직접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 및 능력에 따른 균등분배’의 원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원칙이나 규정들을 만들어 내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하에선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일반적으로 중요한 원칙들만을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1. 소유참여에서의 노동의 원칙
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서 기업 소유자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기업에서 “노동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몬드라곤의 성장에서 이 원칙이 암묵적으로 지켜졌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원칙은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이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소유주체와 노동주체의 적대적 분리모순을 해소하는 구조적 토대로 작용하는 한편9), 소유권과 기업수익의 분배권을 자연스럽게 생산과 판매의 실질적 주체인 노동자 집단에게 귀속시킴으로써 노동자 집단에 의한 자율경영과 균등분배를 성숙시킬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10).
2. 노동자 주권과 1인1표주의 원칙
기업구성원들에 의한 공동소유를 기초로 하는 몬드라곤의 협동조합에서 노동자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조합원 총회에 주어지는 노동자 주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11).
그러나 모든 조합원이 대등성을 인정하는 1인1표주의 원칙을 처음부터 적용한 것은 아니었다. 경험의 탄생기에 투표권은 경제적 보수(임금편차)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었는 데, 이 기준에 따르면 투표권 행사는 3단계로 차등화 되어 있었다. 즉, 최고 보수를 받는 조합원은 최저 보수를 받는 조합원의 3배의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것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의 탄생 초기에 정치적 투표권을 귀족은 2표, 성인남자는 1표, 여성은 투표권 없음과 같이 불합리한 것이었으며, 몬드라곤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점차 반감이 생겨났으며, 모든 조합원에게 동등한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3. 정보 공유와 공개의 원칙
노동자 주권을 1인1표주의 원칙에 따라 행사하기 위해선 노동자 조합원들은 협동조합과 관계된 어떠한 문제(특히 경영과 관련된 정보들)에 대해서든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정보 공유와 공개의 원칙을 옹호했으며, 자율경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성숙시켜 왔다.
4. 이익(잉여금)의 균등분배 및 누적의 원칙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은 기업활동의 결과로 주어지는 잉여금의 분배에서 두 가지 특징적인 원칙을 옹호해왔는 데, 그 하나는 노동자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나 사회보장 기금 및 기업 적적립금 등을 제외한 기업의 순 잉여금을 모든 노동자 조합원에게 균등 분배하는 것이며12), 다른 하나는 이렇게 분배되는 잉여금을 개별 조합원이 출자금에 누적시키는 것이다13).
이들 원칙의 적용은 첫째로, 출자한 자본에 비례하여 잉여금을 분배할 때 발생하는 소유주체간의 부의 불평등 분배구조를 해소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둘째로, 기업의 누적 자산을 증가시켜 기업의 운용 및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했으며, 셋째로, 개별 조합원이 기업의 누적 자산에 대한 권리를 자신의 최초 출자금과 개별적으로 누적된 총 잉여금에 한정시킴으로써14) 신규가입 조합원들의 출자금 증대의 문제와 기업에 누적된 총 자산의 증가에 따른 기업 매각의 유혹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15).
5. 임노동자 고용 제한의 원칙
사적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전체 노동자 조합원에 의한 공동소유를 기초로 하는 협동조합들이 임금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것은 매혹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임금노동자의 고용과 더불어 이익금은 증가하는 반면 고용된 임금노동자들에 대해선 순 잉여금의 분배를 하지 않아도 됨으로, 노동자 조합원에게 분배될 순 잉여금 등의 분배 몫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은 출발에서부터 이러한 임금 노동자의 고용이 곧 자본-임노동 관계를, 따라서 자본주의적 기업형태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적대적 모순을 재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임금노동자의 구조적 계약을 폐기한다”는 원칙을 굳건하게 지켜 왔다16).
6. 연대 임금의 원칙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급여와 관련된 결정은 세 가지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로, 바스크 지역 동료들과의 연대: 이것은 비숙련 노동자의 초봉수준이 사기업의 유사직종 임금수준에 맞게 책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내부연대: 이것은 능력의 편차에 따른 차등원칙과 직급간의 급여 차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절충한 것으로, 초기엔 가장 낮은 급여와 가장 높은 급여 사이의 비율을 1대 3으로 설정했었으나, 협동조합의 성장과 더불어 전문 경영진의 노동이 저평가(자본주의 기업에선 일반적으로 고평가되며, 임금이외의 별도의 보수가 주어진다)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 1970년대 말 이후 1대 4.5로, 1988년 이후 1대 6으로 조정되었다.
셋째로, 급여에 관한 공개원칙: 이것은 급여관련 정보를 모든 조합원들이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서 언급한 정보 공유와 공개 원칙의 연장이다.
7. 자금과 기술의 자립 원칙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이 방대한 유기체로 탄력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외부 자금과 기술의 종속성으로부터 반드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협동조합 운영의 경험으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금과 기술의 자립의 원칙은 협동조합 운영 등에서 경험적으로 생겨나기 이전에 호세 마리아 신부의 주도에 의해 실천적으로 강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협동조합 은행 카자의 설립과 공업(응용)기술연구 협동조합 이켈란(the Ikerlan)의 설립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은 자금과 기술의 자립 원칙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 은행 카자와 공업기술연구 협동조합 이켈란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외부 자금과 기술의 종속성 및 이에 상응하는 몰락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금과 기술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하는 외부 지원기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17).
8. 연대의 원칙(상호협력의 원칙)
사실상 소유참여에서의 노동의 원칙이나 노동자 주권 및 1인1표주의 원칙 등이 진정한 의미의 협동조합 운동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연대의 원칙도 그러하다.
첫째로, 내부의 상호협력: 이는 ‘곧, 역량 면에서 가장 나은 위치에 있는 협동조합이 다른 조합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원칙’을 말하며, 이러한 원칙은 ‘협동조합들의 잉여금과 손실의 공동화 원칙’, ‘생산 지원의 확대와 고용의 창출 및 고용 안정의 원칙’, ‘사회보장의 원칙’ 등으로 이어진다18).
둘째로, 외부와의 상호협력: 이는 몬드라곤 협동조합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불어 풍요롭기 위한 원칙이며,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의 원칙’으로도 표현된다. 어쨌든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주 또는 전체 바스크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 ‘주 또는 전체 바스크 지역의 균형 잡힌 발전’ 등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산업의 연계성을 증진하기 위한 신규투자를 병행해 왔으며, 다른 한편 공동체적 교육과 문화 형성을 위한 기금조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9. 경제․사회 개혁의 원칙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은 보편적 대의명분으로 사회경제 영역에서 경제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연대와 경제․사회의 구조적 개혁을 천명하고 있다19). 이 때문에 몬드라곤 경험의 주창자들은 노동운동의 해결책을 갈등과 투쟁에 기대는 것보다는, 서로 대립되는 주체의 처지 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며, 그 현실적 내용은 노동자들이 자사주식을 매입함으로써 기업소유와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5.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의 유의미성과 한계
‘종업원 공동소유와 직접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 및 능력에 따른 균등분배’를 운영의 원리로 하여 생산과 금융, 유통과 농업, 그리고 기술과 교육 및 사회보장 분야를 포괄하는 방대한 규모로 성장한 그리고 탄력적으로 팽창하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에 하나의 유의미성을 부여한다면, 이미 그것은 “낡은 형태의 내부에서 새로운 형태(즉, 공산주의적 생산)가 출현하는 최초의 실제적인 사례”20)의 수준을 넘어 “자유롭게 생산과정에 결합한 노동자들이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생산을 의식적․계획적으로 통제하는 자유인들의 연합체의 맹아”21)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상에서 정리한 구조적 특징들과 원칙들로도 충분하듯이,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자본주의제도가 가진 모든 결점을 재생산할 가능성’을 동시에 내재하고 있는 ‘협동조합적 소유의 치명적인 결함’을 여러 가지 독특한 원칙들을 성숙․발전시켜 최소화함으로써 계급과 계급이 대립하는 낡은 계급관계를 역사의 무덤 속에 묻으려 하기 때문이며, 자본주의적 경제질서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울고를 핵으로 하는 공업협동조합과 신용협동조합(노동인민금고)과의 유기적 결합”, “에로스키를 핵으로 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의 결합”, “라나(농산물 가공판매 협동조합), 미바(화학비료 등의 생산협동조합), 베히-알데라(축산물 생산협동조합), 아르트사(양돈협동조합) 등 농업관련협동조합의 설립을 통한 농업의 유기적 결합”, “알레르코(학생협동조합), 이켈란(공업기술연구 협동조합) 등을 통한 교육과의 유기적 결합”, “사회보장협동조합(라군-아로)의 유기적 결합” 등으로 짜여지고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는 곧 경제생활 전체를 ‘노동중심의 협동적 생산공동체’라는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An organic-system)으로 재편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나 사회주의 경제와는 전혀 다른 경제적 사회구성체를 형성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비록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대부분’ 해소하고 있거나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 의한 기업 공동소유와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자율경영 및 능력에 따른 균등분배의 원리를 확대․심화시킴으로써 “자유인들의 연합체의 맹아”로까지 발전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선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로, 자체의 내적 모순에 기인하는 문제들이 상존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해당 협동조합에 결합하는 노동자들이 일정한 액수의 출자금을 가져야만 소유자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로, 비록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이 이익의 누적 원칙이나 임금노동자 고용제한의 원칙, 신규 노동자 조합원에 대한 출자금의 대출과 장기상환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경우에 따라선 임금노동자의 고용 등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둘째로, 자본주의 사회라는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규정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상존한다.
예컨대 몬드라곤 협동조합들도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순환 과정에 상응하는 팽창과 수축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또한 이에 상응하여 발생하는 고용조정의 문제에서 근로시간의 적절한 단축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또한 차입자본 의존의 필요성에 상응하는 금리 문제도 상존하고 있으며, 특히 협동조합 은행 카자는 수신경쟁에서 안정적인 차입선을 확보하기 위해 스페인 평균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예금이자를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