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판매되었다가 금은방 등을 통해 다시 귀금속업계로 되돌아오는 고금(古金)을 거래할 때에도 금지금과 같이 부가세를 선납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입법예고문이 공고되자 금은소매상을 비롯한 고금매집 및 정련업체 등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가세 선납이란 말 그대로 물품을 거래하면서 부가가치세를 매입자가 실시간으로 선납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순도 99.5% 이상의 금지금 거래에 대해 매입자가 부가세를 선납토록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간바 있다. 이에 따라 금지금 거래의 경우 매입자가 신한은행의 금 거래계좌를 이용해 대금결제를 하면 물품대금은 매출자계좌에 입금되고 부가가치세는 국세청계좌에 입금되고 있다.
부가세 매입자 선납방식은 매출자 후납방식에 비해 사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도인 것만은 틀림없다. 선납방식은 거래징수 된 부가세 예수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함으로써 후납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더구나 절대다수의 부가세납부 방식이 매출자 후납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귀금속 업계로서는 매우 불명예스럽고 불리한 제도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 이토록 불명예스럽고 불리한 선납제방식을 금지금 거래에 적용하였고 또 고금에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폭탄수법을 이용한 부가세 탈루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금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매출자가 거래징수한 부가세를 납부치 아니하고 달아나는 수법, 일명 ‘폭탄수법’으로 부가세를 탈루하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선납을 하면 매출자에게 부가세를 주지 않기 때문에 폭탄의 기회도 주지 않게 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타 업종과의 형평성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과거 일부 악덕업자들이 폭탄수법으로 많은 금액의 부가세를 탈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폭탄수법이 귀금속 업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금에 대해서만 선납을 제도화 하는 것은 타 업종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금에 대한 부가세 선납은 지금에 대한 선납제가 논의될 당시에 고금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고에 대해 업계인의 관심이 갑작스럽게 증폭된 것은 최근 고금매집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업체가 신한은행 금거래계좌을 통해 선납방식으로 고금을 거래하자 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두고 업계인들 사이에 찬반논쟁이 벌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논쟁의 핵심은 ‘고금을 부가세 선납으로 거래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선납으로 고금을 거래한 업체는 “부가세 선납을 법제화 하려는 정부의 입법 취지가 결국 폭탄수법을 악용한 부가세 탈루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폭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고금의 부가세를 선납하고 거래한 것은 정부 입법취지에 적극 부응하는 가장 안전한 거래”라는 주장이다.
반면 선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현행법이 선납할 수 있는 대상품목을 ‘금지금’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고금을 선납으로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논쟁은 소매업을 하고 있는 판매업중앙회 관계자와 고금매입 업체 사이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소매상과 고금매집업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고금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선납에 대해 이견이 있고, 소매업을 대표하는 판매업중앙회본부와 지부 사이에도 의견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업중앙회 본부는 선납에 대한 찬성의견을 인터넷을 통해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일부 지회는 반대의견을 냈다고 한다. 물론 입장에 따라 의견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으나 소매업을 대표하는 판매업중앙회의 본부와 지부의 의견이 다르게 나타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정부가 한 단체의 서로 다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 나갈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우리 업계의 단체들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함께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를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정부가 예정대로 선납제를 시행한다면 그동안의 찬반논쟁은 일단락 종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논쟁 과정에서 드러난 선납제의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은 시행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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