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역개정 성경은 10년 이상의 작업과 5년 이상의 감수 및 토론을 거쳐 1998년에 나왔다. ©대한성서공회 |
예장고신은, 지난해 제91차 총회에서 신학위원회가 보고한 ‘개역개정 성경(이하 개역개정)의 공식채택 반대’ 입장에 대해 “교회 연합차원에서 개역개정 성경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교회에서 공식 사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미 개역개정 성경을 공식 사용하고 있는 예장통합의 제92차 총회에서 ‘개역개정 성경의 보급 및 사용을 중지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헌의안이 제출되는 등 ‘개역개정 성경’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38년 출간된 ‘개역’ 성경을 개정, 1998년 출간한 것이 ‘개역개정’ 성경
‘쪽 복음’이 아닌 완전한 형태의 우리나라 최초 성경인 ‘성경젼서’가 나온 것은 1911년이다. 현재 성경의 모델이 된 ‘개역 성경’이 나온 것은 1938년이며, 개역개정 이전까지 한국 교회가 사용해 온 ‘개역 한글판’이 나온 것은 1961년이다.
개역개정은 10년 이상의 작업과 5년 이상의 감수 및 토론을 거쳐 1998년에 나왔다. 16개 교단에서 파견한 성서학자ㆍ신학자ㆍ목회자ㆍ국어학자 18명으로 구성된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개정감수위원회’가 4년 동안 157회의 독회와 토론을 거쳐 개정 원고를 감수한 끝에 발간됐다.
그러나 오랜 노력 끝에 완성을 보기는 했지만 발간 후 개역개정판은 일부 교단과 교회에서만 사용됐다. 번역상 신학적 검증과 연합사업 문제로 전 교단이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장합동은 ‘개역개정은 진보적인 색채가 강해 쓸 수 없다’는 이유로 단독 성경번역 출간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4년 이후 주요 교단들이 일제히 개역개정을 채택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개역개정 성경’ 시대를 열게 됐다. 가장 규모가 큰 교단인 예장합동도 2005년 제90회 총회에서 개역개정을 채택하여 지난해부터 개역개정 성경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금은 17개 교단에서 개역개정을 공식 사용하고 있다.
개역개정은 ‘△바른 번역으로, △쉬운 말로, △표준 맞춤법으로, △명확한 뜻으로, △차별 없는 말로’라는 개정원칙에 따라 신구약성경 총 어휘수 약 40만4천개 중에서 약 7만3천개를 개정했다. 그러나 문어체인 종전 개역판 성경의 문체를 그대로 가짐으로써 얼핏 보아서는 별로 많이 바뀐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예장통합 포항노회 “개역판과 대조해 보니 상상 초월한 수많은 오류 발견”
이번에 ‘개역개정 보급 및 사용 중지’에 관한 헌의안을 제출한 예장통합 포항노회는 헌의안에서 “개역개정은 원본(개역판)과 대조하여 보건대 상상을 초월한 수많은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류된 단어나 문장이 1만여 곳이며, 이 중 시급히 고쳐야 할 부분만도 4천여 곳이고, 이 중 개역판의 바른 번역을 ‘개악’해 원문을 왜곡시킨 경우가 7백여 곳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에 포항노회는 “피해는 우선 나와 가족과 한국교회와 자라나는 세대에 온다”며 “개역개정을 사용하는 교회는 바로 폐기해야 하며, 성서공회는 개역개정의 보급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서공회 “미진한 부분, 2015년 2차 개정 작업시 반영 예정”
이와 관련, 성격번역 및 반포를 맡고 있는 대한성서공회 측은 ‘일부의 주장대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2015년으로 예정된 2차 개정 작업시 범교단적인 검토를 거쳐 새로운 개정이 이루어질 때 반영시킨다’는 입장이다.
성서공회 전무용 부장은 “성경 번역은 △번역자의 신학적 배경이 보수주의냐 자유주의냐, △젊은 세대냐 나이든 세대냐, △원문에 충실할 것이냐 수려한 언어로 번역할 것이냐 등에 따라 저마다 달라진다”며 “따라서 그러한 주장을 일일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차 개정을 위해 개정 대상이 되는 본문에 대한 검토와 연구는 ‘성경원문 연구’를 위시한 각종 연구를 통해 계속 축적해 갈 것”이라며 “여기에는 그분들(예장통합 포항노회)의 주장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원문에 충실한다’는 기본원칙에 따라 번역한 ‘개역개정’과, ‘수려한 한국어가 되도록 번역한다’는 원칙에 따라 번역된 ‘표준새번역(성경전서 새번역)’을 비교해 보면 그의 이러한 설명이 쉽게 납득될 수 있다.
특히 성서학을 전공한 신학대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성서공회 번역본’보다는 성경 원문을 자신이 직접 번역한 ‘사역(私譯)본’으로 가르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게 전 부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