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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 이 넘어서 노후까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가 유일한 운동인 것 같다.
하지만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장 건설에 소요된 엄청난 경비를 이용자들로부터 회수해야하니 웬만한 서민들은 큰맘 먹지 않고서는 필드에 한번 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요즘 신문에 동남아 골프관광에 대해서 자주 나오는데, 한국과 비교해서 일반인들은 싸게 생각할지 모르나, 여행사의 중간알선으로 실제 가격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
동남아에서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는 필리핀, 말레시아 와 싱가폴 이다.
하지만 싱가폴 이나 홍콩(현재는 중국에 편입)은 도시국가로서 선진국이라 우리와 못지않게 비싼 편이고, 말레시아도 타 인근국가에 비해 경제수준이 높아 상당히 비싼 편인데 반해, 그보다 더 후진국인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가격은 저렴한 편이나,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좀더 멀고 또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이에 비해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깝고 영어가 잘 통하는 필리핀 골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내가 94년말부터 2004년 5월까지 10여년간 필리핀 민다나오섬 최남단에 있는 다바오에서 일본을 2주에 한번씩 왕래하는 정기선에 승선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본다.
물론 그 10년간 간혹 WORLD-WIDE 로 나가서 지구를 몇 번씩 돌고 오기는 했지만 주로 필리핀-일본만을 왕래 했었다.
다바오는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약 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필리핀 군도는 각 지방마다 여러 방언이 있으나 표준어는 “타갈로그”이며, 민다나오에서 쓰는 말은 “비사야”라고 하는데, 과거 300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서 언어의 대부분이 스페인어와 유사하며, 근세에 와서는 미국의 지배를 받아서 또한 영어를 자국어와 같이 사용하는 나라다.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필리핀도 과거 스페인의 영향을 받아 성격이 낙천적이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추운 지방 사람들과 같이 악착같이 노력하여 잘살고 출세하기 보다는, 우선 먹을 것만 있으면 더운 지방 특유의 일보다는 놀기를 좋아하는 천성이다.
다바오에는 세 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중에서 공항에서 가깝고 도심지 한가운데 위치한 나낭 칸추리 클럽(LANANG COUNTRY CLUB)이 가장 이용하기 편리한 곳이다.
이곳은 적도와 가까운 열대지방이라 일년 내내 폭염과 수시로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는 관계로 골프 할때는 우산이 핖수적이다.
그래서 캐디하우스에 대기하고 있는 캐디는 남녀반반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초보자라도 준 프로에 못지않은 남자 캐디를 고용하여 친절한 지도를 받으면서 라운딩 할수있다.
또 우산 들어주는 아가씨는 주로 여대생으로 학비나 벌려고 아르바이트 삼아 하고 있지만, 이들을 UMBRELLA GIRL 이라 부른다.
회원으로 가입 할려면 첫 가입비 5천페소(우리 돈으로 10만원) 만 내면 가족전체가 회원이 되어, 월회비는 천페소(우리돈으로 2만원) 정도만내면 가족모두가 아무 때나 예약 없이 골프장을 이용 할 수 있다.
회원 아닌 일반 여행자는 하루 골프장 이용료 5백페소(만원) 정도만내면 그날하루 즐긴다.
캐디비와 우산 들어 주는 아가씨는 팁 포함하여 각각 3백페소(우리돈 6천원) 씩만 주면 18홀 도는 4-5시간 동안 캐디의 친절한 지도와 싱싱한 풋내가 풍기는 젊은 아가씨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만들어주는 우산 그늘 밑에서 할수있다.
다른 운동과 달리 골프는 혼자서도 즐길수 있는데, 캐디와 우산아가씨 둘 데리고 즐거운 이야기와 농담하면서 돌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론 여성들은 주로 남자 캐디들을 데리고 다니는 편이다.
그리고 오후에는 골프장의 한 홀을 완전히 연습장으로 개방하는데, 연습도 자동이 아니고 수동이라, 아가씨가 볼 하나하나를 직접 티에 올려 놓아주는데 이들을 TEE GIRL 이라 부른다.
연습장에서는 초보자 들을 위해 선생들의 친절한 한시간 개인 코치에 수강료는 팁 포함하여 2백페소(4천원) 정도다.
열대지방이라 푸른 잔디로 잘 가꾸어진 필드를 돌때면 지구상에서 이런곳 이 있었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한국 신문에 자주 나오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나 2대 도시인 세부는 매월 다녀가는 한국 관광객이 수천명 이상으로 너무 많아, 중간 여행사의 개입으로 오를 때로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다바오는 아직도 유학생 포함하여 한국인은 300명 정도 사는데, 그들 입으로 흔히 말하기를 다바오 골프는 한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대통령 골프에 비유하기도 하면서 골프천국이라고도 하는데 한국 여행자들이 와서 골프 값 올려 놓는다고 난리다.
필리핀은 한조가 5명인데 5명 각자 캐디와 우산아가씨 데리고 나가면 한조가 15명 나가는데, 알록달록한 우산색과 화려한 아가씨들의 옷차림으로, 멀리서 보면 고전극에서나 보는 거대한 임금님 행차같이 보인다.
왁자지껄 떠들면서 나가다가도 동반자 한사람이라도 스윙이나 퍼팅 할 때면 쥐죽은 듯이 조용해 지는데, 그들의 몸에 밴 골프 매너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간혹 뉴스에 민다나오는 필리핀 반군 게릴라의 거점으로 소개 되기도 하여 한국이나 일본 관광객 들이 오기를 꺼려 하는 곳이기도 하나,
민다나오 섬만 해도 남한 땅과 같은 면적으로 넓고, 게릴라 출몰지역은 산악지대 뿐인데다가, 새로 당선된 다바오 시장이 시내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외국인 상대의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선언함으로써, 도심에서는 야간에 혼자 다니지 않으면 치안은 안전한 편이다.
요즈음은 소문을 듣고 한국여행객들이 많이 온다.
특히 40-50대 여성들이 골프계를 모아 자주 오는데, 그들에 의하면 한국의 연습장에서 2-3년 연습은 했으나 필드에는 한번도 나가보지 않아서, 선생 데리고 한국에서 처음 라운딩 하는데,
즉 우리말로 머리 올리는데 50만원 이상 이나 된다고 하여, 소문 듣고 머리 올리려고 필리핀까지 왔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연습장 싱글 이라는 말이 있듯이 연습장 에서는 잘 맞던 볼이 실제 필드에 나가보니 계속 헛손질이고 안 된다고 하는데, 실전에서는 연습때 볼수 없었던 많은 상황과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한 긴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골프전공 학생들이 합숙 훈련차 오기도 하는데,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어디서 부자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요즈음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인들이 골프장을 거의 독차지 하는 것 같다.
그래서 70년-80년대는 일본인들이 휩쓸고 다니던 세계를 90년-2000년대는 한국인, 그 이후 2010년대부터의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는 13억 중국인의 독무대가 된다는 말이 있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은 물가가 비싸서 노후에 적은 연금으로는 정년 후에 공원에서 장기나 바둑으로 하루하루 소일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많은 일본인들은 정년 후 받은 퇴직금 이나 연금으로 국내에서 근근히 살기보다는 동남아나 남태평양 섬나라 후진국에서 골프를 즐기면서,
또 독신 남성들은 골프장에서 만난 젊은 여성을 첩으로 맞아 여생을 보내는 이들을 많이 볼수 있다.
특히 필리핀 서민층 젊은 미혼 여성들은 한국 또는 일본인등의 외국인과 결혼 하는게 꿈이다.
이유인즉 외국인과 결혼하면 그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서구식 사고방식이라 배우자의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일본의 유흥업소는 대부분 필리핀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농촌 총각들과 독신의 중년남성들도 배우자로 필리핀 여성을 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70대 일본남성과 20대 필리핀 여성의 커플도 자주 볼 수 있다.
필리핀은 유창한 영어와 저임금을 무기로 세계 노동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다. 즉 해외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외화수입의 대부분은 해외 근로자들이 매월 본국에 송금해주는 그들의 급료라고 한다.
여자들은 주로 간호원, 식모와 유흥업소 종사자인데, 소위 동남아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폴 과 중동에 2년 계약 식모로 나가는데 월급 300달러(30 만원정도)다.
또 적도가 통과하는 중부 아프리카 오지의 나라인 코트디브와르 나 카메룬 에까지도 관광객이나 현지 부유층 상대의 고급술집 종업원으로 필리핀 여성들이 진출해 있으며, 남자들은 전 세계 선원시장과 기술자에서 단순노동까지 세계 구석구석에 나가있다.
국내에 있는 자들은 해외취업이 꿈이다. 쉽게 돈을 벌수 있기 때문인데, 유창한 영어의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어떤 잡지에서 보니 신이 창조한 스포츠 중에는 섹스가 가장 즐겁고, 인간이 만든 스포츠 중에는 골프가 가장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본적이 있다.
골프들이 앉으면 골프 이야기만 주로 하는데, 그것도 얼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재탕 삼탕 반복하는데,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골프를 해본 사람들은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골프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골프장에서 크고 작은 사건을 경험 했을 것이다.
골프의 실력 여하를 막론하고 골프이야기에 시간 가는 것을 잊을 수 있는데, 그만큼 골프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하는 재미있는 게임인 것이다.
만약 골프를 즐기는 4명(동남아 에서는 한조가 5명임) 의 친구가 있다고 치자.
이들에게 걸어서 이야기나 나누며 4-5 시간동안 거의 8키로 이상을 걸어 가보라고 한다면 힘들어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골프채만 쥐어주고 골프를 치면서 걸으라고 하면, 대륙횡단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전제 하에서다. 그러나 만약 4-5 시간 같이 있게 되는 골프 동반자가 어떤 한사람이라도 나쁜 매너로 어긋난 상황을 만든다면, 이는 즐거운 게임이 아니라 그날 기분은 다 잡치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아마도 다음부터 그 사람은 주변의 골프 친구들을 서서히 잃게 될 것이다.
또한 게임 중에 내팀이 아닌 상대팀에 의해서도 기분을 상할수 있는게 바로 이 골프 게임인 것이다. 그래서 골프를 신사 운동이라 했던가.
다음은 프로 골프들의 이야기를 열거해 보면,
골프는 앞팀과 뒤팀의 간격을 약 7-10분 정도의 간격을 주게 된다.
그런데 만약 앞 팀에서 게임진행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해 늦어진다거나, 예를 들어 잃어버린 공을 찿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오랜 시간 찿는다거나, 또 연습 스윙을 너무 많이 한다거나, 그린에서 다른 사람은 이미 퍼팅이 끝냈는데도, 이제 라인을 보기 시작해서 느린 진행을 하게 되면 이를 지켜 보는 사람의 인내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골프에서 제일 큰 스트레스 중에 하나가 기다리는 것이다.
긴 시간을 답답하게 기다리다 보면 내 타이밍을 당연히 잃게 된다.
골프장에서 꼴볼견 몇 가지를 들어보자. 연습 스윙중에 잔디를 여기저기 파는 행위 , 동반자나 다른 팀이 막 스윙 준비에 있을때 떠들고 웃거나 큰소리로 휴대전화를 하는 행위, 자신의 그날 게임이 만족 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화난 얼굴로 게임 내내 주위 사람들에 부담을 주거나,
만약 미스 샷 이라도 냈다거나 하면 큰소리로 욕하고, 크럽을 집어던진다거나 땅을 내려 치는 행위, 그린에서 남의 라인을 밟는 행위, 특히 외국인과 달리 유독 한국 사람들은 남이 자신의 라인을 밟으면 아주 불쾌해하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또 초보자들은 동반자가 보지 않는다고 해서, 모르게 발로 툭툭 차서 볼의 위치를 치기 쉬운 곳으로 옮겨 놓거나, 한 두타를 슬쩍하거나 숲속에 떨어진 볼을 찾다가 못 찾으면 주머니에 있는 볼을 슬쩍 내려놓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때가 있는데 그러한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이와 반대로 보기 좋은 장면을 예로 들면, 샷을 하고난 뒤에 파여진 잔디를 주워와 메워 주거나, 벙커 샷 이후 말끔히 정리를 해준다거나, 자신의 진행이 늦다 치면 가볍게 손이라도 들어 미안한 표정을 짓거나, 타인의 GOOD 샷이나 퍼팅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좋은 매너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게임 매너를 보노라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배려로 까지 연결될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며 기다리는 다른팀 들이 분명 흐뭇하게 기다려 줄 것이다. 골퍼가 하는 대화 중에 가장 재미있는 대화가 무엇일까?
남편 혹은 아내 자랑 혹은 자식 자랑은 분명 아닐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도 해도 지겹지 않는 남 흉보기, 헐뜻기가 절대 아니다.
바로 이 골프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적어도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든 대화를 골프와 연관시켜 해도 해도 지겹지 않을 가장 흥미 있는 대화 일 것이다. 하지만 동반자가 샷을 준비 할때 만큼은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참아야 한다.
잘 가꾸어진 잔디 위를 걸어가면서 자신이 친 볼이 똑바로 날라 가서 그린에 안착 할 때의 기분은, 복잡한 세상사에서 누적된 모든 마음속의 해묵은 스트레스까지 한번에 날려 버릴 것이다.
이제 나이 50줄에 접어들면 뼈도 살살 굳어 진다고 한다.
골프는 실내연습기구만 있으면 집안 옥상이나 정원등의 공터에서 스윙연습과 실내에서는 퍼팅 연습도 가능하며,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연습장에 가서 연습 좀 해 두었다가,
시간이 나거나 노후에, 동남아나 남태평상에 흩어져 있는 많은 후진국 섬나라에 가서 부담 없이 즐기면서 사는 것도 노후 건강관리와 또한 인생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처음으로 기항하는 항구에는, 입항 전에 반드시 그 나라의 풍습, 문화, 치안상태와 특히 종교적인 금기사항은 없는가를 미리 확인하고 입항한다. 즉 그 나라의 룰을 따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밑천 한푼 안 들고 만인을 기쁘게 해주는 인류 공통의 중요한 법칙이 하나 있다.
그 법칙에 따르면 처음 만나는 그 어느 나라 누구도 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며 쉽게 가까워 질수 있다.
그것은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당신이 최고라고 자주 표현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말이 필요 없다. 단지 YOU 가 최고라는 손가락 제스쳐 만 있을 뿐이다.
2005년 9월 6일, 긴 항해를 끝내고 고국 군산항에 잠시 입항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