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정맥-4 (백령고개-인대산-배티재)
가을이라고 야단들이다. 단풍이라고 모두가 수다스럽다. 그러나 내겐 가을도 아니고, 단풍도 아니다.
사람들은 더욱 아니다. 나는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야단스런 가을도 없고, 수다스런 단풍도 없는 奧地山으로 향한다.
그곳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나도 사람이 아닌 산으로 변해야 한다.
아니, 순간이나마 정신적으로 사람이 아니고 싶다.
결혼 초 아이들이 어렸을 때 처 자식을 집에 두고 왜 혼자서 산에 다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아내는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왜 모두를 잊고 혼자서 산으로 가는지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한다.
직접 홀로 오지산행을 해보기 전에는 누구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때론 나 자신도 이해가 잘 안될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젠 누가 이해를 하던 말던 오지로 홀로 산행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가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을 설치고 03시에 운전대를 잡는다.
05:30에 금산에 도착하여 금산인삼고을도서관 앞에 무료주차를 하고, 06:00에 백령고개로 올라가는 버스(1,050)에 오른다.
손님이라고는 나 하나. 30분만에 도착하고 바로 산이 되기를 시작한다.
10도 이하의 차가운 날씨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이기지 못한다.
가을도 없고 단풍도 없는 산은 말이 없고 나 역시 말이 없다. 산이 내가 되고 내가 산이 된다.
해탈을 위한 구도자의 길을 걷듯 몸부림치는 고통이 따를지언정 마음은 편하다.
덕분에 넘어가서는 안될 오항동 헬기장부터 딸랑 하나 달린 리본을 믿고 길을 헤맨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635번 도로로 탈출을 하고, 도로를 따라 고갯마루 정자로 향한다.
스님께서 운전하시는 트럭을 만나 조금의 혜택을 본 후 제자리를 찾는다.
다시 이어지는 구도자의 길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갔더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을
극기봉과 수련원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수 차례 망설임을 하다 월명동수련원을 향한다.
마침 마주친 수련원에서 산책을 나온 인하대 학생에게 길을 물고서야 잘못된 길임을 알게 된다.
극기봉을 향하는 갈림길까지 10여분간 함께 걸으며 학생의 종교와 나의 산에 대해 짧지만 굵직한 대화를 나눈다.
참 보기 드물게 옳은 사고와 바른 정신을 소유한 아주 희망찬 젊은이라고 생각하며 갈림길에서 각자 구도의 길로 헤어진다.
14:10에 배티재에서 산행을 마친다.
2013.10.19
i-San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와송즙 한잔(3,000)을 마시고, 캔맥주(2,000) 하나로 목을 축인다.
15:05에 대전행 시내버스(1,050)를 타고 진산면사무소(03.12)에 내려
03:45경 금산행 직행버스(1,600)를 타고(손님은 나 포함 2) 16:05경 금산에 도착한다.
승용차까지 걸어서 8분가량. 정리를 하고 16:20에 집을 향해 출발한다.
중부고속도로 접어들면서 자주 막힌다. 19:40경 집에 도착한다. 휴게소는 한 번도 들르지 않고.
첫댓글 좋은 산행 good!
근데 웬 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