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입니다.
북한산엔 봉우리 이름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백운대를 위시로 만경봉, 노적봉, 나월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
승가봉, 원효봉, 비봉, 향로봉, 의상봉, 용출봉,...
그외에도 이름있는 봉우리가 꽤나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많은 봉우리들을 한번씩만 오른다해도 내 남은 평생이 조금은
산을 넘어가는 구름처럼 느릿느릿 흘러갈듯 합니다.
인수봉을 끼고 돌아 백운대 아래 城門, 위문을 통과하여
만경대 옆구리를 타고 아슬아슬한, 아직 얼음이 녹지도 않은
바위 비탈길로 쇠줄하나를 겨우 붙들고 몸을 지탱하며 오르다 보니
문득 눈앞에 봉우리가 또하나 나타납니다.
노적봉... (맞지? 희태야. 잘 알고 쓰는가 모르겠네...)
경기도 장흥쪽에서 보면 그 위세가 당당한 봉우리인데
백운대 중턱에서 내려다 보니 마치 동생같이 유순하고 낮아 보입니다.
그래도 내 눈높이보다 높게 이웃봉우리들과 어깨를 겨루고
이어져 있는 모습이 일대 장관을 이룹니다.
< 윤석영 촬영>
노적봉 아래로는 원효봉, 의상봉, 나한봉,... 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 봉우리들을 구파발쪽에서 오를적에는 숨이 차서 기진맥진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봉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말씀 드렸지요? 이런 사진을 좋아한다고...
山 정상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며 두고온 삶을 놓지못하는 사진을...
이렇게 훌쩍 떠나 산에 오르면 모든 근심을 잊고 아푸던 곳이 치료됩니다.
얼마전부터 무척 두통에 시달렸었습니다. 못견딜 정도로...
때로는 이대로 잠이들었다가 내일 아침이면 영영 못 일어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심하게 아팠습니다.
그러나...
산에 올랐다 온후, 거짓말처럼 두통은 사라졌습니다.
< 희태가 촬영해준 사진입니다.>
손시인은 이山 저山을 오르고 싶어하는 山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지난겨울 혼자서 이 山길을 헤치고 다니며 짧은 겨울해를 보냈다고 합니다.
어떤때는 휴식년도에 들어간 山속으로 들어섰다가 山짐승의 냄새를 맡고
당황하여 무엇에 쫓기듯 내려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건너편 보이는 노적봉...
우리가 건너야할 봉우리입니다.
오늘 산행코스는 매우 힘들고 험한 코스입니다.
항상 그렇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저 아래 수길 낭떨어지로 굴러 떨어지게 됩니다.
바위가 무척 미끄럽더군요.
아무리 좋은 등산화를 신었어도 반들반들 닳은 바위는 자꾸 발길을 빗나가게 합니다.
온신경을 집중하여 한줄 쇠줄을 잡고 한걸음 한걸음 내딪습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마다 생명의 끈을 놓지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 윤석영 촬영 >
우리는 항상 다시 못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山에 오릅니다.
'어쩌면 다시는 못 올지 모르는 山인데...'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몸의 이곳저곳 성한곳이 없습니다.
혈압약들을 복용하고, 무릅관절이 아파 병원에 들렸다가
무리하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답니다.
나 역시도 ...하루하루 늙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 최선을 다하는 속에 촬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山 모퉁이 절벽, 암벽에 서있는 소나무 한 그루에도 아쉬움이 서려 있습니다.
< 정희태가 촬영해준 사진입니다 >
함께한 산우들은 말합니다.
'너는 꽃사진 찍는거 싫어하지?'
저도 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꽃 촬영을 한다면서
무조건 접사 Lenz를 부착하고 지면에 엎드려 클로즈업만 시키고
광학의 힘을 빌려서
식물도감에나 나올법한 사진은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꽃사진도 그사람만의 표현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희태의 꽃사진을 나는 높게 평가합니다.
윗 사진은 '노란 제비꽃'입니다.
다른곳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데 북한산 높은곳에는 무리를 지어 있더군요.
동료들이 촬영을 하길래 나도 했습니다.
나는 노란 제비꽃만 클로즈업 하지를 않고
바위아래 자연과 어우러진 '자연- 그 자체'를 표현했습니다.
* 오늘 음악은 영화'정복자 - 펠레'의 Theme 입니다.
정복이라는 단어와 男性은 뗄라야 뗄수가 없는 관계가 있지요.
정복자... 그 말뜻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그러나 山을 정복했다는 말은 참으로 듣기 싫어합니다.
봉우리 한번 올랐다고 山을 정복했다는 말은 결코 해서는 안됩니다.
수많은 알피니스트들이 히말라야와 몽불랑을 정복했다고 한다음,
내려오는길에 소리없이 눈 속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山은 내 근심을 풀어놓고 위로 받으려 떠나는 곳입니다.
내일은 내가 山을 찾아 에너지를 얻고 돌아오는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북한산 등반기는 계속 됩니다.
2010.4. 19. Seok Young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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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직접 찍은 사진과 친구가 찍어준 사진과 함께 소곤소곤 들려주는 산과 인생 이야기...너무너무 감칠맛 나고 좋습니다,산정에 올라 겸손한 마음으로 아래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그리고 무거운 마음을 위로받고 하산하는 우리들은 참 좋은 산우들이네...게다가 갈적마다
아래세상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명품 사진을 몇장 건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나의 60대 사진동우들이 제일 부러워 하는 것이라네.그들은 그런 산행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지.... 몸 관리 잘해서 오래토록 산에 다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