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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맛 사는 멋
황창연 신부의 행복 강의
현대인들 기억에는 가물가물하겠지만 남편이 큰 기침 한번 하면 아내가 쥐 죽은 듯 꼬리 내리고 순종하면 살던 시절이 있었다.
남편에게 눈을 치켜 뜨고 덤비거나 권위에 맞서는 일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여필종부라 해서 여자는 반드시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었다.
시대는 바뀌어 21세기에 들어선 요즘 남편들은 집에서 왕 대접은커녕 집 안에서 키우는 개 다음으로 대접받는다.
이사 갈 때 개를 꼭 끌어안고 있으면 아내가 남편에게 개 안고 빨리 차에 타라고 하는데 만일 이삿짐 싸는 동안 담배나 피우면서 빈둥거리고 있으면 남편이 차에 탔는지 안 탔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개만 데리고 이사 간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은 목욕시키고 난 뒤 젖은 털을 수건으로 말려주고 "우리 아롱이, 다롱이" 부르며 안고 뽀뽀해준다.
남편이 퇴근해서 샤워하고 나면
"여보, 소파에 앉아봐! 당신 하루 종일 돈 버느라고 애썼으니까 머리는 내가 말려줄게!"
하면서 남편을 품에 안고 머리 말려주는 아내가 몇이나 될까?
지나가는 남자는 단돈 만 원도 공짜로 줄 리 없다.
남편은 한 달에 2백만 원, 3백 만원 벌어다 아내에게 아낌없이 준다.
그렇다면 적어도 3백만 원어치 서비스는 남편에게 해주어야 할 게 아닌가!
개는 수건으로 말려주는데 왜 남편 머리는 말려주지 못하는가?
남편들은 왕 대접은 고사하고 집에서 키우는 개 한 테 밀리고 자녀한테 밀린다.
집에서 왕 대접 못 받는 남편이 직장에 나가면 왕 대접 받을 수 있을까?
남자들은 직장에 나가면 왕 대접은 바라지도 않는다.
사람대접이라고 받으면 다행이다.
자녀와 마누라 먹여 살린다고 직장 상사 눈치 보고 손님들에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하고 허리 굽실거리는 가장이 한둘이 아니다.
남편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직장에서 큰소리 탕탕 치며 왕 노릇 할 수 있을까?
강원도 평창에 제1생태마을을 꾸미고 나니 주교님께서 여주에도 땅이 15만 평 있으니 제2생태마을을 꾸미라고 명령을 내렸다.
평창 생태마을 땅은 1만 5천 평이지만 여주 생태마을은 15만 평이다.
새로운 생태마을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건축허가 신청을 위해 기본 설계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액수가 컸다.
다섯 설계회사를 불러 입찰 설명회를 했는데 머리가 하얀 노신사들이 새파랗게 젊은 나에게 이마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서울에서 세 시간 운전하고 온 사람들을 겨우 5분 만나주는데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자기 회사에 높은 점수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손하게 악수를 청한다.
식구들을 위해 자존심 따위는 버려도 좋다는 모습이다.
속으로 '고급 승용차 타고 기사까지 대동하고 오신 분들이 자존심도 내버리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사랑하는 마누라와 아이들 먹여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오. 비장한 아름다움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가족을 위해 힘겹게 돈 벌어다 주는 남편을 왕 대접 해주어야 한다.
남편이 집 안에서라도 왕 대접 받는 기분이 들게 하려면 사는 맛과 멋이 있어야 한다.
우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미인은 소박을 맞아도 음식 잘하는 박색은 소박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다.
먹는 음식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거나 우울해지거나 피곤을 느낀다.
아내의 정성과 영양이 담뿍 담긴 음식을 먹고 나면 힘이 솟는다.
힘 딸리는 남편에게 부추 썰어 넣고 굴 국이라도 끓여주면 기운이 넘친다.
적당량의 포도당을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포도당이 떨어지면 피곤이 몰려오거나 짜증을 쉽게 부린다.
감정 억제를 담당하는 뇌 부위는 특별히 많은 양의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
남편을 즐겁게 해주고 싶으면 포도당이 듬뿍 들어 있는 과일과 녹말 음식을 만들어 먹여야 한다.
복 분자도 사서 주스로 만들어 주고 토마토도 삶아서 아침상에 올리면 남편들은 살맛 난다.
나이 먹어 몸에 지방이 낮으면 불안하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고기나 생선을 먹어야 한다.
아내는 남편한테서 "나는 요즘 사는 맛이 나!" 란 감탄사가 흘러나오도록 음식 만드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남자 나이 50 이 넘으면 살아가는 낙이라곤 먹는 즐거움 밖에 없다.
반대로 여자 나이 50 이 되면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밥하는 것이라고 하니 기막히게 엇갈리는 운명이 아닌가.
밥하기 싫은 아내는 자녀들 출가하고 둘만 사는데도 음식 할 때 점점 손이 커진다. 김치찌개를 끓여도 한 냄비 가득 끓이고, 곰국도 큰 들통에 끓여 놓는다.
둘이 먹다 남은 김치 찌개는 다음 날 아침에 들기름 넣고 볶아서 아침상에 올려놓는다.
하루 종일 친구들과 찜질 방 다니거나 성당활동 하다가 저녁이 되어 남편이 오늘은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하면 반찬 새로 하기도 귀찮으니까 볶은 김치찌개에다 콩나물 넣어서 콩나물 김칫국을 만들어 저녁상에 내놓는다.
먹는 낙으로 사는 남자에게 김치가 요술을 부리면서 일주일 내내 밥상에 올라오면 살 맛 안 난다.
직장생활 하는 남자들은 목요일이면 육체와 정신이 지친다.
라디오 방송 가운데 여성 시대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주일 내내 여성들을 위한 방송을 하다가 목요일만은 남성을 위로하는 방송을 한다.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들도 일주일 내내 김치찌개를 하더라도 목요일 저녁만은 지친 남편을 위해 특별 요리를 해야 한다.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현대 문명을 이용해 보라.
텔레비전 홈쇼핑에서는 삭힌 홍어 ' 대게 ' 전복 ' 해삼 ' 회까지 전화만 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목 삼겹살 한 근에 소주도 놓고, 와인 한 병 곁들여 분위기를 살려보는 것도 좋다.
매력적인 이브닝드레스까지 차려 입으면 금상첨화다.
홍어 삼 합을 차려놓고 한잔 따라주면서 "여보, 당신이 우리 집 기둥이야!" 말하면 어떤 남편이 아까운 돈 써가며 룸살롱에 가겠는가?
나이를 먹을수록 주부는 맛있는 요리의 가짓수를 늘려야 한다.
신선로 ' 매운탕 ' 낙지 연포탕같이 특별한 요리를 선보이면 바깥사람들은 사는 맛이 난다.
1년 365일 총각김치 ' 김치찌개 ' 콩장 ' 멸치조림으로만 밥상을 차리면 남자들은 사는 맛이 사라진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때 따라 철 따라 입맛 돋우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주부는 은총 가득한 아내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밥하기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족발 ' 통닭 ' 순대 ' 떡볶이 한 봉지를 퇴근길에 사 들고 귀가하라.
참치 횟집에서 회 포장해 가는 중년 남성들이 멋있어 보인다.
여자가 무슨 죄가 있다고 365일 밥만 해야 하는가!
남편이 숯불에 삼겹살 구워서 아내 입에 넣어주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내가 반찬 만들 때 옆에서 김에 기름도 바르고 콩나물 대가리도 따주면 아내들은 살림살이가 신난다.
광천으로 젓갈도 같이 사러 가고, 함께 장 보러 다니는 부부는 살맛 난다.
맛 기행 떠나는 부부는 만점짜리 부부다.
무슨 돈이 있어 식사 때마다 요리해 먹느냐고 따질지 모르겠지만 해결 방법이 있다.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녀들 학원 보내지 말고, 대학 다니는 자녀들 휴학만 시키면 온 가족이 매일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
BBC 행복 프로젝트에서 실험한 결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행복지수도 높다고 한다.
중년부부는 먹는 맛으로 살아야 한다.
부부는 먹는 맛뿐 아니라 사는 멋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멋있게 살아야 한다.
여성들은 결혼만 하면 자기가 무슨 군대에 입대한 줄 착각한다.
파마를 해도 철모 뒤집어쓴 군인처럼 하고 방에 앉아 있다.
한번 하면 일 년 내내 풀어지지도 않는 머리를 하고 온 집 안을 돌아다닌다.
군복이기라도 한 양 색깔도 변치 않는 옷차림을 하고 방안에만 앉아 있으면 어느 누가 마누라 좋다고 때맞추어 귀가 하겠는가!
아내는 자신을 멋있게 꾸며야 한다.
예쁜 옷도 사 입고 웨이브 파마도 하고 생머리도 했다가 때로는 브리지도 넣어가면서 변화를 주어야 본인도 세상 사는 멋을 느낄 수 있다.
성당에서도 어떤 자매는 때 따라 철 다라 예쁘게 차려 입고 미사 참례하는데, 1년 내내 똑같은 옷 입고 성당 오는 자매도 있다.
"신부님,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요? 무슨 돈이 있어서 멋지게 차려 입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녀에게 너무 많은 돈을 들인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삶의 균형이 깨진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학원비만 아껴도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안 그래도 오래 함께 살아 익숙해진 아내에게 눈길이 가지 않는데 꾸미지도 않으면 어느 남편이 따듯한 눈길 줘가며 사는 멋을 느끼겠는가?
강호동 씨가 진행하는 <스타킹>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아랫배가 산만하게 나온 50대 후반 중년 부인이 30킬로그램 이상 다이어트해서 드레스를 입고 출연했는데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이 웃는데 입이 귀에 걸렸다.
아이 한둘 낳고 살림하면 허리와 팔뚝 굵어지고 몸매는 이해하지만 정신까지 남성처럼 변해 버리면 부부는 사는 멋은 점점 사라진다.
연애시절에는 조그만 일에도 감동받던 여인이 웬만해서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친 말과 행동을 하면서 코까지 골면 뜨거웠던 애정이 싹 식어버린다.
끝까지 애인 같은 아내로 남아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해야 한다.
무슨 돈으로 그렇게 폼 나게 옷 사 입고 치장하느냐고 따지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대학 다니는 자녀들 휴학시키면 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부모처럼 다 자란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 대주고, 용돈 주고, 때 따라 철 따라 스키장 ' 해수욕장 다니라고 유흥비 대주는 나라는 없다.
외국인 눈에 비친 이상한 한국 문화의 첫 번째를 차지하는 건 부모가 다 큰 자녀들 대학 등록금 대주는 거란다.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은 자녀가 아니라 부부를 위해 써야 한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자신도 꾸며야 하지만 남편도 멋있게 꾸며주어야 한다.
뉴욕에서 식사에 초대받아 갔는데 부인이 차에 타자마자 이마를 치면서 "앗차!" 하더니 급히 집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멋진 신사 모자를 갖고 나왔다.
나 주려고 준비한 모자인가 내심 기대했는데 남편한테 줄 모자였다.
식당에서 만난 남편에게 중절모를 주면서 날씨가 추운데 당신이 아침에 모자 없이 나가서 내가 가져왔노라고 다정히 말한다.
남편이 중절모를 쓰는데 그렇게 부럽고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남편을 꾸며주는 부인을 보면서 모성애도 느끼고 매력도 느꼈다.
남자는 나이 들수록 화사한 옷을 입어야 한다.
남색 ' 보라색 ' 분홍색 ' 노란색 ' 빨간색을 입어야 젊어 보인다.
빨래하기 귀찮다고 김치국물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 체크무늬나 회색, 검정색 계통의 옷만 잔뜩 사 입히면 집안 분위기까지 칙칙해진다.
나비넥타이도 사서 남편을 꾸며주면 사는 멋이 난다.
예쁘고 멋있게 차려 입고 팔짱 끼고 공연 가고 소풍 가며 박물관도 다니는 부부야말로 외롭지 않게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나이 먹는다고 스스로 남성미를 포기하면 안 된다.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도 하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년으로 시드는 게 아니라 중후하게 나이 들어갈 때 멋있다.
특별히 아내를 위한 서비스를 잘해야 한다.
퇴근길에 장미꽃 한 송이 사서 저녁 차리느라 애쓴 아내에게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 줘서 고맙다며 전해 주면 멋있는 남편이다.
아내의 취미생활에 적극적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축구를 좋아하면 축구장에 가서 응원하고, 탁구를 좋아하면 탁구채도 선물하고, 에어로빅을 좋아하면 에어로빅복도 사주어야 한다.
특별히 살기 힘들더라도 결혼기념일과 아내 생일은 꼭 멋있게 챙겨주어야 한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은 생일날 아내가 미역국을 끓여놓았는데
"오늘 무슨 날이야, 미역국을 다 끓이게?"
하고 말한다면 아내는 미역국에 눈물 뚝뚝 흘리면서 생일 밥을 먹는다.
결혼 기념일 기억한 게 결혼한 날로 끝이라면 아내 입가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이마에 굵은 주름만 늘어난다.
일주일에 토요일 하루는 아내에게 휴가를 주어 밥도 남편과 자녀들이 하고, 공연이나 전시회에 갈 수 있도록 표도 끊어주고, 친구도 만나러 가도록 자유 시간을 주는 남편은 정말 멋있는 남편이다.
어느 토요일 저녁에 같이 자란 성당 여자 후배들 모임에 초대받아 갔었다.
아이들이 다 어린데 혼자들만 나와서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홀가분하게 혼자들만 나왔느냐?"
고 물으니 한 달에 하루는 남편이 아이들 봐주고 자신들은 휴가를 가진단다.
참 멋있는 남편들도 많다.
사는 맛과 멋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식객, 타짜 만화를 그린 허영만 화백은 동료 열 명과 넉 달 동안 자전거로 아름다운 국토를 순례하는 맛으로 전국 일주를 했다.
오원근이라는 검사는 10년 법조인 생활을 버리고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고 틈틈이 변호사 일을 하면서 땅이 주는 기쁨을 누리고 산다.
솔빛별 가족은 전세금까지 몽땅 털어 벌써 두 번째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45살 아빠, 40살 엄마, 중학생인 예솔 ' 한빛 ' 한솔은 제주도에서 자연인으로 살면서 또 세계여행을 다닌다
예솔이 부모는 "누구나 다 공부를 잘할 필요도 없고, 또 공부 잘하는 것만이 멋진 삶을 사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이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게 하고 싶어요!" 하고 말한다.
교우 부부 스무 쌍하고 이집트 탈출 경로를 따라 성지순례를 했는데 자매들이 몹시 행복해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성지순례를 통해 웃는 성령을 받았나 싶어 성지순례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왜 그렇게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느냐? 나하고 다니는게 행복하냐" 하고 물었더니 "신부님하고 다녀서가 아니예요! 주부가 보름 동안 밥을 안 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세요?" 라고 대답한다.
20년 내내 밥만 하다가 보름 동안 밥을 안 하니 얼마나 편하고 행복했을까?
아내도 쉬게 해주고 남편도 쉬어야 한다.
남편들도 부인이 어린아이같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신부님! 저렇게 좋아하고 행복해하는데 왜 평생 고생만 시키고 이런 선물 한번 제대로 해주지 않았는지 후회됩니다." 라고 들 말한다.
아내가 여행 가자고 조르면 남편들은 "이다음에 애들 다 키우고 가자!" 고 달래지만 사실 사람은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지 않는데 어떻게 내일을 행복하게 살겠는가.
사람들은 또 나에게 항변하겠지.
"신부님, 무슨 돈으로 성지순례를 합니까?"
자녀들 학원 보내지 않고 대학 휴학시키면
보름 동안 성지 순례할 돈은 충분히 생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는 맛과 사는 멋이 없다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중년 부부가 세상살이 50년 이상 쉬지 않고 달려왔다면 한 번은 쉬어야 한다.
하다못해 우리 콧구멍도 쉰다.
콧구멍 두 개는 서너 사간마다 활동을 교대한다.
한쪽 콧구멍이 냄새를 맡는 동안 다른 콧구멍은 쉰다.
50년 동안 육신을 혹사시켰다면 고생한 육신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사람은 쉼을 통해 사는 멋을 만끽할 수 있다.
하느님도 6일 일하시고 일곱째 날은 쉬지 않으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