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향기140212(삶속의브레이크).pdf
삶 속의 브레이크! / 시인 권 혁 찬 /
청 말의 새해가 한 달 새 꼬리만 보인 채 까마득히 내 달았다.
그가 처음 오던 날 열심히 잘 달려 줄 것을 기원 했다. 갈기를 세우고 달려가는 모습에 보이지 않는 채찍을 거머쥐곤 한해 열심히 달려 보리라 다짐 하면서 앙다문 입가엔 아직 도 격한 경련이 거칠게 남아있다. 경마의 성패는 속도에 있다. 당연히 가장 빨리 달린 말이 우승 마다. 사람의 달리기 경주도 마찬가지다. 인간탄환 볼튼의 속도에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는 건 그 속도 때문이다. 그러나 더 빨리 달리기위해 달리고 또 달려 보지만 항상 그 뒤엔 추적자가 있다. 힘껏 달리기만 하는 것은 결국 쫒기는 것이란 결론이다. 경기에 이겨야하는 이유 말고는 달리는 것이 결코 지혜롭지 못한 인생사 인 것 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우리 선수들이 선전 하고 있다. 더 빠른 쾌속 질주를 위해 무한의 응원과 찬사를 보낸다. 경색된 남북 관계로 답답한 민족의 가슴을 시원히 뚫어줄 광속의 금메달을 걸고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리라 믿는다. 그러나 무한 질주 이후엔 휴식이 필요 할 것이다. 단순히 달린 이후의 휴식이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회상의 돌아봄 일 것이다.
우리는 20세기를 놓치듯 보내고 21세기의 태양을 안고 달린지가 엇 그제 같지만 벌써 14년째 바톤을 이어 달리고 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달리기 위해서 이다. 우리를 치받는 개발도상국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선진국 대열에서 낙오 되지 않고 우리의 입지를 지키기 위하여 달리고 또 달려 더 높은 소득의 증대를 향해 무한히 달려야 한다. 경주마처럼 뒤 돌아 볼 새 없이 달려야만 하는 시대에 편승해 있다. 끝없는 서두름의 채찍을 맞으며 숨 고를 여유조차 없이 달려가고만 있는 것이다.
한번쯤 뒤 돌아 쉬어가는 삶의 제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 이다. 말띠 해를 맞아 덩달아 달릴 것이 아니다. 움츠렸다 재도약하는 개구리의 지혜로 준비하고 호흡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욕심의 추를 잠시 내려놓고 삶의 무게를 조율하며 쉬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오늘 조용히 나를 내려놓을 맷방석같은 시간의 반석이 절실하다. 쉬어가는 삶의 브레이크를 살짝 잡아 만족의 충전을 위한 차 한 잔이 절실하단 말이다.
명심보감에 “知足常足이면 終身不辱이요”, “知止常止면 終身無恥니라” 하는 구절이 생각난다. 족함을 알고 늘 만족 해 하면 종신토록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고 늘 적당히 멈추면 부끄러운 일을 당함이 없다는 뜻이다.
삶의 브레이크는 나 자신을 묶는 고리가 아니라 더 빨리 달려 가기위한 지혜로운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되짚어 보며 잠시 머물러 다시 이어가는 슬기로운 브레이크를 걸어 보고 싶다.
아마츄어 무선사들의 통신용어 중에 브레이크(brake) 라는 아름다운 콜 멘트가 있다. 각기 교신중인 두 사람 사이에 함께 동참하기 위해 같은 주파수를 사용해 “브레이크”라 신호를 보내면 이 멘트를 듣고 두 사람 사이에 함께 편승을 허락하여 삼자간의 교신이 이루어지는 것 이다. 쉬어 갈 줄 아는 지혜! 쉬어주는 배려! 쉼 또한 새로운 질주라는 아름다운 콜 멘트(call ment)를 날려 보고 싶다. “브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