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일본에서 경찰을 부르는 전화번호인 110은 '햐쿠토오방(ひゃくとうばん, 110番)'이라고 읽는다고 했다. 외우기 쉽게 하기위해 특별하게 읽은 것으로, 일반적인 전화번호 읽기와는 다른 방식이다.
전화번호 '012-345-6789'를 읽는 방법을 알아보자. 일본어로 숫자 읽기에 능숙하신 분들도 초장부터 막힐 것이다. 숫자를 배울 때 '이치(いち, 1)'부터 배우기 때문에 '0'을 읽는 것이 막히는 것이다.
숫자 '0'은 '레이(れい, 零, 영)'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말할 때는 영어로 '제로(ゼロ)'나 '마루(まる, 丸)'라고 읽는 경우가 많다. '마루(まる, 丸)'는 원래 '동그라미'라는 뜻인데, 숫자 '0'이 동그랗게 생겼기 때문에 '마루(まる)'로 읽기도 한다. '레이(れい, 零, 영)'보다는 '제로(ゼロ)'나 '마루(まる, 丸)'가 발음이 명확해 헷갈릴 염려가 적기 때문에 애용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전화번호는 한자리씩 끊어 읽는다. '345'와 같은 국번을 말할 때 '샴뱌쿠욘쥬우고(さんびゃくよんじゅうご. 삼백육십오)'라고 읽는 것이 아니라, '산, 용, 고(さん, よん, ご. 3, 4, 5. 삼, 사, 오)'라는 식으로 하나씩 따로 읽는 것이다. '104호'처럼 집의 호수를 말할 때도 '햐쿠용(はやくよん, 百四, 백사)'이 아니라 '이치마루용(いちまるよん, 一丸四, 일영사)'처럼 한 글자씩 따로 떼어 읽는 것이 보통이다.
전화번호 중간에 나오는 '-'을 어떻게 읽는지도 난관 중의 하나다. 우리는 대개 '다시'라는 말을 쓰는데, 일본에서는 조사 '노(の)'로 읽는다. 예금통장의 번호 같은데 나오는 '다시(-)'도 일본어에서는 모두 '노(の)'로 읽는다.
또한 숫자 '4, 7, 9'는 읽는 방법이 두 가지인데, 전화번호에서는 '용(よん, 4), 나나(なな, 7), 큐우(きゅう, 9)'라고 읽는다. 이점을 주의해 '012-345-6789'란 전화번호를 읽으면 '제로이치니노 산용고노 로쿠나나하치큐우(ゼロいちにの さんよんごの ろくななはちきゅう)'가 된다. <일본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