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 종주기 6구간(진고개-동대산-차돌박이-신선목이-두로봉)
1.일시: 2016년 1월 8일 금요일~ 1월 9일 토요일.
2.참가인원: 언제나 전 과 동
3.날씨: 오늘도 여지없이 새벽 밤 하늘에는 검은 도화지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이 별들이 초롱 초롱 쏟아질 듯 하더니, 여명이 어둠을 밀어내면서 맑은 하늘엔 눈구름이 몰려 다니면서 눈발을 흩날린다.
4.산행 거리 및 시간:
여기 이동 거리에서 다소 오차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3km 정도가 업된 것 같다. 그러니까 정상 주행 거리가 17km라는 얘기다.
오늘은 어찌된 영문인지 gps가 말을 잘듣는다. 날이 추워 정신이 번쩍들었나 보다.
강릉터미널에서 부터 이곳 진고개까지는 미터 요금으로 6만냥이다. 처음 출발할 때 기사 양반하는 말이 10만냥이 나올 수 있다는 말에 삭겁했는데, 다행이 6만냥으로 막았다. 아마도 진부 거쳐 이곳으로 에돌아 왔다면 그렇게 요금이 나왔을 것이다.
진고개의 해발이 960m이다 보니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체감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고갯마루의 칼바람이 우리의 등산 의지를 꺽으려고 으르렁거린다.
진고개 출발 3시 26분.
정상 오름길은 그런대로 러셀이 잘되어 있어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올라왔다.
이곳 진고개에서 동대산까지는 출입 금지 구간이다. 오늘 여기와서 이사실을 알았다. 고로 우리는 무죄다!
안내판에 뭘 보라고 설명을 죽 해놨는데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다만 새까만 하늘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흩뿌린 듯이 별무리들이 반짝인다. 능선의 탁트인 조망도 조망이지만 새벽 밤하늘 별들의 잔치에 비할 것이냐?
새벽 별들의 빛 무리를 머리로 맞아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 황홀함을...
손을 밖으로 잠깐 잠깐 내미는 순간 손등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은 통증이 엄습한다. 오늘 능선에서의 주행 속도는 러셀된 덕에 합격점이다.
날씨만 춥지 않다면 돗자리 깔고 누워 실컷 내 온몸으로 쏟아지는 별들의 잔치에 푹 파묻히고 싶다.
이건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다음 구간이든 아니면 또 다음 구간이든 별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한번 해보도록 하자!
차돌백이 도착 5시 46분.
이 지명 그대로 이곳에는 커다란 흰 차돌이 박혀있다. 해드랜턴 불빛에 더욱 선명하게 반짝인다.
신선목이 도착 6시 40분.
어둠을 밀어내는 여명의 빛. 이 빛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기적같이 다가온다.
매번 보는 풍광일진데 도대체 질리지를 않는다. 봐도 봐도 신기하고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바람' 은 얼굴막이도 안하고 잘도 간다. 밖으로 노출된 얼굴 살갗이 에리 에리할 정도로 찬데도 괜찮단다.
얼굴에 도화꽃이 피었는데 뭐가 괜찮아!
여벌로 가져온 얼굴 바람막이를 장착해 주니 한결 좋다고 한다.
병신년의 일출을 제대로 감상을 못했는데 이곳 오대산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일출을 감상한다.
오라! 병신년이여! 내가 그대를 보듬어 주리라!
하나의 능선이 깨어 일어나고 또 그 다음 능선이 깨어 일어나고, 산천초목이 깨어 일어나고 드디어는 드디어는 우리의 닫혀진 우주 의식이 깨어난다!
두로봉 도착 7시 48분.
해는 이미 벌겋게 떠오르고...
두로봉까지 4시간 20분 걸렸으니 오늘은 겨울 날씨 그리고 적설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꽤 괜찮은 성적이다.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던것은 날씨가 받쳐줬기 때문이다. 너무 추운 날씨로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발걸음을 서둔 덕이다.
눈구름이 지나가면서 눈을 흩뿌린다.
두로봉 동영상.
전 구간에 들른 같은 산봉우리인데도 불구하고 시간대 별로 감흥이 전혀 다르다.
아무래도 일출이 한몫한 탓일 것이다.
아무래도 태양계의 조종이니 알루 취급하면 안되겠지...
두둥실 태양은 떠오르고...
두로령에서의 늦은 아침을 먹는다. 이게 코로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 날이 춥다보니 사지가 떨려 입으로 조준이 잘 안된다.
그나마 보온병의 물이 약간의 온기가 남아있어 먹을만 했지, 그도 아니었으면 먹을 수조차 없었다.
불법을 감수하고 차라리 버너를 가져와서 라면을 끓여 먹는건데!
아무튼 겨울에는 비상용으로 무조건 버너는 가지고 다녀야 마땅하다 살려면!
오늘 먹은 인스턴트 식품은 콩나물 국밥이다. 값도 비싸다고 하는데 콩나물 국밥을 닮은 냄새만 난다.
이 길을 6km 남짓 걸어야 상원사가 나온다.
이 도로를 따라가면 구룡령 국도와 만난다.
오대산을 관통하는 임도인 것이다. 이도로를 따라 상원사까지 가다가 야생 동물 보호단의 짚프차가 지나는 것을 보았다.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가 보다. 이전 구간에 이곳을 내려올 때도 거대한 맷돼지 발자국을 봤는디!
으메 무시라!
두로령을 9시에 출발했으니 이곳 상원사까지 1사간 13분이 걸렸다.
1시간 13분만에 6km를 주파한 것이다.
허거걱!
상원사에 꿀을 발라놨냐?
여기서는 안보이지만 산악회 버스가 엄청나게 몰려들어 등산객들을 쏟아 놓는다.
여기 저기 삼삼오오 산행전 준비 운동하느라 여념들이 없다. 우리도 따라했다. 산행 전 준비 운동이 아니라, 산행후 마무리 운동을...
이렇게 일찍 산행을 마무리한 적은 머리털나고 처음 있는 일이다.
마침 진부로 10시 30분에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들어왔다. 얼른 올라타니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다. 오잉!
월정사의 전나무숲과 오대산 계곡의 풍광을 차창 밖으로 음미하니 또 다른 맛이 느껴진다.
진부에 도착하여 파전에 막걸리를 한잔하고 서울가는 버스에서 널브러지려고 막걸리 집을 물색하니 진부 전통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3, 8일 장이라는데 오늘이 9일 아닌가! 딱 한발이 늦었다. 그러나 이곳도 엄연히 사람사는 동네!
오전이지만 막걸리와 파전 파는 곳이 설마 없을쏘냐 하고 두리번거리니 메밀 부침개와 옹심이를 파는 식당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오직 이곳 강원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오리지날 토속 강원도 음식을 찾은 것이다!
메밀부침개와 오대산 찰옥수수 생막걸리, 이게 다 오리지날 강원도 산이다.
단백한 메밀에 데친 생배추 잎을 얹혀 식감이 아삭 아삭하니 맛이 심심 삼삼하다.
감자 옹심이! 우리의 '그윽한 미소' 는 털나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란다. 이럴수가!
맛이라면 그리고 특이한 음식이라면 어디든 시간을 내서라도 기어이 먹고야 마는 식도락가, '그윽한 미소'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니! 오늘 제대로 잘들어 왔다 이곳에...
메밀국수와 함께 이게 강원도 대표 음식 아닌가! 안주거리로도,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도 안성마춤인 음식이다.
절대로 강하지 않게 단백함이 이 음식의 강점이자 주장이다. 강하지 않고도 존재를 부각시키는 음식!
한마디로 도와도 상통하는 음식이다.
메밀 부침개와 옹심이 동영상!
이렇게 배도 채우고 낮술에 알콰해진 기분으로 버스에 오르니, 잠자기 위한 모든 조건이 완비되었다.
바로 일어나니 동서울 터미널!
'딱선생' 올시간은 멀었고, 시간을 죽일 수 있는 것이 무었인고?
근처 당구장으로 고고씽!
누워 자려구?
'바람' 은 지금 고군분투중...
아주 심각하게 각을 재는 '그윽한 미소'!
한판씩을 공평하게 나눠 먹고 마지막 결승판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은 '그윽한 미소'가 대망의 위너가 되었다.
갈수록 한판 먹기가 왜 이리 힘든 겨 쓰벌!
'딱선생' 이 출몰할 시간이 되어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할 때 수시로 드나들었던 도루묵 전문점 '정나진' 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집 도루묵 구이는 정말 희한하다. 물론 이것이 노하우이겠지만 말이다. 보통 생물 도루묵구이는 잘구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알이 이렇게 붙어있질 못한다. 굽는 과정에서 다 떨어지고 살코기도 이렇게 온전치 못하다.
그런데 이집은 잘구워 나오는데도 다 온전하다. 이게 기술이고 노하우 아니고 무었이냐?
아무리 도루묵이 푸대로 잡히는 풍년이라지만 이집 도루묵 값은 요지부동이다. 그렇게 값을 받아도 가치가 충분하다.
이도루묵 찜은 또 어떤가? 알맞게 익은 감자며 무, 그리고 알배기로만 이뤄진 도루묵찜!
오랫만에 먹어보는 진미 도루묵찜인 것이다. 이 맛이 그리웠다는'그윽한 미소'!
그려 오늘 많이 먹고 원을 풀어라!
이렇게 때려 먹고나니 '딱선생' 이 당구 도발을 하질 않는가? 울고 싶은데 빰 때린 격이다!
자기도 한판은 쳐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맞다 누가 뭐라 하든?
해서 다시 갔던 당구장으로직행해서, 편먹고 맥주내기 딱 한판만 치기로 했다!
그런데 편을 먹으니 '그윽한 미소' 와 내가 한편이고 '딱선생' 과 '바람' 이 한편이다.
과연 누가 누가 이겼을까요?
퍽하면 메주 떨어지는 소리요, 찍하면 쥐 밟히는 소리 아닌가! 한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우리편이 알방적으로 이긴 것이다.
당연하질 않은가 일취월장하는 '그윽한 미소' 의 당구 실력에 나는 허울뿐이지만 당구 최고수!
시간이 없어 간단하게 맥주 한잔씩들 하고 지하철이 끊긴 관계로 '그윽한 미소' 의 택시를 얻어타고 '딱선생' 과 합정까지 이동하여 나는 광역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출발했고 '딱선생' 은 '그윽한 미소' 를 내려주고 그 택시로 집으로 고고씽!
올 병신년 첫 산행 즐겁고 행복했다!
올해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남은 백두대간을 유람하세!
나의 집 도착 시간 오전 1시.
첫댓글 수고 많았다..
정말 아름다운 밤하늘 이었다...
솟아 오르는 해도 멋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