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은 날씨가 참으로 많이 추워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더더욱 춥겠지요?
이 곳, southern california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보니, 이 쪽 날씨에 벌써 적응이 다 되었는지, 한국에서는 딱 좋네~ 하는 날씨에 추워... 하며 벌벌 떨며 지냅니다.
오늘은 제가 dialysis 하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말이지요, 저희 coordinator들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왠지 환자 배정에 theme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요 몇 주간 환자를 배정할 때, 주로 ICU로 갔는데요, 가면 꼭 환자 상태가 비슷 한 환자만 있더란 말입니다.
일례로 지난주에 갔던 모 병원의 ICU.
제게 배정된 환자 case가 2명만 있는 병원이라 얼른 끝내고 들어와서 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룰루랄라 갔는데, 병원 간 처음부터 난감 그 자체였습니다. 겉에서 보면 병원이 작아보였는데, 아니.. 기계를 넣어놓는 storage room으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고, 미로같고, 험난한지... 겨우겨우 찾은 그 곳에서 또 병동까지는 또 어떻게 가는지.. 약국에서는 약을 어떻게 타는지..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등등을 하나하나 알아내다 보니, 결국 병원 도착해서 환자 방에 가기까지 약 1시간 30분을 소요했지 뭡니까??
게다가 이번 환자분들의 특징... 정말 나이가 많으신 분들에 대부분 반응이 없으신, DNR(Do Not Resucitate)환자분들...
게다가 방은 너무 좁아서 기계 들어가려면 침대를 있는대로 옆으로 밀어놓고도, 간신히 낑낑거리며 기계 옆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공간밖에 없었다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지요.
이런 상황이 되면 기계 setting하는데만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휴...
두 환자 모두 contact isolation.... 또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 BP가 낮다는 것...
게다가 첫 환자는 Hemoglobin/hematocrit 수치도 비교적 좋고, platelet수치도 높았다는... 그런데 Heparin에 알러지가 있다는... Oh, dear God!!! 그리고 낮은 BP를 위해 dopamin까지 맞고 계셨다는 것...
정말 최악의 상황이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최선을 다 해보는 수 밖에 없지요.. 그렇게 setting해서, 일단 albumin으로 같이 dialysis를 시작했죠. 부디.. BP가 올라와 주기를...
그렇게 Albumin주면서 일을 하는데 우리 coordinator... 전화와서 다른 환자 더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참나.. 첫 환자 시작하게 된 시간이 약 오후 2시경... 안그래도 두 환자 모두 끝나면 밤 12시인데.. 어떻게 더 봅니까? 그런 상황을 설명하던 중.. 갑자기 기계가 알람을 울리기 시작하더군요...
들어가던 알부민이 모두 들어가다 못해 공기가 쭈아아아아악~~~~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으아아아아아악~~~~!!!!
coordinator는 그 소리 듣더니 바로 전화 끊어주더군요.. 어찌나.. 도움이 되는 분인지...
부랴부랴 되는대로 피 다시 넣어주고.. 이런 저런 노력을 해 보았지만.. 결국 해결책은 다시 setting... 정말 울고 싶더군요..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 이번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지.. 마음을 먹으며 treatment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dialyzer가 clot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Oh, my....
제발.. 끝까지 가라.. 끝까지 가라.. 그러면서 보고 있는데, 다행히 nephrologist가 왔더군요..
이때다 싶어서 이런 저런 문제점이랑 어려운 점 등을 막 말했지요.. 그 의사 왈, 할 수 있는데까지 다 하는데, 담당간호사랑 같이 일해라. 혼자서 일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해 주더군요..
정말 흔히 볼 수 없는 의사 중 하나였습니다.
아뭏든.. 그렇게 일단 의사와 얘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일단 환자가 어떤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나머지는 그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의식이 별로 없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움직여대는 바람에 결국은 dialyzer가 막히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treatment완료 25분 전이라 마음 편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 다음 환자에게 갔더니... 이분 역시.. BP가 낮았지만, H/H 와 platelet수치가 그리 높지 않아서 dialyzer가 막힐 염려는 첫 환자보다는 덜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시작을 했는데.. 역시나.. treatment를 시작하자 마자 BP가 떨어지기 시작하더군요..역시 알부민으로 시작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30분 사이에 BP가 59/30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즈음 되면 환자 상태 역시 뭔가 이상합니다. 워낙 반응이 없는 분일지라도 눈동자가 정말 죽은 사람처럼 약간 탁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벌서 몇 번 그런 상태를 보다보니 뭔가 이상해서 BP를 다시 재 보면 틀림 없더군요.. 부랴부랴 담당 간호사 연락 하고, NS bolus들어가고.. 그렇게 하고 나니 다시 BP가 90/40대로 올라 오더군요.. 휴우우우...
담당 간호사 닥달해서 stand by시켜놓은 dopamin달게 하고, treatment를 계속 하는데.. 이런.. 정말 뭣같은 일이... HR이 120~150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Oh, dear God!
계속 BP 10분 마다 재면서 dopamin 수치 맞추고... 가래 끓는 소리 나면 바로 suction해 대고...
사실 투석간호사는 이런 것 안해도 됩니다. 그저 담당간호사에게 말 해서 해 주라고 말하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환자 가래 끓는 소리에 정말 얘민하기 때문에 (제가 맡은 환자분 중에 가래로 인하여 돌아가신 분이 계시거든요..)제가 견디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안해도 되는 것 계속 해 드리고... dopamin도 대부분 담당 간호사가 조절 하게 되어있는데.. 이 간호사는 정말 말만 그렇게 하고 너무 느린 겁니다... 와~ 속 터져 죽을 것 같아 그냥 했습니다.. -_-;;
하지만 그 약에 대해서, 약 용량에 대해서 또는 IV pump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은 괜히 관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제 발생시 책임 여부가 걸려있거든요.. 안그래도 문제 생기면 대부분 dialysis nurse가 많이 뒤집어 쓰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는 것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놔둡니다...)
Anyway... 그렇게 환자 BP, HR 모니터 해 가며, 기계 확인 해 가며.. 정말 정신적으로 너무 긴장상태였습니다. 그래도 그 뒤로는 다행히 별다른 문제 없이 무사히 treatment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날 12시간은 정말 긴장으로 시작해 긴장으로 끝난 날이었습니다. 아무리 DNR이라고 해도 환자가 투석 중에 돌아가시는 것은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거든요...
제가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저희 프리셉터가 했던 말이 문득 기억이 났습니다. Dialysis가 쉬워보이지만 정말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treatment를 진행해야 하는 정말 고도의 기술이라고 말이지요..
왠지 그날 따라 그 말이 이해가 되는 듯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