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이응인
전기 주전자로 커피를 끓이면서
텔레비전 켜 놓고 낄낄대면서
냉장고 문 열고 과일을 꺼내면서도
몰랐습니다.
우리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전기 때문에, 송전탑 때문에
영하의 추위에 떨며
산에서 먹고 산에서 자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밀양땅 골짝골짝
765 송전탑 예순아홉 개나 서면
불 보듯 뻔한 전자파 위험 알면서도
내 집 앞으로 지나가지 않는다고
못 본 척했습니다.
바쁜 척했습니다.
새벽부터 밀고 들어오는
손자 같은 용역들
자식 같은 공사 인부들에게
70, 80 어른들 짓밟히고 욕을 먹고
지옥 같은 전쟁이 벌어지는 줄 모르고
이쯤에서 해결이 되었겟지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손톱 발톱 다 닳도록
평생 일구어온 논밭이
늙은 몸뚱이 기댈 집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무슨 대책이 있겠지 하며
남의 일 보듯 했습니다.
이치우 어르신 소식 듣고서야
이미 엎질러진 기름인데
아이쿠나 큰일이구나 했습니다.
산에 움막을 짓기 전부터
2005년 얼렁뚱땅 주민 설명회 때부터
2007년 12월 도지사의 우편물 받을 때부터
큰일은 이미 터졌던 것입니다.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살 날이 창창한 것들이
먼산 보듯 할 때
시장이 국회의원이 관리들이
답을 찾지 못할 때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70, 80 어르신들이
밀양을 지켰습니다.
765 송전탑 세워 놓고
어디가서
아름다운 밀양, 돌아오는 밀양
내세우겠습니까?
살기 좋은 밀양, 맑고 깨끗한 밀양
자랑하겠습니까?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먼저 가신 어르신의 원한은
어찌하겠습니까?
가족들 찢어지는 가슴은
또 어찌하겠습니까?
마을 어르신들의 새까맣게 타버린 속은
누가 달래겠습니까?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어디 가서
밀양에 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누구에게
밀양을 사랑한다고
다짐할 수 있겠습니까?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카페 게시글
765송전탑 반대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정진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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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7
12.02.01 23:4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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