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타당성 조사 용역비가 국회를 통해 내년도 예산에 재반영(본지 5일 자 1, 3면 보도)된 것은 신공항을 놓고 부산과 대립하고 있는 대구 정치권과 국토부의 '합작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몰라 ▷입지타당성 조사에 대한 국토부의 계획 ▷대구의 의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와 예결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애초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신공항 용역비 재반영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6일 국토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새누리당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은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올해 확보된 용역비를 집행하는 데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여 차관은 "11월 말이나 12월 초까지 (영남권 5개 시·도 협의가) 되고 입찰공고까지만 하게 되면 사고이월로 해서 집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예결위 예산소위가 가동되자 입장을 바꿔 대구 출신의 예산소위원인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에 20억 원을 재반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상임위 논의과정에서는 연내 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영남권 5개 시·도 합의가 미뤄지면서 연내 착수가 어려울 것에 대비해 내년도 예산안에 다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 재반영한 것은 최대한 연내 착수를 하되 안될 경우에 대비한 보험용"이라고 강조했다.
뒤늦게 국토부가 입장을 바꿔 대구 출신의 예산소위원과 협력, 신공항 용역비를 반영했지만 시와 부산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에 '깜깜이'였다. 사전에 국토부의 움직임을 알았다면 국토부를 압박, 예산을 반영하되 조사 착수 시기 등을 특정해 답보 상태에 빠진 입지타당성 조사를 가속화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부산 정치권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신공항 함구령'을 빌미로 의도적으로 최대 현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단할 수 없는 신공항 입지조사 결과가 20대 총선 국면과 맞물리는 내년 말에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산의 한 의원은 "우리가 나서게 되면 대구 의원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 아니냐. 어느 쪽이든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