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지맥 2구간
2014. 11. 23 (일)
산길 : 덕인고개~용바위
사람 : 조진대 무심이 이희중 조은산
거리 : 16.5km
구간거리
덕인고개~1.3~응봉산~6.3~다툼고개~7.2~직고개~1.7~용바위 / 16.5km
Cartographic Length = 17.9km Total Time: 08:00
칠보02(덕인고개~용바위).gpx
07:00 덕인고개
07:51 응봉산
09:23 절충장군묘
09:43 242.5m
10:02 △191.8m
11:02 다툼고개
12:01 166.1m
12:36 △183.4m
12:48 광산 임도
13:56 110.4m
14:22 직고개
14:31 △51.0m
15:00 용바위
행락철이 지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월송정 주차장은 밤새 사람의 왕래 하나 없이 고요했다. 텐트는 식당으로 쓰고 다들 잠은 차에서 잤다. 중간 의자를 뒤로 눕히고 둘이 누우니 딱 맞다. 희중아우나 나나 키가 좀 더 컸더라면 다리를 온전히 뻗을 수가 없겠지만, 둘 다 다리가 짧아 행복한 짐승이다. 화장실이 있고 수돗물이 나오니 더 아니 좋은가. 어제 우리가 들어 올 때 매점 아줌마가 문을 닫으려다가 혹시나 우리가 뭘 팔아줄까 싶어 다시 불을 켜고 앉더라만 모든걸 완비한 고문님 시스템이라 매점이 전혀 필요가 없다. 지역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들이라...
저녁 8시쯤 부터 한 아홉시간 한 번도 안깨고 푹 자고 일어나니 모든게 개운하다. 지난 주에 다친 발목도 어제 그렇게 걷고도 별 탈없이 건재하니 고맙기까지 하네. 발목이 도지면 중간탈출에 또 필요할지도 몰라 압박붕대도 준비를 했지만 아무 필요없게 되었다. 그런데 전부터 발목이 온전치 못한 무심이님은 오늘은 도저히 끝까지는 어려울거 같다면서 직산리까지만 하겠단다.
집에서 준비해 온 무청 시래기국으로 아침을 먹고, 점심은 끝마치고 먹기로 한다. 대신 먹을거리를 있는대로 배낭에 줏어 담고, 직산리 마을 가까운 능선아래 차 한대 두고 고문님과 내차를 몰고 덕인마을로 넘어간다.
덕인고개
덕인고개 (190m)
울진군 온정면 덕인리. 도로 방벽끝에서 올라서니 왼쪽 아래 개집이 있고 송아지만한 개가 쳐다는데 우리가 우습게 보이는지 별 관심도 없이 멀뚱멀뚱하다.
×234.1봉을 내려가니 안부 수렛길이고 왼쪽 밭으로 나가니 저 아래로 덕인마을에서 올라 온 길이다. 이런줄 알았으면 ×234.1봉을 생략하고 덕인마을 뒷길로 올라왔더라면 고생을 덜 했을텐데, 초장부터 긁히고 할퀴고 쥐뜯기고 의관 다 베렸다.
다시 잡목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잡목이 아니라 빽빽한 시눗대 숲이다. 양팔로 밀어재치며 겨우 대나무숲을 빠져나왔다
대나무 밀림을 뚫고 나온다
5분정도 올라가니 흔적이 뚜렷한 길은 우측 사면으로 휘돈다. 고문님은 정면으로 올라붙고 나는 우측 사면길로 간다. 갈수록 우측으로 벌어지는거 같으나 될데로 되라는 신념으로 계속 따라가니 우로 휘돌아 응봉산과 ×354.9봉 사이의 안부로 올라서고 왼쪽으로 꺾어 잠깐 올라가니 묵은 헬기장을 거쳐 응봉산이다. 아주 점잖게 올라온 셈이다. 멀리 휘돌아 올랐는데도 쪽바로 올라간 고문님보다 더 빨리 올라왔다. 그만큼 길이 험난했다는 얘기라.
응봉산
응봉산(鷹峰山 389.5m △병곡413)
KBS 온정간이TV중계소와 무인산불감시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석은 없고 준희님 팻말이 걸려있다. 혹시 고문님이 먼저 지나가신게 아니가 싶기도 하다가 10여분 앉아 있으니 몰골이 엉망인 모습으로 다들 나타난다. 응봉산 오름길은, 정면으로 마루금을 고집할게 아니라 우측으로 조은길 따라 점잖게 올라 올 일이다.
따 자실거라도 있나요?
정면 치고 오르느냐, 우측 임도로 가느냐... 통빡 굴리는 중.
응봉산에서 10여분 내려오면, 왼쪽 금천리 구라교에서 올라 온 임도인데 정면 ×342.2봉으로 오르는 비탈이 아주 급하기도 하고 잡목이 심해 보인다. 우측으로 돌아가는 희미한 임도가 보이기는 한데 이 임도를 타도 될것인가 아닌가를 잠시 고민하다가, 여지껏 보아 온 헝겁을 찢어 매직으로 長星淸이라 적은 리본이 임도쪽으로 매여있어 믿고 따라가 보기로 한다. 장성청이 사람이름 인지 뭔지...?
우측 계곡 아래는 땅속에서 나온 환기통 기둥이 여럿 보이는게, 고문님이 가축 매몰지역 이란다.
거의 수평으로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금새 좁은 길로 바뀌지만 묘터를 지나 ×342.2봉을 지나 온 안부에 안착한다. 다들 아주 수월케 온것을 장성청 리본에 감사하면서... 여기 안부부터는 하얀 비닐끈이 송이지역임을 알린다. 갈비가 푹신하게 밟히면서 혹시 덜 캐고 남은 송이라도 있을까 눈을 크게 떠 본다.
하얀 끈 = 송이 경계선
볕내마을 고개
우측 아래 볕내마을로 통하는 길로 경운기는 충분히 다닐만 하다. 아침에 차를 타고 지나왔는데 볕내마을 도로가 가까우므로 탈출로로 용이하겠다. 정면 기슭으로 올라가면 굵은 둥치의 벌목을 가지런히 쌓아놨다.
10분쯤 더 가면 볕내마을이 살짝살짝 내려다보이면서 후포면계를 접하고, 잠시 후 온정, 후포, 평해 3면이 갈라지는 3면봉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간다.
절충장군묘
折衝將軍崔公
우측 아래 작은 공원으로 꾸며놓은 터가 있어 내려가봤더니 절충장군 묘소다. 아주 오래된 비석에 본관이 어딘지는 적지않고 '절충장군최공봉선지묘'라 새겼다. 조선시대 절충장군은 정3품 무관으로 문관인 통정대부와 동급이다. 요즘으로 치면 사단장쯤 되지 않을까.
물통 여러 개에 빗물받이 뚜껑을 덮어 빗물이 받아지도록 해놓아 물통마다 물이 가득 차있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내고 물 본김에 세수나 좀 하자. 묘에서 정면으로 마룡산(406.7m)이 보인다.
마룡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빗물받이 물통뚜껑.
지형도의 ×212.5봉에 팻말은 242.5m
212.5봉에을 넘어가면 벤치와 후프훌라가 걸려있고, 삼율리 S커브로 돌아가는 마을길이 보인다.
191.8m (△병곡417)
불툭 튀어 나온 콘크리트 기반에 번호를 읽을 수 없지만, 지리원에 확인해 보니 병곡417번 삼각점이다.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다가 안부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멀리 후포 해변이 햇볕을 받아 반짝거린다.
후포 해변
삼각점이 아닌기라...
×194.9봉에는 삼각점도 아닌것이 삼각점 처럼 모셔져 있다.
칠보지맥 유일무이한 송전철탑
다툼고개
7번국도 (45m)
교통량은 많지만 한번씩 끊기는 순간을 이용해 무단횡단 하는데 대부분 과속이라 어영부영 하다가는 골로 가겠다. 숙달된 고문님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병사들은 그대로 따라한다.
영진지도에는 다룸고개. 조선지형도에는 橋峴 (タリチ-) 우리말로 ‘다리재’다. 다리고개가 어이하여 다툼고개까지 왔는고? 다리다 아니다 다툼이 있었던 모양이라. 건너편 계단길로 올라가 묘터에서 한참을 쉬었다 간다.
디지탈울진문화대전에는 교현과 다툼고개가 따로 나온다. 잔두목이 원수목이와 함께 다투목이가 되나.
1361년(공민왕 10) 북쪽 변방을 괴롭히던 홍건적의 무리가 고려에 침입하자 조정 대신들은 공민왕을 모시고 남쪽 복주[지금의 안동]로 피란길에 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심상치 않자 고려군은 울진[평해군] 일원까지 진을 쳤다. 내려오는 전설로는 그때 고려군이 적과 다투었다는 ‘다투메기[다툼목]’, 고려군의 호위 속에 공민왕을 모신 시녀가 낙태를 하여 태(胎)를 모셨다는 ‘태봉재’, 또 적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는 ‘분팃골’ 등이 있다.
힘 내시라고...
다툼고개 고도 45에서 129를 올리려니 이것도 낑낑 소리가 난다. 그 지점에 맞춰 달았는지 힘내라는 준희님의 문구가 걸려있다. 길은 있다가 없다가, 조은길이 나오면 묘가 있고 험한데는 묘가 없다. 장례가 납골당으로 가는 추세이니 장차 지맥길에도 조은 묘지길이 점차 없어질까 염려되네. 166.1봉에도 묘가 있긴 하나 버려진지 오래라 길이 아주 험하다.
후포읍민들과 대화
166.1봉에서 희미한 길을 따라 10여분 내려오니 갑자기 앞이 트이면서 넓은 공터에 운동시설이 있고 부부지간에 조용히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뒷편에서 나타난 짐승(!)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1~6코스까지 그린 후포등산로 안내판이 있지만 어디서 어디로 연결이 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183.4m (병곡420)
×183.4봉 삼각점은 등로 우측에 있어 일부러 올라가봐야 만난다. 삼각점에 새겨진 번호는 [23복구/ 76.5건설부]라 되어 있지만 국토지리원 고시는 병곡420번이다. 준희님 팻말이 어디 있을텐데 주변에 벌목이 되어 나무가 다 자빠졌다.
이런 그림, 어디서 어디로 연결이 되는지 알 수가 있나
삼각점봉을 지나 내려가면 2분 후 후포등산로는 우측으로 면계를 따라 내려가고 지맥은 왼쪽 길 없는 능선이다. 어수선한 잡목을 헤치며 내려가면 돌축대가 연이어 나오고 아래는 평탄하고 넓은 풀밭이다. 지도상 '평해광업개발'인데 광산이 용도폐기되고 아마도 훼손지를 복구해 놓은게 아닌가 싶다.
광산터 복구지
광산 임도
임도를 건너 앞의 ×160.3봉은 왼편으로 뚜렷한 길이 이어진다. 돌아 간 안부에는 운동시설이 몇점 있어, 줄을 달아놓은 타이어도 끌어본다. 힘이 남아도는지?
등산으로는 양이 안 차...
앞봉을 돌아 나가면 다시 더 넓은 평원이 나온다 . 가로질러 나가니 왼편 아래로는 수십길 절개지이고 그 아래는 채석 광산이다. 석회석을 채취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어떤 외계인의 기지로 보인다. 지구를 침공할 목적으로 깊은 산에 설치한 전초기지... 바로 아래 잔돌 무더기는 곧 부화 할 그들의 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으앗~, 뜨셔라...
외계인들이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구 침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외계인의 알이 부화하고 있다...
외계인의 기지인지 뭔지는 몰라도 광산터를 지나가는데 30분이 더 걸린다. 직전의 183.4봉 아래 평해광업부터 계산한다면 1시간에 2.6km 거리다. 사전에 생각하기로는 광산터를 지나가는데 욕 좀 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평탄한 초지라 아무런 어려움 없이 통과를 했다. 바짓가랭이 달라붙는 도깨비바늘은 어쩔 수가 없는데, 이 놈들과도 여러번 치대다 보니 일일이 뜯어낼게 아니라 가만 두고 한참 가다보면 저절로 떨어지더라. 도깨비바늘은 억지로 뜯지마라~!
묘터도 아무것도 없는 지역이라 길이 아주 사납다. 한참을 긁어대며 올라가니 110.4봉이고 넘어 내려가니 묘가 나오면서 길이 다시 살아난다. 꺾이는 지점마다 J3 리본이 적절히 안내를 한다. 배방장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겠다. 직산리 길이 바로 아래 보일 즈음 무심이님과 희중아우는 마을로 내려간다. 아침에 차를 여기다 대놓았기 때문이다.
×62.3봉을 넘어 내려간 안부가 옛 직고개이고, 한 봉우리 더 넘으면 2차선 아스팔트가 지나가는 신 직고개이다. 지형도에는 두 군데 모두 직고개라 표기를 했네.
직고개
직고개 (12m)
직산리에서 평해로 나가는 고개로 직산교를 통해 남대천을 건너가고, 최근 지맥 끝인 용정마을에서 남대천을 건너는 다리가 하나 더 생겼다.
51.0m (△병곡421)
칠보지맥 마지막 삼각점으로 왼쪽으로 나앉아 있어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다.
직산리에서 용정교로 나가는 도로다. 건너편 붉은 벽돌의 교회처럼 생긴 건물은 이동통신사 기지국, 철망 우측으로 돌아 올라가고 다음 안부에서 정면은 잡목덤불에 사유지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걸려있다. 항상 말 했듯이 말년에 몸조심이라 옥체보전이 우선이다. 산주인의 권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산길은 여기서 끝내고 우측으로 길따라 점잖게 해변으로 내려간다.
용정마을
남대천 하구
남대천 물이 바다를 만나는 하구는 모래톱 사이로 겨우 빠져나가는 도랑같아 맨발로도 건너겠다. 용바위에도 어떤 전설이 남아 있을만 하다마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네.
용바위
먼저 차를 빼 기다리는 무심이님 차로 덕인리로 가 차를 회수하고, 평해읍으로 나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틀간 진을 빼다시피한 산행이라 희중아우가 영양보충을 시켜준단다. 코뚜레 고깃집 주인장을 불러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를 가져오란다. 가격은 묻지를 말고...
평해읍 코뚜레
코뚜레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다는, 갈비중에서도 3, 4번 갈빗대살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