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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뼈
박종률 씨가 일본에서 서까래에 깔려 죽을 때, 의숙은 열네 살이었다.
그날, 의숙은 어머니가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양반가문에서 데려온 며느리라고 부엌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시아버지의 엄명으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시집 여인네들에게 책읽어주는 게 무실 댁의 유일한 일거리였다. 추월색이니 옥중화 심순애 장한몽 같은, 보고 또 봐서 외워버린 것은 재미있게 각색해서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양반 집 딸이 육두문자까지 태연자약하게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웃음소리에 방안이 떠내려갈 듯 했다. 그 소리에 귀머거리 시할매에 별채에 있던 시아버지 기생첩까지 슬그머니 끼어들더니, 나중에는 바깥에서 일하던 계집종들까지 귀 기울이며 앉아있는 게 다반사였다.
그 자리에 한 번도 빠지지 않는 아이가 의숙이었다. 언니 동생들이 마당에서 계집종들과 깔깔거리며 놀아도 아버지가 꽃놀이를 가자고 해도 책보는 걸 더 좋아했다. 말도 하지 못하던 갓난아기 때부터 그랬다. 얼마나 순한 성정을 타고났는지 태어날 때 첫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놀란 해산할미가 몽골반점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때리자 마지못한 듯 모기소리를 냈다. 그런 아이가 발작적으로 울어대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일이지만 그게 다 어머니가 책 읽을 때였다. 유모 등에 업혀 있거나 할머니 방에 있으면 울음을 터뜨려서 기어코 어머니 옆으로 데려가게 만들었다. 불에 덴 것처럼 울다가도 어머니 책 읽는 소리만 들으면 울음을 그치고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어른들 책 읽기 모임이 시들해지자 혼자서 책을 뒤적이며 놀기 시작했다. 글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걸 보고 노인들은 천재 났다고 좋아했지만 이 세상사람 같지 않은 첫 딸의 미모도 불길하던 차에 둘째 딸까지 기이한 짓을 하는 게 박종률 씨는 탐탁지 않았다. 한번은 의숙이 감쪽같이 사라져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딸들이 많다보니 하나 정도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무실 댁은 잘 몰랐다. 종들은 물론이고 시어른들까지 총동원되어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의숙이 발견된 곳은 사랑채에 연결된 서고였다. 빛도 들지 않는 그곳에서 의숙은 사흘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책을 읽고 있었다.
무실 댁은 ‘서해무릉기’를 읽고 있었다.
전주 사는 선비 유씨와 최소저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혼례를 올리던 날 밤, 최소저가 왜적의 괴수에게 납치되어 백두산 산적촌에 감금당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최소저 앞에 홀연히 금산사 미륵불이 나타나 곧 남편이 구하러 올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무실 댁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육십갑자를 짚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잔나비 띤데 쥐 시에 나고, 내가 뱀띤데 개 시에 났으니, 개가 쥐를 잡아먹는 형국이었는가베.”
이렇게 중얼거리던 무실 댁은 그만 맥을 탁 놓았다.
“우야믄 좋노. 아범이 죽었는가베.”
앉거나 비스듬히 누워있던 여인네들은 그것도 책의 한 대목인줄 알고 가만히 있었지만, 의숙은 그것이 맥락에 닿지 않는 것이어서 의아한 얼굴로 무실 댁을 쳐다보았다. 커다란 눈망울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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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숙의 세상은 책이란 관념에서 부엌이란 현실로 바뀌었다. 어차피 부엌을 모르던 의숙은
이 둘 사이의 엄청난 괴리감도 잘 몰랐다. 오히려 글로만 알던 세상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한바탕 모험극이라도 벌이는 듯, 초가집에서 동생들 건사하며 살림 살아내는 것에 호기심과 흥미마저 느꼈다. 그만큼 현실 감각이 약해서,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 받아들이기까지 세월도 오래 걸렸다. 쌀독에 쌀 채워져 있는 날보다 바닥 긁는 날이 더 많아도, 그 소리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잘 몰랐다.
그때마다 무실 댁은 친정 오빠를 찾았다. 솜틀집을 하며 근근이 살던 이호술 씨는 몇 년 사이에 방앗간을 내더니 국수집까지 냈다. 커다란 통 속에 더럽고 오래 묵은 솜을 넣으면 네모반듯한 상자가 덜덜거리면서 함박눈처럼 하얀 솜이 나왔는데, 무실 댁은 그것이 돈을 벌어들이는 요술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무명실처럼 뽑혀 나오는 국수도 신기했다. 수제비나 칼국수를 해먹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밀가루가 국수가닥으로 변해 마당 가득 널려있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무실 댁이 올케에게 국수다발을 얻어 나오는데 어린 딸들이 국수가닥이 널려있는 땅바닥에서 부스러기를 집어먹고 있었다. 마침 방앗간에서 나오던 이호술 씨가 그걸 보았다.
“저, 아 새끼들이?”
이호술씨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실 댁을 쳐다보았다.
“너도 이제 돈 벌 궁리를 해야지, 아 새끼들도 거지 만들래?”
무실 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호술 씨가 한 재산 일군 것이 사실은 남편이 맡긴 돈이란 걸 무실 댁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신 같은 걸 믿지 않던 박종률씨는 거렁뱅이의 예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그게 아니어도 아버지 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곧 집안이 망하리란 게 뻔히 보였다. 박종률씨는 논문서며, 땅 문서들을 눈에 띄지 않게 빼돌렸다. 무실 댁에게 말하지 않은 건, 무실 댁이 워낙 소유개념이 없어 달라는 대로 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호술 씨도 처음부터 숨길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갈등은 무실 댁과 딸들이 거처할 곳을 구할 때부터 시작됐다. 고래등 같은 집에 살던 동생과 조카딸들에게 맞춤한 집을 보기도 했다. 그러자 노름빚에 쫓겨 줄행랑 친 사돈이 슬그머니 기어들어올지 모른단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허름한 초가집을 구해줬는데, 동생은 그것도 고마워서 쩔쩔맸다. 쌀 떨어지면 쌀 갖다 주고, 돈 필요하면 돈 갖다 줄 때마다 눈물을 보였다. 그것이 반복되자 경제에 눈이 어둡고 소유관념이 희박한 동생에게 큰돈 줘봤자 금방 날려버릴지 모른단 노파심이 생기더니, 처남이 맡긴 그것이 자기 돈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말만한 처녀들을 놀리고 있는 것도 답답했다.
슬슬 동네 유지가 되어가던 이호술 씨는 어지간한 관리나 한다하는 인사들과 교제라는 걸 하며 발을 넓히고 있었는데, 만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병원을 개업한 의사가 허드렛일을 해줄 사람을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조카들을 떠올렸다. 헛바람이 잔뜩 들어 배우가 되겠다며 일본까지 갔다가 아버지를 화장한 재를 항아리에 넣어갖고 온 첫 딸을 볼 때마다 이호술 씨는 ‘아버지 잡아먹은 년 아니냐’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남자들과 어울려 다니는 걸 목격하면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우선 저것부터 붙잡아 병원에 취직시키자 싶어 말을 꺼냈는데, 기겁을 하며 펄쩍 뛰었다.
“내가 그런 일을 우예 한단 말입니꺼? 병균 옮으면 우야라고.”
그때 옆에 있던 의숙이 말했다.
“지가 할게예.”
‘지가 할게예’는 이후 의숙의 입에 붙어버려서, 곤란하고 난처한 일만 생기면 ‘지가 할게예’하며 나섰다. 그런 의숙을 몰래 지켜보는 사내가 있었다.
무실 댁이 오빠 말에 상처입고 돈이라는 걸 벌어보겠다고 집을 떠나있는 사이, 친정어머니 황매 댁이 살림을 봐주겠다며 와있었다.
황매 댁이 피똥을 싸며 죽는 순간까지 평생 원수로 여긴 것이 하나 있었는데, 책이었다. 그녀 자신 융통성이라고는 약에 쓸려고 해도 없는 양반집 마나님으로서 상머슴보다 더 고생하며 살았다. 천하에 불상놈 집안에 딸을 팔아먹는다는, 개뼈다귀보다 못한 양반가문을 들먹이는 종중 영감들의 원성과 수모를 받으며 맺은 사돈 집안이 하루아침에 숟가락 몽뎅이 하나 없이 거덜 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서울로 유학까지 다녀온 사위마저 돈 벌 궁리 한 번 하지 않고 비명횡사한 걸 생각하면, 천하에 쓸모없는 게 책이고 공부였다.
그러니 손녀딸들이 공부하는 꼴을 보아 넘길 리가 없었다. 손녀딸이 뭔가? 애비 없이 줄줄이 딸린 손녀딸들은 자기 딸을 상머슴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존재일 뿐이었다.
황매 댁 눈에 책이 걸렸다하면 영락없이 아궁이로 날아가 재가 되었다. 아궁이에서 활활 타고 있는 책을 발견한 손녀딸이 “저건 내 교과서란 말이야”하며 울었다가 빗자루 세례만 받았다.
“아나, 책이다. 이깟 책, 읽으면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무실 댁 딸들은 아침에 학교 갈 때도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기어나갔고 책은 아예 친구 집에 숨겨놓고 다녔다. 날씨가 좋으면 강둑 버드나무 그늘 아래 엎으려 숙제를 하고 책을 보았다. 그것조차도 황매 댁은 귀신 같이 알았다.
“야야, 너그 할매 온다.”
교과서까지 태워버렸단 소문이 좍 퍼져서 황매 댁만 나타나면 친구들이 먼저 소리를 질렀다. 회초리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황매 댁은 로프를 휘두르며 말을 달리는 카우보이처럼 날렵하고 사천왕상보다 무서웠다. 무실 댁 딸들은 책보에 아무렇게나 책을 쓸어 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음박질쳤다.
세상이치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라, 무실 댁 딸들은 갖은 핍박 속에서도 뛰어나게 공부를 잘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머리 좋고 감수성 뛰어난 의숙이 황매 댁에게 가장 고분고분했다. 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면서 강력한 기에 눌려 맥을 못 추는 것 같았다. 황매 댁은 새벽 같이 일어나 천수경 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글이며 책을 혐오하는 황매 댁이 유일하게 보고 외는 것은 천수경 하나뿐이었다. 의숙은 잠결에도 그걸 외워버렸다. 어느 날은 땡 중 하나가 탁발을 왔는데 목탁을 치며 외는 것이 천수경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의숙이 피식, 웃고는 쌀 한 바가지를 퍼주며 말했다.
“스님, 그거 중간에 틀렸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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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숙을 몰래 지켜보던 최준서는 퇴기의 사생아였다. 태생적으로 슬픈 기운을 타고난 그는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것이 그것이라 시를 짓고 퉁소를 잘 불었는데, 처음으로 몽정을 하던 날, 몽정을 한 자신에 대한 혐오와 슬픔 때문에 무작정 집을 나와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십년 만에 병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온 터였다.
병원 구석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의숙을 처음 볼 때만해도 사내는 땅에 발을 딛지도 않은 허깨비 형상이었다. 곧 쓰러져 죽어도 하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딱히 병명도 치료방법도 알 수 없었지만,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어 하 원장은 각성제와 기력을 보강해주는 주사를 처방하고 링거를 맞게 했는데, 사내는 그걸 매일 맞으러왔다. 사내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발그레해지고 눈은 생기가 넘쳤다. 팔딱거리는 심장은 막 잡아놓은 물고기처럼 훤히 비쳤다.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의숙을 새 아내감으로 점찍고 있던 하 원장이었다. 하 원장은 당장 의숙의 집으로 매파를 넣었다.
한 달 후, 의숙 언니 교희와 하 원장의 결혼식이 있었다. 병원 정원에서 치러진 서양식 결혼식은 읍이 생긴 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산 너머 타지 사람들까지 소와 말을 타고 구경 올 정도로 떠들썩하게 치러졌다. 소 두 마리에 돼지가 다섯 마리, 떡 두 섬에 각종 생선전과 고래 고기까지 등장했다. 갑작스레 기름진 고기와 떡을 포식한 이들이 급체와 설사병을 얻어 병원 응급실을 가득 채웠다. 뿌린 만큼 거둔 셈인데, 그 와중에 대장간 집 딸이 술 취한 사내들에게 봉변을 당해 순사들까지 동원되기에 이르렀다.
이 혼란을 틈타 준서는 의숙에게 자기가 직접 쓰고 그린 시서화집을 건넸다. 최준서는 까딱했으면 신부 자리에 의숙이 서 있을 수도 있었단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두 사람이 영원히 나란히 설 수 없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것도 바로 자신이 건넨 시서화집 때문에.
햇빛 아래 선 준서를 본 의숙은 소스라치듯 놀랐다. 일본에서 죽은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을 보러 온 것 같았다. 준서가 사라지고 나서도 의숙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버지 모습을 찾았다. 부엌 쪽에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번갈아가며 의숙을 불러댔지만 가슴이 쿵쾅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의숙은 병원 건물 뒤 으슥한 곳을 찾아 시집을 펼쳤다. 날렵한 붓글씨로 한자 한자 적어나간 시구는 막 어미의 태를 빠져나온 치어들처럼 의숙의 촉수를 건드렸다. 의숙은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깨어난 것처럼 그것들을 깊은 호흡으로 들이마셨다. 치어들은 의숙의 피톨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의숙은 할머니에게 들키지 않게 뒤란의 짚가리 깊숙한 곳에 시집을 숨겨놓았다.
그러나 치가 떨리도록 혐오하는 먹물냄새를 황매 댁의 코가 놓칠 리가 없었다. 사흘 동안 집안을 샅샅이, 나중에는 천장과 지붕까지 올라가서 뒤졌지만 낙서한 종이 한 장 나오지 않았다. 그때쯤 돼서야 자신의 코를 의심하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덕분에 천정에서 오글거리며 막 깨어난 쥐새끼를 열 마리나 잡을 수 있었다. 뒷마당에 불을 놓고 쥐를 태워 죽인 냄새는 이듬해 여름 장마가 한바탕 휩쓸고 지날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도 실바람 한 줄기에 묻어나는 희미한 먹물 냄새는 끊임없이 황매 댁 코끝을 간질이더니 끝내 천식을 도지게 만들었다.
의숙은 할머니의 눈초리가 독수리처럼 번득이고 코가 벌름거릴 때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준서를 만나는 걸 그만 둘 수 없었다. 의숙은 집에 돌아올 때면 뒷간으로 가서 옷에 두엄을 바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숨바꼭질은 소리개가 병아리를 낚아채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며칠 전 황매 댁은 산에서 송진을 긁어오다가 죽은 뱀을 주웠다. 어찌나 기쁜지 그 길로 장에 나가 병아리 다섯 마리를 사왔다. 거적을 덮어둔 뱀에서는 구더기가 끓기 시작했다. 구더기를 먹은 병아리가 약 닭이 될 즈음이면 자기 생일이 돌아올 것이고, 그날 저것들을 푹 고아서 몸보신을 하리란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흐뭇하게 병아리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으로 화살 하나가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리고는 숨 막힐 듯 정적이 흘렀다. 자갈돌 틈을 흐르는 물소리처럼 귀를 즐겁게 하던 병아리 소리도 그쳤다. 그제야 눈앞을 지나간 게 화살이 아니라 소리개란 걸 알아챈 황매 댁은 병아리들을 하나씩 세며 쫓아다니다가 마침내 자신의 천식을 도지게 만든 것의 정체를 찾았다.
황매 댁은 책이 자신을 해꼬지하는 제웅이라도 되는 양 얼른 아궁이 속으로 처넣었다. 그런데 불구덩이 속에서도 책은 타지 않고 하얗고 매캐한 연기만 피어올랐다. 눈물을 철철 흘리며 고개를 돌리는데, 의숙이 고양이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의숙은 황매 댁을 밀치고 책을 끄집어냈다.
황매 댁이 굵은 소금 한 움큼을 뿌리며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봐야 너는 일자무식꾼한테 시집가서 죽도록 고생만할 거니까, 두고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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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숙은 혼란 속에서 시집이란 걸 가게 되었다. 너무 느닷없고 갑작스런 일이어서 차라리 집에서 쫓겨나는 게 기분이 덜 나쁠 것 같았다. 남편 손숙범이란 자는 등치가 얼마나 큰지 올려다보니 마치 하늘이라도 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버티고 선 두 다리는 양팔을 좍 벌려도 다 들어오지 않던 어릴 때 살던 기와집 기둥 같았다. 손은 어찌나 두껍고 큰지 강아지 한 마리 정도는 파리처럼 잡을 것 같았다. 실버들처럼 야들야들한 최준서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기가 차서 무실 댁이 입만 딱 벌리고 있자 황매 댁이 쏘아붙였다.
“두고 봐라, 절대로 처자식은 굶기지 않을 거다.”
그러나 그 등치로 처자식을 먹여 살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먹여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가녀린 의숙의 골수까지 빨아먹고도 모자라 처갓집 식구와 의숙을 때리고 패는데 일조 했을 뿐이었다.
무실 댁이 이 결혼을 말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살성이 하얗고 귀티 나는 준서에게서 무실 댁은 남편을 본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살 때는 몰랐지만 그가 죽은 후 그의 살가움과 섬세함, 나란히 책을 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그 짧은 세월이 죽는 날까지 자신을 지탱해줄 거란 걸 무실 댁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황매 댁이 의숙의 혼처를 잡아온 것은 준서와의 혼담이 조심스럽게 오고가던 중이었다. 혼담 소리를 들은 황매 댁은 날뛰며 소리쳤다.
“하이고야, 딸을 에비도 모르는 기생 아들한테 준단 말이가?”
“딸을 기생 만들겠다는 것도 아닌데, 와 이라는교?”
늙은 모녀는 마치 먹이를 두고 싸우는 승냥이들처럼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차라리 딸을 팔아 묵어라. 시나 짓고 퉁소나 부는 놈이 밥이나 묵고 살겠나.”
“산 입에 거미줄 안 칩니더. 걱정 마이소.”
“뭐라꼬? 느그들도 내 아니면 꼼짝없이 굶어죽었을 거다.”
양반집 마님이었다는, 혹은 딸이었다는 그것이 한 끼 식권만도 못한 대 혼란기였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식권은커녕 오히려 걸림돌이었다. 처음부터 무지렁이 상놈으로 태어나 세상 눈치 보며 살아내는 잔머리라도 굴릴 줄 알았더라면 그토록 먹고 사는 일에 절박하게 휘둘리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 순간 무실 댁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행복이라는 관념, 너무 사치스러워 벙어리의 언어로나 존재했을 바로 그 관념과 굶어죽을지 모른다는 황매 댁의 사실적 공포 사이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그런 것을 가늠할만한 기준 자체란 것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의숙의 ‘지가 할게예’ 병이 도졌다.
의숙은 할머니와 어머니가 으르렁거리는 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무서워 할머니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고마 하이소. 지가 시집가면 될 거 아니라예.”
그때 의숙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죄책감이었다. 동생 정필이 빨갱이 짓을 했다며 잡혀간 일 때문이었다. 정필은 온갖 고초를 겪고 반송장이 되어 나왔는데, 의숙은 그게 다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준서와 연애한다고 얼이 빠져 동생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몰랐다는 거였다.
무실 댁이 의숙의 등짝을 후려치며 외쳤다.
“아이고, 이 벅수야!”
그렇게 떠밀리듯 시집을 갔는데, 시집이란 곳은 억장 무너지기가 친정보다 더했다. 반쯤 땅으로 푹 꺼진 집은 가축 움막 같았다. 마을 사람들 말이, 전엔 그런대로 살았다는데 시동생이 말짱 말아먹었다고 했다. 어떤 망나니짓을 했길래 이 지경인가 싶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시동생이 원망스러웠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독립운동이란 걸 한 모양이었다.
상해로 만주로 무슨 선생이란 자를 따라 다녔다는데, 얼마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지 담당형사가 한 번씩 허탕을 칠 때마다 시부모를 상대로 온갖 패악을 부렸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여서 세간을 공출해가더니 나중에는 집까지 뺏었다. 그래도 그건 아들이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악에 받친 형사는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잡고 말겠다고 이를 갈더니 마침내 인천 어디에선가 시동생을 붙잡아 들였는데, 얼마나 지독하게 고문을 했는지 잡혔단 소식보다 시체 인수하라는 소식이 먼저 도착했다.
밀주를 팔아 연명하던 시어머니는 그때부터 자기가 빚은 술을 자기가 다 마셨고, 혼절했다가 깨어나면 또 술을 빚어 그걸 마시는 삶을 살아왔다. 시아버지는 글께나 읽었다는 사람인데, 반쯤 넋이 나간 채 산으로 강으로 쏘다니는 게 일이었다. 집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사람은 그렇게 죽어버리고 일자무식에 일보다는 노는 것이,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자가 살아남아 의숙의 남편이 된 것이다.
의숙의 하루는 이랬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시부모와 남편은 세끼 밥만은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했는데, 문제는 밥 지을 쌀이 없었다. 쌀은 고사하고 겉보리 한 줌 없었다. 시집 온 다음날, 남편에게 쌀이 없다는 말을 했다가, 의숙은 난생처음 귀싸대기를 얻어맞고 코피를 흘렸다. 이게 뭐지? 그건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어느 책 어느 구절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던가 생각하는데 발길질이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아픔보다는 의문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때마다 등짝으로 허벅지로 무언가가 파고들고 찍어 눌렀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 때린 다음 남편이 말했다.
“밥 차려와!”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맞고 나니, 없던 쌀이 생기고 때맞춰 밥상이 차려졌다. 세 사람은 한 자리에서 먹지도 않았고 같은 시간에 먹지도 않았다. 시어머니는 하루 종일 해장국을 찾았고 시아버지는 비린 것이 있어야 했으며 남편은 기름기가 있어야 했다. 물리적으로 따지면 하루 종일 부엌에서 벗어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치매기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시어머니가 오줌을 지린 이불빨래와 시아버지의 흙투성이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 의숙의 손만 기다리고 있었다. 부엌으로 빨래터로 다람쥐처럼 왔다갔다하는 사이, 불쑥불쑥 치마를 걷어 올리는 남편의 손길을 받아내야 했고, 곡식도 벌어야 했다. 난생 처음 하는 남의 집 놉 살이였지만, 난생 처음 아닌 일이 없었고 그런 생각이 끼어들 틈도 없었으며, 허리가 부러져라 일할 때가 가장 마음 편한 시간이었다.
신기한 것 또 하나는 짐승만도 못한 시간도 세월이 쌓이면 이력이 붙는다는 것이었다. 이력이 붙는다는 건 잡생각이 끼어든다는 것이기도 해서, 할머니가 어째서 이런 집에 시집을 못 보내서 그토록 그악을 떨었는지 원망에 몸서리를 치고 있을 때 황매 댁이 죽었단 소식이 전해졌다.
의숙이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정이 있는 읍내에 봇도랑 물 넘치듯 인파가 밀려들었다. 머리와 등에 보따리를 이고 진 사람들 얼굴에는 짙은 피로와 죽음의 그림자가 얼룩져 있었다. 전쟁이 났다고 했다. 대통령은 야반도주하듯이 어딘가로 사라졌고 군인들도 오합지졸 맥을 못 추고 있어 곧 나라가 절단 날 거란 소문이 무성했다. 피란민들과 더불어 온갖 전염병도 따라왔다. 북한군이 쳐들어오기도 전에 전염병으로 다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 마음 속 음습한 곳에 피어나는 불안과 공포였다. 독버섯 같은 불안과 공포의 구름 아래서도 삶은 질기게 이어지는 것이어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성교에 몰두했다. 불안과 공포를 잊기 위한 몰두일 수도 있겠으나 세상 일이 그렇듯 원인보다는 결과가 엄정한 것이어서 죽음이 창궐하는 세상에도 새 생명은 어김없이 태어났다. 하여, 좀 산다하는 집이라면 그 면구스러움을 잔치를 베풀어 때우기도 했다.
황매 댁은 사돈의 팔촌 쯤 되는 그 집안일을 거들어주고 남은 음식을 싸왔다. 처음엔 손녀들 주겠단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동안 배는 꺼지고 손녀들은 어디를 싸돌아다니는지 어두워져도 돌아오지 않자, 하나 집어먹고 덮어두고, 두 개 집어 먹고 덮어두고, 그러다가 나중엔 에라 모르겠단 심정이 됐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빈 그릇만 덜렁 남았다. 그날 밤 황매 댁은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피똥을 줄줄 싸는데도 몰래 한 짓이 있어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살금살금 기어 다니다가, 다음 날 아침 마루를 칠성판 삼아 반듯이 누워 있는 게 발견됐다.
의숙을 살린 건, 엉뚱하게도 양잿물이었다. 남의 집 놉 일을 갔다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양잿물 장사가 돈이 되었다. 찌들대로 찌들어 아무리 방망이질을 하고 삶고 치대도 빠지지 않던 때가 양잿물에만 들어가면 때가 쏙 빠지면서 새로 짠 광목처럼 하얗게 변하는 걸 본 사람들은 그걸 사지 않고 못 배겼다. 외삼촌 집 솜틀이 묵은 숨을 먹고 하얀 솜을 토해내는 걸 보며 어머니가, 저것이 돈을 토해내는 갑다며 감탄했는데, 의숙은 양잿물이 돈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밥을 제때 안 차려준다고 패악을 부리던 남편이 돈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마을 저 마을로 양잿물을 이고 다니며 의숙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호랑이 잡는 게 곶감이라더니, 남편 잡는 게 양잿물이구나. 세상에 젤로 무서운 게 돈이구나.”
돈을 알면서 세상물리에도 트이게 된 의숙은 버는 돈의 절반을 따로 모았다. 그것이 어지간한 장사밑천이 되었을 때, 남편에게 내밀었다.
“사람이 우예 놀고만 살겠어예. 이제 할 일을 좀 찾아보이소.”
돼먹지 않은 말투와 돈뭉치 사이에서 숙범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몰라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역시나 의숙의 머리통을 냅다 후려갈겼다.
“썅, 돈을 어디다 감췄다가 이제야 내놔?”
그리고 치맛자락을 걷어 올렸다.
의숙이 친정으로 돌아간 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였다. 시부모의 망령과 패악도 남편의 바람기에 대한 소문도, 점점 무감각해졌다. 자라는 아이들의 웃음을 채워 넣으며 자신을 조금씩 지워 나가다보면 한 세상 그렇게 견뎌질 것도 같았다. 그걸 한순간에 무너뜨린 건, 옷이었다. 봄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반다지를 뒤졌는데, 옷마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양잿물을 머리에 이고 다니면 알게 모르게 한 방울씩 튀었는데 싸구려 인견으로 만든 옷은 담뱃불로 지진 것처럼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반다지를 뒤집어엎은 의숙은 뱃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치밀고 올라오는 염증을 이기지 못하고 이 집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옷은 다 버리고 아이들 손만 잡고 집을 나서는 의숙을 보고 술 취한 시어머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동네 사람들이요. 숭악한 며느리 좀 보소. 세상에 시앗 안 보고 사는 년이 어딨다고 다 죽어가는 시에미 시에비를 버리고 가는, 저 숭악한 년 좀 보소, 동네 사람들아.”
그 소리에 이웃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의숙은 버리려던 자신의 옷을 찢어 시어머니를 마루 기둥에 묶어 버렸다.
***
의숙의 남편 손숙범은 아무런 기술도 없고 뭘 하고 싶은 야망도 없던 사람이었다. 손에 돈이 쥐어지자 하던 버릇대로 술집을 전전하며 계집질로 탕진하다가, 운명처럼 멈춘 곳이 하필 애랑이란 이름의 기생이었다. 계집질에 뉘가 나기도 했지만 하이에나처럼 날뛰는 숙범을 고양이처럼 만드는 애랑과 뒹굴면서 마침내 뭔가 해보고 싶은 생의 의욕 같은 것이 샘솟기까지 해서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라는 게 뭐겠나. 아는 게 딱 그것이니 얼굴 반반한 애랑을 내세운, 말로는 요정이라고 하지만 속을 들어다보면 작부집이었다.
고향에 돌아와서야 의숙은 남편과 바람난 계집이 외삼촌 이호술 씨가 단물 다 빨아먹고 내친 기생이란 걸 알게 되었다. 처남이 준 돈이 종자돈이 되어 사업이 번창할수록 아들 하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가던 이호술 씨는 아끼던 기생에게 태기가 있자 바로 첩으로 들어앉혔다. 아들이 있었더라도 그러했을 터이다. 가만히 있어도 돈은 착착 들어오고 남은 생은 무료한 터에 돈 있는 놈들이 다 하는 그 짓을 그라고 왜 안하고 싶었을까. 그런데 질투의 힘은 무섭기도 했다. 다 늙어 폐경이 된 줄 알았던 본처가 덜컥 임신을 한 것이다. 오입질에 대한 면구함을 때운답시고 몇 번 보듬어 준 게 화근이었다.
처첩의 배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부풀어 오르더니 기묘하게도 같은 날 몸을 풀었다. 해산 할미가 두 방을 오가며 진땀을 뻘뻘 흘렸고, 과연 누가 아들을 낳을 것인가가 읍내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계집종과 내통하는 누군가가 생중계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럴 때 몇 가지 경우의 수를 꼽아볼 수 있다. 가장 행복한 건 말할 것도 없이 둘 다 아들을 낳는 경우다. 둘 다 딸을 낳으면, 아쉽긴 해도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 문제는 둘 중에 하나가 아들을 낳는 경우다. 이럴 때 고양이 앞의 쥐 신세인 첩이 아들을 낳는 게, 결혼제도가 생긴 이후 한 번도 뒤바뀐 적이 없는 기묘한 역학관계의 긴장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일 것이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시위를 떠난 화살은 보란 듯이 최악의 경우에 가서 박혔다. 순서도 드라마틱하게 첩이 먼저 딸을 낳고 곧 이어 본처가 아들을 낳았다. 해산할미가 ‘고추다’ 말하는 순간, 남편에게 당장 첩을 내쫓으라고 명령했다. 첩도 못 낳는 아들을 낳고 득의양양해진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말이란 걸 꿈에도 몰랐다.
바깥 사정이 이리도 서릿발 같아서 그랬을까. 정실 아들과 첩의 딸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자랐다.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하나가 아프면 따라서 아팠다. 아들이 백일해를 하면 딸도 백일해에 걸리고 딸이 홍역에 걸리면 아들도 홍역치레를 했다. 그때마다 첩의 딸이 죽기를 그토록 바랐지만 그러면 오히려 아들이 곧 죽을 듯이 병이 깊어지니 본처는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아이들이 좀 자라 병치레도 끝나고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 때가 되자 본처도 마음을 다스리고 첩의 딸을 자신의 딸로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노처녀 시집가려니 등창난다고 어느 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의사가 왕진을 다니고 한약도 지어먹였지만 불 같이 열이 오르고 온몸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더니 한 달도 안 돼 죽고 말았다. 이호술씨는 본처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애랑을 찾아 나섰다. 그걸 본 사람들은 이호술 씨가 깊은 산 속에 숨어사는 만수무당에게 비방을 구해갔다는 소문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애랑이 웬 기둥서방과 작부집을 차렸단 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그 놈이 하필 조카사위란 건 모르고 있었다. 이호술 씨는 말로 잘 설득하고 다독여서 돈도 섭섭지 않게 건네주고 데려오려던 애초의 계획을 완전히 잊고 대뜸 숙범의 뺨부터 한 대 후려쳤다. 애랑을 먼저 내친 것이 자신이란 것도 잊고 마치 처숙을 따먹기라도 한 것처럼 상욕까지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처삼촌이란 작자가 나타나 대뜸 주먹질부터 해대는 걸 숙범이 참아낼 위인이 아니었다. 주먹이 아이 머리만한 조카사위에게 이호술씨는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았다. 숙범은 이호술씨의 허리를 자근자근 밟아 죽지 않을 정도로 패주었다.
이호술 씨가 아랫것들에게 업혀서 돌아간 그날 밤 경찰이 들이닥쳐 숙범을 잡아갔다.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이었지만, 단순 폭행범인 숙범을 한 달 이상 잡아놓을 수는 없었다.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숙범이 찾아간 곳은 이호술 씨 집이었다. 한 달 사이 안방을 차지한 애랑은 제법 마님 티가 흘렀는데, 그걸 본 숙범은 이성을 잃었다. 숙범은 멧돼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이호술 씨 집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숙범이 휘두르는 몽둥이에 어깨를 된통 얻어맞은 이호술 씨는 기다시피 밖으로 도망쳤다. 그걸 보고 있던 어린 딸이 당차게 몸을 날려 숙범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숙범은 그 어린 것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니년이 기생 년 딸이로구나!”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긴급 출동한 경찰에 숙범은 다시 끌려갔고, 이호술 씨 사주를 받은 경찰은 숙범을 사상범으로 분류해서 감방에 처넣어 버렸다.
사위가 오빠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들고 있을 때 무실 댁은 끔찍한 환상을 보았다. 야차 같은 사위가 잔인하게 딸을 죽이는 모습이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벌벌 떨고 있는 무실 댁 앞에 죽은 남편이 나타났다. 그런데 목이 눌려죽은 남편은 안타까운 표정만 지을 뿐 말을 못했다. 그나마 무실 댁이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때서야 무실 댁은 준서를 떠올렸다. 무실 댁은 정신을 다잡고 준서와 의숙을 묶어서 도망시킬 계획을 세웠다. 의숙이 시집간 후 준서는 몽유병 환자처럼 집 주위를 배회했는데, 하는 꼴이 딱 상사병이었다. 십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의숙도 사람 꼴이 아니었다. 죽은 황매 댁을 불러내 아득아득 씹어 먹어도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무실 댁 계획은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준서 집으로 찾아갔을 때 그는 행방이 묘연했고 그 어미는 자식의 생사를 몰라 반미치광이가 되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의숙만이라도 떠나보내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애랑이 의숙의 발목을 잡았다.
숙범이 난동을 부리고 얼마 후 애랑의 어린 딸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사람들과 경찰이 총동원되어 인근마을이며 야산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코와 귀가 썩어 들어가는 희귀한 병에 걸린 사람들이 어린아이를 잡아간다는 소문이 횡횡하던 무렵이어서, 죄 없는 환자들까지 고초를 치렀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찾은 애첩이 시름시름 앓자 이호술 씨는 의숙에게 애랑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의숙은 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안 들었으면 모를까, 한번 들은 이상 모른 척하지 못하는 게 의숙이 아니던가.
“니가 지 정신이가? 니 앞가림이나 하그라.”
무실 댁이 애가 타서 앞을 막아섰지만 의숙은 덤덤하게 말했다.
“한 사나흘만 봐주고 올라고예.”
그리고 사흘 째 밤이었다. 장대비가 퍼붓고 천둥과 벼락이 교대로 쳐대고 있었다. 잠결에 오싹한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떴는데 애랑의 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야야, 니 도대체 어디를 갔드노?”
어린 사촌은 말끄러미 의숙을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속을 어린아이에게 이끌려서 따라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가였다.
“야야, 니가 내를 와 이런 데로 데리고 가노?”
의숙은 주춤하며 돌아서려고 했다. 그리고 보았다. 아니 보이지 않았다. 몽당치마 아래 발이 없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무서운 느낌이 사라졌다.
“니가 내한테 할 말이 있구나. 그래, 가자. 산 사람이 무섭지 죽은 니가 뭐가 무섭겠노.”
어린 사촌은 강둑을 버리고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으로 올라가더니 아래를 가리켰다. 강을 가로지르는 보가 있는 곳이었다. 천천히 흐르던 강물은 보에 이르러 폭포가 되어 떨어졌다. 너른 백사장과 송림이 이어지는 강 저편과 달리 산으로 막힌 쪽은 강물을 들판으로 끌어들이는 수로가 있는 곳이었다. 왜정시대 때 지맥을 끊고 굴을 파는 대대적인 공사를 하면서 사람이 수도 없이 죽었는데, 그 후로도 해마다 실족사든 자살이든 꼭 처녀 한 둘이 그곳에 빠져 죽었다.
다음 날, 이호술 씨에게 말해서 그곳을 수색하게 했더니 애랑의 딸이 철창에 거꾸로 걸려있었다. 애랑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어 조용히 애장터에 묻었다. 의숙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애랑을 보러갔다. 의숙을 본 애랑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
의숙은 숙범에게 머리채를 잡혀 시집으로 끌려갔다. 물론 숙범은 이호술 씨집과 처갓집을 한번 들었다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호술 씨는 그날 이후 심장이 졸아들고 수전증이 걸려 죽을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숙범은 이제 서울에서 살게 될 거라며 큰소리를 땅땅 쳤다. 곧 나라가 발칵 뒤집힐 거라고 아는 척을 하며 거들먹거렸는데, 바야흐로 정치깡패의 길에 입문할 참이었다. 등치 값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다 처삼촌 덕이었다. 이호술 씨는 조카사위란 놈이 두고두고 패악을 부릴 거란 생각에 은밀히 경찰서장을 만나 밭문서 하나를 건넸다. 죽더라도 뒤탈이 없게 해주겠다는 언질과 함께. 그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물론 돈만 넉넉히 준다면 말이다. 제일 약발 받는 게 빨갱이 혐의였다. 가족들조차 쉬쉬하는 게 그거였다. 행여 자기 옷에 핏물이 튈까봐 나서서 변호해줄 사람도 없으니, 고문을 하다가 죽으면 아무데나 갖다 묻으면 그만이었고, 사형을 시켜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숙범의 명이 거기서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그곳에서 운이 트였다. 빨치산 중 꽤 비중 있는 인물이 잡혀있던 사상범 사동이 습격을 받으면서 정치깡패들과 숙범까지 우르르 탈옥한 것이다.
“니는 죽어서도 내한테서 도망 못 간데이. 한번만 더 그딴 짓 하면 목을 따버릴 거니까 그리 알그레이.”
그리고는 의숙을 자빠뜨렸다.
말은 호기롭게 했지만 그 짓을 하면서도 바깥쪽으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그동안 쌓인 객고를 풀고 난 그는 바로 집을 떠났다.
“서울에 집 구하면 데리러 올 거니까 그때까지 부모님 잘 모시고, 아이들 잘 키우고 기다리고 있그라.”
숙범 평생을 통틀어 가장 지아비다운 말이었다. 물론 말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죽기 전에 집에 돌아오기는 했다. 그걸 돌아왔다고 해야 되는지, 안 돌아왔다고 해야 되는지는 의문이었다.
설거지물을 쏟아 붓던 의숙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대문 앞에 숙범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본 숙범이 말했다.
“서방이 귀신이냐? 하는 꼴 하고는.”
그때였다. 대문 안으로 한 발짝 들이밀려는 순간 숙범이 마당으로 고꾸라졌다. 등 뒤에 사시미 칼이 꽂혀 있었다. 그 와중에도 뒤에 있는 놈을 보려고 했지만 정확히 급소를 맞은 숙범은 이미 고개도 돌릴 수 없을만치 경직되어 버린 뒤였다. 숙범은 대문 안으로 한발 들여놓지도 못하고 몇 번을 부르르 떨다가 숨이 끊어졌다.
****
벚꽃 잎이 하르르 날렸다.
앉은뱅이로 살아온 십년 동안 의숙에게는 담장 안에 갇힌 사각의 하늘이 전부였다. 쪽창만한 크기의 하늘, 깊은 우물처럼 정적에 쌓인 집안으로 바람이 불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날리고 구름이 지나갔다. 해가 뜨고 졌으며 달이 차고 기울었다. 그것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냄새와 소리를 가늠했다. 그리고 꿈결처럼 꽃잎이 날렸다.
의숙은 툇마루에 앉아있었다.
시아버지가 미끄러져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툇마루였으며 양잿물에 숭숭 뚫린 옷 때문에 시집살이에 염증을 느끼고 집을 나가면서 길길이 날뛰던 시어머니를 묶어버린 그 툇마루였다. 시어머니는 십 삼년 칠 개월을 치매에 걸린 채 살았다. 그동안 시아버지는 단 한 번도 시어머니 가까이 간 적이 없었다. 치매에 걸려서도 그게 서운했던가, 시어머니는 늘 하던 대로 똥으로 반죽을 만들어 수제비를 끓여 남편에게 갖다 주었다. 그걸 본 시아버지는 불같이 성을 내며 냅다 상을 마당으로 집어던졌는데, 그 힘이 너무 과해서 그만 자신도 마루에서 미끄러졌다. 그때 머리가 마루 모서리에 부딪쳤는데 의식은 멀쩡한 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는 그를 시어머니는 한 시간이 넘게 클클 웃으며 보고 있었다. 그 바람에 반신불수가 된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와 나란히 한 방에 누워 의숙의 수발을 받다가 시어머니보다 딱 한 달 먼저 숨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인연이길래 그렇게 살다가 갔을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칼을 맞아 죽은 남편을 의숙은 한참동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사람이 누구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남편이라고, 남편도 없는 집에서 남편의 자식을 낳아 키우고 남편의 부모를 봉양하며 늙어버린, 자신은 또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오늘 이 툇마루에 앉아 누구를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애랑이 준서 이야기를 꺼낸 건 한달 쯤 전 일이었다.
“형님, 내가 준서 도련님을 봤어예.”
우란분재일에 맞춰 절에 공양을 올리고 오라고 보냈더니 허겁지겁 달려 들어오면서 하는 말이었다. 그때만 해도 준서란 이름은 마치 손가락으로 모래 흘러나가듯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밖에 나갔다오던 애랑이 숨이 턱에 닿아서 떠들었다.
“하이고, 인자 보니까 절 앞에서 찻집을 하고 있다카데예.”
의숙은 그게 누구 말을 하는 건지 관심도 두지 않았다. 밖에만 나갔다 오면 애랑은 소문 한 가지씩을 물고 들어왔는데, 대개 들어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소리였기에 그런가보다 했던 것이다. 의숙을 부르는 호칭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형님도 됐다가, 엄마도 되고 아주 가끔은 야야, 의숙아 하며 짐짓 어른 흉내를 내기도 했다. 애기 귀신도 세월을 따라 나이를 먹는 것 같았다. 자식들이 어릴 때는 아이들보다 철이 없고 어눌한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 때문에 무던히도 속을 끓였다. 그런데 이제 온 식구들 뒤치다꺼리 다 하고 속절없이 무릎이 푹 꺾여 앉은뱅이가 되고 나니 애랑이 큰 의지가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늙어왔다.
그러더니 며칠 전에는 파뿌리처럼 허옇게 쇤 머리를 염색해준다며 끌어 앉혔다.
“하이고, 지금까지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산답니더. 어떤 여자 때문이라카는데 그기 형님 아니면 누구겠어예.”
그제야 의숙은, 누구를 말하는 거냐고 물었다.
“누구긴 누구라예. 준서 도련님 말입니다. 최준서.”
최준서란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이고, 말도 마이소. 머리가 허옇고 점잖은 기 아주 멋쟁이 노신사라예.”
그러더니 오늘은 최준서를 데려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런 애랑을 호통을 쳐가며 말린 건, 진심이었을까? 아침부터 의숙을 앉혀놓고 하얗게 분칠을 하고 입술까지 빨갛게 칠하는 걸, 뿌리치다가 못 이기는 척 결국은 분단장을 하고 이렇게 앉아있지 않은가 말이다.
애랑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을 살짝 흘기며 웃기만 했다. 의숙의 심중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최준서를 잊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해 여름 준서와의 짧은 만남. 할머니 눈을 피해 다니느라 늘 쫓기는 심정으로 잠깐씩 얼굴이나 보는 게 다였다. 집에 가야 된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의숙을 붙잡는 그의 손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속눈썹까지 파르르 떨렸다. 의숙은 그런 그를 꼭 잡아주고 싶은 마음을 누르느라 어금니가 다 아팠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강둑을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자기는 아버지 얼굴도 모른다면서 의숙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묻고 또 물었다. 아버지와 준서가 닮았단 말에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기생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차마 서로 하지 않았다. 그의 시에는 어머니에 대한 부끄러움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집이 망하기 전,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살던 시절 기생첩 할머니가 어찌나 고왔는지 자기도 나중에 크면 기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단 말을 의숙은 꼭 해주리라 생각했지만, 그 이야기를 할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척척 늘어진 버드나무가지 그늘 안에서 잠깐 땀을 들이고 숨을 고르는 시간, 한 뼘 그늘이 우주처럼 넓어지던 걸 의숙은 아직도 기억했다.
시간을 다 합쳐도 하루도 되지 않을 짧은 만남. 그러나 평생을 함께 한다 해도 비교할 수 없는 무엇이 거기에는 있었다. 그 해 여름날, 준서와의 짧은 만남조차 없었다면 이 생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 해 여름은 아직도 그 버드나무 가지 그늘 아래 고스란히 있을 것만 같았다.
스무 살의 의숙과 준서가.
벚꽃 잎이 하르르 날렸다. 사각의 파란 하늘에 벚꽃 잎이 끝도 없이 날렸다. 바람은 꽃잎을 몰고 다니고 꽃잎은 바람을 타고 다녔다.
작은 소용돌이를 치며 오르는 바람을 의숙은 사뿐히 올라탔다. 꽃잎을 따라 바람에 몸을 실었다. 가자, 가자, 그 여름으로. 그리고 돌아오지를 말자. 어리석고 어리석은 나를 이제는 떠나가자. 살아서는 돌아오지를 말자.
차가운 무엇이 얼굴을 때렸다. 퍼뜩 눈을 떠보니 빗방울이었다. 굵은 빗줄기가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마당에 찰싹 달라붙은 꽃잎이 밤의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났다.
애랑을 기다리며 몇 밤이 흘렀는지 가물가물했다.
어둠 속 어디선가 저승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루즈가 번진 의숙의 입술이 얄궂게 일그러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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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헐~~ 엄청 길죠?
하...참....
정말 끝까지 읽게 만드네.....진짜.....뭐...이래....이...씨...누구야...도대체....씨....이...
존나 짱나 ~~
쥔공 넘 불쌍해~! 삶과 죽음은 종이한장 차이인데 순간에 추억으로 살기에는 힘든세상....아흑;; (`^`)/ 퐛팅해야지욤;;
타샤님 소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