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꺼두세요...!!! -화천 운수골.
이곳저곳 부각된 너무 야한 장승이 마을 입구에 서 있다.
"어랏! 휴대폰이 안 터지잖아. "별일이다.
굽이굽이 언덕을 넘어 겨우 마을 어귀에 들어 섰는데 휴대폰은 여전히 먹통이다.
아무리 산골 이어도 요즘 휴대폰이 안 터지는 마을이 있을까.
마을에 들어서면 이장 집인 '꽁지네'표지판을 무작정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집 마당에 들어서자 정말 꽁지 머리를 한 이장님이 나온다.
휴대폰이 안 터진다고 볼멘소리를하자 "일부러 기지국을 안 설치 했어요"되레 큰소리다하며.
운수 골은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방천 2 리에 속한다.
행정구 역상 화천이지만 파로호를 끼고 차로 40을 더 가야하는 산골이다 여분.
마을로 들어가려면 경사 40 이상의 사명산 능선을 넘어야한다도.
눈이라도 내려 길이 얼어붙는 날엔 1을 넘게 걸어야 마을에 갈 수있다 시간.
마을은 죽엽산과 사명산에 둘러싸여 있다.
고개를 들면 하늘은 온통 산이 가리고 섰다.
마을 어디에나 사명산에서 굽이친 계곡이 흐른다.
계곡 옆으로 집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았다. 마을에는 겨우 47가구가 산다.
그나마 주말만 운수골에서 지내는 도시민이 많다.
그러다 아예 귀농한 가정도 꽤 된다.
도시에서 왔지만 생활방식은 완전히 산골 전통을 따른다.
지게를 지고 땔감을 해다 아궁이를 지핀다.
마을에는 그 흔한 구멍가게조차 없다.
도시에서 손님이 오면 시골집에서 함께 지낸다.
식당이 없으니 밥도 주민과 함께 먹는다.
술이며 안주며 먹을 게 모자라면 옆집에서 얻어먹는다.
운수골에 오면 진짜(?) 민박을 하는 셈이다.
오는 이마다 운수대통 하라는 운수대통길에는 약복숭아가 심어졌다.
무릉도원 운수골을 꿈꿔서다.
마을 계곡에는 모터를 달아 놓은 ‘자가 수력 발전기’ 물레방아가 있다.
화장실은 수세식이 아닌 생태화장실로 개조 중이다.
유기농법 농산물만 취급하고 자연에 거스르는 것은 최대한 자제한다.
꽁지머리 민경구 이장은 “농촌마다 펜션 짓고 획일화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마을을 나서며 울룩불룩 제멋대로 생긴 장승 앞에 섰다.
“그 장승 만지면 부부 금슬이 좋아져요”라며 꽁지머리 이장이 너스레를 떤다.
남성과 여성을 노골적으로 상징하는 장승의 모양 때문이다.
먹통이 된 휴대폰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기자에게
“휴대폰 족쇄를 끊고 푹 쉬라고 기지국을 거부한 거예요”라며 최종변론(?)을 한다.
산 좋고 물 좋고 거기다 사람까지 좋은 운수골. 휴대폰 따위 안 되면 어떠한가.
불편함을 넘어서는 운수대통 운치가 이곳에 서려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