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파 시인 워즈워스 생가 '도브코티지'
그래스미어, 영국
시인의 여행 journey
월간 시2020년 2월
p81 ~ 86
어느 문인단체 문학기행으로 다시 영국을 여행하게 되었다. 우리는 서북부 웨스트 모어랜드 주의 호수마을, 그래스미어의 도브코티지Dove Cottage 를 방문했다. 도브코티지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 중의 한 명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집이다. 워즈워스는 이 집에서 동생 도로시와 1799년 부터 8년간 살면서 레이크 디스트릭드Lake District에서 그의 유명한 작품들 거의 대부분에 영감을 받았다.
우리는 2층집에 있는 8개의 방을 둘러보고 이 시인의 원래 소장하고 있던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근 30년 만에 다시 찾은 도브코티지, 비둘기 집 옆에 예전과 달리, 워즈워스 기념관이 큰 규모로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에 그곳에서 샀던 시집과 비슷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더 많은 종류가 있었다. 여러 가지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생겼고 같이 갔던 우리는 깃털에 잉크를 묻혀서 글을 써 보기도 했다. 기념관은 워즈워스와 코울리지에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해 두었고 벽에 붙은 커다란 사진들의 그들이 말을 거는 것도 같았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년-1850년) 영국 낭만주의 문학을 꽃피운 계관시인이다. 영국 북부 지역인 컴벌랜드 코커머스에서 태어났다. 워즈워스는 어린 시절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누이동생 도로시를 비롯해 형제들과 함께 자랐다. 이런 유년기의 경험은 후일 그의 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아버지로부터 밀턴, 셰익스피어, 스펜서 등 대작가들의 작품을 접하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많은 문학 작품을 읽었다.
1799년 12월 21일 윌리엄 워즈워스와 누이동생 도로시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돌아와 웨스트 모어랜드 그래스미어에 있는 도브 코티지를 구입했고, 1808년 윌리엄 워즈워스는 그래스미어에 있는 집이 늘어나는 가족에 비해 협소했으므로 앨런뱅크로 이사했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영국 낭만주의 운동을 이끈 시인으로, 영국의 낭만주의는 1798년 그가 새뮤얼 콜리지와 함께 펴낸 《서정 시집》에서 시작되었다고 여겨진다. 1802년 판 《서정 시집》 〈서문〉 중 '시란 강력한 감정이 자발적으로 넘쳐흐르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영국 시 문학에 있어 낭만주의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언어로 지위가 낮고 학대받는 자들을 다루며, 평범한 삶과 일상이 갖는 놀라운 면모를 일깨우는 그의 시들은 시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워즈워스는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를 만나 교류하였고, 두 사람의 만남은 문학사에서 가장 생산적인 관계 중 하나로 발전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은둔자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가로 자연과 일상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웠다. 반면에 콜리지는 낭만적이고 초자연적, 초현실적인 시를 썼다. 둘은 시적 경향은 달랐지만 시인으로서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도로시 세 사람이 함께한 시적 작업의 시간들은 아름다웠으리라. 이곳의 자연을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이십 대 때 나는 호수지방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잠시 내가 살던 런던 남쪽지방에서 북쪽의 요크셔로 여행을 한 셈이었다. 요크셔에서 할머니의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할아버지는 운전을 하고 할머니와 셋이서 갔다. 지도를 보며 찾아갔는데 왜 내비게이션이란 단어를 썼는지 궁금했었다. 지금은 평범한 단어로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지만 말이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존 브라운이라는 영국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했고, 일이 끝나고 모두들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에 보스였던 할아버지가 영국행 왕복 비행기 표를 보내왔다. 앵커리지에 쉬면서 다시 주유를 하고 떠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1989년이었다. 첫 여행부터 혼자 떠났다. 망망대기권에서 비행기의 창문 덮개를 열었을 때 하얗게 펼쳐진 구름이 있었고 얼음이 얼어 있는 하얀 바다 모습에 놀랐다. 기억은 항상 제멋대로 자라는 창조물 같아서 30년이 지난 세월속에서 꺼집어내는 일은 그럴것이다. 앵커리지 공항에서 박제된 동물의 뿔과 그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구경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이 런던의 히드로 공항이었다. 지금의 인천공항처럼 공항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트램을 타고 움직였다. 짐을 찾아 별 수속없이 그냥 나갔다. 그곳으로 나를 초대한 Mr. Brocklehurst는 알파벳이 12개나 들어 있는 긴 이름이었다. 그가 사는 집은 런던에서 남쪽으로 약 한 시간 넘게 떨어진 길포드 브램린에 있었다. 우리의 경기도 같은 곳이었던 것 같다. 창문을 열면 정원이 펼쳐진 2층에 내 방이 있었다. 영국의 여러곳을 여행했다. 한 달에 한번 아니 일주일에 한번 내셔널 헤리티지,국가문화유산 역사탐방여행을 떠났다. 숲을 찾았고 유적지를 여행했다. 한번은 요크셔 지방에 조카 결혼식이 있어 겸사겸사 호수지방을 여행하게 되었다.
호수지방에 두 번째 보스가 사는 집이 있어 우리는 그곳을 방문하였다. 그곳에서의 소풍은 가물가물 기억에 어른거린다. 증기기차가 다니던 길로 여행을 갔던 것도 같고 커다란 개와 보라색 히스꽃이 피어있는 호수지방의 강가를 걸었다.
그때도 나는 시를 좋아했고 워즈워스가 태어났던 캠벌랜드 코커머스도 갔었다. 약간은 도심이었고 분홍으로 칠해진 집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하얀 도브 코티지, 비둘기 집을 갔었다. 그곳에서 워즈워스 시집을 사고 그의 시가 낭송된 테이프를 샀었다. 시집은 아직도 내게 남아있고 테이프는 세월과 함께 사라진 것 같다. 그의 시를 보고 갔는지, 보고 와서 그의 시를 발견했는지, 그때 갔던 틴턴 애비는 이제는 여행으로 그곳을 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앙상한 뼈대가 남았던 그대로 오랫동안 그러하리라.
나는 그때처럼 도브코티지의 하얀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기억들을 불러오기 위해 오래된 사진첩을 뒤졌다. 세월의 먼지 낀 사진첩이 기억들을 불러 모았다. 기억은 그렇다. 사진이 기억을 붙들어두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이 없다는 기적수업의 내용을 생각하며 두 장의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하룻밤을 그래스미어의 오래된 저택을 호텔로 개조한 곳에서 묵었다. 아침 일찍 호텔 뒤에 있는 폭포를 찾아 올라갔다. 이끼가 폭신하게 깔린 계곡이 있었고 폭포를 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그 지방을 산책했다. 소들을 방목하는 곳도 지나며 한가롭게 그 지역을 걸었다. 여전히 많은 고사리에 그것들이 사방에 깔려 있어 신기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오래 머물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수지방을 떠나 왔어도 시인의 시가 항상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이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그곳은 겨울도 푸를 것 같은 싱그러움이 남는 것은 자연과 호흡했던 시인의 영향도 크리라 생각된다.
수선화가 떼를 지어 흔들리는 모양을 보지 못하는 계절이라 아쉽지만 그의 시 수선화를 읊어본다. 나는 워즈워스의 수선화를 생각하며 수선화를 그리고 노래한 적이 있다. 내 삶의 발걸음하나 여행지 아닌 곳이 없듯이, 여행은 뭉떵뭉떵 기억을 쏟아내며 여러 곳에서 삶에 기운을 돋운다.
수선화
윌리엄 워즈워스
하늘 높이 골짜기와 산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 홀연히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금빛 수선화가 호숫가 나무 아래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에서 빛나며 빤짝거리는 별들처럼 쭈욱 연달아.
수선화들은 호반의 가장자리 따라 한없이 줄지어 뻗쳐 있었네.
나는 보았네, 머리를 흥겨이 까딱이며 춤추는 무수한 수선화들을,
수선화 옆에 호숫물도 춤췄으나, 반짝이는 물결 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
이토록 즐거운 벗과 어울릴 때 즐겁지 않을 시인이 있으랴!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이 광경이 어떤 값진 것
내게 가져왔는지 미처 생각 못했다니,
이따금, 멍하니 혹은 생각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을 때면,
수선화들은 반짝이는 고독의 축복!
그러면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춤을 춘다.
수선화
여서완
노란 네 얼굴에서
워즈워스의 시가 나오고
겨울 끝자리의 시린 언덕이 보이고
앞으로 내민 내 입 모양에서
달콤한 입맞춤이 살아난다.
여섯 꽃잎들 박수 치며 뒤로 물러나
봄바람에 가슴을 움켜지고
길지 않은 화사함 아래
긴 기다림
뿌리는 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호수지방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헤쳐지고 베어내어지지 않는 자연이 그대로 있어서 고마웠다.
이제 수선화는 우리 땅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선화가 피는 봄이 오면 한들거리는 수선화 꽃밭을 찾아 가야겠다.
여서완
시인, 사진작가, 여행작가, 시집 [영혼의 속살], [하늘 두레박],[사랑이 되라] 등이 있다
현재 '여행문화' 기획위원이며 조인컴 대표 컨설턴트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