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위에"
김유훈 (밴쿠버 문협)
내가 살고 있는 밴쿠버와 여기서 약 100마일 밑에 있는 미국의 시애틀은 자연환경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바다와 산 호수 그리고 울창한 숲과 나무들이 매우 아름답다. 나는 트럭 운전을 하면서 부터 매 주일 국경을 넘어 남쪽으로 가기 위해 시애틀을 경유하게 된다. 그리고 시애틀 근처를 가게되면 마치 한국에 온 기분이다. 왜냐하면 시애틀에는 우리말 방송인 "라디오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밴쿠버에도 우리말 방송 "라디오 서울"이 있었지만 오전 시간만 방송하였고 그나마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시애틀은 벌써 10여년 동안 하루 24시간 방송하고 있다.
운전 중에 듣는 고국의 소식은 물론 "조영남 최유나의 웃음이 묻어나는 이야기","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면 마치 내가 한국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축구팀의 남아공 월드컵을 중계하였고 심지어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실황중계까지 하였다. 사실 태평양 건너 해외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아무 연관이 없지만 교민들을의 귀와 눈이 고국을 향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여름 나는 운전 중에 한국에서 온 가수 남진의 공연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현장에서 녹음 된 것 이지만 나는 너무 반가워 트럭을 주차장에 세우고 두 시간 가량 들었다. 그리고 그 때 밴쿠버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하여 인터넷 방송을 들으라고 알려 주었다. 가수 남진의 흥겨운 노래는 물론 구수한 토종 전라도 사투리에 시애틀 교민들의 환호하는 모습을 보는 듯 하였다. 그 공연 중계를 다 듣고 나는 트럭을 몰아 밴쿠버로 돌아오며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가요무대"나 "70-80 콘서트"공연장을 찿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살 때는 대중가요 가수들의 노래가 우리를 그렇게 위로해 주는 줄은 잘 몰랐으나 외국에서 20년 가까이 살다보니 대중가요는 물론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담긴 것은 모두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얼마 전 이곳 밴쿠버에서 가수 남진의 공연이 있다고 발표되었다. 한 번의 연기 끝에 드디어 8월 말 한국에서 남진이 날아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연이지만 시애틀에 있는 "라디오 한국"이 밴쿠버 교민들을 위해 준비한 공연이였다. 나와 아내는 설래이는 마음으로 그 공연에 참석하였다. 이미 60 대 중반인 남진은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를 뿐만아니라 춤과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교민들의 지친 삶에 생기를 넣어주 듯 하며 두 시간 공연을 하였다. "저 푸른 초원 위에"로 시작한 무대는 앵콜 곡까지 "저 푸른 초원 위에" 로 관중들과 함께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외국인들로 구성된 악단이 우리 노래를 그렇게 잘 해낼 줄은 미처 몰랐다.
나는 그 공연을 보면서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돌아간 착각을 하였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미군의 영향으로 미국영화와 노래들이 물 밀 듯이 들어왔다. 50년 대에는 페터 페이지, 60년 대에는 스키더 데이비스, 앤디 윌리엄즈 , 짐 리브스 그리고 영국의 클리프 리차드의 감미로운 노래는 우리의 귀를 사로 잡았다. 그 후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는 당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이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목포에서 올라온 청년 남진이 있었다. 처음에는 뽕짝 노래를 불렀지만 드디어 "저 푸른 초원위에"로 우리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우리 것으로 돌리는 데 일조하였다. 특히 이 노래 가사는 60년 대 가난했던 시절 온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노래의 리듬과 박자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빠른 춤 곡으로도 안성맞춤이다. 40여년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불리워지는 이 노래는 한국 가요계의 "불후의 명곡"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남진의 공연을 보면서 흘러간 우리의 지난 4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내 눈에 어린거렸다. 그와 함께한 두 시간은 한 순간도 눈을 땔 수 없었지만 어느 사이에 노래는 끝나고 무대는 내려졌다. 나와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진과 함께 하였던 그 순간의 진한 감동이 쉽게 식지 않았다. 외로운 이민 생활에서 느껴보는 행복 즉 고국의 정서는 물론 옛 추억 속을 여행한 시간이였다.
그리고 이곳 밴쿠버에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시애틀의 "라디오 한국"의 사장님께 교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참, 가수 남진이 밴쿠버에 와서 보고 꼭 이런 말 한번 쯤은 했을 것 같았다.
"워-매!, 근데, 저-어-그 즈것들이 다 므엣이냐? ,
즈긋들이 시방,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들 아녀? 안 그려?"
첫댓글 ㅎㅎㅎ 맞아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