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빨래널러 마당에 나서니 아련히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뱃고동 소리의 정체는 아마도 대부도 대부항에서 덕적도나 소야도, 가월도 등 인천 옹진군 소속 섬들을 왕복하는 여객선에서 울리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뱃고동소리의 정체가 궁금해서 얼른 집뒤의 언덕 꼭대기로 올라가보니 서해안은 안개가 가득해 시야상황이 좋지는 못합니다.
사실 영흥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곳이고 멀리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제가 정착한 영흥면 내리에서는 인천공항으로 가는 영종대교가 훤히 보입니다. 바닷길로는 사실 영종도나 인천 송도와 그다지 멀지 않음에도 대부도를 돌고돌아서 닿는 곳이다보니 연륙상태로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영흥도의 미래 발전계획에는 인천 송도와 직접적인 연륙도를 건설하자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시화방조제와 영흥도를 잇는 연륙교 건설만 되어도 영흥도 진입하는 시간은 30-40분 정도는 단축이 될것입니다.
밤이 되면 멀리 보이는 인천공항 오가는 바닷길인 영종대교는 언제나 저와 태균이의 마음의 설레임이기도 합니다. 뭐가 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저 길을 지나가면 엄마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큰 기쁨을 주는 상징적 길이기도 해서 밤마다 그 길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낯선 곳이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집까지 이사오게 된 영흥도지만 다양한 면에서 매력을 주는 곳입니다. 일요일 아침, 한 떼거리의 중년의 등산객들이 언덕경사 심한 우리집을 등산길로 착각해 막 올라오려고 합니다. 낯선 이들의 주거침입이 좀 달갑지 않아서 가깝게 있는 정식길을 안내해주며 낯선이들에 대한 경외감은 이제 또 제가 극복해가야 하는 하나의 과제인 듯 합니다. 발달장애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깊어진 듯 합니다. 괜한 가슴두근거림, 반갑다는 생각보다 기피하고 싶다는 회피의식,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사람관계의 두려움으로 시작조차 기피하려는 심사, 오랜 임대상황 속에서 한이 맺히다시피한 갑을관계 등등, 나도 사람들에게 상처주기를 분명히 많이 했을터인데 이런 점을 헤아리며 상처받은 사람에의 두려움을 극복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숨어있기 좋은집'으로의 탈출은 제게는 그야말로 숨구멍같습니다.
첫댓글 아~정말 100%동감하게되는 말씀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