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피부 관리 (KOAMI 2011년 3월호)
겨울이나 초봄에는 건조한 피부 때문에 한의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건조한 계절적 영향으로 피부도 쉽게 메마르게 되기 때문인데, 평소 건성 피부였던 사람이거나 아토피성 피부였던 환자들은, 더욱 심해지는 피부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수난의 시기가 된다. 또한 여성의 경우에는 화장이 잘 먹지 않아서 애를 먹거나 심한 경우에는 손, 발, 종아리가 트기도 한다.
이렇게 피부건조증이 생기는 이유는 겨울이나 초봄의 차고 건조한 공기로 인해 피부를 덮고 있는 각질층이 약해지면서 수분을 끌어당기는 피부보호막이 손상을 받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부가 건조해지고 반복적으로 피부손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특히 건성피부는 일반적인 정상피부에 비해서 유분이 적게 분비되어 수분의 손실이 더 많아서 증상이 더욱 심하게 되며, 아토피성 피부 환자들의 경우에는 약을 쓰는데도 회복이 되지 않고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게 된다. 건조한 피부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지나친 목욕이나 비누는 피한다
목욕을 자주 하거나 비누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은 피부건조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는 피부 표면에 수분을 머금는 지방막이 손상을 받아 각질층이 수분 증발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목욕은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설령 하더라도 비누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피부건조증이 있는 사람이 때를 미는 것은 금물인데, 각질층을 파괴시켜 건조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특정 한약재를 목욕물에 타서 목욕하기도 하는데, 남의 말만 듣지 말고 반드시 주치 한의사와 미리 상담하여, 자신에게 알맞은 약재를 추천받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피부의 열을 식히기 위해 녹차 등의 약재가 권유되지만, 역시 체질과 증상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가능한 피한다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아토피성 피부로 밝혀졌을 경우, 양방 피부과에서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게 하거나 가려움증을 줄여주는 항(抗)히스타민제를 복용케 한다. 또한 아주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아예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하게도 한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이런 대증요법이 듣지 않아 증세가 악화되거나, 일단 나았어도 수시로 재발하여 괴로움을 겪게 된다.
더욱이 스테로이드 제제는 장기간 연속적으로 복용하면, 인체에 여러 가지 많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하여야만 한다. 이 스테로이드 제제는 각종 암을 일으키는 확률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왔는데, 최근에는 암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이나 호르몬 이상을 일으키고 ‘쿠싱증후군’이라는 심각한 병을 일으키는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증상이 너무 심해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 처방을 사용해야만 할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반짝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선택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테로이드 제제는 장기적으로 사용하거나 연속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제왕절개출산을 피한다
요 근래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한동안 제왕절개출산율이 너무 높아서 사회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다. 이 제왕절개 출산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아토피성 피부’이다. 마치 도자기를 구워낼 때 제일 마지막으로 온 표면에 골고루 유약을 바르고 구워내는 과정이 생략된 것처럼, 제왕절개 출산을 하게 되면 인체의 환경적응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출산과정이나 출산 후의 관리는, 인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옛날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출산 후 3일째 되는 날에 하는 아가의 목욕물에 복숭아뿌리, 매화뿌리, 오얏뿌리와 호두를 넣고 끓인 후에 돼지쓸개를 넣었다고 한다. 실제 <동의보감>에도 아기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목욕을 시키되 반드시 호랑이의 두개골과 복숭아나무가지와 돼지쓸개 등을 금이나 은그릇에 넣고 달인 물로 씻어 주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신빙성이 높다. 여기서 호랑이의 뼈는 소염과 진통작용이 있어서 관절염에 많이 쓰이는데 근육과 뼈를 튼튼하고 굳세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용되어 진 것 같다. 또한 하룻밤에 1천리를 왕래하며 산의 모든 짐승을 다스리는 산군(山君)의 기상을 이어받고자 하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복숭아가지는 액땜을 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며, 돼지쓸개의 경우에는 평상시에 목욕시킬 때도 더운물에 풀어 씻어 주면 피부병에 좋다고 되어 있는데, 조선시대 왕들의 고질적인 피부병을 예방하고자 한 뜻으로 보인다. 돼지쓸개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가 와서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으므로 양호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출산과정의 문제로 인해 아토피 피부증상이 나타나게 된 아이들을 보면 무척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도 꾸준한 치료를 통해 원래 자신의 건강한 피부를 되찾을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치료받기를 권고한다.
한의학적인 치료법
일단 피부증상이 나타나면 무척 괴롭다. 보기에도 흉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가려움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 고통이 자못 심하다. 불결한 손톱으로 피부를 긁게 되면, 2차 감염이 생기게 되고 염증과 피고름 등으로 사태가 급격히 악화된다. 따라서 피부가 건조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거나 상태가 심각해지면, 빨리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양방 피부과는 피부 자체에 집중해 치료를 하는 경향성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문제가 일어나는 곳이 피부이니, 피부 자체를 치료하는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한방에서는 피부에 그러한 증상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을 찾는데 주력하는 편이다. 인체의 모든 부분이 경락으로 다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몸 속 안 쪽 깊은 곳의 문제가 바깥쪽인 피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경우는 주로 인체의 진액이 부족해진 경우가 많은데, 영양이나 음혈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고, 속에 화나 열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각각의 원인에 맞춰 원인을 해결하는 처방을 많이 사용하는데, 내부 원인이 해결되면 피부는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뿌리를 잡으면 줄기 가지 이파리 들은 다 따라오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이라 하겠다.
또한 양방피부과는 외부에서 침입한 인자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서, 그 원인이 되는 ‘집 먼지진드기’나 ‘자작나무’ 등의 알러젠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인자들을 가능한 피해 다니는 소위 ‘회피요법’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한방에서는 외부인자 보다는, 내 자신의 환경적응능력에서 그 잘못을 찾는 편이다. 내 스스로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충분히 대응하여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한의원에 가서 피부증상을 치료하게 되면, 대부분 몸 속 내부의 조화를 맞춰주거나 부족한 능력을 보충해주는 쪽으로 치료를 한다. 물론 피부 자체에 치료를 해주는 한의원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대부분 몸속을 다스리는 한약을 같이 병행하여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의학적인 피부 관리법이라고 한다면, 평소 내 몸의 조화가 깨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환경적응능력을 높여두는 것이라 하겠다.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등이 도움 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내 몸에 맞는 식품이나 약재를 추천받기 위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필수조건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