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과 뜸은 아무나 해도 좋을까 (참살이 2012-03)
일전에 내원한 환자분의 허리를 살펴보니, 온통 화상자국이 있는데다 화농까지 생겨서 보기에도 끔직한 지경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연유를 물었더니, 뜸자리를 잡아준다는 모 단체의 말을 믿고 마구 뜸을 떠서 이렇게 덧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침 뜸 정도야,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 뜸을 떴다가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 환자 분은 대퇴골두의 무혈성괴사로 인해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치료가 되는 느낌이 들었을 뿐, 실제적인 치료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였다. 오히려 자칫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침구치료와 교정치료 및 한약 치료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사실 이 정도의 부작용은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옛날 구안와사 때문에 내원했던 환자분은, 침 한방이면 낫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무면허업자에게 침을 맞았다가 오히려 더 증상이 악화되어, 한참을 더 추가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무면허업자에게 함부로 침 뜸을 맞다가 사고라도 나면, 법적으로 아무런 구제도 받지 못하니 정말 딱한 노릇이다.
일전에 봉사단체를 가장한 모 불법의료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무척이나 황당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많은 뜸요법사 예비생들의 원활한 실습환경과 시간적 편리성을 고려하여 제한을 두지 않고 여러 가까운 지역 봉사실에 나가실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무료봉사를 가장해 뜸 실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결국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여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법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다. 이 단체는 평소 몇 백만 원의 강습료를 받고 소위‘뜸요법사 자격증’이라고 하는 쓸모없는 자격증을 남발하는 곳인데, 바로 여기서 강습 받는 사람들의 실습 목적으로 ‘봉사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자격증은 아무 쓸모가 없는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의료법에서 침과 뜸은 의료인인 한의사만 할 수 있게 분명히 규정지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문 의료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단기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 6년간의 해부 생리 병리 진단학 등을 모두 배우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치료행위라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 이러한 유령자격증을 남발한 장본인의 침사자격증이, 허위로 위조해서 만들어진 가짜 자격증임이 밝혀져서 그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과 뜸을 시술하려면, 일단 그 환자에 대한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진단을 위해서는 기초적인 인체의 해부와 생리 병리 등의 전문적인 지식을 모두 갖추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한의과대학에서 6년에 걸친 전문 한의학 교육을 받고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이 침과 뜸인데,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더욱이 웃긴 것은 한편으로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액의 강의료와 불법실습을 하게 한 후에 무의미한 엉터리 자격증을 남발하니, 앞뒤가 전혀 안 맞는다.
잘 알다시피 침과 뜸은 이미 가까운 한의원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해서 얼마든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술받을 수 있는 의료행위이다.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그러한 사이비업자들의 실습대상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비 불법의료행위자들은 의료법의 관리를 받지 않기에, 과장 허위광고를 일삼는 특징이 있다. 보통 자신만이 개발한 특수치료법으로 유명인을 치료했다는 것이 사이비 불법의료업자들의 특징이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일전에 쑥뜸방에서 10대 소녀가 무허가 뜸시술을 받다가 사망한 보도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불법의료행위는 사망사고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위에 이러한 범법자들이 보이면, 신속히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이웃과 나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비결이라 하겠다. 단속인력이 부족해서 재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는 정부당국을 도와주기 위해,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불법의료행위의 증거를 포착하여 신고하는 분께는, 소정의 사례금을 지급하고 있음도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