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 PER
서울영상고등학교 2학년박하얀
등장인물
이세련細漣 (18세, 여학생)
파도처럼 멋있고 잔잔하게 잘 살아가라는 의미로 지어주신 이름.
혼란한 상황을 피하려고 하며 무난한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현재의 목표는 조용히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선생님들께 적당히 잘 보여서 세부 특기 사항을 잘 적히는 것이다.
이세진世塵 (18세, 남학생)
세상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보고 살라는 의미로 지어주신 이름.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둔 평범한 가정의 아이.
소심하고 말수가 적으며 하얗고 왜소한 체격.
차지수持守 (18세, 남학생)
집안의 부를 지켜나가는 삶을 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
가정의 압박을 약자에게 무시와 욕설로 풀어내다가 점점 강도가 세져, 문제적인 학교폭력을 일삼게 된다.
강한 사람을 괴롭히지는 못한다.
강동호同好 (18세, 남학생)
잘 사는 아이들과 섞여, 잘 사는 무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이.
폭력도 그들의 기대에 맞춰서 시작하게 되었고 죄책감을 가끔 느끼지만
애써 모른 척하려고 한다. 무리에서 조용히 섞여 있고 싶어 하는 태도를 보인다.
박유정有情 (27, 여성)
세련과 세진의 담임선생님.
세련의 성격과 태도를 좋아하며 질 나쁜 무리는 무시로 대응한다.
세련을 걱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가해자 무리(18세, 남학생)
차지수와 강동호를 포함하여 5명이 뭉쳐 다니며 적당히 좋은 집안을 방패로 삼고 약자들만 골라서 괴롭히거나 술, 담배를 하는 등 방탕한 삶을 살고 있다.
세련의 어머니(50대 초반)
디저트 카페 사장님, 세련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길 바라신다.
세련이 행복하길 바라는 행복에 극성인 사람이다.
세진의 어머니(50대 초반)
간호조무사인 어머니.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세진을 키우고 있다.
바쁜 일 때문에 세진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지 못한다.
세진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힘든 일 때문에 늘 세진에게 화를 내고 후회하는 편이다.
동호의 아버지(50대 중반)
중소기업 말단 부장. 더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첨을 잘 떤다.
동호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동호에게 부담을 안겨준다.
지수의 아버지(50대 초반)
중소기업 사장. 권위적이며 지수가 형처럼 지성과 명성이 넘치고 어디 가서도
자랑할 수 있는 아들로 크길 바란다.
그렇게 못할 거라면 차라리 얌전하고 조용히 살기를 바란다.
시나리오 본문
1. 병원 응급센터 앞 / 저녁
응급센터 앞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오는 구급차.
차가 멈추자 대기하던 의사와 간호사들, 구급대원들이 일제히 차 문을 열고 세진의 상태를 체크한다.
이동식 침대에 눕혀져 응급실 안으로 옮겨지는 세진.
달리는 이동식 침대 끝에서 뚝뚝 흐르는 핏방울.
title hell per
2. 교실 안 / 오후
칠판에 한자로 적혀있는 세진의 이름.
박선생님 세진이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해보면서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인가 보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열심히 살아야...
말이 끊긴다. 굳어지는 박선생님의 표정. 책상 위에 엎드려있는 세진.
박선생님 (화난 말투) 이세진.
너 지금 선생님이 하는 말은 듣고 있는 거니?
얼른 일어나서 똑바로 앉아.
박선생님의 말에 허리를 세우는 세진.
고개는 여전히 아래를 향한다.
비웃는 학생들과 세진에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로
분위기가 나뉜다.
어두운 세진의 표정.
탐탁지 않게 세진을 바라보다가 다시 웃는 박선생님.
박선생님 (한결 밝은 목소리로) 자, 한 명만 더. 누구 이름으로 해볼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학생들. 그 사이에서 손을 드는 세련.
세련 (세진을 힐끔 바라보다가) 제 이름으로 해주세요.
박선생님 그래, 그러자.
(혀를 차며) 같은 학교 나왔다면서 어쩜 저렇게 배운 게 다른지...
(한자를 적고) 이렇게 맞지?
세련 네 맞아요. 선생님.
박선생님 세련이는 이름에서 파도가 치네?
파도처럼 잔잔하고 평탄하게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 같아.
하지만 파도는 언젠가 한 번 거세지기 마련이지.
세련이는 성실하고 모범적이니까 이대로만 계속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그러면 잘 될 거야.
이때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
박선생님 (책을 덮으며)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 내일 보자.
학생들 (큰소리로)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웃고 떠들며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간다.
가방도 두고 급하게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세진.
세진을 힐끔 바라보는 세련.
그 외에는 아무도 세진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내 묵묵히 짐을 챙기는 세련.
박선생님 (온화한 음성으로) 세련이는 청소하고 상담하러 내려와.
세련 (고개를 끄덕이며) 네, 선생님.
가방을 가지런히 책상 위에 올려둔 채, 반 구석에서 쓰레기통을 집어오는 세련.
걸어 나오며 세진의 가방이 걸린 책상을 바라본다,
교실 밖으로 나선다.
3. 학교 복도 / 오후
소란스러운 복도. 저마다 무리가 지어진 학생들뿐이다.
익숙한 듯 사이를 지나는 세련.
4. 계단 / 오후
세련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스마트폰.
어머니 문자 사랑하는 우리 딸~
학교는 끝났니?
우리 딸이 좋아하는 갈비찜 했으니까
학원 끝나고 얼른 들어와~
아
세진이랑 지수는 잘 지내니?
애들 안 바쁘면 한 번 데려와~
못 본지 너무 오래 됐네
어머니께 온 문자 메시지를 읽더니 답장도 없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세련.
조금 더 느려진 세련의 발걸음.
5. 학교 소각장 / 오후
바닥으로 밀쳐지는 세진.
그런 세진을 둘러싸고 폭력을 가하는 지수의 무리와 눈치를 보며
적당히 세진을 때리는 상황에서는 뒤로 빠지는 동호.
의자에 앉아 세진이 맞는 모습을 보며 낄낄 웃는 지수.
엉금엉금 기어 지수가 앉은 의자 바로 아래까지 기어가,
지수의 바짓단을 겨우 붙잡는 세진.
세진 (애절한 말투로) 미안, 진짜 미안해. 내가 전부 다 잘못했어.
우리 친구잖아
지수야, 응?
세진을 한참 내려 보다가 잡힌 발로 어깨를 차버리는 지수.
바닥에 나뒹구는 세진.
무리3 친구래, 친구!
야, 차지수 너 얘랑 같은 학교 나왔었다고?
지수 (인상을 찌푸리며) 같은 학교 나오면 다 아는 사이냐?
늘 있는 일처럼 웃어대는 지수의 무리.
눈가가 붉어진 세진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는 무리1.
무리1 (낄낄 웃으며) 세진아, 친구끼리 뭘 그렇게 아파해. 장난이잖아, 다. 아, 그래. 역시 아플 때는 딱 우유지?
우리 세진이 주려고 내가 또 따뜻하게 데워뒀지.
소각장 담벼락 위에 올려놓은 우유를 들고 오는 무리2.
무리1 (정색하며) 야, 세진이 차가운 거 싫어하잖아. 얼마나 데웠는데?
무리2 (능글맞게) 내가 누구냐? 세진이 친군데 그것도 모를까 봐?
저번 달에 급식으로 나온 거니까... 한 달은 넘었을 걸?
무리3 (표정을 풀며) 미친 새끼! 세진이가 좋아하겠네.
사색이 되는 세진의 얼굴.
우유를 억지로 먹이려 하는 무리.
코너를 돌아 소각장 안으로 들어온 세련.
지수의 무리들과 세진의 눈이 마주치고 망설이지만 이내 쓰레기통을 탈탈 털어 비우고
자리를 뜬다.
무리2 (낄낄 웃으며) 세진아, 쟤는 너 보이지도 않나 봐.
무리3 봐, 네 친구는 우리밖에 없다니까?
세련이 지나간 자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지수.
그의 행동을 바라보며 뒤로 빠져서 눈치를 보던 동호.
지수 (무덤덤한 어투로) 가자.
세진의 머리 위로 우유를 쏟고 있던 무리가 의아한 듯 되묻지만
이미 자리를 떠버리는 지수.
세진을 놔두고 지수를 따라가는 무리. 혼자 남겨진 세진.
6. 교실 안 / 오후
쓰레기통을 원래 자리에 내려두고 마저 짐을 챙기는 세련, 스마트폰이 울린다.
박선생님 문자 세련아, 선생님이 오늘 급한 회의가 생겨서 상담하기 어려울 것
같네... 미안하지만 우리 내일 상담할까?
조심해서 들어가고 선생님이 미안해. 세련이 파이팅!
바로 답장하는 세련.
세련 문자 저는 괜찮아요 선생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세련을 막아서는 지수의 무리.
세련의 명찰을 바라보던 지수가 세련에게 손을 내민다.
지수 (씩 웃으며) 잘 부탁해.
옆에서 호들갑 떠는 무리.
세련은 지수의 손을 무시한 채 인상을 찡그린다.
무리 사이를 비집고 반을 빠져나가는 세련.
어이없다는 듯 웃는 지수.
세련을 욕하는 무리와 그 사이에서 지수의 눈치를 살피는 동호.
7. 세진의 집, 욕실 / 저녁
물기로 뿌연 욕실. 손목까지 다 덮는 상의를 입는 세진.
깨끗한 얼굴과 다르게 멍투성이인 세진의 몸.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우울한 세진의 표정.
구석에 처박혀 있는 세진의 더러워진 교복, 물에 젖어있다.
8. 세진의 집, 방 / 저녁
물기를 털며 욕실 밖으로 나오는 세진.
침대에 걸터앉아서 마저 물기를 턴다.
머리를 터는 세진의 시야에 보이는 액자.
세진과 세련, 지수의 어릴 적, 중학교 졸업식, 스티커 사진.
스티커 사진이 든 액자를 뒤집는 세진.
9. 세진의 집, 거실 / 저녁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 나오는 세진. 아직 젖어있는 머리카락.
스마트폰으로 아버지께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 아버지.
스마트폰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찰나에 울리는 스마트폰.
기대에 찬 얼굴로 화면을 보지만 지수의 무리에게서 온 연락일 뿐이다.
그들에게 답장을 보내려는 세진.
그때 들리는 도어락 소리. 힘든 표정으로 들어오시는 어머니.
세진 (소심하고 작은 목소리로) 다녀오셨어요?
어머니 (세진을 힐끗 바라 보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밥 혼자 먹어도 되지? 엄마 좀 쉬어야겠다.
고개를 끄덕이는 세진. 그때 계속 울리는 스마트폰.
세진 (머뭇거리며) 엄마, 저 할 말이 있는데...
어머니 (손을 휘휘 저으며 귀찮다는 듯) 다음에 얘기하자.
세진 (시선 바닥을 향하며) 학교에서... 아녜요,
혹시 용돈 조금만 더 주실 수 있어요?
어머니 (화가 난 말투로) 돈을 어디에 그렇게 쓰니?
엄마가 너 하나 키우려고 이렇게 고생하는 거 알아, 몰라?
네 나이 때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면서 돈 펑펑 쓰는 거
좋아하는지 알겠어. 그래서 성적 못 나오는걸로 뭐라고 안 하잖아.
근데 세진아,
그래도 없는 형편에 좀 아끼면서 살아야 되지 않겠니, 응?
세진 (우울한 말투로) 죄송해요.
그런 세진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어머니.
붉어진 세진의 눈가와 세진의 손에 꾹 쥐어진 스마트폰.
10. 세진의 방 / 밤
방으로 들어오는 세진.
무리1 문자 야 빨리 답장 안 하냐?
이런 것까지 느려 터졌어.
세진이 내일 훈련 좀 할까?
잠수 2분 도전? ㅋㅋㅋㅋㅋㅋ
세진 문자 미안해
얼른 답장할게
무리2 문자 됐다ㅋㅋㅋㅋㅋ
우리 세진이 내일 잠수하려면 푹 자둬야지
얼른 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박꼬박 답장을 하자 겨우 잠잠해진 스마트폰.
스마트폰을 협탁 위에 올려놓고 서랍에서 약을 꺼내는 세진.
여러 알 가득 손에 올려놓고 물과 함께 삼키는 세진.
침대 위에 누워 팔로 눈을 가리며 겨우 잠이 든다.
11. 교실 안 / 낮
세련의 책상 위에 우유를 내려놓는 지수.
지수 뒤를 따르는 무리.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이 세련과 지수의 무리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지수 (놀라는 말투로) 친구한테 주는 선물.
지수의 말을 무시하는 세련.
굴하지 않고 세련의 책상을 두드리며 주위를 끄는 지수.
세련 (딱딱하게) 안 먹어. 우유 싫어해.
무리2 (키득대며) 누구 닮았네.
지수 에이, 그러지 말고 친구 성의 좀 봐주지?
지수를 노려보는 세련.
무리3 (세련의 책상을 툭툭 치며) 너는 어떤 스타일 좋아하냐?
대답하지 않는 세련.
지수 애 불편하게 그런 걸 왜 물어
세련 (지수의 말을 끊으며) 얌전한 사람.
너희 같은 애들 말고
얌전한 사람
휙 뒤를 돌아 세진을 바라보곤 다시 고개를 돌려 교과서를 챙기는 세련.
놀란 세진의 표정.
교실 밖으로 나간다.
까였다고 비웃는 무리들.
굳은 지수의 표정을 보고 슬금슬금 세진에게 다가가 시비를 거는 무리들.
무리2 이세진 인기도 많네?
지수의 옆에서 눈치를 보는 동호.
화난 표정으로 교실을 나가는 지수.
12. 급식실 안 / 낮
급식실 구석에서 혼자 급식을 먹는 세련.
식판을 들고 옆자리에 앉는 지수와 지수의 무리들, 동호와 세진.
지수 (웃으며) 맛있게 먹어.
밥을 먹는 지수.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동호.
밥을 먹기보단 세진을 괴롭히는 게 더 재미있어 보이는 무리들,
세진의 식판에 후식으로 나온 주스와 모든 급식들을 섞더니 세진에게 먹으라고
들이민다.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동호.
더럽게 섞인 음식들을 억지로 입안에 넣는 세진.
그 상황을 힐끔힐끔 지켜보는 세련.
지수 (웃음기가 사라진 목소리로) 뭘 그렇게 봐. 불쌍해?
얌전하게 좀 있으라고 할까?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세련.
세련 (괜히 버럭하며) 됐거든?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리는 세련.
13. 교무실 안 / 낮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이 커피를 마시며 박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생활지도부장 (웃으며) 박선생님 처음 담임 맡으셔서 힘드시죠?
그래도 교장선생님이 믿음이 크세요.
박선생님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생활지도부장 우리 학교 입학 커트라인도 높아지고 대학 수시, 정시 합격률도 점 점 높아지고 있는 거 아시죠? 애들 공부도 열심히 시켜야 될 거예 요. 아, 노파심에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우리 학교에서 학교폭력은
절대 있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아직까지 학교폭력 없는 청정우수학교라는 건 아시죠?
박선생님 네.
생활지도부장 (가까이 다가서) 냄새가 날 땐 저한테 즉각...
아님 박선생님이 다 독박이에요. 아셨죠?
말을 마치고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서 자리를 뜨는 생활지도부장 선생님.
그 모습에 언짢은 표정을 짓는 박선생님.
14. 디저트 카페 안 / 저녁
작고 아담한 규모의 실내.
지수 엄마를 비롯해 학부모 위원회 부모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다.
지수 엄마 그러니까 애들 학교가 학교폭력 없는 곳으로 소문났죠.
지수형 때부터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동호 엄마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럼요.
위원장님 덕분에 저흰 그냥 숟가락만 얹고.
학부모1 맞아요. 위원장님이 변호사도 유명하신 분으로 초빙하시고
그런 대형 로펌 출신을 저희가 감히... 안 그래, 동호 엄마?
동호 엄마 맞아. 맞아. 지수 엄마 아니 우리 회장님은 여성가족부상을
받으실만 하다니까.
테이블로 음식을 직접 가지고 오는 세련의 엄마.
동호 엄마 (음식 받으며) 세련 엄마, 사람 좀 써...
지수 엄마 동호 엄마는 사람한테...
(오지랖 부리며) 내가 자기 옛날부터 많이 응원하고 있는 거 알지?
다 잘 될 거야
혼자 일하는 모습이 무척 힘겨워 보인다.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세련이 엄마의 모습에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15. 고급 식당 안 / 저녁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동호와 회사 작업복 차림의 동호 아버지.
그리고 지수와 정장 차림의 지수 아버지.
음식이 나오면 지수 아버지 쪽으로 깍듯하게 세팅해주는 동호의 아버지.
그 옆에서 깨작깨작 음식을 먹는 지수와 지수의 눈치를 보는 동호.
지수 아버지 동호야, 요즘 지수가 사고 안 치는 거 맞지?
동호 아버지 에이, 지수는 똘똘하게 생겨서 어딜 가도 자랑이실 텐데요!
얘도 지수 덕분에 학교생활 열심히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장님.
(동호에게 윙크하며) 그렇지?
동호 (떨떠름하지만 곧 밝게) 네... 네!
지수의 눈치를 보는 동호. 동호를 흘겨보는 지수.
눈을 내리까는 동호.
16. 고급 식당 복도 / 저녁
식사를 마친 지수와 동호, 아버지들이 방에서 나온다.
잽싸게 지수의 아버지와 지수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며 아부를 떠는
동호의 아버지.
지수와 지수 아버지가 먼저 나가고 덩그러니 남은 동호와 동호의 아버지.
동호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이런 자리까지 나와야 해?
동호 아버지 (동호의 뒤통수를 치려다) 나라구 이게 좋아서 하냐? 어?
넌 그냥 사고치지 말고 학교 졸업이나 해.
차사장님 아들이랑은 친하게 잘 지내는 거 맞지?
뭘 그렇게 어색해해. 잘 보여둬. 같이 하자는 건 다 하고, 알았어?
지금은 친구여도 사회 나가면 그게 다 빽이 되고 힘이 된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동호.
17. 교실 안 / 오후
모의고사를 본 학생들이 채점을 하고 있다.
시험에 집중조차 하지 못하고 시험 시간 동안 자던 세진.
평소보다 성적이 낮게 나온 세련. 가방을 챙기는 도중에 들어오는 지수의 무리.
지수 (손을 흔들며) 시험 잘 봤어?
지수를 무시하는 세련.
세진의 뒤통수를 치고 책상을 빼며 세진을 깨우는 무리.
무리1 (세진의 뒤통수를 치며) 야 일어나 빨리
무리3 세진아, 친구들이 왔는데 자고만 있을 거야?
무리2 이 새끼 이거 게을러 빠졌어.
그들을 바라보다가 지수와 눈이 마주치는 세련. 황급히 교실을 나선다.
18. 학교 화장실 / 낮
손을 씻는 세련.
화장실에 들어오며 세련을 욕하는 학생들과 그들을 거울 너머로 쳐다보는 세련.
학생1 (비아냥대는 말투)
이세련 걔, 쌤 앞에서 착한 척은 다 하더니...
봐, 차지수네랑 다니는 거.
학생2 그런 애들이 성격은 더 더럽지, 뭐.
휴지로 손을 닦아내고 학생들 앞에 당당하게 서는 세련.
놀라는 두 학생.
세련 (당당한 말투로) 불쌍하면 너희가 좀 도와주지, 그래?
재수 없게 뒤에 서 이러지 말고 이 시간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하던가.
일부러 학생 둘의 사이를 비집고 나가는 세련.
어이없는 표정의 학생들.
인상을 찌푸리며 나오는 세련.
19. 교실 안 / 낮
세련의 교과서에 낙서하며 세진을 툭툭 건드리는 무리들.
교실로 들어오는 세련, 그들을 발견한다.
세련 (화난 목소리) 야! 뭐하는 짓이야!
교과서를 빼앗는 세련. 볼펜 때문에 종이가 찢겨진다.
무안해하는 무리들.
지수 (같이 웃고 떠들다가 정색하며) 친구한테 뭐하는 짓이야, 사과해.
무리들이 설렁설렁 사과를 한다.
무리3 (박수를 딱 치더니) 야, 그래. 세진이꺼 주면 되겠네.
친구끼리 이 정도는 줄 수 있잖아. 그치, 세진아?
자리에서 일어나 세진의 사물함을 뒤지는 무리3.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 숙이는 세진.
교과서를 꺼내오는 무리3. 세련에게 건넨다.
무리와 세진을 바라보다가 지수와 눈이 마주친 세련.
인상을 찡그리고 교과서를 빼앗듯 팍 집어드는 세련.
세련 내 물건 함부로 만지지 마.
20. 소각장 / 오후
쓰레기통을 비우러 나가는 세련.
어김없이 지수의 무리가 세진을 괴롭히는 현장과 마주한다.
세련에게 다가가는 지수.
지수 (우유를 건네며) 마셔. 아까 일은 내가 대신 미안해.
세련 (인상을 찡그리며) 됐어.
지수 그러지 말고 좀 받아줘. 친구의 성의를 봐서라도.
세련 (지수의 팔을 쳐내며) 됐다니까?
바닥에 떨어지는 우유.
우유를 주워 들어 세련에게 쥐어주는 무리1.
무리1 야, 안 마실 거면 세진이나 줘. 세진이 우유 좋아하잖아.
아까 그 교과서 값이랑 이 우유로 퉁 쳐.
세진이 쪽으로 돌아가는 세련의 시선.
세진에게 다른 우유를 붓고 있는 무리2와 뒤로 넘어갈 듯 깔깔대는 무리3.
그들에게 우유만 하나씩 까서 건네던 동호, 세련과 눈이 마주친다.
우유를 바닥에 내던지는 세련, 쓰레기통을 들고 도망치듯 달려간다.
21. 보건실 / 오후
약을 건네받는 세련의 손.
보건 선생님 과민성 두통 같네.
세련이가 대학 때문에 고민이 많은가 봐?
좀 쉬었다가 가.
세련 네, 감사합니다.
울리는 보건 선생님의 폰.
전화를 들고 보건실 밖으로 나가는 선생님.
정수기 앞에서 약을 삼키는 세련.
열리는 문소리를 듣고 문을 바라본다.
엉망인 채로 들어오는 세진, 세련과 눈이 마주쳤지만 피한다.
세련 (망설이다가) 저... 괜찮아?
세련의 음성에 멈칫했으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세진.
세련 (다급하게) 잠깐만!
침대에 누우러 가는 세진을 붙잡는 세련.
22. 복도 / 오후
소란스럽게 복도를 지나가는 지수와 그 무리.
무리3 (장난스레 움츠러든 척하며) 미안, 그만해!
무리1 (키득키득 웃으며) 지금 너 걔 따라하냐? 개웃겨 진짜
낄낄대는 무리2와 어정쩡하게 웃는 척하는 동호.
그런 무리3의 뒷통수를 치며 그만두게 하는 지수.
무리2 야, 답답해죽겠다. 그냥 다시 나가자.
손을 휘휘 내젓는 지수.
지수 (미간을 좁하며) 가서 잘래.
무리들을 뒤로 한 채 보건실로 걸음을 옮기는 지수.
문이 닫혀있지 않은 그 사이로 들리는 세련의 다급한 목소리.
세진을 붙잡은 세련, 그런 세련을 뿌리치는 세진을 보게 된 지수.
23. 교무실 / 낮
박선생님 앞에 서 있는 세련, 박선생님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티 나지 않게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세련.
박선생님 (걱정스러운 말투로) 세련아, 요즘에 혹시 힘든 일 있니?
성적이 좀 떨어졌네.
그래, 세련이한테는 힘든 시기일 수도 있어.
이런 시기일수록 정신 바짝 붙잡고 공부에만 집중해야 되는 거
알지? 자꾸 이상한 소문 돌지 않게 잘하고 학교에서 사고치는
애들은 최대한 피해 다니고. 선생님한테 힘든 거 있으면 꼭 말하고, 알았지?
세련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박선생님 (인자하게 웃으며) 그래, 세련이는 똑 부러지는 애니까 잘할 거야.
대답 대신 웃음을 지어주는 세련.
세련 (머뭇거리다가) 아, 선생님...저.. 그니까...저
그때 교무실 전화로 전화가 온다.
박선생님 (전화를 받으며) 세련아, 미안. 나중에 말해도 되는 거니?
세련 (고개를 끄덕이며) 네, 선생님.
박선생님 (작은 목소리였다가 곧 밝게 전화를 받으며) 고맙다.
아, 네네. 학교 폭력 실태조사 신고 건수가 있다고요?
아, 좀 골치 아프게 됐네요.
세련을 힐끔 돌아보더니 가도 된다고 웃어주는 박선생님과 인사를 하고는
교무실을 나가는 세련.
24. 하굣길 / 오후
하교를 하는 세련.
세련의 가방을 빼앗아 드는 지수, 무리3에게 가방을 넘겨준다.
세련이게 말을 거는 지수.
뒤에서 낑낑거리며 무리의 가방을 모조리 메고 든 세진에게 세련의 가방을
던져주는 무리3.
세련의 무거운 가방을 맞고 넘어지는 세진.
뒤를 돌아보는 세련과 지수.
세련의 가방을 주워드는 동호.
무리3 (세진을 향해) 야, 친구 가방을 그따구로 받아서 되겠어?
무리1 이 새끼 이거 요즘에 자꾸 대가리 굴리지?
무리 쪽으로 다가가려는 세련.
세련을 붙잡는 지수.
세련이 지수를 뿌리치고 무리 쪽으로 향해 동호가 들고 있는 자신의 가방을
빼앗는다.
세련 (화난 목소리로) 너희 진짜 무례하고 불편해.
그딴 친구놀이 할 거면 나 빼고 너희끼리나 해.
나는 누구들처럼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나질 않아서 제멋대로
놀고 먹고 막 살지도 못하니까.
세련의 말을 듣고 표정이 확 일그러진 지수.
휙 뒤돌아서 가버리는 세련. 무리와 지수가 붙잡을 새도 없이 사라진다.
괜히 넘어진 세진에게 위협을 주며 성질을 부리는 무리의 아이들.
눈치를 보는 동호.
25. 지수의 집, 식탁 / 저녁
표정이 풀어지지 않은 채 집에 들어오는 지수.
그런 지수 없이 밥을 먹고 있는 가족들. 식탁 맨 끝자리에 지수의 자리가 마련된다. 자리에 앉는 지수.
아버지 하는 것도 없는 놈이 뭐 하는데 이제 들어와?
(혀를 차며) 누굴 닮아서... 자기 형 발가락에 때만도 못하니.
어머니 (진정시키며) 여보!
지수야. 아무리 형이 다 해서 네가 할 게 없다지만
그렇게 밖으로 돌면 어떡하니.
아버지 저 자식한테 맡길 일도 없어.
식기를 한 번도 들지 못하고 아버지가 하는 욕을 듣는 지수.
지수 (자리에서 일어나며) 잘 먹었습니다.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지수.
그 이후로도 지수를 향한 잔소리와 욕이 계속 들린다.
자신의 무리에게 문자를 보내는 지수.
26. 학원가 / 저녁
학원을 나오는 세련. 스마트폰이 울린다.
어머니 문자 세련아
지금 가게에 손님들이 남아계셔서
문을 좀 늦게 닫을 것 같네...^^
혼자 저녁 먹을 수 있지?
세련이 문자를 확인하는 동시에 문자 위로 지수에게 오는 문자.
지수 문자 세련아
오늘은 우리가 미안.
나도 애들도 사과하고 싶어 하고 있어.
시간 괜찮으면 ㅇㅇ대교 밑으로 올래?
애들이 사과의 선물도 준비했다고 난리야.
표정이 일그러지는 세련.
그러나 발걸음은 지수가 오라던 다리 밑으로 향한다.
27. 지수의 방 / 밤
세련에게 문자를 보내던 창을 바라보고 있는 지수.
차마 세련에게 보내지 못한 문자를 지운다.
문자 내용 올거지?
기다릴게
28. 다리 밑 / 밤
다리 밑 산책로를 밝히는 가로등.
그것에 의지해 다리 밑까지 걸어 내려오는 세련.
세련을 보고 손 흔드는 지수와 무리들.
그리고 다 젖은 얇은 티 한 장과 긴 바지 하나만 달랑 입고 있는 세진.
굳는 세련의 표정.
지수 (웃으며) 우리가 사과할게.
그런 의미에서 준비한 건데, 어때? 아직 화 안 풀렸어?
그럼 쟤 물에 한 번 더 들어갔다가 나오고.
낄낄 웃는 무리의 아이들.
세련 (버럭 큰소리를 치며) 내가 적당히 하랬지!
저딴 식으로 애 괴롭히면 좋아? 넌 진짜 최악이야.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만 좀 해.
친구끼리 너무 지나치잖아!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 둘의 눈치를 보는 동호.
지수 (정색하며) 그러는 넌 뭐가 잘나서 자꾸 사람을 무시해?
넌 우리랑 다른 사람이야?
넌 뭐 얘 안 괴롭힌 줄 알지?
여지껏 얘 무시하고 모르는 척, 없는 일인 척하던 새끼가
누군데 이제와서 아닌 척이야.
왜 너도 좀 못 사니까 막 안쓰러워?
동지애가 느껴지나?
세련 네가 하는 처신이 그 정도니까 사람들이 다 널 그 정도로 밖에
안 보는 거야.
넌 우리를 친구로 생각하긴 했어?
그렇게 돈이나 권력 따위 좋아하는 애가 우릴 친구로 생각하긴 했 냐고!
그래, 다들 널 무서워하는 줄 알지?
아니, 네 집안을 무서워하고 네 아빠 돈을 무서워하는 거야. 알아?
세련의 말에 화가 난 지수.
소리를 지르려고 들지만 그들의 뒤에서 먼저 소리를 지르는 무리1.
유리 조각으로 손목을 그은 세진.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전까지 손목을 긋는다.
비명을 지르는 무리와 놀란 세련.
무리가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망설이다가 경찰서에 전화를 거는 동호.
곧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29. 경찰서 안 / 밤
경찰서 의자에 나란히 앉게 된 세련과 지수의 무리, 동호.
무리3 (동호를 째려보며) 저 쫄보새끼 내가 언제 한 번 이럴 줄 알았어.
무리1 눈치만 뺀질나게 보는 새끼,
내가 이래서 쟤 왜 데리고 다니냐고 몇 번은 말했잖아.
무리2 너희가 좀 참아. 없는 집안 새끼들이 더 하지, 뭐.
무리의 아이들은 이미 집안의 빽으로 경찰서에 오지도 않은 지수를 대신해
신고를 한 동호를 욕하는 무리.
경찰 (서류로 책상을 내리치며) 뭘 잘했다고 떠들어!
작은 소리를 욕을 하는 무리의 아이들.
세련 (손을 살짝 들며) 저기요, 정말 죄송한데 전 얘네한테
연락 받고 억지로 나왔던 거예요. 저도 피해잔데.
세련의 말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무리3.
그 뒤를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무리1과 3.
무리1,3 이 새끼가 진짜!
무리2 똥호 저 새끼가 문제지! 아오, 신고만 안 했어도!
불똥은 방향을 틀어, 신고를 한 동호에게로 다시 향한다.
동호에게 주먹질을 하려는 무리1과 2, 3을 겨우 떼어놓는 경찰들.
그 혼란한 상황 속에서 홀로 덩그러니 의자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는 세련.
경찰 학생부터 어서 보호자 불러요.
고민을 하며 머뭇거리는 세련.
30. 지수의 방 / 밤
방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지수.
울리는 지수의 폰.
지수 어머니 문자 우리 아들은 오늘 거기 없었던 거 맞지?
정비서가 그렇게 처리해뒀다니까 안심하고
우리 아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형처럼 좋은 대학 가서
판검사 준비해야지?
할 수 있어^^
폰을 꺼버리고 책상 위로 던지듯 내려놓는 지수.
31. 병원 응급센터 복도 / 밤
안타까운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오는 응급센터장과 간호사.
응급센터장 (한숨 쉬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박선생님 (안도하며) 아, 감사합니다.
그럼 생명에는 지장이 없단 말씀이시죠?
응급센터장 (냉정하게) 그건 아닙니다. 좀 더 추이를 봐야할 거 같습니다.
박선생님 (침통한 표정으로) 보호자들과 지금 연락도 안 되는데...
이때 세련이 복도를 걸어들어 오고 그 모습을 발견한 박선생님.
박선생님 (놀라서) 세련아.
세련 (울먹이며) 경찰조사 받고 나왔는데 걱정이 돼서요.
박선생님 어, 잘 될거야. 걱정하지 말고 어서 집으로 들어가렴.
세련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박선생님 아참, 세련아 당분간은 이 일 절대 말하면 안된다. 알았지?
세련 네.
자리에서 일어나 박선생님께 인사하는 세련.
때마침 울리는 박선생님의 스마트폰.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에게서 온 연락.
생활지도부장(V.O) 박선생님, 어떻게 됐어요?
박선생님 목숨은 연명하나 좀 위태로운...
생활지도부장(V.O) 아까 말한대로 학폭이 아니라 사고죠. 사고!
애들도 경찰에서 그랬다고 말했다면서요?
박선생님 (의기소침해서) 네.
세련은 몸을 돌려 복도를 걸어가다가 이내 응급실 안을 들여다본다.
산소 호흡기를 끼고 침대에 누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세진이 보인다.
병실 문을 열려다가 포기하고 뒤를 돌아 가버리는 세련.
32. 세련의 집 / 밤
불 꺼진 집 안으로 들어오는 세련.
세련 (건조한 말투로) 다녀왔습니다.
33. 세련의 방 / 밤
방으로 들어온 세련, 가방을 바닥에 툭 던지고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눕는다.
숨을 고르는 세련. 그때, 울리는 세련의 스마트폰.
상체만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는 세련.
지수 문자 살았다며?
옛날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재수 없는 새끼
문자를 보다 스마트폰을 툭 침대에 내려놓는 세련.
액정 위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급하게 눈물을 닦는 세련의 손길.
곧 다시 뒤로 쓰러지듯 눕는다.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올려진 액자를 보라보는 세련.
셋의 어릴 적 사진.
눈을 감는 세련의 눈을 비집고 흐르는 눈물 한 줄기.
32. 학교 옥상 / 오후
옥상 끝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세련과 세진.
세진 넌 좋은 대학 가려고 해서 힘들고
걔들은 서로 비위 맞춰주고 집안 눈치 봐서 힘들고
그런데도 내가 제일 힘들어 보여?
미안하고 불쌍해서 죄책감 들어?
아무런 말 없이 세진을 바라보는 세련.
표정이 어둡다.
그에 비해 한결 밝은 세진의 표정.
세진 넌 아직도 우리가 우리 같아?
우리라고 생각했던 적은 있고?
괜히 자기 위안 삼으려고 남 동정하지마.
도와줄 생각도 없으면서.
세련에게 등을 지는 세진.
세진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도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는다.
다급한 세련의 표정.
34. 병실 / 낮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는 세련.
식은땀을 흘린다.
얼굴을 감싸며 마른세수를 하는 세련의 손등에 꽂힌 주삿바늘과 세련의 손목에 그어진 선들.
들썩이는 세련의 몸.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세련의 어머니.
세련 어머니 (깜짝 놀라며) 세련아!
다급히 세련에게 달려가는 세련의 어머니.
세련 (엉엉 울며) 엄마 나 사실 매일 그 애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요.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수 있어요.
붙잡지 못해요.
내가, 내가 그때 다른 사람들한테 일찍 말했으면...
내가 신고라도 했으면...
지금 그 애가 살아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