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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Review (2007. 10월)
화가, 만화학 박사 이 순 구
하늘이 더욱 공간을 넓혀 많은 빛을 발산하고 있다. 지구, 그중 한국의 대지는 이 빛을 마음껏 들이키며 추운 겨울을 준비한다.
이미지의 그물이라 칭할만한 기표(記表signifiant)의 세계에서 오늘 새삼스레 오랜 태고 때부터 있었던 '파란하늘의 흰 구름'들을 본다. 미술에서의 '발견의 의미'에 관심을 가져본다. 금방 꿈틀거리는 이무기들과 말, 양떼들,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영화의 화면과 오버랩한다. 초스피드로 움직이는 그 많은 이미지들을 어떻게 이러한 화면에 담을 수 있을까? 오래전 판타지의 영화를 보고 나올 때면 이따금 들던 생각이다. 그에 비하면 한 컷짜리 회화는 그 포용력이 적게만 느껴진다. 일상적인 용어들에서 서사를 찾아내어 한껏 그 이야기들을 씨실과 날실로 엮어보는 것이 한 폭의 그림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거기에 인류의 처음이 담겨있다. 제 아무리 미디어의 세계가 시선을 혼란시켜도 '그어서 그려' 나가는 첫 시작의 발로는 인류가 미술이라는 커다란 시각예술을 이룩해낸 거대한 업적임은 변함없다. 미술의 역사에서는 끝임 없이 이러한 시각예술이 인간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것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경향이 많다. 물론 자연현상에 대한 경배감을 기저에 깐 행동이지만, 거대하게 만든 신전과, 각종 조상(造像)들에게도 많은 힘을 느껴왔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미술이 신비함과 경이로움의 대상에서 서서히 눈높이가 같아져 상호 교류적인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미술의 역할은 미술로서 만의 분리 보다는 적극적 대중의 인심과 관계된 것으로, 한국에서는 30여년 가까이 지난 시간에 시작되었다.
1. 2007-'시장미술' 프로젝트 전
대전 동구 중앙시장 이벤트홀 2007.9.13-10.12
시장은 삶의 다양한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가장 오래된 첨예한 장소이다. 미술은 사람의 넘쳐나는 재능들이 발휘되는 거대한 장(場)중의 하나이다.
시장은 거래와 조율이 있고, 삶의 의지와 부지런함이 있으며 거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미술은 역사와 생활과,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는 멋있게 보이는 고된 영역이기도 하다.
<2007-'시장미술' 프로젝트 전>(이하 '시장미술제')은 축소되어가는 재래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하는 근본적인 목적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시장은 과거 경제는 물론 다양한 문화가 교류되던 장소이다. 그러나 유통구조의 급속한 변화와 경제 자본력의 집산과 이에 따른 대형백화점과 마트들에 의해 침체되었음이 현실이다.
'시장미술제'는 시장과 미술의 행태는 많은 부분이 이질적이지만 그 본질에서 많이 닮아 있음을 발견하려 한다. 시장에서의 다양하고 풍성한 생산품들은 창작 본질의 원형으로 생각하고 이를 이용해 창작을 자극하는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본래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에는 상인과 상인, 상인과 고객 사이에 교류하는 감성은 경제적 가치를 넘어 역사와 철학의 단편이 된다. 미술에서 발견해 내는 조화로움과 그 발견된 창작요소들의 평형을 유지하는 조형 운영방식은 시장의 그것과 비슷하다. 미술과 시장, 이 두 영역의 만남은 새로운 감성을 주고받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서술의 맥락이 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처음 시장미술제를 준비할 때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상호 이해력에 따른 가치관의 조율이 필요했고, 그리고 미묘한 관계에 따른 작가사이의 불협화음이 따랐으며, 이는 모두 경제적 어려움이 난관으로 작용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관계 상인회의를 기반으로 대전시 동구청의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작가들은 무사히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는 본격적인 시장미술제에 앞서 타진의 의미가 강하다. 그것은 시장 이라는 장소에 미술의 적합성과 다양한 붙임성, 그리고 무엇보다 창의적 소신에 따른 작가스스로의 의지들을 탐색하는 기회를 만들고자한 측면이 엿보인다. 따라서 시장 내부에 꾸며진 이벤트 홀을 이용한 실내 전시를 중점으로 진행했다. 다음 계획은 시장 전반에 회화, 설치, 만화, 퍼포먼스 등과 재래시장에 솜씨 좋은 민간예술가들과 다양하게 전개하려는 기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근래에 나타나는 많은 미술 프로젝트들이 성행하고 있다. '현장미술'이 나타난 이래 '찾아다니는', '움직이는' 미술들이 그것인데 이벤트성과 일회성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공공미술이란 것이 행사적인 목표로서 현시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며 '사업'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지자체 곳곳에 많은 미술 프로젝트들이 시작되었거나 완료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대부분 장기적 안목에 의하지 아니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과 주민보다는 주최 측의 일방적인 계획에 의해 진행되고 마는 행사로 일관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주최 측은 이를 부정하지만.
지금까진 이러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주관 심의해 지원금을 주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을 끝으로 지원 사업은 끝이라 한다. 어찌 보면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그 기대 효과와 기획성 등이 불분명하였으며 사업에 따른 효용가치도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 없이 기금이 사용되지 않았나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미술제는 주기적이며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중앙시장의 상인미술인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시작되었음이 그 기반이며, 외부의 기획성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속력과 지속력은 더욱 커지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이 시장미술제가 커져 국제적인 미술제로 성장하면 중앙시장은 옛 영광과 같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이슈의 장소로 살아날 것이다. 이 일에 있어 중앙시장 상인회와 동구청, 그리고 대전시의 끝임 없는 지원과 폭 넓은 배려가 필요하다.
미술인들은 상인들로부터 반목이 들지 않게 하고, 상인들은 작가들이 시장 전반을 이용하여 작품 제작, 전시할 때 기본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1)】시장미술제 전시내부전경 2007 【그림2)】시장미술제 전시입구전경 2007
【그림3)】시장미술제 개막식 퍼포먼스,2007 【그림4)】시장미술제 독일작가 퍼포먼스, 2007
2. 전연민 전 - 선線
에스닷갤러리. 2007.10.11-10.17
작가들은 자기를 둘러싼 자신만의 인과관계가 가장 중요한 예술적 테마가 된다. 그러나 가끔 보면 '자연보호', '◯◯지킴' 등 시류에 합류한 테마들을 도입하기도 한다. 그래야 기류에 편승하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역사의식이 뚜렷한 작가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류성 테마를 갖는 사람치고 역사의식이 뚜렷한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현세적이며 강한 현실적 소유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다.
정연민은 이에 반해 과거의 작업부터 생각하면 끝임 없이 자기 자신의 주변의 범주에서 모색과 관찰이 자리한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많거나 연민을 가지는 작가라 생각된다. 그의 개인전에 기억되는 것은 3회 이던가 "변변便便한 향香을 날리고 싶다'와 "플라스틱 영혼", 그리고 제5회 개인전 "사과공司果公과 나비"이다. 때로는 스스로의 분비물들을 전시장에 옮겨놓고 분분히 날리는 향기와 끈끈히 묻어나는 인간 본질의 추출물에 대한 물음 등은 당시 나름대로의 충격이 있었다. 때로는 멀리 초원의 유목민적인 느낌을 끌어왔고 그러한 이유는 그가 농촌태생이며 농사일에 익숙한 것에서 부끄럼 없이 드러나 행동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연민의 전 작품들에서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상황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부족에선가는 말의 생식기에 젖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얼굴을 들이밀거나, 물의 부족으로 그 오줌에 얼굴을 씻는 부족이 있지 않았던가. 또한 농촌에서 암소가 새끼를 낳을 때 힘겨워하면 손으로 꺼내주는 것처럼 인간이나 동물의 세계는 목숨을 살리거나 지탱하기위한 처절한 필연성의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왔다. 이러한 목숨부지의 생태계를 올곧이 감싸 안고 살아온 삶이 우리의 본능이 아니었을까. 전연민의 이러한 작품에서 때로는 본능적인 감지에 의한 거부감과 연마 없는 거친 감정의 표현에 그리 정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결론은 제5회 개인전 "사과공司果公과 나비"에 절정을 이룬다. 그는 전시회의 변便Ⅰ에서 "오래전부터 기획했던 작품으로 조상님의 치아를 수집하게 되는데 나의 치아도 하나 빼내어 함께 목걸이로 보석가공하게 된다. 예전에 사랑니를 귀걸이로 만들어 착용하고 다녔는데 계기가 되어 금번전시는 아예 다른 앞니를 하나 빼내는 고통을 더해 조상님과 만나는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인이 조상을 하늘처럼 모셔오던 그 정신은 내가 옛것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자 했던 그리고 조상들의 유골, 유품 하나하나를 모시는 것은 형태를 달리 할 뿐 같은 맥락이라고 여긴다. 아마도 나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며 다음을 말하고 싶은 전람회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그후 조상님들의 두개골을 형제들의 엄청난 반대 의견에 불구하고, 이장하는 파묘 하룻저녁 시간 사이에 두상을 카피하였다. 이렇듯 무엇이 그에게 그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아- 나의 뿌리! 나의 근원! 나의 뼈와 피를 주신 분들! 고조, 증조, 조, 부, 모. 우린 이런 관습과 행위를 통해 문화를 만들며 그 문화 속에 익숙해지고 나도 그러함을……. 한 마리 나비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인가." 그러한 정체성이 찾아진 것일까.
【그림6】정연민,<선>Ⅲ-2, 2007 【그림5】정연민,<선>Ⅲ-1, 2007그림 5)
3. 여상희 전
반지하 갤러리 2007. 10.10-10.19
그림의 소재나 제재는 수 없이 다양하다. 형태적으로는 자연물과 인공물로 나눔이 기본이다. 이러한 형태는 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감정이 들어있다. 그중 오감을 자극하거나 그것에 의해 파생되는 마음의 감정을 나타내는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띤다. 달콤하거나 씁쓸하거나, 부드럽거나 까칠하거나, 청량하거나 쾌쾌한 것과 같은 시각과 청각, 촉각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일컫는다.
【그림7)】여상희,<무제>1,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