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테레지아여왕 동상앞>
8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서 내렸다. 각자 흩어져 자유답사하는 날이다. 난 몇 명과 함께 슈테판 성당으로 갔다. 풀씨(인솔자샘)가 성당의 설교대와 올라가는 계단난간의 그림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 '안톤필그림'의 설교 단 > <슈테판성당 종탑>
성당 내부의 하이라이트는 16세기 모라비아(현 체코 모라비아 지방) 출신 "안톤 필그림" 만든 설교 단이다. 아주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설교 단의 윗 부분엔 기독교를 상징하는 4명의 신부(성아우구스틴, 성그래고리, 성제롬, 성암브로스)가 조각되어 있다. 계단 밑에서부터 설교 단 윗부분 까지 악을 상징 하는 도마뱀과 두꺼비가 조각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윗부분엔 모든 악을 뿌리친다는 개 한 마리가 짖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중세 때 교회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안톤 필그림은 유리창 밖으로 얼굴을 내민 자신을 조각해 넣었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종탑이 있는 곳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난간이 철망으로 되어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지하 까타꿈베에도 들리려고 했는데 일행과의 약속 때문에 10시 30분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결국 다른 일행과 헤어지고 룸메이트 은샘과 시민공원으로 걸어갔다. 5분 정도 걸으니 도착했다.
숲속을 걸으니 비둘기와 청둥오리가 곳곳에서 노닌다. 애완견과 자전거가 금지여서 천천히 걸어가며 산책하기가 좋았다. 나무 아래 쭉 늘어선 쉴 수 있는 벤치가 좋았다. 5분쯤 걸으니 바이얼린을 켜고 있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동상이 나왔다. 사진 찍고 앉아서 쉬고 있으니 장애인들이 탄 말수레가 여러 대 왔다. 우리 한국말을 했다. 지도에선 베토벤의 동상도 있었는데 찾지 못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트램(버스길을 달리는 전동차비슷)을 타고 미술사 박물관으로 갔다.
<요한 스트라우스 동상 앞>
미술사 박물관은 입장료가 10유로였다. 미술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크게 관심도 없다. 그래도 좀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여러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다른 외국인들은 오디오가이드가 설명해주는 것을 들고 다니면서 관람을 했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주관적인 이해만 할 수 있었다. 다리가 피곤해서 2층 DOM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쉬다가 1층 조각전시실로 갔다. 몇 년 전 이집트 특별전시회가 부산시립박물관에서 열렸을 때 본 고대조각품들과 미이라, 관등이 많이 있었다. 오스트리아가 힘이 있던 시대에 이집트에서 약탈해와서 전시해 놓았나보다. 버스와 만날 시간이 다 되어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을 한바퀴 산책하고 부다페스트를 향해 13시 45분에 버스에 올랐다.
오스트리아를 한참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비가 계속 추적추적 내렸다. 헝가리 국경을 다다랐을 때 국경수비대(?)가 올라와 바로 비자도장을 찍어주어서 금방 다시 부다페스트를 향해 달릴 수 있었다. 18:00가 되어서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첫인상은 공산정권에서 자본경제정권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엉망일거라는 예상에 들어맞게 우중충하고 정리되지 않은 길거리, 가꾸지 않은 창가들이 회색빛으로 맞이했다. 깔끔한 오스트리아와 너무 대조적이었다. 잠시 뒤 부다페스트 가이드 조병연님을 만났다. 나이는 30세로 루마니아, 아프카니스탄 등에서 살아봤지만 한국 서울이 가장 위험하더라며 여행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여기 온지는 7년 됐고, 지금은 4명의 직원을 데리고 컴퓨터그래픽을 다루는 조그만 사업을 하는데 한국 손님이 워낙 많이 오고 사장인 자신이 할 일도 별로 없고 해서 가이드를 한다고 했다. 가이드가 부족해서 가이드의 아내, 가이드의 가정부까지 가이드를 해야 할 판이라고 농담을 했다.
한국음식 육개장과 아주 비슷해 입맛에 딱 맞을 거라는 굴라쉬 특식을 먹으러 바로 갔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추웠다. 지하로 안내되어 갔는데 오래된 농기구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많이 수집되어 있었다. 굴라쉬 수프는 듬성듬성 썬 감자와 사태살을 푹고은 건더기가 많이 들어있었고 고춧가루(파프리카)로 양념을 한 것 같은 맛으로 추위를 잊게 할 만큼 입에 맞았다. 잠시 뒤에 나온 메인 요리는 밥과 소스 끼얹은 고기가 나왔는데 맛이 별로다. 수프를 더 먹을걸 하며 아쉬워했다.
유람선을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또 한 무리의 동양인이 식당으로 들이닥쳤다. 중국어를 하는 어린이단체와 인솔교사들 같았다. 추워서 유람선 타러 가는 것이 영 어설프고 춥지만 이미 시간이 예약되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떠나야만 하는 스케줄이라 도나우 강을 향해서 갔다. 조그마한 유람선을 타고 1시간 관광하면서 거의 모든 사람이 커피 한잔을 주문해서 마셨다. 맛이 너무 진했다. 가이드가 국회의사당, 다리, 섬에 대해서 안내를 해줬지만 얼시년스러운 날씨와 피곤 때문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호텔로 가는 길에 풀씨님이 내일 가기로 되어있는 겔레르트언덕 야경을 보고 싶다며 들렸다 가자고 제의했다. 결국 겔레르트언덕으로 올라가서 도나우강변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비가 여전히 내리고 추워서 별 감흥이 오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와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몸을 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