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성이면 감천>이 135회(!)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보통 그 전회에 이야기진행을 마무리짓고 마지막회에서는 모든 실마리가 풀리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치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종영이 20분남은 상황에서도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것을 보면서, 135회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마지막회의 엔딩장면은 전체 135회중 2/3이상 악행을 저지르다가 막판에 개과천선(?)한 예린(이해인역)이 신부인 세영(박세영 역)과 함께 정효(박재정 역)와의 결혼식장에 가던 도중, 사고를 당하고 이 과정에서 무사히 빠져나오지만 예린이 부케를 가지고 가다가 예린이 혼수상태에 빠지는것으로 40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중간에 자동차가 터지진않을까 생각했지만, 태준(독고영재)가 쓰러지는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혹시 예린이 뇌사에 빠지고, 심장을 이식해주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는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예린이 사고 후유증으로 뇌사상태에 빠져서 어머니인 주희(심혜진 역)와 다른 가족들이 충격에 빠졌을때, 오빠인 민국(이정호역)이 어머니에게 예린이의 평소 뜻을 밝히며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밝혔을때는 아무리 친동생이 아니더라도 너무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빠르진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심슨 에피소드중에서도 나온 죽음을 받아들이는 5가지단계인 부정-분노-공포-흥정-순응이라는 다섯가지 단계 중 최소한 한두개는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뇌사 자체가 식물인간과는 달리 뇌활동이 회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지된 상태로서, 심장은 뛰고있지만 길지 않은 시간내에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것이기에 순응하는게 빠르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소를 금할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예린이가 아니라 세영이가 죽었더라도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수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LTE급으로 진행되어서 5년후 세영이 심장이식을 받은 태준, 그리고 정효와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 사는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인물들 역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는 태준의 그림 전시회를 보여주며 마지막에 예린이와 세영이를 그린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두가 예린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났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그래서 어머니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서 자신의 친엄마를 찾아도 그가 애로배우출신이라는 사실때문에 부정하고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예린을 도와 온갖 악행을 저지른것도 결국은 자신의 딸을 사랑했기 때문인데, 죽을때까지 용서하지 않고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만 그리워하다가 돌아오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스캔들>이 떠올랐습니다.
극중 윤화영(신은경 역)은 하명근(조재현 역)이 복수를 위해 자신의 아들인 장은중(김재원 역)을 납치한 후, 고주란(김혜리)가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재희(기태영)을 입양해 장태하(박상민)에게 자신의 아이라고 속이고 기르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나서 형사가 된 자신의 아들인 하은중(김재원 역)과 만나게 된 후, 자신의 아들을 납치한 하명근을 이해하게 되고 장태하에 맞서서 법정에서 그와 맞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입양했던 구재희는 또다시 버려졌다는 배신감에 장태하의 편에서 맞서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장은중은 자신을 납치했던 아버지와 마지막 이별여행을 떠나며 그를 아버지로서 이별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인 장태하역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들어가며 두 아버지 모두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윤화영에게 입양되어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것을 알면서도, 아버지를 위하여 황제펭귄을 열심히 그렸고 변호사가 되어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를 따랐던 구재희도 장태하의 설득에 결국 떠나게 됩니다. 부실공사를 감추기위해 폭파시켜 자신의 아이를 억울하게 잃은 아버지가, 권력가였던 장태하에 맞서 결국은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에서 예린도 어머니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썼고, 어머니역시 끝까지 예린을 사랑하고 지켜봐주었지만 끊임없는 악행으로 그에 대한 믿음을 배신하였습니다. 반대로 최진사(이기영 역)의 셋째딸로 입양된 세영은 할머니에게도 구박받으면서도 구김살없이 끝까지 착한모습으로 일관하여 사랑도 얻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의 뜻은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그 정성에 답한다"라는 뜻인데, 세영의 예만 본다면 이해가 되지만 예린까지 생각하면 드라마를 보고 도데체 왜 지성이면 감천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을 쓴 김현희 작가의 전작을 보면 <남자셋 여자셋, 1996>, <뉴 논스톱, 2000>,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 2005>, <태희 혜교 지현, 2009>, <21세기 가족, 2012>등 시트콤이 대부분이었고, <강남엄마 따라잡기, 2007>, <워킹맘, 2008>등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긴 정극도 쓰긴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성공한 시트콤을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시점에서, 시트콤도 아니고 일일드라마로 135회라는 긴 호흡의 일일연속극은 무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이 바보는 아닐까 하는 생각과 상대배우인 예린이 나쁜짓을 아무리 많이해도 마지막에 반성하면 모두가 용서해주는 것을 보고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보는내내 "이걸 왜 보고 있는것인가?"하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가네 식구들>그리고 <오로라 공주>처럼 욕하고 볼땐 보더라도 시청자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지만, 시종일관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과 이해가 되지 않는 악행과 용서가 되풀이되는 드라마는 충분히 시청자들의 발을 끊게하기 충분한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웃어라 동해야, 2010>도 이와 비슷한 패턴이 있었지만, 김현회 작가보다는 능숙하게 요리를 했기때문에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현희작가를 다시 보게 된다면, 일일드라마가 아니라 시트콤을 통해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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