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봄비는 누나 비
남진원
어느 해 겨울 아침이다. 매일 늦잠을 자던 잠꾸러기인 내가 그날은 일찍 일어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눈이 나를 깨운 것 같았다. 일찍 눈을 뜨니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이유를 알았다. 첫째는 마을을 예쁘게 꾸밀려고 하였고 두 번 째는 나를 깨우려고 그랬던 것이다.
눈 온 아침
남진원
날마다 늦잠 자던
잠꾸러기인 내가,
눈내린 아침
일찍 눈 떴다
마냥 눈이 내리면서
나를 깨웠구나
마을을 이쁘게 단장했다고
뽐내려고
나를 깨웠구나.
(2022 서울문학 봄호)
눈이 내린 후면 겨울이 성큼 지나갈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림의 끝에서 봄을 만났다. 그리고 눈 대신 봄비가 내렸다. 그 봄비는 그냥 비가 아니었다. ‘누나 비’였다.
봄비는 누나비
남진원
봄비가 내린다
보이지 않는 주머니 속에 연두색과 녹색, 갖가지 하양 빨강 노랑 색깔을 담은 비가 내린다
또 내려와서는 새싹들 손을
잡아주는 것을
봐라
얼마 후면
알게 될 거야
화사하게 빨강꽃 파랑꽃 노랑꽃 갖가지 꽃 피우는 걸
봄비는
누나 비
( 2022. 서울문학 봄호. )
< 2022년 서울문학 봄호>에 , 동시 2편을 발표하였다. 앞서 쓴 <눈온 아침>과 <봄비는 누나 비>이다.
김종영 시인이 [서울문학]에 보낼 동시 2편을 보내달라고 하였던 것. 원고료도 못 받는데 책이나 5권 정도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2권 밖에 오지 않았다.
오늘은 집 뒤뜰 온도가 35도나 되었다. 한여름이었다. 에어컨을 틀어놓기도 하였다.
<서울문학> 봄호 책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시인이신 이성교 선생께서 타계 소식이었다. 1932년생이니 향년 91세이다. 장수하신 셈이다. 그래도 안타까웠다. 내가 1983년 신춘문예 당선 시 민영 선생과 함께 심사를 하신 분이다. 선생님의 명복을 빌었다.
대표시가 수록되었는데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특히 시 [가을 운동회]는 동심이 묻어나는 시였으며 향토색과 시대 풍물이 담긴 좋은 시였다.
봄 바 람
이성교
실로 의식意識이 맑아질 때
울타리 사이엔
피어린 봄물이 인다
너무나 부드럽고
신선한 입김이기에
그저 아무데고 닿기만 하면
맺혔던 것이 술술
풀려나온다
어느 한반도의
부활인가.
이제 어두웠던
바위 속도
열熱이 있어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난다
가을 운동회
이성교
둥둥 북소리에
만국기가 오르면
온 마을엔 인화人花가 핀다
청군이겨라 백군이겨라
연신 터지는
출발 신호에
땅이 흔들린다
차일 친 골목엔
자잘한 웃음이 퍼지고
아이들은 쏟아지는 과일에
떡 타령을 잊었다
하루 종일 빈 집엔
석류가 입을 딱 벌리고
그 옆엔 황소가
누런 하품을 토하고 있다
청군이겨라 백군이겨라
온갖 산들이
모두 다 고개를 늘이면
바람은 어느새 골목으로 왔다가
오색 테이프를 몰고 갔다
* 이 작품은 1973년부터 10년간 국정교과서 (중학 국어 1-2)에 수록 되어 많이 읽혔던 작품이라고 한다.
( ‘봄바람’, ‘가을 운동회’ 출전, 『서울문학』,2022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