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투입되어 산만해질 수 있음에도
영화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나 그들과 토니 사이의 얽혀가는 이야기들이
필요 이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지루하게 끌어가지 않을 정도로만 설명하고,
또 굳이 전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 않아도 될 만큼만 보여준다.
물론 토니의 절친인 제임스 로드와의 갈등 및 ‘워 머신’이라는 캐릭터의 등장,
토니의 비서인 페퍼포츠와의 관계 및 감정 등이 이번 편에서 본격적으로 발전되어 지기에
전편을 통한 복습이 이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유용할 수 있다.
게다가 쉴드라는 조직과 그 국장인 ‘닉 퓨리’의 등장 및 그들의 정체 또한 전편을 보지 못한,
그리고 전편을 봤더라도 엔딩 크레딧 후에 나온 깜짝 부가영상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뜬금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적 요소들이
어느 하나 두드러지기 보다는 적절한 수준과 분량으로 뭉쳐 흘러가기에 영화
[아이언 맨2]를 보다 편하고, 즐겁게 만끽할 수 있기도 하다.
드라마적인 볼거리와 이색적인 볼거리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전편에서도 시종일관 티걱태걱하며 아리송한 관계를 유지하던 토니와 페퍼포츠의 관계가
이번 편에서 뚜렷하게 발전된다.
특히, 전편에서 실패했던 옥상에서의 키스를 이번에는 드디어 어렵사리 성공하기도 한다.
전편에서 그저 이름과 명성으로만 확인했던 스타크 회사의 창시자이자
토니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재미도 있다.
영상으로 등장하는 하워드 스타크 역시 아들인 토니 못지않은 능청과 쇼맨십을 자랑하는 데,
그 영상 속에는 어린 토니의 모습도 아주 잠깐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 관객들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장면들도 있다.
영화의 초반 토니가 국회 청문회를 받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는 영상에서는 북한에서
만들었다는 우스꽝스러운 아이언 맨 수트와 ‘전쟁 한 벌’이라는 한글이 큼직하게 보이기도 하는 데
언제나 그랬듯 ‘테러국’으로 묘사되어 등장하는 그 장면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의 후원업체이기도 한 우리나라 기업 LG전자의 로고가 후반부에
두어 차례 노출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악역인 미키 루크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강렬한 악당 캐릭터인 ‘위플래시’를 연기한 그는 온 몸의 문신과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외모로써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낸다. 게다가 온통 금속으로 뒤덮인 이를 내보이며 웃는 장면이나
금방이라도 주먹이 날아갈 듯한 그의 공격적인 표정은 순간순간 섬뜩할 정도다.
이번 영화에서는 미키 루크의 등장이 영화를 보다 묵직하고, 풍성하게 채워졌다고
할 만큼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가히 인상적이다.
이미 씬 시티]나 [더 레슬러] 등을 통해 남성적이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그 이기에 이번 영화 속 캐릭터는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감히 영화 [아이언 맨2]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못지 않게 미키 루크의 존재감으로
가득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야성적인 카리스마가 두드러진다
악역인 미키 루크 외에도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
일단 트레이드 마크인 금발을 붉게 물들이고 도발적인 여전사 ‘블랙 위도우’로 변신한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이 돋보인다.
극중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를 감량하기도 한 그녀는 뭇 남성관객들의 가슴을 녹일 만하다.
영화 속 기네스 팰트로가 여성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로 어필한다면,
스칼렛 요한슨은 그와 상반되는 도발적이고, 요염한 매력으로써 강렬한 액션까지 선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토니의 라이벌이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오히려 깐족거리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한
‘저스틴 해머’ 역의 샘 록웰은 오랜만에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통해
얄미운 악역연기를 선보이며, 개인적인 이유로 하차한 테렌스 하워드를 대신하여
‘제임스 로드’를 연기한 돈 치들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도 볼만하다.
슈퍼 히어로들을 관리하는 쉴드의 국장 ‘닉 퓨리’로 전편의 마지막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던
연기파 배우 사무엘 잭슨의 짧지만 강렬한 등장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남녀노소가 함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히어로물’만큼 좋은 장르는 없다.
스펙터클한 액션과 다양한 볼거리들, 그리고 거기에 배우들의 매력까지 맛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마블코믹스 원작의 영화라는 후광 외에 영화 [아이언 맨]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그리 어필할 만한 요소를 갖춘 히어로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기대 이상의 흥행과 함께 속편에 대한 기대치 역시
크게 상승된 영화가 바로 [아이언 맨] 시리즈다.
그리고 2년 만에 선보인 아이언 맨2]는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모습으로 돌아 왔다.
물론 드라마가 지닌 임팩트는 전편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것마저도 채워줄 수 있는
풍성한 오락적 요소들이 가득하기에 만족스러운 속편이 아닐 수 없다.
액션은 더욱 스펙터클해지고, 시각적인 볼거리 역시 보다 다양해졌으며,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매력과 미키 루크, 스칼렛 요한슨, 돈 치들, 샘 록웰 등
새로운 배우들의 신선한 매력 또한 영화를 더욱 풍족하게 메워 준다.
한 마디로 영화 [아이언 맨2]는 여러모로 강해졌다. 그리고 보다 커졌다.
오락물로써, 그리고 SF 히어로 물로써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속편이 아닐까 싶다.
혹시라도 다음에 나오게 될 3편이 내심 걱정될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