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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욱아빠의 평화강정! 스크랩 4.3 그리고 강정, 2012년의 봄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449 12.04.05 14:22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제주에서의 정국은 참 복잡다단합니다.  64주년 4.3 항쟁 기념일에 제주 해군기지 투쟁에 4.11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복잡함은 다른 시선을 가지거나 마음 한 켠에 잠시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게 합니다.  물론, 오지랖 넓은 저만의 그런 복잡스런 심경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어찌되었든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시기입니다.  2012년의 4월 3일은 그렇게 마음이 번잡한 날이었습니다.  번잡한 마음만큼 행사도 많았던 날입니다.  마음같아서는 한낮의 4.3기념공원에 가서 행사에 참석을 하고 싶었지만 진료실을 지켜야만 하는 입장은 그러지 못했죠.  저녁시간 행사가 있는 시청앞을 가보니 행사전 일인 홍보피켓이 있어 찍어보았습니다.  투표해야죠.  투표로만 말할 수 있다는 지금의 민주주의는 문제가 많기도 하지만, 역시나 투표를 함으로써 우리의 의지를 말할 수 있다면 투표를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독은 무관심이죠.


  2012년 4월 3일은 갑자기 바람이 아닌 한겨울의 돌풍이 몰아치던 날이었습니다.  한동안 따스한 봄날은 어디가고 갑작스런 돌풍에 사람들은 움츠러들 수 밖에 없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마치 64년전의 봉화가 피어오르던 날, 그리고 토벌대와 무장대의 괴롭힘에 산 속을 헤맬 수 밖에 없었던 인민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던 한겨울 매서운 바람의 모습마냥, 사람들은 그렇게 옷깃을 여미고 제주시청 앞으로 모였습니다.  강정 촛불문화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4.3 관련 단체들과 연대한 강정 해군기지 반대 촛불문화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촛불과 반대깃발을 든 모습으로 시작되고 진행되었습니다.  강정은 지금 해군과 경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에 의해 억압과 폭력에 대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날 낮에 있었던 4.3 추모제는 갑작스런 돌풍과 비로 인해 실내에서 행해졌는데 대통령이란 작자는 취임이후 추모제에 얼굴도 비추이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김황식 총리가 내려와 이념대립이 있어서는 안되는둥의 철지나고 고루한 이야기나 늘어놓고 가버렸답니다.  그것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행사장 안에서 소리나 듣고 있었지, 4.3 유족들은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장 밖 로비에 주저앉은 채로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있었다 합니다.  연설을 마치고 난 김황식 총리가 행사장 밖으로 나와 유족들 앞을 지나는 순간, 유족들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냐라고 묻자 총리양반은 아무말도 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그냥 지나치기 바빴다는 후문입니다.  제주는 지금 완벽하게 소외당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 선생님은 지금 그에 대해 성토를 하고 계십니다.


  추웠지만 촛불을 든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발적으로 차와 커피를 끓이고 누군가 자발적으로 그것은 앉아있는 이들에게 나르고 함께 구호를 외치며 추운 밤을 이겨나갑니다.  행사는 지속되고 사람들의 간격은 좁아집니다.  연대를 하는 마음, 함께하는 몸은 점점 뜨거움을 발산합니다.  이 분위기를 함께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이날은 행사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한시간여를 함께 하다가 저는 자리를 옮겼습니다.


  시청 정문 앞 클럽 블루힐에서는 이날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콘서트 '나의 강정을 지켜줘'가 열렸습니다.  최근들어 음악인들의 행보는 참 반갑습니다.  홍대앞 두리반의 저항을 성공적으로 이끈 문화적 힘이 되어주었고, 콜트 콜텍의 투쟁에 힘의 한 축이 되어주었죠.  이제 그들은 강정을 바라봅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잠시 후에 잼다큐 강정을 상영해줍니다.  조금 부끄럽긴 해요.  가만히 어딘가에 앉아 영화를 보는 습관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리..  영화 안보고 산지 6년이 넘어가네요..  물론 극장에서요..  보고싶은 영화는 다운받아 혼자서 조용히 보기는 하는데..ㅎ


  총 8팀이 출연하여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제주라는 곳은 참 독특해요.  제주라는 공간 안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참 많기도 하지만 장르도 다양하고 실력도 다양한데 수준이 참 높다는 사실..  이날의 공연은 그런 사실을 재확인케 해주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 눈에 띄였던 그룹 데빌 이 소 마르코(Devil e so Marco)..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이지만 앨범도 낸 실력있는 그룹입니다.  지금은 해체하고 없지만 이전의 그룹 푸른새벽을 연상케하는 선율이었어요.  사람을 한없이 무력하고 해체시키는 듯한 나른함을 선사하는 그룹..  이 밴드는 조용히 비가 내리는 새벽이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에 아일랜드 인디그룹인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을 처음 접한 이후로 완전히 매료되어 한동안 이들 음악만 듣고 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윤영배씨..  통기타의 이미지만큼이나 소박한 모습과 선율이지만 실력만큼은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니고 계시죠.  이날엔 전날 갑자기 떠오른 이미지로 노래를 만들었다며 강정에 대한 노래를 선보이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노래는, 노래를 하는 사람 자체가 순수하고 소박해야만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음악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클럽 블루힐의 주인장이시기도 한 베이시스트 김지연씨의 김지연밴드..  보컬의 이미지가 주는 매력과 활기, 실력이 참 보기좋았죠.  저의 꿈은 김지연씨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밴드를 구성하는 베이시스트로서, 무대에 올라 음악을 즐기고 흐름을 타며 몸을 움직이고 베이스를 연주하는 그런 모습..  이 무대 이후로 우후청산이라는 젊은 친구들로 구성된 락그룹의 화려하고 열정가득한 베이스연주를 볼 수 있었지만, 그저 그렇게 반응할 수 있는 젊음이 부러울 뿐, 중년의 저는 그저 한몫 할 수 있는 멤버로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세시간에 가까운 공연은 충만함 그 자체였습니다.  강정 해군기지에 분개해하는 연주자도 있었지만 이날의 대체적인 컨셉은 '자유와 놀자'였습니다.  그것은 굳이 강정의 문제를 따지지 않아도 큰 틀에서 제도에 대항하는 일이기에 이날의 취지와 일맥상통합니다.  놀이는 자유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자유는 제도의 틀을 벗어남으로서 가능합니다.  제도의 틀은 누군가의 일방적 강요를 의미하고 강요는 누군가의 부당한 희생을 만들어내고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논리로 무마하려 합니다.  지금 강정이 그런 모습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강정의 저항은 언제나 즐거운 몸짓과 놀이로 마무리되는가 봅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숨죽이며 살아왔던 지난 세월과 현재의 끈질기고 부단한 저항으로 의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이들의 처절함을 넘어, 이날의 콘서트 '나의 강정을 지켜줘'는 저항의 새로운 의미와 해석을 시도하고, 그들의 방식은 일맥상통하는 새로운 시선의 저항임을 증명하는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예술이라는 장르는 원래 그런 저항의 선봉이었다는 것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012년 제주의 4.3은 권력에 대한 허탈감과 예술에 의한 충만함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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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4.06 10:35

    첫댓글 시청에 갈때는 블루힐에 가야지 했는데, 끝나고 나니 뭐에 홀렸나 부리나케 집에 왔네요 ^^
    제가 참 별로 보탬이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평화강정 스토리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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