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3. 16:12
노스트라다무스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예언서를 남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예언은 높은 적중률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고 난해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더구나
1999년 7월에 온다던 종말은 오지 않았다. 아마 그가 본 미래의 형태는 너무 흐릿한 영상이 아니었을까.
이
와는 반대로, 조지오웰은 너무나 선명한 언어로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최대한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The
Communist Manifesto)'발표한 지 100년 째 되는 해인 1848년, 그는 세계 문학사에 길이남을 역작
'1984년'을 발표한다.
조
지 오웰은 좌파사회주의자였다. 그의 대표작, '동물동장'에서 선각자 '올드 메이져'에 관한 묘사를 보면 그가 사회주의혁명에 대한
희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대를 앞서는 혜안을 갖고 다가올 변화를 '올드메이저'의 입을 통해 준비하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칼 마르크스의 예언은 그가 떠난 지 150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빗나갔다. 현재 지구 상에서 자본주의가 발달된
어떠한 나라에서도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베를린 장벽은 드라마틱하게 무녀졌고 잇달아 소비에트 연방은 해체되었다.
동유럽 공산국가들도 해체되어 이제 중국, 북한, 베트남, 쿠바를 제외하고는 지구 상에 공산 국가는 없다. 그렇다고해서 공산
정당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아직도 공산당이 존재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1)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적 선택의 자유가 인정되고
2)공산정당의 존재가 더 이상 체제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
는
이유이다. 세력이 있기는 하지만 무시할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완전한 실패를 하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면 북한처럼 국가주도적 사회주의경제체계를 찬양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지구 상에서 가장 복지실현이 잘 되어
부러움을 받고 있는 나라들은 사회주의를 채택한 북유럽국가들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잘못하여 섞어 쓰기
오해에서 발생한다.
사회주의의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동양에서는 옛부터 이상적인 사회를 '대동사회(大同社會)'로 규정하였고 내용은 현재의 이상적 사회주의 개념과 흡사하다. 대동사회보다 못한 것을 '소강(小康)사회' 그리고 가장 나쁜 상태를 '난세(亂世)'라고 하였다. 공자의 예기(禮記)에 보면 이러한 내용이 잘 나타나 있다.
공산주의가 망할 수 없는 체제라면 19세기말 세계를 휩쓸었던 맑시즘(Marxism)과 그에 수반되는 프롤레타리아혁명에 가담한 러시아를 비롯하여 동독, 동유럽국가들, 중국, 남미등 사회주의 혁명을 한 국가들은 모두 머저리들인가?
그
렇지 않다. 러시아는 유럽에 비해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은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자본주의의 모순과 경제 대공황, 세계 대전으로 황폐해진 인류의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왔다. 그 결과 소련의
경제력은 여러 면에서 미국의 경제력에 뒤지지 않았다. 중공업 부분과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서 인류를 제일 먼저 우주에
보내기까지 하였다. 대한민국만 하더라도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을 앞섰었다.
사
회주의 운동은 의식 있는 지성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혁명에 가담하는 지식인들도 늘었다. 1936년 스페인에서는 좌파 인민
정부와 우파 반란군 사이에서 내전이 발생하였는데 조지오웰을 비롯한 여러 각계 인사들이 가담하여 인민 정부를 도왔다. 그 결과
살바도르 달리는 '내란의 예감'등의 작품을 남겼고 파블로 피카소는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게르니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같은 작품을 남겼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년도 이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하
지만 후에 조지오웰은 반공주의자가 된다. 그의 눈으로 바라본 스탈린(Joseph Stalin) 에게는 마르크스도
레닌(Vladimir Lenin) 도 없었다. 교활한 방법으로 숙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하여 자국민을 탄압하는 독재자의 모습
뿐이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도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가 되어야 한다. 공산주의의 반대말도 '독재'가 되어야 한다.
조지오웰은 전체주의적 독재, 민중을 감시하고 탄합하는 공안정부를 경멸하였다. 그 결과 1984년이란 디스토피아(Dystopia)적 소설이 탄생한다.
그가 그린 1984년의 세계는 세 개의 커다란 전체주의 국가로 나뉘는데 잉쏙(INSOC:English-socialism)이라 하는 통치이념을 가진 오세아니아 국가가 소설의 지리적 배경이 된다.
여기의 수장은 Big Brother(조세프 스탈린을 대변함)인데 실체는 없고 신격화 되어있어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다.사회 곳곳에는 telescreen과 도청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사회 구성원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Inner party: 2퍼센트의 구성원, 전체 사회를 통제하고 통치하는 집단으로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을 함
Outer party: 13퍼센트의 구성원으로 Inner party를 위해 일하는 하급 관리집단으로 감시의 집중 대상이 되어 빠듯한 보급과 과중한 업무로 시달린다.
Proles: 85퍼센트의 프롤레타리아 집단으로 사회의 최하부층 이지만 감시를 받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가 있다. 당(Party)에서는 이들이 짐승들과 같이 생각이 없는 집단으로 분류한다.
네 개의 주요한 부서들
Miniluv(Ministry of Love): 치안과 공안, 고문과 세뇌, 사상 범죄를 처벌하는 사법부서
Miniplenty(Ministry of Plenty): 보급품을 담당하는 행정부서
Minipax(Ministry of Peace): 전쟁을 하는 국방부
Minitrue(Ministry of Truth): 뉴스,신문,선전등을 담당하는 언론부서(주인공은 여기서 근무함)
이 밖에 이 책에 등장하는 개념들은 열거만 한다.
Newspeak/Oldspeak
Doublethink
Room 101
2 + 2 = 5
Two Minutes Hate
Memory hole
Though Crime/Face crime
Thought Police
Telescreens
이 책에서 작가는 언어를 다루는데 있어서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Newspeak / Oldspeak의 개념에 잘 녹아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을까 매우 궁금하였다.
예
를 들어 주인공은 언론 조작과 통제를 관장하는 Mintrue(진리부)에 근무하는데 이 부서에서는 신조어 사전을 편찬하여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가는 캠페인을 한다. 그 신조어를 Newspeak이라고 한다.
주인공 윈스톤(Winston Smith)은 과거의 사건 기록들을 조작하는 일을 담당하는데 신조어로(Newspeak)쓰여진 다음과 같은 업무지시를 받는다.
times 3.12.83 reporting bb dayorder doubleplusungood refs unpersons rewrite fullwise upsub antefiling
이것을 현대어(Oldspeak)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이 된다.
The
reporting of Big Brother’s Order for the Day in “The Times” of December
3rd 1983 is extremely unsatisfactory and makes references to
non-existent persons. Rewrite it in full and submit your draft to higher
authority before filing.
나
는 임마뉴엘 골드스테인 (빅브라더와 대척점에 있는 궁극의 적, 역사적 실제인물로 Leon Trotsky, 동물농장에서는
'스노우볼')이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The Theory and Practice of Oligarchical
Collectivism(과두적 집단주의실현을 위한 이론과 실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잉쏙을 비롯한 전체주의 국가들의
통치 이념을 압축해 놓은 문구들을 챕터별로 자세히 정리하였는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여실히 묻어난다. 이 부분과
더불어 제 3부에 나오는 오브라이언과 윈스톤의 대화가 이 책의 최대 백미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주는 감동은 꽤 묵직하다.
아직도 귓전에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Big Brother is watching you!
Ignorance is Strength!
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