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23
제3회 임꺽정 청결고추기 전국남녀궁대회 (2005/08/20 ~ 2005/08/22)
개인전 이틀째이며 대회 마지막 날인 월요일 아침,어김없이 분주한 하루를 열어간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을 맞이하며 창을 열어 본다. 며칠 전의 찌는 듯한 여름의 더위와 열대야는 사라지고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또 하루 일정을 위해 음악방송 선곡을 살피고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해놓고 집을 나선다 괴산행 첫차가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 50분 발, 택시를 타고 광진교를 건너는데 부슬 부슬 소리없이 차창에 조용히 내려 앉는다. 어떤 흥분이 내재된다. 호미가 가장 좋아 하는 날씨중에 바로 오늘같이 흐리고 비가 조금씩 뿌려주는 것이다. 바람마저 조용하다.
지난 번에 들렀던 서점이 하루를 시작하는지 주인 아주머니가 분주하게 진열장에 책들 과 신문을 가지런히 차려 놓는다. 눈인사를 하니 아주머니 하시는 말 "오늘도 또 가시나 봐요" 대답으로 "네" 하고 화답을 한다. 문득 가게 첫손님으로 개시를 해드리려야 겠다 는 생각이 들어 진열된 책들을 쭉~ 훑어 본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집어든다. 은희경님 의 [비밀과 거짓말] 책을 고르면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번 선택의 조건은 제목에 서의 이끌림이다. 그리고 괴산행 버스표를 샀는데 좌석 번호가 01번 왠지 기분이 묘해 진다.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활을 메고 오시는 살곶이 정의 두분의 어른을 만난다. 참 반 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지난 주까지 새벽 습사로 늘 찾았던 살곶이 정 사우님들이기에 그 중에 한 분이 웃으시며 "호여무사, 살곶이정 과녁 물어내, 안그러 면 오늘 꼭 일등 해야해" 하얀 복장의 우리 일행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마도 세사람의 활가방이 무척이나 궁금한 듯이 호기심에 어린 눈빛들이다.
01번 좌석에 앉아 창 너머 서울 아침을 맞고 보슬비 거리를 미끄러지며 서울을 빠져나간 다. 책장을 두세장도 읽지도 못하고 호미는 부족한 잠에 빠져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언 듯 증평이 눈에 든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밖의 풍경에 시선을 머문다. 며칠전 이미 사호정에 들러 습사를 했지만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호미를 맞이 할지 사뭇 궁금하다. 바람은 어떨까... 그나마 보슬비는 여전히 내려주지만 바람이 가장 염려 되었다. 괴산에 도착하니 9시도 안되었다.
호미가 그동안 전국대회 참여를 그리 많이는 하지 않았지만 사호정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아름다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조용한 산사의 정원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 절로 명상을 할 수 있는 정경이다. 많은 사우들은 사호정의 아름다움을 익히 아실 테지만 아직도 사호정을 방문하지 못한 분이라면 정말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꼭 한 번 방문하시라고 권유하고 싶은 활터이다. 이미 도착한 전국의 무사들이 사대에 올라 진지함으로 임하고 있다. 어제의 개인 시수표가 커다란 유리문에 적혀 있다. 벌써 장년부 개인전에 15시 15중이 두분이나 올라와 있다. 도착한지 한시간 정도 지나니 연기군의 박문규 접장님이 각.죽으로 또 15시 15중을 하셨다. 마침 박문규 사우님에 대한 정보를 들으니 아침에 오는길에 자동차 트렁크에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다섯 바늘 이나 꿰메고 오신 상태란다.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시며 한 마디씩 건네시며 하는 말, 다섯 바늘이라 15시 15중이었지 네 바늘이었으면 못했을 거라 하며 농을 건넨다. 부럽기만 하다. 어떻게 전국대회 규모에서 15시 15중을 할 수 있을까, 부족한 호미로써 는 마냥 부러움의 꿈의 시수일 뿐이다.
재작대를 신청 해놓고 또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많은 사우들과 반가이 인사를 하고 대화내용의 주제는 활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맺는다. 서로 서로 격려를 해주고 용기를 주고, 소속정들의 사우들끼리는 한 가족의 끈끈함으로 경기에 임하는 사우 뒤에서 같이 안타까워 하고 같이 기뻐한다. 노란색 웃도리를 맞춰 입은 사호정의 진행자와 관계자 님들의 일사불란하게 메끄럽고 정확한 진행으로 순조롭게 경기는 치러진다 평일인 월요일이라 그런지 활터에는 그렇게 시끄럽지도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자의 마이크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사호정 잔디정원 한 가운데 위치한 연못의 나무 구름다리가 비에 젖어있다. 연못 가운데 두꺼비를 꼭 빼어 닮은 석상에서 소리를 내는 듯한 각궁의 깍지 떼는 소리가 너무도 청명하게 들린다.
이 번 대회에서는 여무사대회가 따로 없이 남.녀 개인전에 섞여 진행 되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사대에 올라선 선수들 사이로 여무사들이 간간이 보였다. 각 활터마다 여무사들은 귀하디 귀하다. 아직은 활이 서민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저변확대가 덜 된편 이고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욱 생소하게 느끼는가 보다. 알고 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인 것을 이기회에 더욱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이미 사우님들도 있겠지만 특히 호미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호미호미카페 우리 팬들이 많이들 읽고 계신다. 그동안 생소하고 어렵게만 여겼던 국궁을 좀더 가까이 알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우리 호미호미카페 회원중에는 이미 국궁에 입문 하신 분들이 전국적으로 몇 분씩 늘어감에 호미는 너무도 감사함을 느낀다)
벌써 호미가 사대에 들어가야할 23띠 작대이다. 마음을 비운다고 다짐하면서 7번 자리 에 들어선다. 1번부터 차례대로 1관을 향한 발시가 이뤄지고 같이 사대에 오른 시흥의 물왕정 이금순(4단)여무사께서 초시부터 관중을 하며 호미차례가 된다. 어떤 경기보다 가장 국궁의 장점이라 생각되는 것은 바로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유일한 나의 상대는 나일 뿐인 것이다. 과녁과 나만의 독대이기에 가장 예에 가까운 운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궁은 하나의 명상이다. 그래서 일까 보여지는 사호정의 아름다운 정원 같은 풍경에 욕심을 버려본다. 그리고 첫 시를 발시한다. 관중이다.
이금순 여무사께서 초순몰기(5시5중)를 하셨다. 호미는 간신히 4중을 하고 내려왔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활을 내고 나면 아쉬움의 뒤따름이다.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는 자세 잠시 나를 점검하고 2관을 기다린다. 호미는 2관에서 연 3중을 하고 잠시 욕심이 앞섰는지 자꾸만 몰기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4시째 욕심을 알아챈 화살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빠지고 만다. 그렇게 2관에서도 4중이다. 이제 마지막 3관에 올라 발시를 한다. 스스로 되뇌임을 노래처럼 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마음을 비우자...비우자....그리고 연못 한 가운데 두꺼비상을 잠시 응시하고 거궁을 한 다. 1시, 2시,3시, (이때까지만 해도 습사 할 때처럼 조금은 만족한 자세이다) 4시째 뭣이 그리 급한지 완벽한 거궁자세도 아닌데 화살은 과녁을 향해 질주를 해버렸다. 아차 실수다 했는데 어머나 이게 왠일인가? 홍심 한 가운데를 맞추고 떨어진다. 바로 행운의 화살인 것이다. 이제 정말 마지막 막시가 호미를 긴장 시킨다. 나의 순서 가 오는 짧은 시간임에도 만감이 교차한다. 또 욕심이 자꾸만 앞선다. 다시 노래를 부른 다(습사처럼...습사처럼) 거궁을 하고 놓는 순간 화살은 낮게 흘러 짧은 듯 하더니 과녁의 하단에 걸려 맞아준다(또 다시 행운의 화살이다) 마이크에서 시관께서 5중으로 합이 13중이요~~. 사실 오늘의 시수는 만족하지 못한 자세에서 이뤄진 것이라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맞춤으로 13중을 했기에 결과만 기다려야 했다.
언제까지 개인전이 이어질지 모르는 긴 기다림이 또 시작이다. 오후 되니 전국우승을 20여차례한 고흥의 봉황정(신선옥) 여무사 등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여무사들이 도착한다. 그리고 마지막 작대가 마칠때까지 결코 여유를 부릴 수 없기에 뒤에서 여무사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광양의 마로정 여영희여무사가 초순에 4중 2순에 몰기를 한상태서 3순을 지켜본다. 연4중을 하고 마지막 시를 바라보는데 짧고 말았다. 그래서 호미와 여영희 여무사와 동점이 되어 비교사를 기다려야 했다. 6년전 처음 국궁에 입문해서 완전히 신사때 전국우승을 하면서 그뒤로 제대로 활도 내지 못한터이고 겨우 아이들 여름방학 때나 여러번 참가하는게 전부였었다. 그동안 성적은 2위 몇번 3위 여러번 등으로 입상은 했지만 우승은 놓치고 말았었다.
올해만큼은 큰 각오로 지난 아이들 방학과 동시에 습사를 시작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이글을 읽은 사우님들 보면 무식한 호미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사우님들이 하시는 말중에 습사를 많이 낸다고 시수 잘나는게 아니라고 그렇게 충고를 해도 호미는 연습만이 최고라 생각하고 하루 연습량을 40순(200발) 를 거르지 않고 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사법을 바꾸었기에 전국대회에 나가려면 나만의 자세를 갖추는 동안 시간과 연습이 필요했기에 나름대로 습사량에 치중했었다. 특히 살곶이정을 새벽 4시반에 도착해서 햇볕이 뜨겁기전에 습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소속정인 석호정엔 멀다는 이유로 자주 들르지 못하고 지난 방학 동안 4주동안 전국대회를 거르기 않고 참여했었다. 다행히 용기를 준 것은 아이들이었고, 우연한 이어진 등참이었다. 지난 8월 15일 아이아빠 9주년 기일에 맞추어 꼭 우승을 해서 꽃다발을 안고 찾아가려 했었는데 욕심뿐이었었다.
기일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산소에 찾지 못한 호미였다. 이번 사호정의 대회는 호미에게 아주 의미있는 경기였기에 더욱 잘하려 하지 않았던가. 많은 사우들이 활터를 찾아 건강 과 취미를 위해 한다면 호미에겐 보이지 않은 그와의 만남이었다. 그래서일까 활터만 찾으면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다. 잘내든 안내든 그저 평안함을 찾기 위한 방문이다
저녁 6시반경 남.녀 개인전 모든 경기가 마쳤다. 이제 여자부 우승 비교가 시작된다. 가위, 바위, 보로 선사를 결정하고 호미가 선사를 했다. 어둠이 어느정도 내려 앉고 오던 비는 그친 상태다. 여영희 여무사와는 평소 친밀하게 지내는 사이라 여여무사가 우승을 해도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리라 생각하고 1시, 2시 모두 짧다. 이젠 우승과는 멀구나 생각하는데 여여무사도 1.2시를 모두 빼는게 아닌가. 0:0 다시 시작이다 3시째 짧았던 것을 들어 쏘니 관중이다. 여여무사도 3시째 관중 1:1 다시 또 시작이다 4시째 힘껏 들어 쏘았는데 앞으로 빠지고 만다. 여여무사도 분명히 맞을거라 생각했는 데 빠져버린다. 마지막 1:1에서 5발째 발시를 한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거궁 그리고 발시, 관중.... 그리고 여여무사의 5시째 발시 참 이쁘게 갔는데 빠지고 만다. 2:1로 호미의 승으로 경기를 마친다. 여여무사의 축하를 받고 모든 이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여여무사에게 미안함을 갖았다)
그렇게 경기를 마치고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시상식은 모든 경기 마친후에 한단다 노년부 비교사가 있고 단체전의 4강부터 경기가 남았기에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또 기다림이다. 아이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들에게 약속한 부분이 있었기에 오늘 그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축하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껏 속으로 기뻤다 오늘의 우승만으로 기쁜 것보다는 아이들과의 약속과 아이아빠 산소에 우승컵을 가지고 갈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이다.
서울로 가는 버스는 모두 끊긴 상태다. 갈길이 막막하다. 살곶이 정의 조익범 사범님께 서 노년부 비교승으로 2위를 차지하시어 축하드리고, 같이 서울로 동행할 광주의 (H여무사-본인을 밝히지 말라고해서--그래도 알사람 다알지요)여무사와 서울 동행을 하기로 하고 모든 경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 평소에 존경하는 청강 선생님께서 경기종료후에 대전역까지의 함께하기로하고 단체전을 관람했다. 중간에 여무사 시상식을 따로 했는데(봉황정의 신선옥 여무사가 어디서 시커먼 재를 묻혀와 호미얼굴에 축하의식으로 까맣게 발라버렸다. 2위인 여영희 여무사에게도 시커멓게 발라지고 우리는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단체전의 담양 총무정(올해 우승 7번을 한)과 부천의 성무정이 재비교사까지 하면서 치열한 접전 끝에 부천 성무정의 우승으로 3일간의 모든 경기는 마쳤다. 괴산군수님의 폐회사와 사두님의 마지막 인사와 기념 촬영으로 밤 11시 반경에 일정을 끝냈다.
서둘러 청강님 차에 올라 대전역을 향했다. 괴산서 서울로 직접오면 한시간 반거리지만 이미 모든 버스는 끊긴 상태라 역으로 대전으로 해서 돌아와야만했다. 방학이면 하루 밤 묵고 오겠지만, 큰아이의 개학으로 무조건 새벽이라도 도착해야했기에 H여무사와 호미 대전발 01:19분발 무궁화호로 서울에 도착했다. H여무사님은 호미의 6년만의 우승을 축하해주신다고 일부러 늦게까지 동행 하신 것이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늦은 밤에도 우리를 대전역까지 함께 해주신 청강(한영국-디지털 국궁신문)님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우승턱으로 괴산 옥수수를 선물하기로 했는데 옥수수가 품절이라서 못사드려 정말로 죄송하고 다음 대회에서 만나면 정말로 좋은 선물 해드리겠습니다.
사호정의 이번 경기에 있어 너무도 질서있고 매끄러운 진행의 수고에 감사드리고 이번 대회에 여러모로 뒤에서 힘을 주신 군수님 (이미 18년 집궁 명예 명궁)께 국궁사랑에 또한 박수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호미를 응원 해주신 호미호미카페 팬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함께 한 모든 사우님들 편안히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시각은 큰아이 학교 보낸 아침이네요. 긴 여정을 마치면서 밤을 지새며 의미 깊은 하루를 맞이합니다. 모든 분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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