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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아카데미 세 번째 수업,
음악과 너와 내가 쉬어가는 곳
_ 감성Connector 이종현 대표를 만나다
글 김미선 | 사진 정결, 김지혜
Grand Mint Festival이 음악 축제로써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그는 도심 속의 감성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곳엔 민트가 주는 세련미 넘치는 청량감, 풀밭 위의 느긋한 점심식사를 부추기는 쉼터로의 초대장이 넘실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이곳, 도시 한 가운데서 느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또로로록. 톡톡 튀는 레모네이드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감성의 주파수를 맞춰보기 10분 전, 그를 만나기 위해 몰려든 상상인들의 설레임에 노크를 해봤다.
take 1# 몸풀기 인터뷰
Q1 “Grand Mint Festival”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축제 같나요?
Q2 Line Up이 50개 팀으로 많은 편인데, 그 중 좋아하는 팀이 있거나 혹은 초대하고 싶은 팀이 있다면?
Q3 Grand Mint Festival에 대해 궁금한 점 혹은 이종현 대표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김영일 상상아카데미人
A1 평소에 이하나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하나의 페퍼민트]의 민트라는 부분이 연상되요. 우선 민트에 대한 이미지는 “상큼하다”예요. 음악축제라는 걸 모르고 들으면 환경축제 같기도 해요.
A2 개인적으로 펑키 락을 좋아하거든요. 이번에 Two Ton Shoe가 왔던 걸로 아는데, 앞으로도 계속 왔으면 좋겠어요.
A3 당시 태양의 여자라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GMF 축제가 시작된 걸로 기억해요. 거기서 이하나가 민트 레이디로 활약했어요. 드라마에서의 그녀의 이미지는 꽤 독한 이미지였는데, 그런 이미지적 측면에서 고려한 사항이라든가 그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는지?
이진아 상상아카데미人
A1 상큼하다! 인디 축제일 것 같다는 인상이 있어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재즈가 들어가고, [펜타포트]는 딱 락이라는 느낌이 오거든요. GMF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뭔가가 자라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A2 생각이 안 나요. 하지만 밴드나 인디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Line Up이어서 좋았어요.
A3 축제는 나름 성공했는데 어떤 홍보 전략을 내세웠는지 궁금해요. 축제가 치러지는 장소섭외라든가, 어떻게 그 많은 팀들을 섭외할 수 있었는지? 참, 대표님과 친해지면 티켓 할인이 되나요?
조성은 상상아카데미人
A1 치약 맛 나는 민트향. 상큼한 향기, 봄 느낌. 제목을 들었을 때 음악 축제가 아닐 것 같지만, 음악 축제라는 걸 알고 다시 들어보니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A2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갔었어요. 대중적인 토이나 언니네 이발관, 아소토 유니온이 나온 것도 좋았고요. 이하나가 민트레이디인데 잘 어울려요.
take 2# 초록빛 감성의 나래를 펴다
돌이켜 보면 그는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난 직함들로 인해 특정 부분으로 인식되었을 뿐. 지금은 레이블에서 나와 GMF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힙합 레이블 마스터 플랜으로 시작했었고 시부야·하우스계열의 발랄한 곡을 발표하는 해피로봇도 일임했다. 그가 일하게 된 장르는 힙합이었지만, 모던 락 계열 아티스트들과의 인연이 먼저였다. 이후 방송작가를 하면서는 메인 스트림과도 친분을 맺게 되어 명실상부 다양한 인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가 기획한 Grand Mint Festival은 인디 페스티벌도 아니고 메이저 페스티벌도 아니다. 그저 공감대가 어우러진 음악의 향연일 뿐이다.
그는 말한다. 음악이 다양한 장르로 나누어져 있지만 본질은 하나라고. 그렇기에 함께 지내온 아티스트를 위하는 마음이 더 애틋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내내 고민했다는 그는 경쾌한 말솜씨로 상상인들과의 마음 속 거리를 좁혀나갔다. 그가 제시한 강의는 문답법.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음에도 상상인들은 거침없이 손을 들었다. 수업은 그의 이야기가 끝나면 새로운 질문이 이어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음악 “판”을 벌리다
그가 음악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났다. 학창 시절 음악에 빠져들면서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팝 경연대회에 입상하면서 음악잡지에 칼럼을 쓰게 되고, 그러다 주위 친구들과 함께 클럽을 인수했다. 당시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힙합, 일렉트로닉, 테크노 장르를 다루게 되면서 PC통신을 통해 자연스럽게 힙합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스터플랜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2000년대 클럽을 접고 방송작가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하게 된다.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친분도 있고 음악적인 공감대도 비슷한데 다같이 모여 공연한 적이 없다는 것을. 2000년대에 들어와 음반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가운데 그는 결심한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그의 첫 시도는 친분 있는 몇 개의 팀이 모여서 시작한 “Mint Festa"였다. 요동치는 관객 수를 지켜보던 끝에 2007년, 아티스트들과 레이블들의 의견에 따라 외출을 감행하기로 한다.
“뼈대” 있는 가문, 기틀 잡기
그는 시작부터 영화제에 비견될 만한 음악 축제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계통이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기 위해 그가 정한 것은 공정한 기준을 갖는 것이었다. 2달에 한 번 열리는 Mint Festa에 출연했는가, Mint Paper에 활동했는가, 그해 앨범을 냈거나 Advantage가 있는 팀인가를 두고서 섭외하기로 한 것이다. 이어서 로고, 포스터, 페스티벌 레이디, 테마송, 환경에 대한 슬로건 등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Mint Paper를 통해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친밀한 관계를 다져나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즉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는 페스티벌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끝까지 잡아줄 존재가 필요하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티켓 파워가 있되 페스티벌의 성격을 구체화시켜줄 수 있는 아이콘이 그 역할을 긍정적으로 해내야 하기 때문에 헤드라이너의 선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축제가 끝난 뒤 근시일 내에 그 다음 해의 출연 스케줄을 미리 잡아놓기도 한다. 그런 작업이 기획자와 아티스트 서로에게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전하는 “순간”을 믿어요!
그만의 감성 노하우를 발견하며 제일 처음 느낀 것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해 나가는 “치열함”이었다.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것. 마음의 경계를 느슨하게 허물고 친구가 되는 과정. 이런 진솔한 관계를 만드는 것은 나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는 새로운 역할을 자처했다. 축제가 끝난 뒤 버려지는 관객들과 아티스트와의 사이에 다리가 된 것이다. 유명한 영화제나 페스티벌이 행사 두 달 전쯤에야 홈페이지를 열고 끝난 뒤에는 사정없이 외면하는 것이 싫었던 그는, 1년 내내 관객과 호흡을 맞추며 살아가기로 한다. 단 3일 함께 했을 뿐이지만 인연이라는 끈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Mint Paper를 통해서 아티스트에게도 그리고 관객에게도 새로운 형태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는 것이다. 즐겁지만 때로는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의 틈새를 그는 지금도 애정을 갖고 이어가고 있다.
그가 건드린 또 다른 부분은 참가하는 아티스트의 “주인의식”이었다. 50개가 넘는 출연 아티스트마다 각각 포스터를 제작, 떼로 모인 가운데 하나가 아닌 ‘내 공연’이라는 인식을 아티스트에게 자연스럽게 전한 것이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무대에 애정을 갖고 공연을 준비해서 기량을 발휘할 때, 관객들은 아티스트의 그런 모습에 감동하고 반응한다. 음악은 사람들 사이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최상의 표현.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훌륭한 공연이란 뛰어난 공연이 아니라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공연을 뜻하므로.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도 될까요?
축제 노하우 외에 내가 느낀 그의 메시지는 짧지만 강력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라는 것. 실행 가능한 일들의 90%는 자신이 세운 계획으로부터 완성된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그 계획을 전하라고 했다. 그러면 자기 말에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주어진 한도 내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목표를 잃지 않고 ‘자신’을 끊임없이 납득시켜 나가는 과정, 그것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배울만한 것들은 자기가 흡수하기 가장 좋은 매체를 통해서 얻어내면 된다고 그가 말했을 때, 관심사가 있다면 개의치 말고 집요하게 파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왠지 마음이 찡해지면서 작은 격려와 위안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에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았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take 3# 짤막 감상 인터뷰
Q1 오늘 들은 강의를 음식으로 표현한다면?
Q2 GMF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Q3 가장 배우고 싶은 이종현 대표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혹은 기억에 남은 내용이 있다면?
한지혜 상상아카데미人
A1
일본 라멘! 우리나라에 있는 것들에 추가적으로 일본 축제에서 주로 영감을 얻으신 것 같아서요.A2 기존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여 공연을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가족적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A3 행사를 꾸려나간 메인이 3명이라는 것, 일이 좋다면 돈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요. 친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소수의 인원으로 해내서 놀라웠어요.
하진석 상상아카데미人
A1
전혀 기대 없이 먹어봤는데 예상외로 신선하고 맛있었다는 느낌이요. 예를 들면 많이 들어봐서 별 기대 없이 먹으러 간 명동 교자가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맛이었단 기분. 대표님 생각도 트인 것 같고 의외적인 모습이 있으면서도 재미있었어요.A2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거의 밴드 위주였어요. 무대 공연 외에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관객의 참여가 더 높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합니다.
A3 경제적 효과와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관계에 집중했다는 점이요. 즐기면서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페스티벌은 관객 수에 연연해하는데 그런 것과는 별로 상관없다고 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이예나 상상아카데미人
A1
된장찌개! 편안하면서도 지금껏 살아온 삶이 녹아내려 잘 어우러진 강의였어요. 일명 맛있는 강의. 필요한 재료들이 모두 들어있었어요.A2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되, 좀 더 밀도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Tea time이라든가요.
A3 시종일관 강의가 유쾌하게 진행되었는데, 그 점이 인상 깊었어요. 삶을 사는 자신만의 이상적인 모습, 좌우명이 궁금해서 질문하고 싶었는데 못 했어요. 대표님의 유쾌하게 일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기획자로도 돋보였고, 인생의 선배로서도 보기 좋았어요.
쉬는 시간도 없이 듣느라 화장실에 가지도 못한 분들께 죄송하다는 겸연쩍은 멘트를 뒤로 한 채 이종현 대표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여러 가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음악을 좋아한다. CD는 팔리지 않고 mp3로 음원이 돌아다니기에 비관적으로 보이는 현실이지만,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하면 그들은 기꺼이 음악에 가치를 지불한다. 이것이 이번 GMF에서 그가 느낀 소소한 행복 중 하나였다.
공연이 끝나면 커튼이 닫힌다. 커튼 뒤에 서 있는 아티스트와 커튼콜을 외치는 관객들 사이로 연출자의 시선이 따스하게 지나간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유쾌한 마인드는 상상인들의 마음속에서 기분 좋게 메아리치고 있다. 좋은 생각은 이미 전염되었다.